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 재미있다. 평범한 하루를 기억할 만 한 하루로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 북 같아 보인다. 김신지 작가가 원래 이렇게 'memorable moment'에 애착과 관심이 많은 분인 듯. 나도 비슷한 부류라 이 귀여운 책의 컨셉트에 호감이 갔다. 쉽고 간단하게 삶의 시간대 한 부분을 만들어주는 이런 도구적 역할을 하는 책들도 괜찮겠다. 



중년의 중간지대를 슬슬 통과해가는 이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전환기를 마련해주기 위한 이런 책 참 좋다. 나야 원래 남들이 일 년 내내 자가격리하라고 해도 할 일이 하도 많아서 심심할 틈이 없을 인간이라고 할 정도로 알아서 잘 놀지만 성 다른 동거인께서는 그러시지를 못하여 티브이와 진실한 우정을 나누기 시작하신지 좀 되었는데 은근히 권하고 싶어진다. 뭣보다도 스스로의 문화영역을 넓혀가도록 설득하고 있는 듯해서 좋아보인다. 



원래 음식 에세이에는 껌뻑 넘어간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만들어 먹이는 것도 좋아한다. 체질적으로 양식이 안 받아 미국 살 때 체중이 8 킬로 가까이 빠져버려서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귀국했는데, 귀국하고 한 달 만에 토실토실하니 얼굴이 좋아져서 남들이 다 너는 절대 외국살이 못 하겠다고 엄청나게 웃어댔다. -_-;; 



물질 인문학은 또 뭘까? 새로운 키워드들은 종종 새싹처럼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민다. 보살펴 줄 독자를 찾는 키워드도 있고 잡초처럼 강인하게 어딘가에든 뿌리를 내려 뭔가를 붙들고 새로운 시대정신의 바닥을 만드는 것들도 있다. 일단 보지 못했던 개념들이 손을 잡고 굳어 있는 땅을 들추고 나오면 관심있게 바라볼 일이다. 



오... 식당을 운영한 소설가. 

자기 손으로 뭔가를 요리해 남을 먹여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되게 독특한 체험이고 사람의 사고방식에 기존의 것들과 많이 다른 흐름을 만든다. 타인이 내 안에서 주체가 되는 경험이라는 게 세상에 그렇게 많지가 않을 것 같은데... 그게 이 소설가에게는 무엇을 남긴 것인지 궁금해진다. 



이 아이디어가, 생전 장례식이라는 아이디어를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이게 좋은 것 같으면서도 너무 슬플 것 같다. 물론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게 낫다는 주인공 할머니의 말엔 적극적으로 동의하는데, 그래도 너무 명백한 이별을 눈앞에 두고 거행하는 어떤 식이라는 건... 정말 그 이별의 슬픔을 몇 배쯤 증폭시키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나는 그보다는 사실, 아주 예전에 번역됐었던 Papa told me라는 일본 만화에서 미워할 수 없는 능글맞은 조연이자 작가인 우사미가 말했던 이상적인 장례식이 더 좋다. 물론 슬프겠지만, 모두가 모여서 울고불고 하기보다 '그 녀석 @(#*(했지' 라든가 '바보같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었어' 라든가, 또 고인이 저질렀던 실수라든가 웃기는 에피소드같은 것들을 나누면서 기분좋게 그를 추억하면, 어딘가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런 장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생각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공상이다. 

이 책에서, 곧 돌아가실 할머니의 생전 장례식은 어떻게 치러지고 있을까?



이 책의 소개글을 보자마자 딱 하나 생각난 게 있다. 환상특급. 진짜 무서웠는데!



나도 정말 내가 이런 사람(???)하고 친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아주 친해진 친구가 하나 있다. 그 친구는 무슬림이고, 친구의 남편도 신실한 무슬림이다. 나도 보통 사람인지라 무슬림에 뭐라 말 못할 편견이 있었는데, 그 친구 가족을 만나면서 그게 상당히 많이 깨져나갔다. 한 사람의 역할이라는 게 그렇게 크고 대단한 것이다. 그 덕분에, 내가 죽을 날까지 뭔 상관이랴 싶었던 라마단의 첫 날과 마지막 날 인사를 꼭 챙기게 됐다. 인생 모를 일이야... 무튼, 쓰고 싶었던 건, 나는 이 저자가 왜 이 책을 쓰게 됐는지 알 것 같다는 거였는데. 한 사람으로 인해 내게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는 문이 열린 순간의 경이, 그로 인해 배우게 된 어떤 알음 같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이 책은 사실 작가나 책에 대한 정보보다는 출판사와 이 시리즈에 대한 믿음이 먼저여서 골랐다. 비룡소의 블루픽션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꽤 믿는 우리나라의 YA라인 기획물이다. 역서도 많지만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들도 많다. 뭣보다도 띠지의 '관광객이 아니라 순례자가 되겠다'는 문구가 아주 예사롭지 않다는 거. 



