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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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accustomed earth

 

가족에 관한 고찰의 시간.

인도 이민세대에 대한 글들이었지만,
타국에 살고 있는 이방인으로서 공통적인 것들이 현실감있게 와닿는다. 염려도 되고.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묘사력에 감탄.
그녀의 시선이 흐른곳이면 어김없이 생각의 공간이 함께 생긴다.


그저 좋은사람.

가족들에게 그저 좋은 사람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또는 누군가가 그리되어버리지 않을까 .

마음이 쓰인다.

 

이 책 ...

가슴 서늘하고, 답답하고 요상하게 후벼파는 아픔이 있다.

 

 

 
***********
 

 

41p.

 일흔 살 나이에 여자를 만나는 건, 아무리 비밀이라 해도 열정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단 오랜 결혼 생활에서 얻은, 곁에 누가 항상 있었던 습관 때문이었다.

 

48p.

"그래서 행복할 수 있겠냐?" 루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라면 이 결정을 이해해주고, 잘했다면서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루마는 그동안 일주일에 50시간을 일하면서 여섯 자리 이상 연봉을 벌어왔다. 로미가 겨우 연명하고 있을 때 말이다. 부모님은 언제나 자기에게 부당한 역할을 요구해왔다. 아버지는 장남으로, 어머니는 두 번째 남편으로.

 

69p.

 그럴 때마다 그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생각났다. 자신의 떨리는 품에 안겨있던 연약한, 생존을 위해 아버지를 필요로 하던, 부모밖에 모르던 존재였다. 하지만 결국 부모는 아이들에게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었고, 때로는 관계가 끊어질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루마도 결국 그런 식으로 자식들을 잃어갈 터였다. 아이들은 점점 남처럼 멀어지고 제 엄마를 피할 것이다.

  딸이 여기서 함께 살자고 했지만 그건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제 자신을 위해서였다. 전에는 딸이 그를 필요로 한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딸은 평생 그가 해준 것에 더하여 그를 필요로 했다. 그래서 딸의 제안이 더 언짢았다. 자신의 일부는 언제나 아버지라는 사실 때문에 그 제안을 뿌리쳐선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건 달랐다. 그는 다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함과 불화, 서로에게 가하는 요구, 그 에너지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딸 인생의 주변에서, 그 애 결혼 생활의 그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잡동사니로 가득 찰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도 싫었다. 그동안 소유했던 모든 것, 책과 서류와 옷가지와 물건을 최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어느 시점까지 규모가 불어난다. 그는 이제 그 시점을 넘겼다.

 

102p.

 그이를 잘 아셨잖아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데보라가 엄마 에게 물었다. 그러고는 "이 일을 알고 계셨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엄마는 몰랐다고 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그들은 한 남자에게 실연을 당한 셈이었다. 단지 엄마는 오래전에 다친 상처가 아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엄마와 아빠는 나이가 들면서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아마 살다 보니 습관처럼 그렇게 된 것 같았다.

 

140p.

 아밋은 자기가 맞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모니카가 태어나고부터, 함께 시간을 보낼 궁리보다는 어떻게 하면 각자 혼자 시간을 보낼까 궁리하지 않았던가? 쉬는 날 아내가 아이들을 볼 동안 그는 공원에 가서 조깅을 했고, 또 거꾸로 아내가 서점에 가거나 네일 살롱에 갈 수 있도록 그가 아이들을 보았다.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은가. 혼자 있는 그 순간을 그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오죽하면 혼자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가 하루 중 최고의 시간이라 생각했었는지 말이다. 인생의 짝을 찾는다고 그렇게 헤매고서, 그 사람과 아이까지 낳고서, 아밋이 메건을 그리워한 것처럼 매일 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렇게 절실하게 호낮 있길 원한다는 건 끔찍하지 않은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고, 그조차 점점 줄어든다 해도 사람을 제정신으로 지켜주는 건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이.

 

149p.

 그는 이제 학교에서 벗어났고, 학교가 그의 삶에 행사하던 영향력에서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보단, 왠지 그 혼란스럽던 시절을 다시 살고 싶은 기분이었다. 세상을 발견해가던 그 시절을 , 저 원탁에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며 다시 경험하고 싶었다. 러시아의 역사와 로마 황제들, 그리스 철학 등 언제나 더 공부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매일 저녁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하라는 숙제를 하고 싶었다. 여태 읽지 못한 위대한 작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그런 책들을 읽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딸들이 이 여정을 곧 시작할 거였고, 세상은 그들에게 그 신기하고도 온전한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지금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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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0-05-30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챦죠^^

sweetmagic 2010-06-0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 의외의 대박이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