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눈에 보이고 손에 쥘 수 있는 것만을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한 예술해야만 무형의 수집품을 관리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물론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가진, 결이 풍성하고 깊은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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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권으로 장대하게 묶이는 시리즈의 첫 권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 모두가 나름의 읽을 책 목록을 건지는 리소스가 있을 거다. 내게도 믿고 찾는 맛집... 같은 책 블로그가 몇 개 있다. 그 중 한 곳에서 수많은 책들이 스쳐지나갔건만 유난히 이 책이 눈길을 붙들었다. 아마 내가 딸이 둘 있는 엄마라서일 거다. 엄마와 딸의 북클럽이라, 엄마에게는 로망이어도 딸 입장에서는 무지 싫을 수도 있겠다. 이 나이 먹도록 엄마하고 좋아 죽는 나 같은 딸도, 이십대 중반까지도 엄마가 뭘 좀 같이하자고만 해도 질색팔색을 했으니. 

각 권마다 소재가 되는 작품이 있다. 전 시리즈에 걸쳐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법한(5권에 등장하는 벳시 테이시 시리즈는 제외하자) 책들이 등장한다. 공동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는 네 명의 소녀들이 번갈아가며 자기 이야기를 하고 고민을 들려주며 안 그래도 고민 많은 십대 시절을 괴롭게 하는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 고민들이 너무나도 한때의 내 고민과도 같고 이 가상의 소녀들이 마치 내 아이의 친구들 같아서 안타깝고 속상하고 그들의 작은 승리에 박수쳐 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고전 속의 소녀들의 성장담에서 한 계단 올라선 모던 틴걸들의 성장담. 다섯 번째 권에 이르러서 속도를 조금 늦추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이 시리즈를 덮기 전까진 이 아이들의 하루하루가 계속 궁금할 것이다.



이 책도 같은 블로그에서 건졌다. 그냥 인터넷 서점에 올라와 있는 책 표지만 보고서는 주인공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맞기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책을 받아보니 옷걸이에 걸린 모자와 외투를 그린 것이더라. 이 표지를 그린 이의 센스는 기립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찾아보니 1924년에 그려진 작품이라고. 이렇게 우아하게 로맨틱한 그림도 있구나. 


부인을 잃고 혼자 생활하던 퇴역 소령이 어느 날 느닷없이 동생의 부고를 받는다. 충격의 순간에 어떤, 마음에 닿는 종류의 위로를 건넨 파키스탄계 미망인에게 그 뒤로도 계속 마음이 쓰이고 있던 소령에게 미망인은 어느 날 자기가 최근에 읽은 키플링의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다. 고리타분하고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페티그루 소령은, 자기가 생각하는 (편협한) 여성상에 아주 부합한다고 느껴지는 미망인에게 자꾸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려는 지점까지 읽었다. 초반 전개가 쬐금 지루했는데, 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이 확실해서 나처럼 이 책을 열었다 저 책을 펼쳤다 하는 사람에게도 한참동안 잔상을 남겨놓곤 한다. 특히 소령의 속물적인 여조카가! 



어린이 독서지도서라고 딱 줄여서 말하면 아주 틀리진 않겠지만 저자는 대단한 모욕으로 받아들일 것 같다. 

그렇게 간단히 줄여버려도 될 내용이 아니기 때문...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책을 꼭 분석하듯 읽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을까, 특히 안 그래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일단은 책을 '즐겁게, 재미있게' 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나. 나도 그렇다. 그런데 로렌스 골드스톤은 책은 꼭 제대로 읽었으면 좋겠다고 아주 완곡하고 설득력있게 이야기한다. 겉 이야기를 들어내고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반드시 읽어내야 한다고. 물론 분석하는 방식으로 해서야 아이들이 따라올 리 없으니, 이걸 마치 게임하듯 가르치고 지도해온 본인의 경험과 경력을 동원해서 아주 잘 설명하고 있다. 사실 그 메시지들은 따지고보면 '누구나 다 알지만 실천은 잘(못) 하는' 그런 것인데, 그것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스토리텔링과 정교한 플롯, 인물과 갈등 배치를 통해 만들어낸 작가의 노련함과 예술적인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정말로 놀랍고 대단하다. 



제목때문일까 정말로 많은 밑줄과 메모를 덧붙여가며 읽고 있다! 한꺼번에 후루룩 읽고 싶은데 원래 약한 시력이 감당해주질 못해 원치않게 아껴읽고 있... 