이민자로서 낯선 공간이 내게 의미가 있고 익숙한 장소가 되어가는 것을 지리학자로서 바라본 글. 사람이 공간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심이 있던 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나는 뭔가를 잘해보려고 했는데 잘 되기는커녕 전혀 원하지 않던 결과를 불러일으킨 재난같은 경험... 흔하지 않고 희귀하지 않은 그 중간 어디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는 거 아닐까. 선의로 한 일이 아무것도 안 한 것만도 못하게 된 일. 그런 일들이 왜 일어나며, 어떻게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누군가가 말하고 있다면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까?



우리집의 네모아저씨 워너비를 위해. ㅎㅎㅎ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는 이슈에 대해서는 정말로 많은 글들과 썰들이 난무한다. 최근에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변호사가 함께 쓴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고 있는데 거기서도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최신의 기술들이 장애인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고 있지만 실상은 철저하게 그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는 문장들을 읽다가, 기술의 옹호세력만큼 기술과 과학윤리에 대한 고민의 양이 두터운지 문득 궁금해졌다. 



자수 책 그만 사려고 하는데. -_- ... 



우리가 머무르는 사회가 적어도 믿고 거주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면 사회학적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와 사건들에 늘 관심을 주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만큼은 무임승차자가 되지 말자. 적어도 사회학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는지를 듣고 읽고, 그리고 현장에 계신 분들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천종호 판사님이 그동안 쓰신 책들을 조금씩 추려 새로 발간한 책이라고...



식물과의 동거생활에 관하여. 

한때 200여개가 넘는 화분을 끼고 살았던 명실상부 아파트 가드너의 (이사하면서 전부 처분;;;) 과거가 생각나는 책이다.



누구나 자기 아이는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을 넘어서 진짜 독자로 자라주기를 원하지 않을까 싶다. 언제 어느때고 책을 사랑하고 책에서 위안을 찾고 책에서 지혜를 찾는... 궁금한 건 그토록 아이에게 책을 가까이하게 해 주고 싶어 안달이 난 부모들이 태반인 우리나라의 성인 독자수는 왜 이리도 처참한건지. 아무튼, 어떻게 '독자'로 키울 수 있는지를 말하는 책인데 기존의 책들과 약간 다르다 싶어 눈길을 끈 부분은 디지털 독서/비주얼 리터러시/지속가능성을 위한 읽기에 대한 챕터가 있다는 거.



나이를 먹으면서 따박따박 검진을 다니는 병원이 두 군데 있는데 하나가 치과고 다른 하나가 안과다. 특히 나는 유전적 문제로 시신경이었나 뭐였나 아무튼 결손이 심해서 정상인의 60%밖에 안 되는 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눈 건강에 굉장히 민감하게 군다. 건강관리에 관한 책이 집에 분야별로 한 권씩은 다 있는 것 같은데 ㅎㅎ 이것도 하나 갖고 싶다... 



제목만 봐도 사실 책 내용 언급할 게 뭐 있나 싶다. 경찰서에 한 부씩 다 돌리고 싶... 



가끔은 웬수 같아서 내다 버리고 싶지만 세상에 상처받고 돌아왔을 때 또 유일하게 나를 받아주고 도닥여줄 그들을 이야기한다.



부모를 교육하고자 하는 책들은 점점 더 많이 출간되고 그런 부모들은 여전히 아무 신경 안 쓴다. 가끔 그래서 좀 안타깝다. 



(지렁이는 너무너무 공포스럽지만) 흙밭을 갈아엎으며 뭔가를 뿌리거나 심고 흙을 다시 토닥이며 북돋아주는 행위가 치유적인 이유가 뭘까? 몇 달 뒤 풍성하게 그곳을 덮는 초록과 색색의 부케를 볼 수 없더라도 그냥 그게 인간 정신의 어딘가를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효과가 있긴 있는 듯한데, 음... 이 책은 그런 차원에서 정원과 원예일의 쓸모있음을 말한다. 



16세 1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네. 여러가지 이유에서... :)



죽음이라는 무거운 이별을 처음 겪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심리학자들이 모여 쓴 그림책이라고. 



소설 내용보다도 출간에 이르기까지의 원고의 여정이 더 소설같은 소설이다. 수정의 밤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며, 망명 중이었던 유대인 작가가 독일 국적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붙잡혀 갔다가 풀려나 귀환하게 된다. 그.러.나 ... 그 배는 독일 잠수함이 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고 한다. 남아있던 초고를 출판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출판사들이 거절하여 수십년 간 묻혀 있던 이 원고는 결국 80년만에 출간이 됐다고 하는데 이게 어쩐지 소설 본편보다 더 극적인 느낌이 있네.



