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친한 친구에게 '김원영 작가님과 녹음을 하다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하고 아무리 열심히 설명했다 한들 그 순간의 감동을 내 것처럼 느끼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 반응들을 보고 '공유'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새겼다. 무언가를 전한 것이 아니었다. 함께 느낀 것이었다. 우리는 그 순간을 '공유'하게 되었다. -196쪽


나는 이 대목을 읽다가, 공감과 공유의 의미차가 시차에서도 약간 발생하는 건 아닐까 조금의 의심을 품게 되었다. 어떤 낱말들은 이러구러 쌍둥이 형제 같아서 여기에 저놈이 저기에 이놈이 가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데 그런 나태한 용인 아래서 단어들은 조금씩 메워져 얕아지고 납작해진 나머지 둘 중 하나는 자멸하게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떠돌아다녔다. 

부대끼다 사라지는 낱말들을 상상하다보니 조금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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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최근 위로를 받은(?) 책 두 권이 여기 있다.



이 책은 <아무튼, 뜨개>에서 건졌는데 제목부터 어쩐지 나를 위해 쓰여진 책인 것만 같았단 말이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건 없으면서 하고 싶은 건 되게 많은...

애들한테 맨날 하는 말이 나는 아직도 되고 싶은게 겁나게 많거든, 그래서 배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서 되게 바빠. 니네도 그렇게 살면 좋겠다. 그러긴 하는데, 이러고 다니다 보니 원치않게 동네에서 좀 철딱서니없는 엄마로 찍힌 것 같다. 아무튼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건 얼마나 정신건강하고 좋냔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같이 사는 분께서 너는 참 맨날 바빠서 좋겠다, 비아냥인지 질투인지 모를 멘트도 날리긴 하지만 그럭저럭 감당하고 산다. 


다 읽은 게 아니어서 리뷰를 쓸 순 없고 다만 의외로 세상엔 이러저러한 것들을 쑤석거리면서 사는 사람이 이토록 많았구나 하는데서 묘한 위로를 얻었다. 읽는 동안 아마도 계속 동지 만난 기분일 듯. 



신간리스트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책은 I(내향성)타입의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도나도(!!!!!!!!!!!!!)를 외치게 되지 않을까. 하다못해 데비 텅의 인스타그램 최근 게시물에 하트라도 꾹 누르고 나오고 싶어질 듯. 그런데 E 타입 독자들도 꽤나 공감할 포인트가 많았다. 세상에 책만큼 재미있고 책만큼 유익하고 책만큼 비용이 덜 드는 취미도 없는데 세상 이렇게 떳떳한 여가생활이 또 있을까 싶은데 그런데도 책벌레들은 왠지 남들 눈치를 보게 돼... 눈치보지 말고 살아야겠다, 으쓱. 이런 결심을 또 하지만, 우리집엔 벌레 두 마리가 번갈아 책을 사들이느라 어쩌다 낯을 익힌 택배기사님하고 마주치기라도 하면 민망해서 죽을 것만 같다. 


코로나 때문에 명절때 가족모임도 금지되어서 좋은 점 한 가지.

니네는 책 좀 작작 사들여라, 제발 좀 갖다 버려라(내년쯤 되면 노후대비는 하고 있냐 말도 나올 것 같아), 이 소리 올해는 안 들어도 되겠구나. 그거 하나만큼은 어머 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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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들은 일인분으로 지나치게 많은 양을 제공한 것과 값싼 고지방 재료를 사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아빠는 콧방귀를 뀌면서 신문을 내 앞으로 밀었다. 그러고는 경멸조로 말했다.

"모든 것이 늘 다른 사람 잘못이라는 거야."


내가 기사를 훑어보는 동안 아빠는 인간은 결단력 없는 동물이라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마침내 아빠는 오트밀 그릇을 옆으로 밀어버렸다. 그러고 엄마와 나에게 자기가 비만인 것은 돼지처럼 먹기만 하고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아빠는 고백했다.


"다른 사람 잘못이 아니라 바로 내 잘못이라고!!"


-137-138쪽


아저씨 진짜 완전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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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이도우 산문집
이도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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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소설이란 말 정말 예쁘지 않은가요.

