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을 때, 우리는 '홀로'가 아니라 '함께'로 존재함을 깨닫는다. 이러한 변화가 즉각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독서를 반복하면서 우리는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또 다른 사람'이 점차 되어 간다. 독서를 통해 얻는 타자에 대한 개방적인 수용성이 없다면, 독서 공동체는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역으로, 독서 공동체의 경험은 자기 안에서 타자를 발견하는 경험을 강화한다. -242~243쪽

 

독법에는 정답이 없다. 당신은 저렇게 읽고 나는 이렇게 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의 의도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말들은 어느 정도는 오해받고 글도 오해를 받을 것이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 내가 읽은 것을 말하고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나인 것처럼 당신도 당신이어서 우리는 같은 말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므로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가는 오솔길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줘서 고맙다.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독서공동체는 바꾸어 말하면 포용의 공동체일지도 모르겠다. 밀어내는것보다 감싸안아 점점 더 동그랗게 퍼져 나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막연히 상상하다가 혼자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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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외롭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단다.

사랑하는 사람은 할 일이 있어서 만나는 게 아니거든.

그냥 보고 싶으니까, 마음이 쓰이니까 만나게 되지.

요양원에서 비로소, 그분이 외롭다고 느낀 시간이 시작된 거야. -196쪽

 

나는 좋게 말해서 깨발랄, 사실적으로 말해서 나잇값 못 하는 가볍고 챙챙거리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 그런 까닭에 진정성의 무게를 진 다감한 목소리를 들으면 눈꼬리가 동그랗게 말려버린다. 처음 들었던 심윤경 작가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저 분의 책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분의 글은 좋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싶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설이를 소개하던 목소리를 기억하면서 읽었다. 사랑은 내 시간을 아낌없이 그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이라고 어떤 분이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가 그런 적이 없는데 누군가가 내게 그래주기를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에 다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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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자의 본령을 '취재'라고 생각하는 기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중요 어젠다를 세팅하고, 현장에 가서 취재하고,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그걸 정리해 '기사'라는 형태로 세상에 내놓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라고 믿는 기자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기자의 본령은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취재를 하는 것이라고 믿는 기자들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이니까요. 이처럼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지형도가 아니라 업무의 지형도입니다.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합니다.  -270쪽

 

직업을 수단이라고까지 표현한 글도 본 기억이 있는데, 기억의 밑바닥이 지지리도 깊어 출처는 죄송하게도 역시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이것, 그러니까 직업이라든가 작업이라든가? 등등을 통해 무엇(목적, 스케일 키우자면 사명....쯤?)을 성취하겠다는 어떤 지향점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그 차이를 알고, 알려주는 것이 중요한 거구나 생각하게 됐다. 나는 나이 사십이 넘었어도 내가 죽는 날까지 무슨 일을 통해서 뭘 할 건지 계속 재고 있는 중인데(물론 이러다 쫑나겠네, 그런 가능성도 염두에 늘 둔다 ㅋㅋ) 고작 십 대 언저리의 아이들에게 그런 중대사를 단지 성적표와 진로적성검사라는 가이드만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해 보라는 건 너무 가혹한 듯. 여하간 핵심은 지치지 않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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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수업에서 난 '평생' 학습의 본디 뜻을 배웠다. 어떤 이들을 평생 배우고 쓴다지만 특정한 서사를 주어진 틀 안에서 되풀이하고, 어떤 이들은 뒤늦게 배우고 쓰면서 자기 인생의 저자가 된다. 자기가 누구인지 '기죽지 않고'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95쪽

 

어제 어떤 '좋은' 사람 때문에 되게 괴로웠다. 다정 상냥한 사람이고, 착한 사람인데, 그 사람의 특정한 언어습관이 나를 힘들게 했다. 이 사람을 끊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읽었던 책에서 마침 이 문장을 발견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왜 매번 같은 고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계속 맴을 돌고 있는지... 그건 본인은 절대 모르겠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마음의 거리를, 200킬로미터쯤 늘리면 되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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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여행을 재봉틀에 비유한다면, 산책은 섬세한 손바느질이다. 그것도 기억의 바탕화면에 꼼꼼하고 단단하게 여행의 기억을 못박는 되박음질이다. -41쪽

 

그래도 남들의 이해를 돕고 공감을 끌어내는 것은 구체적인 스토리텔링과 비유에서 나온다. 실컷 추상에 관한 이야기를 써 놓고 이 무슨 손바닥 뒤집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ㅎㅎㅎ

뱀발.

그런데 의외로 손바느질보다 미싱질(?)이 튼튼하고... 단단하답니다. 왜냐하면 재봉틀은 위아래 양면에서 박음질이 먹히는 구조거든요. 으하하하하하(이따위 태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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