감성AI라는 건 처음 들어봤다(최신 정보에 좀 굼뗘서...). 이걸 개척한 Affectiva라는 회사를 창업한 여성의 산문집. 기술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이 여성은 감정과 감성지능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하다. 이런 거 보면 너무 궁금하지 않아요? 어느 분야에서 뭔가를 만들어 낸 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어떻게 자랐으며(그러니까 부유하냐 가난하냐, 이런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정련했는지...), 어디서 통찰을 얻었는지. 옛 위인전들도 훌륭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기업가 정신으로 자신의 삶을 끌어올린 현대의 위인들을 읽혀야 할 필요가... 막막 느껴지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_@;; 



이 달의 독서지출금액 한계선은 일찌감치 다 채웠는데 달초 설정한 독서분량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재기로는 일등 먹고도 남겠구만... (알라딘에서는 아닐 것 같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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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제르맹 소설 읽어보고 싶다 생각한 게 이 책이 처음이 아닌데 어째 여태껏 한 권도 못 읽었음을 새삼 깨우침... 이 작가의 무엇이 그렇게 끌어당겼을까 천천히 살펴보다 보니 제목의 두 단어들이 맺는 관계 사이의 간격에서 내가 만들었던 공상들이 그런 기대를 부풀렸던 게 아닐까 싶다. 기대된다!



학교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던 사람들이 학교가 계속 이래도 괜찮을까... 라는 문제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난 그건 유현준 교수의 덕분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가 열심히 학교 공간에 대해 발언했던 덕분에 그나마 그 공간의 중요성과 현재의 문제성이 조금은 알려졌고 개선 가능한 부분부터 손대보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처럼 앞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한 사람들과 또 같은 뜻을 품고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변화의 시작이 움텄을 것이다.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곳에서 나타났다는 이유로 악마의 화신이라는 오해를 받는 한 소년이 화형당할 위기에 놓인다. 다만 한 아이만이 소년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고군분투한다... 는 스토리 라인. 궁금해서 아마존 찾아봤더니 평점이 상당히 좋고 리뷰도 호의적이다. 한 리뷰의 제목이 재미있었는데, '당신이 무얼 알고 있다고 믿건 간에 어쨌든 계속 놀랄 수밖에 없을 걸!' 이라고. 약간 어두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재미있는 스토리일 것 같아요.



0호를 읽었었는데 좀 놀랐다. 이런 잡지가 나오고 팔리는구나...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ㅎㅎㅎ 나쁜 뜻이 아니라 정말로 놀랍고 좋았어서... 흥하시기를!



이 책의 띠지에서 눈을 뗄 수 없다. 간병... 언젠가 우리에게 가까운 이에게 닥칠 일이고 우리에게도 닥칠 일 아니겠는가. 더욱이 출생인구수가 수직낙하하고 있는 요즘에는 노인 문제라든가 연금이라든가 뭐 기타 등등 이런 이슈가 나올 때마다 몸이 움츠러든다. 간병도 남의 일이 아니다. 병은 공평하게 찾아올 텐데, 참,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연필들의 수다 삼매경이랄까. 아이가 잠든 밤 필통 속의 연필들은 하루종일 있었던 서로의 노고와 안부를 주고받으며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이 이야기는 어쩐지 읽으라고 주기보다 옆에 앉혀놓고 소리내어 읽어주면 더 좋겠다. 눈으로 읽는 수고를 덜면서 머릿속에선 내 필통 속 연필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상상에 빠지는 아이도 있겠지.



열 살 전후의 아이들을 전사로 키워내는 곳이라. 어째선지 저 대목을 보는 순간 나는 소년병으로 키워지는 아이들이 떠올라버렸다. 판타지는 판타지인데 많이 어둡겠다. 설정은 아주 흥미로운데 마지막권이 연내 출간 예정... 이라고 안내돼 있는 것을 본 순간 그냥 완간되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죽음을 주제로 다룬 책이라 무겁고 슬플 수 있다. 그럼에도 10대 초중반 아이들이 이 무거운 주제를 사건사고면보다 잘 쓰인 소설을 통해 접하고 잘 갈무리해 내면에 간직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들은 자기를 중심에 놓고 사고를 확장해나가며 자라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사고의 중심을 역전시키기도 한다. 그럴 때 우주와 진화가 곧잘 대화의 주제로 올라온다. 바로 그 시기에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아... 무슨 병이라면 이젠 좀 싫지만, 이 책은 예외로 할까. 

이형성 변이 증후군, 일명 뮤턴트 신드롬은 일종의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버린 청년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병이다. 그리고 (아마도 화자인 듯한) 어머니는 고등학교 중퇴자인 아들이 한 마리의 징그러운 벌레로 변해버린 것을 알게 된다.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지만, 넘어가고. 그리고 이제 이 대목을 넘어가면 이 소설의 진면목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읽고싶다!는 마음을 별점으로 매긴다면 이건 다섯 개 너끈히 줄 수 있다. 



솔직히 에세이 범람의 시대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럴 때 이렇게 자기 기준을 확실히 말하는 편집자가 있다면, 그리고 그 책이 꽤 괜찮다면, 그 편집자가 출간한 책은 믿어도 되지 않을까. 더불어 그/그녀가 일하는 출판사도. 



