중등 딸아이와 요즘 스릴러와 미스터리 뭐가 재미있는 게 있을까 열심히 알아보면서 목록을 만드는 중이다(이건 나 혼자). 한참 미스터리에 맛들인 아이는 책을 읽고 난 뒤에 같은 책을 읽은 사람과 얘기하는 맛을 알아버렸는데, 무턱대고 이거 재미있다더라 하기엔 요즘 스릴러나 미스터리나 수위 높은 게 너무 많아서 거르는 작업이 필요하다(=내가 사전독서를 해야 한다 ㅠ.ㅠ). 근데 이건 YA인 듯하네.



아이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얘랑 내가 제일 좋아하던 프로그램이 알쓸신잡이었다. 공통의 경험(화제)를 놓고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와 관심사에서 해당 주제에 대해 치열하게 이야기하는 세팅을 둘 다 몹시 좋아한다. 이 책은 어떨까?



책 소개는 안 읽어봤다. 제목만 보고 내가 평소에 갖고 있던 희망사항과 싱크로율이 너무 높아서... ㅎㅎㅎ 

다만 나는 편안한 자연사를 위해서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규칙적인 운동(요즘은 쉽지 않다), 몸에 나쁜 음식 덜 먹기(안 먹기는 불가능한 목표다), 화가 뻗치는 일이 있어도(주로 화를 일으키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웃고 넘기기(맨날 같이 있으니까 이것도 좀 불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니 작가에게 이것은 꿈인지 목표인지도 궁금해진다. 



이런 제목을 제일 싫어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세상에서 제일(가장)을 붙이는 걸까. 심지어 원제는 그냥 The Cartoon Guide to Biology 인데. 하아... 제목은 진짜 마음에 안 드는데 출판사는 좋아하는 출판사다. 왜 그러셨나요... 혹시 편집자는 안 된다고 극구 말렸는데 윗분이 밀어붙이신 걸까요... 갑자기 심술 발동해서 '세상에서 가장'으로 알라딘 검색도 해봤음. 결과는 뭐... 

여하간, 책은 좋은 책일거라 확신한다. 제목에 실컷 태클 걸어놓고 이런 말 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이런 책의 문제점은(책이 가진 문제점이 아니라), 이런 책을 꼭 읽어야 될 분들이 안 읽고, 안 읽어도 크게 사회나 환경에 해를 안 끼치는 분들이 열심히 읽는다는 거다.



좋아하는 분들이 쓴 책인데 안 읽을 수가 없겠다. 그런데, 읽다 보면 되게 화가 나고 슬퍼지고, 그럴 것 같다.



이렇게 '왜?'를 떠올리게 하는 책은 당연히 펼쳐보고 싶다. 



이번엔 진짜 엉뚱한 이유다. 표지에 완전히 꽂혔다. 더불어 갑자기 아이에게 '오늘의 엄마'를 표상하는 물건이 뭔지도 묻고 싶어진다.



흥미진진한 주제다. 게다가 엄기호 선생님과 다른 한 분(제가 아직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의 대담집이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당연히 알고 싶다. 시의적절한 이야깃거리고 논의거리다.



진짜, 난 왜 이렇게 변방의, 작은,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지만 누군가가 말해주고 싶어하는 것들이 이렇게 좋을까.



이 책이 번역되어 나왔구나. 이건 정말 누구에게나 선물용으로 완벽한 책이다. 가볍지 않은데 가볍고, 심플한데 진중하고, 뭣보다 생각으로 채워야 할 여백이 많다.



색상도감같은 책이랄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부르는 대표적인 색의 이름 안에 얼마나 많은 다른 빛과 그림자가 혼색되어 있는지를 저절로 알게 해 준다. 이런 책은 나이가 어리면 어린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각기 다른 종류의 깨우침을 준다.



교황님이 추천하셨다고 하셔서. 남편은 천주교 신자지만 나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교황님은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생각한다. 독서생활에 한해서 믿고 따르는 사람이 추천했다면 덮어놓고 보고 싶어지는 책이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현실이 마음에 안 들 때, 가끔 책으로 도피할 수는 있어도 결국 우리는 발 딛고 사는 공간으로 돌아와 삶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니 머무는 곳, 대부분의 경우 도시인 그 공간을 좀 더 살 만한 곳으로 가꾸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일은 중요하다.



