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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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트위터에 이런 트윗이 있었다. 20여년전의, 자살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 직전 마음을 바꿔 삶으로 다시 돌아온 그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 덕분에 지금 내게는 (당시로서는) 꿈꿀 수도 없었던 매일의 삶과 가족이 있다. 무엇이 미래에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 저버릴 뻔한 마음을 돌려주어서 너무나 고맙다고, 그 때 그에게 말해주고 싶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뉘앙스는 거의 이랬다. 즉,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삶과 죽음의 부실한 경계에서 서성이는 노라는 한때의 맷 헤이그와 같은 사람이다.

교조적으로 흐르기 쉬운 이야기임에도 그렇게 읽히지 않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경험과 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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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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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아이 좀 잠깐 봐 달라면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꼭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대차게 한 말씀씩들 하지? 옛날 생각나서 굉장히 분개하면서 읽었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였겠지만, 어떤 인물에게 대체 왜 저러는거야, 저러면 다 싫어하는 거 모르는지... 짜증스러워하면서 읽다가 문득 그게 '엄마' 집단에게 일반이 쉽사리 혐오감을 갖고 배척하기 시작하는 방식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누군가가 일반 상식과 다르게 행동해서 거슬릴 수도 있는데, 엄마라는 사회적 포지션(달리 뭐라고 해야 돼...)의 특수성이 한 사람의 개성과 합쳐질 때 다소 유별나게 튈 수도 있으며, 그게 혐오의 대상이 될 수는 없음을 새삼 깨우쳤다. 여하간, 이 소설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란 게 대체 뭔지 조금이나마 간접체험하는 데 꽤 도움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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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북클럽 브로맨스 북클럽 1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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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만 보면 오해를 잔뜩 할 수 있는데, 그런 거 아닙니다. (뭐가 아닌데요?)


예전에 어디선가도 이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는데, 로맨스야말로 제일가는 판타지 장르의 한 갈래라고. 적극 동의한다.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딨어? 이혼하자는 아내의 마음을 돌리려고 (플러스, 미혼은 여자친구)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여자가 정말 바라는 게 뭔지를 공부하는 남자들의 북클럽이라니, 내가 엄연히 세상의 많고 많은 판타지 매니아 중 한 사람이지만, 이것만큼 판타지스러운 설정이 없겠다. 차라리 오늘 해질녘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무르타트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다리는 게 더 현실적이야... (쓰고서도 흠칫했다, 몇 년만에 다시 떠올린 이름인지) 네, 삐딱선은 이 정도로만 타기로 하고.


메이저리거인 개빈은 난데없이 아내의 이혼하자는 말에 일상이 뒤집히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그들 사이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라는 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그의 생각이고, 사실 문제는 쌓이고 쌓인 불쏘시개가 되어 언제든 잿더미가 되도록 불살라질 준비를 마치고 있었던 것. 그런데 뭐,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그나마 이 커플은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주인공이라도 있지, 그냥 그렇게 말이 안 통해서 악을 쓰면서 싸우다가, 어느 순간 말해봤자 들어먹지도 않는데, 포기하고 그냥 무감한 상태로 이래저래 사는듯 마는듯 그렇게 하우스메이트처럼... 살면 슬플 것 같기도 하고 되게 속시원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개빈은 이대로 결혼 생활을 쫑낼 생각이 1도 없고, 세아는 결혼을 지속할 생각이 당연 없는데 개빈은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한다. 대신 기한이 끝나면 집이고 양육비고 달라는 대로 다 준다는 조건으로. 세아로서는 (짜증은 나도) 이 조건을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게임같은 이 요상한 밀당이 벌어진다.


진짜 핵심은 할리퀸 로맨스 같은 그 소설 속 로맨스 소설이, 개빈이 실제로 탐독하며 실습하는 교재로 사용하는 그 소설을 우리도 읽어볼 수 있다는 거다. 열 몇살의 철딱서니없이 세상의 남자가 다 그런 줄 알고 망상에 젖어 살던 시절이 생각나서 재미있었지만, 지금와서 보니 애들이 뭘 안다고 그렇게 수위높은 텍스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던 건지 새삼 소름이 돋는다. 


"언제 어디가 됐든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이 합쳐 이루어진 존재야. 그래서 어떤 일에 대한 반응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 로맨스 소설에서도 그렇잖아. 책이 시작되기 전에 주인공이 겪었던 일이 결국은 책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하지."

"근데 우린 지금 내 진짜 삶을 얘기하는 거잖아, 책이 아니라." 

"똑같은 원리야." 맬컴이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설에 공감하는 거야. 만고불변의 진리를 말해주니까." -139쪽


"아들, 누군가와 결혼해서 30년 가까이 함꼐 살면서 한두 번 지옥을 경험하지 않을 수는 없단다. 네 엄마한테 물어보면, 혼자서 너희 두 녀석을 키울 수가 없어서 날 떠나지 않았던 게 몇 번이나 된다고 말할 거다. 내가 이걸 아는 건, 네 엄마가 내 면전에 대고 그렇게 말해서고." -214쪽


나만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적나라한 묘사가 들어있는 책은 불편하고 힘들다. 좋다고 눈을 빛내면서 이런 문장들을 삼킬듯이 읽을 수 있는 것도 10대 20대의 특권일지도? ㅎㅎㅎ 로맨스가 피곤해서 드라마도 안 보는 난데 왜 책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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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덕의 상실>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정체성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지금까지 그것이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고 비판한다. 그는 인류가 점점 비도덕적 존재로 변하는 원인도 삶의 서사의 상실에서 찾는다. 자기 삶의 이야기보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도덕률을 동경하는 것이 실제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는 도덕적 판단과 인간적 감성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매킨타이어는 삶의 서사가 사라지면 인간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결국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25쪽


사회학 서적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늘상 등장하는 단골메뉴 중의 하나가 자기서사의 상실이다. 그 바닥에서 공부 좀 했다 하는 분들이 모두 이 말을 입에 올리고 있으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적어도 문제의식이라도 공유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좀 먼 것 같다. 자꾸 이야기라도 꺼내야지, 별 수 있나... 


개인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부터, 그게 시작이다. 뭘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기엔 그렇다. 다수가 따르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밟지 말고, 그들을 먼저 오롯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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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주체는 더 이상 자기 경험을 확장하지 않는다. 성장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그의 삶은 그때그떄 벌어지는 일들의 단편과 파편으로만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성장이란 자기삶을 연속적으로 흐르는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려는 의지와 그것이 의미있고 가능할 때에만 이뤄진다.

파편적인 삶에 성장이란 있을 수 없다. -245쪽


죽어서 누군가 관뚜껑 덮어줄 때까지는 계속 움직여야 하나보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이 멈추면 자기서사도 동력을 잃고 조각나기 시작할 테니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욕망일 것이고 욕망을 추동하는 것은 꿈이겠다. 나이는 들어가도 꿈을 키워야 하는 이유... 


#성장하는인간 #삶의연속성 #자기이야기를갖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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