어센던스 시리즈의 첫 권인 The False Prince는 번역이 되어 나왔던데 이후의 책들은 어째 소식이 없는 듯하다. 챕터가 되게 짧다. 그래서 한두 챕터씩 보고 숨 돌리고... 그러고 있다. 한 번에 너무 몰아 읽으면 숨이 차는 소설이다... -_-;; 

어찌저찌하여 왕위에는 올랐으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전쟁 위협을 당하고 아끼는 사람은 떠나보내야 하고, 참말 피곤한 삶을 사는 젊은- 아니 어린 왕이 주인공이다. 왕이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허울좋은 왕이라서, 인생이 아직 한참 더 피곤하게 생겼다. 그래서 한 번에 많이 읽을 수가 없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피로해지는 느낌이 막 든다... 어쩐지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자... 아직도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인데 그저께 아마존에서 책을 $50 주문하고서도 모자라 좀 전엔 또 중고서점에서 $61어치 책들을 잔뜩 주문했다. 아오. 이 책들을 어떻게 다 실어 가져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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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r Who Stared (Hardcover)
Duncan Beedie / templar publishing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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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너무 과도한 곰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숲 속 친구들이 자기를 불편해하지 않을지 알 수가 없어 괴롭습니다.

절대 본의가 아닌데 저절로 상대를 뚫어져라 바라봐서 불쾌하게 만드는 상황도 힘들고 자기도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곰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요.


작은용기큰변화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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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은 대개 본편에 못 미치게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다 그러지 않나요?



부끄러움은 왜 나의 몫인가... 농담처럼 퍼져 있는 말이지만 이 말이 절대로 통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 용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끄러움은 저지른 자의 몫이어야 한다. 언제든, 언제까지나. 그러므로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깨우쳐 준다는 이 책을 모른 척 넘어가선 안 되겠다.



제목이 참 좋다.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들고 고개를 기울이게 만드는 부드러운 제목에 차분한 커버 디자인이 함께 한다. 글 쓰는 능력이 쓰기에 관한 책을 읽은 양에 비례한다면 난 더 이상 이런 책에 눈길에 안 가야 맞다. 그러나 그게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쭈욱 분명히 나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면 눈길을 한 번은 더 줄 것이다. 그걸 안다.



맞다. 진리다. 조금(혹은 엄청) 불편한 진리를 수긍하고 삶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을 거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래도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아주 가까운 타인이 우리에겐 분명 한 사람쯤은 인생에 얽혀 있는 건 그야말로 누구든 부인할 수 없을 테니까... 



편견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씨름중인 박물관이라니, 흡사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느낌이 살짝 온... 

그렇지만 대의는 정말 멋지다. 박수쳐 드립니다! 누군가는 끄집어내야 할 공론의 장을 열어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책이다.



이런 책도, 요즘을 사는 우리라면 꼭 읽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쿨한 척 마치 자기는 아닌 척... 가끔 그러지만, 결국 사람이란 건 관심종자인걸.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서 고민인 딸아이에게 권하고 싶다. 인생은 그 무엇으로도 재단할 수 없을만큼 거대하고 깊고 넓은 거야. 너 하고 싶은대로 해야 되고, 책임도 네가 져야 돼. 그러니까 가급적 많은 준비를 하고 최대한의 레퍼런스를 확보해두는 게 좋지. 이런 말을, 생각날 때마다 해 주고 싶다. 



느낌에, 아주 괜찮은 nature journaling 입문서일 것 같다.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이라고... 주인공이 고양이이고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의 사후모험(?)을 그린 이야기. 아주 재미있을 듯. 



요즘 고민중인 문제를 딱 찌르고 있다. 여기서도 홈스쿨링이 (원체 그렇지만) 더더더 각광을 받고 있는데다 지금의 이 현실이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것 같은 낌새가 있다보니 이대로는 안되겠어, 이런 생각이 더 짙어지고 있는데, 음... 어떤 논의들이 다뤄지고 있을지 궁금하게 한다.



9살 막내에게 밤이면 밤마다 대략 30분 정도를 책 읽어주기에 할애하고 있는데 아이와 그림책을 읽다보면 정말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아이가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이 책도 아주 뭔가 놀라운 이야깃거리를 건져낼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엄청 많이 막... ㅎ



굉장히 읽기 괴롭게 생겼는데... 이런 건 꼭 알아야 한다. 한 나라의 정부가 개인을 이용해 어떤 이득을 취했고 그 와중에 그 개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건 소설 감인데, 소설이 아니라니 소름이 돋을 뿐.



... 빈곤과 차별을 직시하면서 가장 솔직하게 쓴 글이 아닐까. 그럴 것 같다.