그 유명한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글을 썼기에 그의 소설을 그렇게나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하긴 되게 궁금하다. 이왕지사 읽어볼 마음을 낸 거 최신작부터 역주행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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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피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9
메리 E. 피어슨 지음, 황소연 옮김 / 비룡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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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어떤 독서가이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 어떤 엄마가 본인의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좋은 책은, 그 책이 어떤 책이건 간에 나이에 상관없이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그것도 쉽게 그러하다, 아니다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요. 

YA- young adult,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청소년 소설'이라는 범주로 묶고 있는 듯한데,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소설은 막상 제가 그 연령대였던 시절에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아예 그런 이름이 없었던 것도 같고요. 즉 청소년 소설이라는 걸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나서 제대로 읽어보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본의 아니게 약간 '......' 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닐 거예요.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분의 말마따나, 좋은 이야기는 그것이 누가 읽었으면 좋겠다라고 상정하고 쓴 작가의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누구에게든 호소하는 바가 있더군요.


이 책에는 서스펜스가 조금, 아주 약한... 소금간 정도의 서스펜스가 들어 있습니다. 딱 아이들이 감당하기 적절한 수준으로요.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청소년' 얘기지, 현실의 청소년 감각으로는 서스펜스라고 부르기도 유치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이야기는 어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뒤 일 년 반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주인공 소녀가 주변 세계를 탐색하고 재인식해 나가는 과정을 서술하면서 시작됩니다. 기억이 통째로 날아간 주인공 제나는, 도대체 왜 어떤 것들은 이토록 생소한지, 그리고 왜 갑자기 어느 순간에는 기억이 물밀듯 차 올라오는지 의아해하면서도 천천히 다시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법을 배웁니다. 

그러면서 의문이 쏟아집니다. 왜, 왜 저것은 저렇지? 이건 이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듯한,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은 환청 같기도 하고 절규 같기도 한 이것은 뭐지? 제나는 혼란스럽습니다. 나는 아직도 세상을 다 기억해내지 못했는데. 간헐적으로, 그러나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기억은 제나를 더 어지럽게 만듭니다. 제나는 지그소 퍼즐처럼 흩어져버린 기억의 파편들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반응'들로 자꾸 자신을 괴롭히는 뭔가를 유추해 나갑니다. 


청소년 소설이니까 그 과정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충격적입니다. 사랑을 옳고 그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평가의 잣대는 뭘까요. 사랑이 왜곡되기 시작했다면 그건 어느 지점부터인지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자식은 부모의 사랑에 응답할 의무가 있을까요. 부모는 자식에게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걸까요. 


결정적 스포일러가... ▼

 

나를 이루는 것은 무엇일까요. 마음이 기거하는 곳은 어디이고, 마음이 사라진다면 생명은 의미가 없는 걸까요? 신체와 정신이 정체성의 지분을 똑같이 나누어 갖는 걸까요? 어느 쪽에 무게가 더 실리지는 않을까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꼭 선택해야만 한다면, 현재의 '나'를 더 많이 점유하고 있는 것은 정신일까요, 신체일까요.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어디에 자리하고 있을까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되는 행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백업을 없애려는 제나와 제나를 지원하는 릴리, 백업을 보존하려는 제나의 부모. 어느 쪽이 인간적이라고 봐야 할까요.

원본이 아니지만 고유해지고자 하는 제나의 욕망. 그건 인간적일까요? 제나는 인간일까요? 


'나'는 '나'의 영역을 어디까지 손대고자 하는 타인(부모 포함)의 욕망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가 제가 떠올린 의문입니다. 아마 퍼낼 수 있는 질문은 더 많을 거예요. 


이 책은 정체성과 고유성, 개별성에 대해 끝없는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떤 것도 쉽게 대답할 수 없어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책입니다. 

 

펼친 부분 접기 ▲


많은, 정말 많은 말할 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들어 있어요. 중학생 이상의 아이에게라면 꼭 추천하고 싶고요. 자아정체성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할 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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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oot: A Rebellious Shadow (Hardcover)
미셸 쿠에바스 / Dial Books for Young Readers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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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세상 질서와 조화하면서 ‘나’를 일으켜세우는 일에 대하여 말하고 싶어집니다. 이루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간직만 하던 내면의 꿈, 소망을 다시 열어보고 싶게도 하고요.


