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창비시선 449
안도현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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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교 여사 약전>을 읽고는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임홍교 여사님은 안도현 시인의 어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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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7-23 1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 능소화가 곳곳에
피었는데 참 멋지더라구요.

2021-07-23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월폐견 - 역사학자 전우용의 시사상식 사전
전우용 지음 / 새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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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타도

팔뚝에 차카게 살자‘ 라고 문신 새긴 조폭 똘마니를 보면, ‘멋지다‘
거나 ‘세련됐다‘는 느낌이 아니라 ‘멍청하다‘나 ‘뻔뻔하다‘라는 느낌을 받는 게 보통입니다.
독재정권의 직계들이 ‘독재타도‘를 외치는 걸 봐도 마찬가집니다.
자유한국당이 ‘독재타도‘라는 구호로 표현한 건, 깡패가 ‘차카게살자‘ 문신으로 표현한 것과 같습니다. 20190430 - P127

인간성

코로나19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 태도를 보면, 국가 방역망이뚫려 환자가 대량 발생하길 학수고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누군가 병에 걸려 고생하거나 죽기를 바라는 것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한국 언론에 절실히 필요한 건, 공정성보다도 ‘인간성‘입니다. 20200217 - P331

친한파

"우리 당 안에는 친한파만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친O파‘는 남의 나라를 대하는 태도 때문에 생긴 이름입니다.
그래서 ‘친한파‘는 외국인 중에만 있습니다.
한국인에게는 애초에 ‘친한파‘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자유한국당에 ‘친한파‘만 있다는 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20200131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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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 엄마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은.강은교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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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대



도종환

시외버스터미널 나무 의자에
군복을 입은 파르스름한 아들과
중년의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꽂고
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
버스가 오고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고 차에 오르고 나면
혼자 서 있는 어머니를 지켜보던 아들도
어서 들어가라고 말할 사람이
저거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도
오래오래 스산할 것이다
중간에 끊긴 음악처럼 정처 없을 것이다
버스가 강원도 깊숙이 들어가는 동안
그 노래 내내 가슴에 사무칠 것이다
곧 눈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흐릿한 하늘 아래
말없이 노래를 듣고 있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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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13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어제 조카가 그 더위를 뚫고 입대를 해서인지 이 시가 너무 사무치게 와닿습니다 ㅠㅠ

2021-07-13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두산 편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수리스크 지나
국경도시 크라스키노에 닿았습니다
바닷가에서 해삼을 말려 한국으로 수출한다는
조선족 청년과 소다수를 마셨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에 레닌의 초상이 남아 있는 마가진에는
한국제 식용유와 라면 팬티스타킹이 진열되고
여기서 국경을 넘으면 중국 땅 훈춘입니다
시장 거리에서 개장국 한그릇 먹고 나오니
네명의 북한 아이들 배고프다며 손 내밉니다
수수팥떡 가게에서 함께 떡 먹었지요
해가 다 지는 시각까지 두만강 가
북한 마을들 보며 달렸습니다
마을의 저녁 불빛들 먼저 눈물 보이는군요
송강진에서 백두산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내두산 마을까지 꼬박 하루 달렸습니다
그곳 노인들이 두붓국을 끓여주며
우린 한 형제라고 말했습니다
길림 우체국에서 편지 썼습니다
이곳에 굶주린 북한 아이들 너무 많다고 적었습니다
아이들 눈망울에 갈수기의 두만강 물 보였습니다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었지요
수신인 없는 편지는 누가 받는지요
심양 가는 열차 안
손에 든 백 위안 지폐 보고 또 보고
오늘 밤 두만강 건너 북녘 집에 갈 거라는
네 아이의 눈망울 떠올랐습니다
_______