제목이 먼저 오, 이건 뭐지- 하게 하긴 했는데, 저자 파일을 읽다가 내 눈을 반짝하게 만든 건 이거다. 그러니까 김혼비 작가 말고 저 분이 바로 그 '진짜 다른 의도 없이 술만 더 마시고자 했던 바로 그 분' 이로구나.. 하는 정보. 무슨 말인지 아시는 분은 <아무튼, 술>을 읽으셨겠군요. 



가끔 시적인 에너지를 재공급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시집을 읽으면 참 좋겠는데, 나는 그림책이 좀 더 맞더라. 아마 내가 한때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림에 들어있는 색감과 질감과 양감... 동세... 그런 모든 요소들의 음악성과 문학성, 서정성, 그런 의미를 읽어내는 게 더 체질화돼 있기 때문이겠지.





고요한 밤입니다, 들러가시는 분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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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몽롱한 아이디어가 부분적으로 오싹한 상상이 되어 짜낸 이야기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아이들은 무엇이든 크게 받아들인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별 것도 아닐 일을 정말 크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그런 아이들의 심리와 작가의 상상력이 만난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나무가 된 아이>는 교실에서 아이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말 그대로 나무가 되어버린 아이의 이야기인듯.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 9, 10권이 동시 출간되었다.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고 되어 있던데 그럼 김동식 소설집 시리즈는 이것으로 막을 내리고 다른 기획에 들어가는걸까. 사실 나는 3권까지 읽고 이후엔 미처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김동식 작가의 매니아가 된 중딩이들 덕분에 뒷 권들 내용을 다 알아버렸다. -_- ... 이번엔 내가 먼저 읽고 얘네들한테 다 스포일해버릴까. 훗. 



사실 나는 귄터 그라스를 읽어본 적이 없다. 일단은 작가가 그래픽 아트를 전공했다는 이야기가 금시초문이었고, 표지의 고양이 그림이 작가가 직접 그린 것이라는 게 그림의 인상을 넘어선 강렬한 충격이었다. 전달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글 말고도 또 있는 작가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늘 생각하는데, 귄터 그라스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구나. 

그리고 마지막. 나치 이데올로기를 고발한다, 라는 소개글에 낚임. 지난주에 읽었던 엘리 위젤의 <나이트>가 너무 힘들었어서 당분간 나치 이야기는 외면하고 싶다... 생각했는데, 방관자도 동조자다, 결국 그 준엄한 말의 위력에 굴복한다. 맞다. 아무리 힘들어서 외면하고 싶어도 그래선 안 된다. 결국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위해를 가하는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니까. 



편견은 정말 무섭다. 대부분의 경우 이 놈이 이성을 압도해 먼저 컨트롤 패널을 잡기 때문이다. 내가 옹졸하고 편협한 소리(행동)를 했구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물이 엎질러진 뒤였다. 우리는 왜 자꾸 편견을 가질까. 편견이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것 같은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편견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왜 그런지를 공부해야, 조금이라도 그런 경향을 덜어낼 수 있겠지. 추천사가 너무 재미있는 게 있어서 가져와봤다.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정말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처음 듣는 이름의 작가인데 간단명료하면서 감추는 게 몹시 많은 것 같은 저 제목이 아주 눈길을 끈다. 요즘의 책 제목들은... 사실 제목 읽는 것만으로도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그런 게 좀 많아서... 뭣보다도 저 표지의 일러스트가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절반은 다 말해주고 있지 않나 싶다. 정교하고 사실적이면서 좀 몽상적이고 목덜미가 간질간질하다 쭈뼛 소름이 돋을 것만 같은. 



섭스크립션 서비스가 워낙 종류가 많아지면서 이젠 트렌디한 느낌은 좀 사라졌지만 여전히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까 싶다. 아직 구독경제에 관한 책은, 마음만 앞섰지 제대로 읽은 건 하나도 없긴 한데 경제 모델의 흐름도를 파악하고 있으려면 한 권쯤은 꼭 읽어야 하지 않나 싶다. 



김정선 선생님이 내신 맞춤법 책. 이건 뭐... 그냥 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자본과 연합한 기술의 침공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러시코프는 인류가 개인주의 대신 연대하여 team human이 되어 저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은 어디까지 밀고 들어올 것인가. 기술을 통제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간 것 같고 더 이상 잠식당하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하는 일만이 남은 것 같은데 그 문제에 대해서 저자가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지...



어린 시절에 공간에 대한 아주 미약한 지식이나마 얻어들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공간 감수성을 얼마나 다르게 키우는지를 적나라하게 봤던 관계로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공간을 체험하게 해 주고 관련 지식을 (책으로 밀어넣어줘야한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필요한 순간에 건네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공간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에 따라 결국 도시의 질이 달라질 테고 궁극적으로는, 아주 거창한 곳까지 영향을 미칠 테니까...



