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이 한 권의 책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여기서 발견한 읽고 싶은, 읽게 된, 읽고야 말... 책들을 한두 권 발굴한 정도가 아니지만서도 그 중에서도 웬지 꼭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었어요. 어떡합니까 그냥 읽고 싶으면 읽어야죠. 원서로 봐도 좋았겠지만 이 책은 문장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굳이 번역본으로 주문하고 맙니다. 한국 배송 시스템 진짜 놀라워요. 개인적으로 아마존 프라임 멤버쉽 이용중이지만 그래도 한 이틀 걸리거든요. 알라딘에 DHL로 주문하면 정확히 3일만에 태평양을 건너옵니다. 물론 책값과 비등한 배송료가 붙지만, 사실 어떤 쇼핑몰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거의 만이천원에 육박하는 배송료를 청구하거든요. 그런 거 생각하면 또 아예 못 살 건 뭐냐 이런 오기가 생겨서 종종 책을 주문해버리는 (그리고 코로나 덕분에 오른 환율과 수수료가 합산되어 청구되는 카드값을 보면 뒤늦은 후회가 뒤통수를 갈기는...)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줄기차게 받아보는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은 참으로 배신을 땡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몇십년 책 끼고 산 경험이 아주 헛되지는 않아서 비교적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곤 합니다. 이 책이야말로 그 중 갑이라고 할 만 했고요. 오늘 특히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종종 언급하게 되는 친구 가족을 초대해서 오후-저녁 시간을 함께 보냈는데, 어쩌다보니 친구와 이 책을 펼쳐놓고 머리를 맞댄 채 책에 그려진 커버들을 열심히 연구(?)하면서 서로의 독서경험을 나누게 됐어요. 한 페이지 또 한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너 이거 읽어봤어? 나도. 난 그건 아직 안 읽어봤는데 어때, 추천할 만해? 어떤 점이 좋았어? 

또는, 아 내가 이 책을 읽었던 땐 말야... 내가 몇 살때였는데...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4일간 횡단하는 열차 안에서였는데 사실 그때 내가 거의 죽다 살아난 때였거든, 근데 책 내용도 어떻게 기가 막히게 딱 그런 거지... 왜 그럴 때 있잖아, 어째선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책 속 이야기와 내 상황이 너무 동일시되는 때가 있잖아, 와 같은 이야기.

내가 이름만 알던 작가의 어떤 다른 이야기. 또 그녀가 모르던 어떤 작품에 대해서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떠드는 것이 아니라 듣고, 들려주고, 배우고, 알려줄 수 있는 그 사실이 너무 즐겁고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는 거죠. 이렇게 왔다갔다 주거니받거니하는 대화가 그것도 쌍방이 함께 몰입하는 대화를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워했던건지 절절하게 깨달았습니다. 


이거 좋아. 이 저자는 이 책이 좋다고 했지만 나라면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추천했을거야. 아, 이 분이 이렇게 돌아가신 거 너무 슬퍼. 몇 년 더 사셨으면 책 두 권쯤은 더 나왔을텐데(올리버 색스). 난 이 책 정말정말 완독해보려고 노력했는데 한 스무 페이지 읽다가 관뒀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너도? 나도. 여기서 하이파이브 한 번(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와, 그렇지, 이 책! (화씨451). 


그렇게 한참을 카탈로그같은, 카탈로그라는 별명을 붙이기엔 훨씬 훌륭한 이 책을 넘겨가며 놀던 우리는 결국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있잖아, 우리는 북클럽을 만들어야 돼. 맞아, 나도 그런 생각 했었어. 물론 그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고 더 이상의 진전은 (아직까지는) 있지는 않지만, 글쎄요 어쩐지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같이 한 권의 책을 읽고 본인의 느낌과 감상을 공유하는 모임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가져와 간략 브리핑을 하면서 좋은 책 정보를 서로 나누는 모임이건 말이죠. 이곳으로 오기 전에도 참여하는 책모임이 있긴 했는데, 진짜 이 모임이 이루어진다면 과연 얼마나 책을 충실히 읽어갈 수 있을지 굉장히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그야말로 다른 문화적, 개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책을 읽는 방식이 얼마나 다를 것이며 책을 이해하고 건져내는 것들은 또 얼마나 풍성할까요. 이쯤되면 역시 언어가 사람이 가장 열심히 다듬고 훈련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되새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어제 다른 친구와 잠깐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덧붙여 봅니다.