우슈토베*의 민들레



팔작지붕에 회벽을 두른
기와집 마당에
순한 얼굴의
민들레 두송이가 피어 있다

꽃 곁에 쭈그리고 앉아
꽃의 이마와 볼 눈썹에 눈 맞추는데
꽃이 나를 와락 끌어안는 느낌이 있었다

찰나 속을 흐르는
영원의 강

한 노인이 다가와
가만히 내 등을 끌어안았다
거친 주름살이 내 뺨을 스치는 동안
민들레꽃 냄새가 났다

내 이름은 세르게이 김
김해 김씨인데 조선 이름은 잊었다

남원에서 태어났지만 남원이 어디인지는 모른다
당신은 남원을 아는가?
아버지는 제사를 지낼 때 무릎츨 꿇고 절하셨다
죽은 사람에게 절할 때 두번 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그가 내 손을 붙들고
끝없이 이야기하는 동안
더듬거리는 전라도 사투리 속으로
배추흰나비 한마리 팔랑팔랑 날아올랐다

그의 손녀 나타샤는 스물두살
비슈케크대학 한국어과 4학년이라 한다
눈빛 소처럼 맑고
웃음소리 월등 복숭아꽃 냄새만큼 달았다.

소비에트가 붕괴된 후
유대인들 고국 이스라엘로 돌아간다고
고국에 돌아가면 집도 직장도 다 준다고 했다
한국은 언제 우릴 부르는가? 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

부엌 앞에 나무절구가 놓여 있다
1937년 강제 이주열차를 탈 때
조선에서 할머니가 가져온 것이라고 나타샤가 말했다
두부된장국 끓이던 할머니가 이야기했다
조선 사람은 어디에 살든 이팝을 먹지
그래 불술기**에 절구를 싣고 왔지
잘하셨어요 어르신,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하얀 옷을 입로
두부된장국을 먹고
팔작지붕 기와집에 박 넝쿨이 자라는 동안
우리가 고려 사람이라는 것 잊은 적 없어요
한국 사람들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오천년 역사가 이곳에 숨 쉬고 있어요

1937년 그날
왜 우리가 중앙아시아의 허허벌판에 버려졌는지
단 한번 묻지 않은 조국이여,
당신은 부끄럽겠지만
우리는 부끄럽지 않다
나타샤의 하얀 볼우물이 내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열차를 타고 온 조선인들이 중앙아
시아의 사막지대에 세운 최초의 조선인 마을.
** 증기기관차

해남


산벚꽃 바람에 날린다.
산수 공부 하는 1학년 아이들 목소리가 크다
딸기 두개 자두 세개를 접시 위에 놓아요 모두 몇개지요?
산더덕꽃 눈빛 초롱한 젊은 여선생님이 환하게 묻고
저요!
저요!
고물 경운기가 학교 담장 아래 지나간다
황톳빛 보리밭에서 보라색 햇살 냄새가 난다
처음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던 봄날
사랑이 내게로 왔다
그것은 한줄의 시
피 냄새 없는 혁명이
꽃바람 속 불어왔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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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9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0 0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0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창비시선 440
손택수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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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體



부산진 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
순전히 필체 하나 때문이었다
전국 시장에 너거 아부지 글씨 안 간 데가 없을끼다 아마
지게 쥐던 손으로 우찌 그리 비단 같은 글씨가 나왔겠노
왕희지 저리 가라, 궁체도 민체도 아이고 그기
진시장 지게체 아이가
숙부님 말로는 학교에 간 동생들을 기다리며
집안 살림 틈틈이 펜글씨 독본을 연습했다고 한다
글씨체를 물려주고 싶으셨던지 어린 손을 쥐고
자꾸만 삐뚤어지는 글씨에 가만히 호흡을 실어주던 손
손바닥의 못이 따끔거려서 일치감치 악필을 선언하고 말았지만
일당벌이 지게를 지시던 당신처럼 나도
펜을 쥐고 일용할 양식을 찾는다
모이를 쪼는 비둘기 부리처럼 펜 끝을 콕콕거린다
비록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획을 함께 긋던 숨결이 들릴 것도 같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지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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