엽편소설이라 부르는 이 장르는 단편보다도 훨씬 짧아 나뭇잎에 다 쓸 수 있을 정도로 짤막한 이야기를 부르는 말입니다. 저는 처음 작가의 전작(맞는지...)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처음 만났어요. 해원의 이모와 책방지기 은섭이 나뭇잎 소설 배틀을 벌이죠. 세상에 뭐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결투가 다 있나 싶은 그런 배틀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도우 작가의 산문도 좋지만 갈래 갈래 꽂아 바싹, 납작하게 잘 마른 나뭇잎들처럼 박혀있는 나뭇잎 소설들이 백미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짧디짧은 몇 페이지의 이야기가 전부인데 그 안에서도 계단을 올라가고 언제 내려가야하나 조마조마하다가 시원하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그 잔재미가 다 살아있다는 게 참 재미있어요. 이야기의 재미는 사람의 마음을 움켜잡았다 천천히 놓아주는 순간에 전신에 퍼지는 안도의 한숨과 같이 번져나가는 게 아닐까 싶어져요.

화분을 배달하려고 전화를 건 기사가 알아볼 만한 지형지물을 알려달라고 하자 느닷없이 큰 나무의 나뭇가지, 꼼짝않고 서 있을 어떤 트럭 등을 나름의 랜드마크라고 생각하여 설명하며 허둥지둥하는 주인공에게 과연 화분이 제대로 배달될 것인지,
소설 속 주인공이 불렀던 노래를 직접 만들어 본 독자는 이제 이 노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깨질 것 같은 분위기의 독서모임에서 매니저 대신 분위기를 쇄신해보고자 하는 회원이 올린 이달의 글감은 무엇일지.
책집사라는 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어쩌면 이 작은 이야깃거리 하나가 밑그림이 되어 나중에 길고 풍성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도 합니다.

여름과 가을보다 봄과 겨울에, 마음을 여미거나 풀어놓기 시작하는 그 때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딱 그 정도로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글들이라, 여름엔 녹아버릴 것 같고 가을엔 그냥 바람에 휩쓸려 갈 것 같거든요. 


그날의 경험 탓인지 같은 풍경을 다른 버전으로 다시 바라보는 일을 좋아한다. 다양한 사람과 번갈아 나누는 대화보다 한 사람과 여러 번 반복해서 나누는 대화가 그렇지 않을까. 같은 위치와 각도에서 낮과 밤 사진을, 여름과 겨울 사진을 꾸준히 찍다 보면 어느새 그 대상을 사랑하게 된다.
소설을 쓰는 건 그래서인 것 같다. 정든 대상을 혼자서 보고 느끼기엔 아쉬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 기왕 들려준다면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우리 마을에 작고 아담한, 무슨 사연이 숨은 듯한 폐가가 있습니다. 그 폐가를 어떤 청년이 빌려서 책방을 열었습니다.'라고 쓰고 싶었다.

내게 살아가는 일은 늘 혼자 정드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빈 시골집과 사귀고 영하로 떨어지면 나타나는 논두렁 스케이트장과 사귀지만, 그들은 나를 알 리 없고 인식조차 하지 않는 존재들이라 실연당할 일도 없다. 아무도 모르는 그 짝사랑을 글로 옮겨서 고백하는 건 역시 같이 정들었으면 하는 마음 탓인가 보다. -27쪽


방대한 영토가 필요한 세계는 영화가 아니라면 구현하기 어렵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빵집이나 세탁소, 책방 같은 공간은 같은 간판을 달고 우리 동네 골목에 나타나도 그리 이상할 건 없다. 비슷한 상상을 하는 이들과 독서 모임 하듯 둘러앉아 실제로 방문하고 싶은 책 속 가게들의 리스트들 적어본다면 즐거울 것 같다. 검색하면 전화번호와 위치가 뜨는 가상의 어플을 만들어도 재밌겠고, 가게 모습이 팝업처럼 솟아오르는 그림책이 있어도 소장하고 싶다. -189쪽


때로는 한정된 공간에 묶여 있는 것이 아무런 방해나 한계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옥중에 몇십 년을 갇혀있어도 기어이 시와 산문을, 책을 쓰는 이들이 있듯이. 조지 오웰이 말했듯 '감금을 견딜 수 있는 건 자기 안에 위안거리가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던 셈이다. -208쪽