영어가 아주 능숙하고, 본인의 모국어와 영어 외에 원어민은 못 되어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구사하는 외국어가 두 개 정도 더 있는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의 아이도 당연히 영어를 아주 잘 하지만, 미국인들이 흔히 쓰는 축약어를 많이 씁니다. 예를 들면 I am going to... 를 I'm gonna, yes를 yeah, 하고 줄여 발음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친구는 아이가 그렇게 발음하는 걸 너무너무 싫어하는 거예요. 그래서 대놓고 한 번 물어봤습니다. 여기서는 다들 그렇게 발음하는데 왜 그렇게 싫어하냐고.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언어라는 건 제대로 말하는 방식을 익히지 않으면,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고. 줄임말로 아무렇게나 말하는 건 아주 나중에 천천히 배워도 돼. 사실 그런 건 하루이틀이면 금방 배워. 그렇지만 정석대로 제대로 배우는 건 지금 하지 못하면 나쁜 버릇이 들어버린 뒤에 교정이 안 돼. 제대로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절대 제대로 쓸 수 없어.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하거든."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말이었어요. 말하는 법 뿐일까요. 읽는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어려워도 제대로 읽는 법을 배우는 것 역시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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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이삿짐(?)싸랴 책정리하랴 정신이 없었다. <진이, 지니>는 이후 10월에 어떤 소설을 만나기 전까지 이게 올해 읽은 소설 중에서는 최고겠구나 생각했었다.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도 책읽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친구에게도 기꺼이 권할 만하겠다 싶었다. 일단 소재가 예사롭지 않은데 실화다. 그리고 쉽게 쓰여져 있다. 조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8월


       

  

얼마나 아이들 책 읽(히)기에 관심이 온통 쏠려 있었는지가 다 드러나는구나... 

<다시, 책으로> 얼마나 간곡하고 솔직한 글인지. 

<그들이 얌전히 있을 리 없다>는 아이들에게 권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포복절도.


9월


       
       


소설의 첫만남 시리즈를 몇 권 구입해서 가지고 있는데 작은아이는 <원통 안의 소녀>가 제일 재미있다고 평했다. 이 책의 저자 김초엽 작가가 그 유명세를 탄 김초엽 작가라는 건 한참 나중에 알았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를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내가 같은 사람일 수 없다는 사실은 고맙고 감사하다. 한편으로는 무섭다.

<아무튼, 문구> 이 정도는 되어야 덕후지. 어쩌면 <아무튼>시리즈는 <덕후전>인지도 모른다.


10월


       
       
       


<모멸감>은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책이다.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이렇게 예쁘고, 유용하고,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내용을 담았으면서도 휙휙 넘겨봐도 문제없을, 카달로그 같은 책이 또 있을까 싶은.

한국에서였으면 도서관에서 몇 주를 기다려 빌려보거나 다 구입해서 봐야 했을 한국소설들을 아주 줄기차게 신나게 빌려다 읽었다. 우리동네 SMFC 도서관 한국책 서가를 담당하고 계신 사서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를...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진이, 지니>를 밀어내버린 그 책.


11월


       
       


<미래학교>를 읽고는 정말 충격받아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더러 다 챙겨보라고 카톡을 보냈다. 아니 이런 다큐까지 만들었고 봤고, 그런데도... 변화는 이다지도 늦을까. 

<단속사회> 같은 책은 읽기에 몹시 괴롭다. 그래도 읽고, 알고, 고민하는 것이 이대로 머물면서 외면하는 것보다 낫다.


12월


       
       
       
       
       


<엄마의 20년>은 아이가 어린 젊은 엄마일수록 꼭 읽어봐야 한다. 아이에게 심적/경제적 투자를 쏟아붓기 전에 읽을수록 득이 될거라 생각한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독특하고, 뒷목잡고, 묵직해지는 이야기들을 잘 포장해 놓은 재미있는 책이다. 이렇게 다양한 여운의 감정을 남기는 책은 오랜만이었다.