어린이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인 듯한데 주인공이 아주 맘에 든다. 또래보다 작은 체구의 청각장애 소년이란다. 당연하지, 사지 멀쩡한 아이들만 모험의 주인공이 되라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런데 이게 그런 감각에서 '잘' 쓰인 소설인지는 아직 읽어보진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다. 



인간처럼 진화한 개들의 이야기. 인간과 개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이 설정에서, ... 적어도 아이들은 뭔가 '...' 하고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은 느낌. 



문화는 애초에 문명과 같은 의미였다고 한다. 지금은? 지금은 문화는 거의 자본의 노예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문화에 대해서 테리 이글턴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문화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문화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 왔으며, 무엇을 해야 할까. 



루이 비뱅 말고도 늦은 나이에 그림에의 열정을 불사른 나이 든 화가가 한 분 있다. 모지스 할머니는 이제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모지스 할머니 말고도 이렇게 그림을 열심히 그려서 화가로 이름을 떨친 분이 계실 줄은 정말 몰랐다. 모두가 비슷한 환경에서 자기의 삶을 살고 있음에도 누군가는 거기에서 뭔가를 항상 더 이루어내곤 한다. 이런 분들을 보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잠깐이라도) 사뭇 강렬해진다. 



이거 우리 중딩1호가 맨날 걱정하는 건데 딱 그 스토리로 소설이 나왔네... ㅎㅎㅎ 

과거의 바이러스가 현대의 우리를 습격하는 바로 그 스토리. 음... 영화화한다는 띠지를 보니 아주 드라마틱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듯한데 어떠려나.


지난 주도 책 많이 사시고(... ㆀ) 책도 많이 읽으셨기를... 이번주도 열심히 읽는 한 주 되세요 :)

이번주의 목표. 다음주 신간 정리 하기 전에 최소 3개의 포스팅이 사이에 끼어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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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라는 건 인간의 오래 묵은 내적 욕망 아닐까. 겉으로는 더이상 남들이 알던 내가 아닌 모습으로 뒤바꾸는 일. 내면의 나는 그대로의 나이기도 하고 간혹 그 안쪽까지 내던진 새로운 나이기도 하고. 원제 그대로 shapeshifter가 정확히 그 의미를 반영한다. 왜 우리는 가끔 모습을 바꾸고 싶은 욕구에 흔들리고, 그런 존재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비하기 좋아할까. 변신하는 존재에 얽힌 욕구의 역사이기도 하겠다.



꽃 잡는 일을 직업으로 할까, 아주아주아주 오래전에 진지하게 고민한 시절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 지금은 이해할 수가 없는데 대신에 나는 대학원을 가버렸... orz 요즘은 그냥 근거리에 있는 꽃시장까지 운동삼아 걸어가서 한두단 정도 가져와서 아무렇게나 꽂아두는 걸로 기분전환을 하기도 하는데, 이왕이면 좀 예쁘게 꽂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 



공부만이 살길이다, 이러는 중딩1호와 달리 공부따위 개나줘라, 를 모토로(니네 나한테 왜그래) 삼는 중딩2호는 유튜버 워너비이기도 하다(엄밀히 말해서 이미 채널 하나를 운영하다가 에너지 달린다며 닫아버린 전적이...). 요즘은 영화리뷰 채널을 만들겠다며 죙일 노트북을 끌어안고 있더니만 만날 저작권때문에 머리를 쥐어싸매던데, 아주 딱이겠다 그냥. 



작년 가을엔가 막내가 나한테 와니니 3권을 빨리 사달라며 성화를 부렸었다. 성의없이 검색창만 몇 번 두드려 보고는, 저기 누구야, 와니니는 2권이 끝이야. 네가 뭘 잘못 안 것 같은데. 그랬더니 그럴리가 없다며 엄마가 몰라서 그렇지 3권이 분명히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거다. 아니라고! 나도 같이 버럭하고 그 뒤로 잊어버렸는데, 신간목록에 이것이 뜬 것이다... 두둥. 

되게 멋쩍어갖구, 미안해 얘, 와니니 3권 나왔더라, 알려주니까 옆눈을 한 채로 허리에 손 하더니, 이러는 거다.

내가 뭐랬어. 

잘나셨어요 증말... 



요즘 진짜 수학 책 많이 나온다. 요즘 수포자들은 좋겠어... 라고... 과거의 수포자였던 나는 생각한다. ㅎㅎ 



나는 이런 책 정말 좋아한다. 그냥 간단하게 음식과 인생 이야기 정도로 부르자. 레트로 느낌 가득한 표지도 정말 마음에 들고(표지가 별로면 영 마음이 안 가는 1인), 저자 이력도 범상치 않다. 컬리너리 아마추어였던 저자는 프로페셔널하기 짝이 없는 미국의 요리학교  CIA에 입학하기 위해 알지도 못하는 넷상의 사람들에게 입학 추천서를 써달라는 괴이한 부탁을 하고, 이렇게 모인 추천서가 1500장이었다고. 와우. 과연 그 학교의 입학서류 심사관은 어떤 기분이었을지 꼭 물어보고 싶... 저자가 그걸 물어봤을까? 난 왜 이런 게 궁금하지??? 