좋은 시절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말 지겨운 나날이고 사는 게 엉망진창이라고 투덜대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때가 지나면 비로소 알게 된다. 돌아보니 참 좋은 날들이었구나, 그땐 왜 몰랐을까 라고. 좋았던 시절은 그 무렵엔 느낄 수가 없지만, 한 시절에 이별을 고하려는 순간 새삼 좋은 날이었음을 알려주어 고맙고 서글프게 한다. -288쪽


언젠가 지쳤구나 싶을 때 은퇴를 하고, 가진 것을 팔아 작은 트럭을 장만해 바닷가 마을로 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나뭇잎 소설 라이팅 트럭'이라 쓴 간판이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반갑게 커피도 따라주고, 주문받은 짧은 이야기를 써서 종이를 돌돌 말아 리본으로 묶어 건네고 싶다. 답례는 조그만 라탄 바구니에 넣으면 된다.
어쩌면 나는 그들에게 '제시어'를 달라고 청할지도 모른다. -249~250쪽 


뱀발! 소설집이 아니라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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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정혜윤PD의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요즘에야 꽤 열심히 독서기록장을 써 두지만, 말 그대로 요즘 와서다. 예전에는 책을 읽으면 마지막 장을 덮기가 무섭게 잊기 시작했다. 아주 인상적인 몇 권이 아니고서야 망각의 바다로 사라지는 것도 운명이지 뇌까리면서(별로 자랑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혜윤의 이름 석 자를 마음 속 어딘가에 강하게 새기게 한 책은 지금도 알고 있다. 



이 책이 좋아서, 정말 너무 좋아서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을 모두 기억하고 싶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얼마나 훌륭한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알아야 할 진리들이 얼마나 많이 담겨 있는지를 말하고 싶었지만, 정작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좋아하는 만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실패해서 밤새 이불을 걷어찬 경험이 없을 사람은 없을 듯하니까, 내가 왜 말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이 책이 왜 그렇게 좋았는지, 그리고 아래에서 언급할 다른 책은 또 왜 그렇게 좋았는지를 곰곰 생각하다가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자기 목소리를 낮추었기 때문이다. 글쓴이의 자아가 비대하게 튀어나온 책은 껄끄럽고 불편하다. 꼭 읽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땐 네에네에 하고 읽지만, 뭐 어쩌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우러나온다. 그런데 정혜윤의 책들은 희한케도 그런 톤이 없다. 그렇다고 글쓴이의 정체성이 없는가하면 그런 건 아닌데, 그림자처럼 행간에서 조용히 문장과 문장을 바느질해 이어붙이는 정도의 존재감만 있다. 줄여 말하자면 겸손하다. 그건 아마 그녀의 직업과 성격과도 관련이 있을 거다. 정혜윤은 기본적으로 타인과 그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거기서 중요한 것을 건져 보기좋게 손질할 줄 아는 사람인 까닭에 정혜윤의 글들은 조용해도 힘이 있다. 정혜윤이 담은 타인들의 목소리가 책을 떠받치는 뿌리여서. 


질문은 같아도 대답은 다양하더라는 말이 아니야. 질문은 같아도 예상을 벗어나는 말은 늘 있었어. 우리의 타인에 대한 상상력은 늘 우리를 배신해. 타인은 우리의 상상력보다 클 수 있어. 나는 예측할 수 없음에 열광하게 되었어. -23쪽


우리는 끝없이 자신을 '증명'할 것을 요구받지. 프로그램으로 기획력으로 청취율로. 아마 다들 사정이 비슷할 거야. 각종 인사고과 평가가 있고 각종 자격증이 요구되고. 이런 세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설명하고 자신을 방어하느라 정신이 없지. 그러나 증명이 우리를 끝없이 강박적으로 만든다면 반대로 우리를 끝없이 풍요롭게 만드는 세계가 있어. 그건 '발견'이야.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할 때가 있어. -53~54쪽