<돌이킬 수 있는>에 대한 다락방님의 찬사어린 게시물을 보고난 뒤 하루이틀 지나서인가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정말 깜놀.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므로 당장 대출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31일 밤 자정 카운트다운에 폭죽 울려퍼지는 소리가 한창이던 때에야 겨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얼마나 눈을 못 떼고 있었으면 큰 아이가 도대체 그게 뭐길래, 나도 좀 봐야겠다는 소리를 할 정도. 


이렇게 2019년 읽었던 책들을 겨우 정돈하고, 제일 좋았던 책들을 꼽자면,


fiction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nonfiction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사실 이건 <모멸감>과 <단속사회>를 한꺼번에 놓고 되게 고민했던 건데 괴롭지만 꼭 필요한 책보다, 순전히 내 마음이 즐거워지는 쪽으로 선택한 결과다.

너무 많아서 읽었던 책들 목록에는 굳이 포함시키지 않지만, 2019년도에 읽었던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거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싶지만... 안 할 것을 스스로가 너무 잘 아는 관계로 간단히 정리.

한마디로 하이파이브! 에 관한 책인데,

특히 스토리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남아들은 정신 못 차릴 듯) 인터랙션이 너무 잘 설계돼 있다. 

도서관에서 처음 빌려다봤다가, 한 번 보고 당장 반납하고(책 망가져버릴까봐 겁나서) 아이 몫으로 새로 사줘버렸다. 이제 맘껏 망가뜨려도 마음이 편... 편할 것이다... 아마도...?


올해는 또 어떤 책을 만나련지. 작년보다는 머리에 좀 남아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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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뉴베리 수상작인 <어느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은 반 년이 지난 지금도 스토리는 또렷하게 기억난다. 다만 이야기의 배경이 지금의 10대 아이들에게는 이질감이 있어서일까 아이들은 읽으면서 큰 감흥을 못 느껴하는 듯했다.

<고양이 낸시>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사고 싶다, 사고 싶다는 충동을 여러 번 찍어누르느라 힘들었던 책.

이번 달에 우치다 타츠루의 저작에 꽂혀 짬나는대로 많이 읽었다. 읽으면서 굉장히 광분(그래 바로 이건데!!!)했었는데, 그랬는데, 어찌된 게 누구한테 얘기할라치면 왜 떠오르는 게 없는 것이냐... 아마 너무 깊이 감명받은 나머지 마음 속 깊이 파고들어가서 뇌까지 이사할 여력이 없었나보다, 그렇게 위안하고 있다...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는 공부머리 독서법 팟캐스트를 듣다가 읽어보고 아이들에게도 추천해봤는데 엄청난 대호평. 

오래전에 읽다 관뒀던 고전부 시리즈가 자주 다니던 지역 알라딘 중고매장에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는 게 대단한 가격에 진열돼 있길래 전부 구입해서 다시 읽어봤다. <여행의 이유>는 굳이 말 보탤 것이 없을 정도로 이미 이 책의 훌륭함을 다들 극찬하셨으니 말을 아낀다. <레몬>은 솔직히 내게 그닥 와닿지는 않았다. <안녕, 주정뱅이>는 정말로 너무나 좋았었는데. 친필사인본이어서 좀 아까웠지만, 그냥 정리했다. 

오은영 박사의 책은, 나는 되게 공감하면서(?) 읽었는데 십대 중딩 큰아이는 다 읽어보더니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무슨 뜻일까?


5월


       
       
       
       
       
       
       


<포노 사피엔스>는 많은 부모들을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트렸을 것이다. 분명. 이 분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100% 동의는 절대 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책이다. 더이상 카더라에 의존하면 안 된다,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부담감을 부모들에게 실어줬다는 측면에서는 정말 훌륭하다!

<와일드 우드> 시리즈는, 중간 중간 좀 지나치지 않나싶게 늘어지는 부분만 좀 견디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공감하는 능력>은 한참 언어와 소통, 감정, 교류에 관해서 생각하던 때에 읽었다. 그저 생각이지만 의사소통능력이 중요해질텐데 그 능력이 출중한 아이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싶다. 