그녀의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저자가 쓴 자기소개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선데이스쿨에서 네 살짜리 한국인 어린이를 가르치기에 충분한 수준의 한국어를 배웠다고. 그러니까 그건 도대체 어떤 레벨입니까 바우어 선생님? 미국인의 기준에서 4세라면 대략 6세라는 이야기인데... 

중딩1호는 그녀의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를 2번 정독했는데, 그녀의 저서에 역사적 오류가 있다며 (우리나라 관련해서였던걸로 기억) 굉장히 광분한 적이 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그래서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다 주며 한국말 요 정도 할 줄 아신대, 메일 보내서 물어봐, 제 생각엔 이건 이러한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시냐고 물어봐~ 꼬드겼는데, 수학 때문에 바쁘다고 대차게 거절당했다. ㅠ.ㅠ 세상에 이렇게 지적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무때나 생기는 게 아닌데 왜 안하지? 왜때문에 안하지??? 아무튼. 이건 저 책보다 조금 업그레이드 된 버전인 것 같은데 살까 말까 고민되네. 이왕 세계사를 다시 훑는다면 다른 저자의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수전 와이즈 바우어가 참 재미있게 쓰긴 한다. 



음... 출판사가 걸리죠. 저도 좀 그래요. 그런데 이렇게 획기적인 기획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사전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고, 언어라는 걸 무조건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1인으로서 사전이라는 귀한 책은 아묻따 그냥 품어주고 싶은 마음이 좀 있네요. 사전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이러니 제가 미우라 시온을 얼마나 좋아할지 아시겠죠. ㅎㅎ)



이 대가가 이 주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면 입 다물고 귀를 쫑긋 열고 들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일테면 찰리 멍거라든가 조지 오웰이라든가 토미 드 파올라라든가 기타 등등. 마거릿 애트우드라고 왜 아니겠어요. 



사람의 경우와 비슷하게 가보지 않았어도, 그곳에 속해보지 않았어도 짝사랑하듯 마음에 새겨두는 도시가 있고 공간이 있다. 물론 현실은 잔인해서 실물의 인간도 그렇듯 실제의 도시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더 많겠지만, 벨 에포크를 배경으로 그렸다는 이 책은 그냥 그저 아름답기만 할 듯. 



십대가 머무는 공간에 대한 앤솔로지라고 소개돼 있다. 다만 그게 실제의 공간뿐만 아니라 가상공간- 그러니까 SNS라든가 게임 같은, 그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삶과 고민이 녹아들어간 이야기는 그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줘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는 어른들에게도 종종 필요하다. 왜? 아이들은 순순히 말을 안 해주니까! 



살면서 여러 가지 일들에 뒤통수를 맞아 봤다. 사람한테도 맞아 봤고 사회적인 일들에게도 맞아 봤다. 전자와 달리 후자는 공부하고 눈을 키우면 피하든가, 적어도 빗맞을 수는 있더라. 그래서 아주 죽어라고 공부를 해야 한다. 학교 다닐 때 그 어떤 선생님도 죽는 날까지 공부해야 된다는 건 아무도 안 가르쳐 줬다.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해 줬다. 입시 공부 끝나면 공부 쫑일 것 같지? 아니야. 아주 그냥 관뚜껑 덮는 날까지 공부해야 돼. 근데 좋은 소식은,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좀 재미있어. 



패티 스미스 책을 읽을 거다, 읽겠어, 읽을 거거든? 이라고 도대체 얼마나 오래 결심을 다져 왔는지 그 결심이 으스러져 즙까지 쭉쭉 다 빠졌을 것 같은 이 시점에서 또 새 책이 나왔네. 일단 저스트 키즈부터 읽고, 그리고 도장 깨기 들어갑시다! 



Curious George의 노란 모자 아저씨다! 왠지 내겐 아우구스토 레이가 곧 노란 모자 아저씨다. 별도 좋아하는 느긋하고 장난기 많은 아저씨. 우리 사는 곳에선 별은 거의 보이지도 않지만, 혹시라도 코로나가 정리돼서, 여름쯤 친정 시골집에 갈 수 있으면, 별도 구경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작년에 미국에서 중학교 다녔을 때, 중딩1호가 수강했던 과목 중에 포렌식 사이언스가 있었다. 네 그거 맞아요. 범죄 과학 수사. 그런 과목이 다 있답니다. (아마 우리 동네 그 학교 한정이었을지도) 그 클래스는 늘 최고 인기여서 수강신청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맞먹었더랬... 이 책을 보니 그 수업 교과서로 아주 딱이겠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가 일본인이네... 포렌식 수업 담당교사도 일본인이었는데... 