우리는 어떤 가능성의 사람들일까?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을까? 우리는 누구일 수 있었을까? 혹시 내가 보고 있는 사람이 또 하나의 모차르트일 수도 있었을까? 기회를 갖지 못한 셰익스피어나 링컨일 수도 있었을까? 확실한 것은 말이야. 누군가를 알아본다는 것은 천국과도 같이 대단한 일일 거란 거야. 누군가에게 천국 한 채를 지어주는 거지-68쪽


그분은 이렇게 물었어요. '정 피디, 브람스 좋아해요? 브람스 교향곡 4번 4악장. 변주만 서른 번에 이르는 4악장. 파사칼리아의 무한한 변주. 정 피디는 정 피디 인생의 중요한 모티프를 서른 번 변주할 수 있나요?' -182쪽


우울증을 이겨낸 두 번쨰 방법은 동화책을 읽는 거예요. 어려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던 것들을 다시 꺼내서 읽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어린애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던 엄마의 마음이 다시 찾아와요. 동화책 읽을 때 제 자식 잘못되라고 읽어주는 사람 없잖아요. 제 자식 잘되길 바라는 사람은 자기 삶도 대충 살지 않잖아요. 내가 이러면 안 되잖아 생각하잖아요. 피곤해도 힘내잖아요. 그 마음이 살아나더라고요. -293쪽



이슬아는 그의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에서 이 책의 어떤 페이지를 통째로 외웠다고 말했다. 그 부분이 너무 좋아서(그게 뭔지는 당연히 책에 나온다) 그렇게 했다고 한다. 사실「마술 라디오」에도 비슷한 이야기에 대한 언급이 프롤로그 부분에 나오기는 한다. 

정혜윤의 책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몇 가지 핵심 낱말들이 있는데, 정혜윤이 살아내는 낱말들의 목록의 최상위단에 올라있는 게 틀림없다. 그 중 다른 하나는 확장이다. 인간을 한 두마디의 낱말로 축소시키지 말자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남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음을 말한다. 타인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싶어한다. 타인도 나와 다를 것 하나 없는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열심히 설득하려 한다.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말자고, 우리 안에 존재하는 타인과 타인에게 존재하는 나를 잊지 말자고. 


그래서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미래는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닮아가는 거야. 우리 자신이 보고싶은 미래 자체가 되어가는 거지. 그래서 내가 '가장 아름다운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할 때 내 마음속의 생각은 우리가 변화해야만 그날이 온다는 것이었어. 우리가 변화해야만 세상이 아름답게 바뀐다는 말이었어. 이것이 희망을 이 사이에 넣어둔다는 말이야. 희망은 별처럼 먼 곳에 있지만 그 별을 입으로 옮겨놓는 거야.

하지만 글이 여기서 종료된 것은 아니야. 아직도 할 말이 많아. 죽은 사람과 죽은 사람을 연결하는 우편배달부 역할을 했던 존 버거는 내게 영감을 줬어. 나는 '살고 싶어 하는 자'와 '살고 싶어 하는 자'를 연결하는 우편배달부가 되고 싶어. 우리는 아직은 오지 않은 아름다운 미래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24쪽


해마다 우린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을 하지. 다시 시작하자는 말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 것처럼 그런 결단으로 다시 듣고 보고 행해보자는 말이야. '다시'라는 말 아름답지? 아름다움의 역사에 가장 먼저 포함시킬 만한 단어야. 우린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거야.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힘 있게. 우리가 맺는 관계가 바뀐다면, 혹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꾼다면, 세상도 바뀌어, 이건 진리야.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눈을 뜨게 하는 관계로, 서로 쉼터가 되는관계로, 서로 안고 있는, 서로 팔베개를 해주는 관계로 존재한다면 그 미래는단지 미래뿐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까지도 바꿔놓을 거야.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미래를 가리키는 화살표, 이정표가 될 거야. -30쪽


그런데 이 말은 우리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나에게는 수많은 눈이 있다. 그래서 외로울 틈이 없다'라고 고쳐도 됩니다. 수많은 눈이 있다는 것은 근심 걱정하고 슬퍼하고 기뻐할 일이 많아진다는 뜻도 됩니다. 그런데 진짜 외로운 것은 나 말고 달리 걱정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입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나처럼 걱정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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