두근두근해 
어른도생각해볼문제 
가르쳐주고싶은마음 

철학하는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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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만 보고 냄비 안에 무슨 요리가 들었을지 맞추는 건 아무리 제아무리 대단한 셰프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저 평범한 책 읽는 일인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 표지만 보고 재미있겠다 별로겠다 말할 수는 없다. 그저 출판사 또는 작가 또는 목차 그리고 표지에 들인 공, 개인적 취향에 더하여 직감이라고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는 '첫인상' 정도로만 가늠해서 읽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작가에 대한 신뢰로 선택하게 되는 책이 되겠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듯한 도전적인 제목이 붙었다. 작가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글 쓰는 능력을 인정받아 중문과 입학을 허가받았지만 그만두고 물리학과에 입학해서 천체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공부를 많이 깊이 한 사람도 존경할 만하지만, 다양하고 넓게... 게다가 깊이 파고들고픈 의욕을 보이는 사람의 생각의 폭은 좀 다르리라 짐작한다. 그런 젊은 작가가 쓴 SF 소설이라니 아주 흥미롭다. 켄 리우를 문득 떠올리게 하지만 책장을 열기 전에는 모를 일이지.



책을 읽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또 공부하고, 그렇게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또 빠질 수 없이 중요한 것이 가끔 그 바닥을 흔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쌓고 있는 학문적 지식의 기반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그 바탕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 게 맞을까, 회의하고 성찰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고, 그런 책들을 읽는 것도 필요하다. 왠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책이다.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색채에 아주 관심이 많아서 색채연구소에 다니고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공부도 연구도 하고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특정한 색상(이 경우에는 색채보다 색상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이 환기시키는 것들에 대한 사유라니, 대단하달밖에. 



이런 화가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이렇게 뛰어난 발상력과 모던한 화풍을 가진 화가가 있었구나. 꼭 갖고 싶은 화집이다. 



최근에 읽었던 <마력의 태동>이 아니었으면 눈에 들어왔을까 의문스럽다. 잘 모르는 분야의 책도, 주요하게 다루는 주제 키워드가 어떤 우연으로 자주 눈에 들어왔다면 단순노출효과를 입어 이렇게 시선을 끌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모두 세상을 자기 분야의 관점으로 이해하려 하고 해석하려 한다. 바로 그 점이 재미있다. 



여성 연대의 서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인 듯하다. 청소년 소설이다(인 듯하다). 요즘같은 때 정말이지 국적을 막론하고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으로 절로 연대하게 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그런가 당연하게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쓰는 사람들이 쓰는 일들에 대해 쓴 책들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거기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과 쓴 이 특유의 개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인다. 그러면 내가 발견한 게 다음 책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될까가 궁금해서 또 쓰는 일에 대한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뭐 제목만 보면 내용이 대충 상상이 가지만, 논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아주 유용할 것 같다. 



어떤 책은 너무 나와 닿아 있어서 끌리기도 한다. 우리집에도 마인크래프트에 영혼을 팔고 싶어하는 어린이가 하나 산다. 그 마인크래프트가 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어린아이의 마음을 이렇게 끌어당기는지, 어떻게 의사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각자의 시선으로 쓰이고 풀어지는 의미를 적어내려간 사전같은 글들은 늘 세상을 보는 시야를 아주 조금씩 넓혀간다. 그렇게 나의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은 트여간다.



정말 딱 이런 아이를 키우고 있다. 너는 세상의 모든 일들과 시선들과 평가에 너무 과민하다고 몰아세울때가 있었는데, 미안해지네. 내가 가진 이해의 폭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습관을 없애야겠다고, 항상 생각은 하는데... 생각만 하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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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혐오감은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 것일까. 애초에 잡초도 보여야 뽑게 되지 않느냐말이다. 무의식중에 자랐거나 자라고 있는 혐오감을 그나마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많이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다. 다니고, 보고, 듣고, 읽고, 대화하고.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 하고 문득 스스로에게 되묻고 싶어지는 순간을 만날 수도 있겠지. 부디 그 순간을 모르는 척 묻어두고 지나가는 일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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