사실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죽도밥도 아닌 이유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나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거다. 적당히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다는 거. 뒤집어서 말하면 다음과 같다.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밑줄 쫙. 이 문제에 관한 한 가장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사람은 바로 같이 사는 분 -_- 인데, 그냥 그 잡다한 취미 싹 다 정리하면 안 되겠냐고 아주 분기별로 한 번씩 냉철하게 지적을 하시는데, 음... 사는 게 무기력한 것보다는 완벽하게 못 해도 적당히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것도 나름 꿈틀대는 지렁이 재주라 생각하고 즐겁게 살겠다는 게 내 인생 포부다. 물론 본분은 다 하려고 노력중 (이것도 밑줄 쫙)이기는 하다. 여하간, 그래서 그 제대로는 못 하는 것 중에 베이킹도 들어가는데, 이거 되게 재밌어 보인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아예 실용서 리뷰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놓을까 싶기도 하네. 이 책은 보고 따라할만 합니다. 이건 화보용입니다. 이렇게. ㅎㅎ 



목차를 살펴보기도 전에 이 책을 이번 주 관심신간에 묶어둔 건 이 강렬한 제목 때문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배타성이 너무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고 있다는 느낌이 소름돋게 들었다. 모빌리티 엘리트라는 개념이 몹시 새로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관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를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게 더 소름끼쳤다. 다들 열심히 사회를 진단하고 나름의 처방을 내리고 있는데, 현재의 사회병리적 이슈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어디쯤 가 있는지 모르겠다. 



일러스트 보자마자 기절할 뻔. 아니 이건 너무 심장 아프게 귀엽지 않습니까아아아아...



사실 나는 호빗 책을 갖고 있다... 고 말해야 할까? 내가 갖고 있는 건 이십 년은 족히 묵었지 싶은(더 됐나... 기억도 안 나네) 1988년에 창비아동문고로 출판됐던 <호비트의 모험>인데, 보다시피 아동문고로 나온지라 아마도 많이, 많이, 마아아아아니 삭제 편집이 된 버전이 아닐까 싶다. 완역판인데, 갖고 싶지 않을리가!!!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는 어제보다 좀 더 발전적인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하고 사회도 마찬가지로 진보해야만 한다. 그 진보는 당연히 윤리적으로 타당한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신경하게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소외시켜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도덕적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단초로 삼기에 적절한 책이겠다.



오랫동안 절판이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새로 나온 듯. 아이들에게 철학의 세계로 가는 첫걸음을 떼어주고 싶다면 제일 쉽고 좋은 책이 아닐까. 저 단순한 그림 속에 엄청난 심오함이 똬리를 틀고 있다.



나는 저 표지에 보이는 "순진하면 무능해진다"를 "이 세계의 시스템을 믿고 있으면 안 된다"로 받아들였다. 대체로 나는 어릴 적부터 그런 편이었다. 아마도 레밍의 존재를 배운 시점부터 나는 각자도생을 어느 정도 믿었지 싶다. 그러나 단 한 순간도 사회에 대한 믿음을 버린 적은 없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는 현상의 뒷면을 생각해야겠다. 어쨌건 간에,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이야기하는 책들에는 대부분 어떤 종류의 인싸이트가 있긴 하더라. 



관계가 삶 자체가 되어간다, 는 건 너무 진리 그 자체인 것 같은데 거기에 뭘 덧붙일 게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 쓴 사람이 패트릭 모디아노잖아... 아포리즘은 사절이지만요, 문득 그것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라면 언제든 환영. 



위에서도 한 번 언급했던, 음식과 인생 이야기. FOOD MEMOIR라고 부르기엔 저자의 나이가 아직 어린 듯하여. 

대체로 맛있는 것들이 나오는 책들은 글도 맛있더라. 정말로! 


다 쓰고보니 몇 권 되지도 않는데 시간은 왜 이리 훌렁 날아가버린 것일까... 의문이다. 매번 이래! 시간에 쫓기는 앨리스의 시계토끼가 된 기분으로, 저녁밥 준비하러 부엌으로 달려갈 시간이 되어서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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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복잡하게 고민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하자... 일 듯.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들이 거의 그렇다. 뭘 그렇게 걱정해, 괜찮아, 다 괜찮아. 너 같은 사람 많아. 사실 나도 그런 적 있어. 이런 친구들도 있어, 그러니까 고민하지 마. 낮고 친절하고 유머스럽다. 아이들에게는 공감의 깔깔거림을, 어른에게는 향수어린 고개 주억임을.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작가의 유명한 전작들의 뒷이야기 모음집이라고. 딱히 주인공이었던 인물이 아니라 지나가던 인물의 뒷이야기일수도 있는데, 전작에서는 크게 비중 없었던 인물이었어도 여기서 다룬 이야기들은 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이야기의 무게중심은 조금 바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다 제가끔의 이야기를 품고 사는 존재들이라는 거, 다만 어떤 순간에 주목받는 역할이 아닐 수도 있는 거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기후위기 사회에서의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가, 를 다루고 있는 듯하다. 현실의 부분적 고발, 진단, 비판. 이 주된 내용인 것 같고 제언은 좀 약하지 않을까를 목차만 보고 대강 짐작해 봤는데 뚜껑 열어보기 전엔 모를 일이다. 아무튼, 지금은 정말 닥치는대로 기후문맹이신 분들께 작금의 위기상황을 깨우쳐 주는 게 최우선이므로, 일단 먼저 입을 여신 분들의 말씀을 경청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제목도 표지도 구덩이 같다. 입을 벌리고 선, 뻔히 보이는 구덩이. 왠지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과 마주칠 것 같아서 피하고 싶은데 계속 눈길이 가는. 추천사들을 읽어보니 나의 지레짐작과는 많이 다른 모양이다. 독특한 문체, 비범한 시선, 이런 것들이 눈에 띄는데 누구에게나 독창성은 있다. 다만 그 독창성이 나의 어떤 정신적 지점을 매만져주고 갈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고 비껴 지나가고마느냐가 문제인 것이지.