<푸른눈, 갈색눈>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실험에 (일면 잔인하지만, 그래서 그 결과가 더 충격적인) 관한 이야기다. 뭐가 됐든 어렴풋하게 아는 것과 깊이 아는 것은 마음에 새겨지는 깊이가 다르다.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속편은 쓰지 않는 게 낫지 않았을까

<뱀이 깨어나는 마을> 다락방님이 추천하셨어서 읽었다(이 분이 추천하신 책은 실패하지 않는다).

<프랑스 부모는 아이에게 철학을 선물한다> 프랑스 교육이라든가 프랑스 부모의 육아라든가에 대해 다루는 책은 솔직히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그냥 읽어볼 만 했다. 그 정도. 

<아무튼, 양말> 세상엔 자기만의 취미분야를 심도있게 들이파는 재미있는, 흥미로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관광은 언제나 즐겁다. 


6월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무슨 말을 더할 것도 없다. 별 오만개쯤 주고 싶다. 

김정운 작가(이제는 교수는 아니시고, 글도 쓰시고 그림도 그리시니...)의 책을 원래도 좋아한다. <에디톨로지>에 대단히 감명받았었는데,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는 책이 빽빽해지도록 플래그를 바르면서 읽었다. 그러나 감히 토를 달자면, 요즘은 화장대 없이 사는 여자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좀 알려드리고 싶... 

<엄마의 책모임>은 리뷰 길게 쓰기 힘들어하는 내가 굳이 따로 적었을 정도.

<곰탕>은 다른 할 것도 많은데 책을 왜 읽어,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앞에 펼쳐줄 책. 

청소년 소설에 대한 오만한 선입관을 깨준 책이 바로 <아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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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월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건대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비교적 쉽게 입에 되살릴 수 있는 책은 다섯 권이 채 안 된다. 1월에 읽은 책 중에서 누구에게 추천해도 민망하지 않은 책은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인데, 최혜진 작가의 책은 정말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이딴 걸 왜 읽었지 생각이 절로 들게 했던 책이 한 권 있는데... 전에도 얼핏 질겅댄 기억이 있으므로 그냥 넘어갈까. 싶지만 이 작가의 머리뚜껑을 진심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다시 한 번, <안녕 시모키타자와>. 그 옛날 내가 <키친>에서 받았던 그 좋은 느낌은 애저녁에 다 달아났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보자 싶었었는데 한 번 깨진 연애는 다시 되살리기 어렵다는 진리에 작용하는 원리가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되더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이만 바이바이.


2월


       
       
       
       
       

<보통 사람들의 전쟁>은 딱 한 단어로 요약되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보편적 기본소득. 미래에 대한 많은 진단과 예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쉽고 흥미롭게, 그리고 소름끼치게 쓰여져서 읽기 좋은 책이지 싶다. 

<어린 완벽주의자들>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본인의 기준치에 충족되지 못하면 스스로 괴로워하는 기질(이라고들 생각하지만)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께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그런 아이를 키우는 내게도 썩 도움되었던 책이다.

<일간 이슬아>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 미래에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더랬다. 자기가 머무르고 감당할 수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의 일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 그 자리를 조금씩 넓힐 수 있는 사람. 

<훈의 시대>도 내용이 심히 충격적이어서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 없던 책. 정말 그 길지도 않은 몇 줄의 교훈 나부랭이에 은연중에 우리는 얼마나 세뇌당하고 있었던걸까? 

좋은 책을 꽤 많이 읽었던 2월이었다. 보람찼네.


3월


       
       
       
       
       


노지양 번역가의 에세이가 재미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대목은 역시 "왜 아빠도 우리 가족에서 탈퇴하려고?"와 down to earth 타이틀을 붙였던 글이다.

<설이>는 읽으면서 내내 미안했다. 그냥 미안했다. 설이와 시현이처럼 키우지 않는다는 걸로는 뭔가 부족한데, 뭘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은유 작가의 책은 항상 좋다. 뭘 어떻게 다르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을 정도로 좋다.

<태도의 말들>은 내가 그 팟캐스트를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책이다. 고정적으로 목소리만 듣는 사람인데도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방송이라는 매체의 성격 때문이겠지. 이런 사람들을 계속 책으로 만나고 이야기 듣고 싶다.