부엉이집에 모아놓는 직업의 세계 컬렉션에 들어갈 만한 책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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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고글 2020-08-0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추천 감사합니다!
 

음... 

저로 말하자면 하루 삼시세끼를 떡볶이로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도 떡볶이를 못 먹는 날들이... 대략 일 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죠. 뭐 외국에 나와 있어도, 요즘 세상에 한인마트가 멀어봤자 뭐 얼마나 멀겠는가... 재료도 다 조달 가능할텐데, 못 먹을 이유가...? 할 수 있지만, 네 못 먹었습니다. 아예 못 먹은 건 아니구요, 그냥 좀 몹시 성에 차지 못하게 어쩌다 한 번 먹었달까. 재료 수급의 문제보다, 원래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라서 말입니다. 떡 혐오자와 살고 있거든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입맛에 있어서만큼은 세상 최고의 편협함과 쪼잔함을 겸비했달까. 아놔. 뭐 물론 크게 신경 안 쓰고 그냥 해 먹고 치워버리는 일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참... 다음 끼니까지... 그 궁시렁궁시렁거리는 소리가 신경을 엄청나게 긁는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기거든요. 사실 좋은 점이 더 많은 분이신데 ㅋㅋ 적당히 흉봐야겠군요. 아무튼. 



이퍼브가 서비스를 종료하고 어쩌고 저쩌고해서 잠시 멘붕이 왔지만, 다른 건 몰라도 자기가 필요한 건 어떻게든 해결을 보려는 의지가 충만해지는 성격 덕분에 힘들게 뭐를 설치하고 깔고 구동시키고... 별 난리를 치고 결국 크레마를 다시 살렸습니다. 그리고 기념삼아(??) 구입한 전자책 한 권. 글자가 너무 작아서 눈이 좀 괴롭긴 했지만 그래도 못 볼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뭣보다도 정말 재미있어서. 


여기서 재미라는 건 그냥 깔깔 웃고 물개박수 좀 치고, 아 재미있었다- 할 때의 그 재미와는 좀 다른 성분의 재미였고요. 그, 뭐지. 왜 음식을 소재로 한 책들은 굉장히 많은데, 그 책들(솔직히 기억에 남아있는) 대부분은 여러 음식들을 거론하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눈 앞에 수평적으로 쫙- 펼쳐진 거대한 만찬 테이블이 떠오르거든요. 그런데 제목에서 읽히다시피 이 책은 떡볶이를 갖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러니까 (전에도 언급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원래 연상을 굉장히 잘 하는 타입이라서, 이미지가 없어도 눈 앞에 그냥 막 그림을 그리면서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뭐가 떠올랐냐하면요. 


그... 책에서도 언급된 바 있고 떡볶이 좀 먹었다 하면 누구나 알 법한 연초록의 멜라민 접시가 산더미처럼 높게 쌓여져 있고, 이 책 표지에 그려진 순정만화틱한 캐릭터가... 열심히 그 멜라민 접시를 기어올라가면서 급기야는 제일 꼭대기의 접시에 그득히 쌓여있는 떡볶이 무더기에 의기양양하게 깃발을 꽂는... 그런, 어이는 없어도 좀 귀엽게 우스운 그림이 떠오르더란 말이지요. 그리고 또 어째서인지 그 캐릭터는 너무도 당연하게 신요조씨라는 혼자만의 확신이... 그리고 떡볶이의 정상에 기어코 깃발을 꽂은 신요조님의 위풍당당한 포즈에서는 의심의 여지없는 고수의 향기가. 


웃기는 소리를 했지만 이런 엉뚱한 상상처럼 내용이 마냥 코믹하진 않습니다. 


특히 폐업을 염려한 저자의 문자에 답장을 보낸 박군네 사장님의 답문과 영스넥 주인 아주머니와의 인터뷰는, 마음이... 그냥 짠해져요. 타인의 염려를 고마워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남의 고통을 안다고, 불량스럽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괜스리 마음을 한 번 더 써 주는 그런 분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가요. 

역시 주연인 떡볶이는 곳곳에서 맛을 갈아입으며 제 기량을 뽐내고 있지만 그보다, 역시 떡볶이를 둘러싸고 동그랗게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여기서 등장한 달인들의 떡볶이를 꼭 맛보고 싶기도 하고요. 


도대체 떡볶이를 잘 만드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가요. 점심에 떡볶이를 해 먹어야 하려나. 남편이야 뭐라건 말건 (아니 왜 남편 회사는 계속 재택근무를 시키는 걸까요????!!!!!) 우리집에는 떡볶이 애호 인구가 절대 다수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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