전작을... 구입을 해 놓고도 여즉 못 읽은 1인으로서 저자의 다음 책을 구입해도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주 약간 소비의 윤리적(제깐에는) 고민을 동반한다. 여하간, <기업가 정신>을 가훈으로 삼고 있는(진짜다. 이게 고색창연한 붓글씨로 씌어져서 표구돼 있기까지 하다 ㅎㅎㅎ) 동생을 둔 누나로서 1인 사업가들의 등장에는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 네, 그래서 다들 창업을 어떻게 해서 어떻게 유지하고 있다고요, 데이비드 색스 씨? (아멜리아라고 쓸 뻔했다) 



나는 고전을 좋아하는 쪽인가, 물으면 우물쭈물 '그래야 한다는 강박은 여전히 부분적으로 남아 있지만 솔직히 다른 재미있는 읽을 거리도 넘쳐나는 세상에 뭘 굳이... 그래도 여전히 제대로 다시 읽어야겠다는 부담은 있고요' 라고 대답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왜 고전이 여전히 사람들을 끌어당기는지, 얼마나 다층적인 해석이 가능한지, 왜 그것이 유난하고 질기게 장수하고 있으며 어쩌면 불멸할지도 모르는지를 누군가가 이야기해준다면 기꺼이 설득당할 의사가 있다.



나는 이런 분들이 정말 너무 좋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자기 본업에도 더할나위없이 충실하면서, 자기에게 주어진 조건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분들. 존경합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삶의 태도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행복을 추구할 것. 



나는 이런 제목... 그러니까 이토록 야심만만한 제목을 보면 마음이 쪼그라든다. 내가 쓴 것도 아닌데 왜때문에 내 마음이 찝찝한 거냐고. 설마 저 장대한 질문을 저자 본인이 다 커버할 수 있다고 정말 믿어서 저런 제목을 붙인 건 아니겠지. 보통 제목은 편집자의 입김이 꽤 들어가는 것 같던데 편집자가 저렇게 붙였을까. 조금만 더 겸손한 제목은 안 되는 거였을까. 문학에 인격이 있다면 너 따위가 감히, 하고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고함쳤을 것만 같단 말이다. 아무튼. 이 야망에 찬 제목은 열외로 하고, 내용만큼은 아주 궁금하다. 



어른 되기가 유예된 사회의 청년들, 이라는 부제를 보자마자 생각난 책이 있다. 엄기호 선생님과 하지현 선생님의 대담집인 <공부중독>에서도 사회에서 1인분의 몫을 해내지 못하고 성장이 멈춰버린 어른 아닌 어른이 되어버리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지는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던가보다. 아이들이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면, 과연 이것은 누가 초래한 문제일까?



끝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만 해도 끝에 관련된 기억들이 좋은 건 별로 없으니까. 끝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그림책이라면 한 번쯤 열어보고 싶다. 책은 바로 그런 이유로 읽는 거니까.



스토리킹 문학상은 진작 알고 있었는데 틴 스토리킹은 아마도 10대 대상의 소설로 새로 만들어진 문학상인가보다. 제목 그대로인데 어느 날 갑자기 오빠가 갑툭튀했고 이게 뭔데??? 라고 반발한 주인공이 오빠의 정체를 밝히려는 게 메인 스토리인듯. 우리집 책입맛 다른 아이들에게 맛보여주고 싶은 막 그런 충동이... :)


연휴가 끝났다. 거의 끝나려고 한다. 만만세다. 진짜 힘들었다. 진짜진짜 힘들었다. 다시는 못해먹겠다 싶을 정도로. 난 차라리 차례 지내고 식구들 들러서 한바탕 난리치고 가는 명절 행사가 낫지, 집에서 계속 툴툴대는 소파혼연일체형 아저씨를 계속 봐줘야 하는 명절은 정말 진심 괴로워서 못 견디겠다. 아, 얼른 지나가버려라, 이 연휴야.

내일 출근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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