<공부머리 독서법>은 3월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다. 사실 이런 타이틀을 단 책은 별로 친근감이 안 가는데, 믿을 만한 분이 은근히 추천하시기에 읽었다. 독서교육이라는 말에 (살짝) 반감이 있지만, 어쨌거나 책 읽기를 일종의 습관들여야하는 교육처럼 바꿔버린 요 마당에 그런 감정은 잠시 접고 판단하자면 몹시 유용한 책이었다. 



한 번에 12개월치를 쓰는 건 완전히 무리라는 걸 깨달았다... ㅎㅎㅎ

나머지는 따로 이어서 써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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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구입해서 보자는 주의다. 솔직히 책값이 비싸졌다고는 해도 그래도 여전히 들어가는 품에 비해 제 값을 못 받는 대표적인 물품 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출판사에 몸담고 있는 일가친척이 있는 것도 아닌데 뭣 때문인지 나는 항상 출판사 편을 드는 쪽이었다. 그리고 올 여름 여기로 건너와서 그 생각이 아주 살짝 희석됐다. 북클럽 때문이다.


흔히 떠올리는 그 북클럽이 아니다.




초등학교에서는 한국으로 치면 보림일까 문지어린이일까 아니면 문학동네(어린이)쯤 될까. 여하간 아는 사람은 아는 꽤 큰 출판사가 있다. 여기서 각 초등학교에 매월 그네들이 고른 책목록으로 일종의 공동구매를 연다. 책값은 물론 아마존이나 B&N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저렴하다. 대신 하드커버가 아니라 페이퍼백이다. 그런데 이게 책을 구입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사실 훨씬 메리트가 된다. 책은 저렴하고, 질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겠는데 훨씬 공간을 덜 차지하고 덜 무겁고. 그리고 총 구입권수(였나 금액이었나)를 넘긴 학급은 도서를 기증받는다. 모두가 좋은 프로그램이고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이 북클럽을 통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의 책들을 구입했는데 이걸 다시 검색해보니 이건 무시하고 안하고를 떠나 침이 꼴깍 넘어가는 금액이 출력되더라. 나중에 도로 귀국할 때 들어갈 운반비용을 생각해도 이것은 남는 장사인거다! 

아이 책 사 주는 열성으로 치자면 한국 부모들만한 고객층이 또 있을까싶을 정도인데 말입니다... 책을 물고빨고 장난감처럼 갖고 놀 나이에 수백만원 때려넣을 필요 별로 없고요 초등학교 들어가서 그때부터 좀 사주시면 좋을텐데. 좋은 어린이책들이 정말 많은데, 이런 마케팅은 어떻게 좀 벤치마킹 안되나요. 다른 건 되게 다들 잘 따라하던데. 

껍데기뿐인 블프세일은 초라하다못해 슬프기까지 했지만

아니 말이 나온김에 블프를 따라하기보다 차라리 추석마지막날부터 한 사나흘 명절쫑특가판매 이런거 하면 판매고 대폭 신장할 것 같은 생각은 나만 한걸까...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치솟은 그때만큼 지갑이 쉽게 열릴때가 또 있을까. 뭔 되도않는 블랙프라이데이 베낄 생각말고 배경을 연구를 하셔야지라고 흉보다가, 잠시 내가 그 연구를 했던 시절을 까먹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밑에서 아무리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백방으로 애를 쓰면 뭘해 윗선에서 잘라버리면 땡인데. 아후.


동생네 식구들과 점심을 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한국 출산율 또 떨어졌대, 이야기를 해 주니 큰일은 큰일이네 라고 하면서 동생이 받는 말이 (심각한 방향으로) 참신했다. 이렇게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 대한민국은 날이 갈수록 꼰대의 나라가 될 텐데... 라고 했던가. 


이미 꼰대세포가 비대해지는 나이가 훌쩍 지나버린 나는 어떻게 이걸 좀 줄여봐야 하나, 요즘 그런 게 고민이다. 

기승전꼰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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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19-12-2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어간 품에 비해 제값을 못받는 품목은 맞는것 같아요

라영 2019-12-26 07: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그렇죠. 그런데도 판매고가 높지 않으니 사명감 없으면 못할 일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