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통의 물
나희덕 지음 / 창비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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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손끝이 스쳐가는 것은 희미하게 도드라진 점들의 집합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점들을 통해서 만나는 세계는 결코 작지 않다.(p.34)

이처럼 인간의 욕심에는 잉여분이라는 게 없다.(p.81)

그러나 나는 안다, 그것이 가자미 여섯 마리를 두고 다투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평생을 함께 살아오셨지만 끝내 좁혀질 수 없는 두 분의 다른 기질이 그 사소한 말다툼 속에는 들어있다는 것을.(p.111)

나는 목욕탕 구석에 놓여진 검은 칫솔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내가 잠든 사이에 한올 한올 흰머리를 벗겨넘겼을 한 노인의 늙지 않는 마음을(p.120)

원래 시인의 자리는 주변부니까. 주변부야 말로 세상을 눈여겨보기 좋은 자리이고, 이룰 수 없는 꿈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그리고 끝까지 꿀 수 있는 자리니까.(p.128)

영미는 제 자신이 바로 조용한 시골길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인 줄도 모르고, 그 꽃과 마을의 운명을 열심히 내게 들려주고 있었다.(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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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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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는 그 시대의 제한된 문화적 환경에서 자녀를 가르쳤다.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그 방법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p.36)

...선언문 차원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협약으로 아동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만들어졌다.

아이를 낳았어도 부모 노릇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될 경우 취약한 곳에서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p.100)

친권은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고 가르칠 ‘의무‘지 자녀에 대한 처분 ‘권리‘가 아니다.(p.105)

...미혼모와 그 자녀를 ‘비정상‘으로 바라보며 멸시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출산의 합법성을 결혼제도 틀 내에서만 인정하는 가족주의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p.114)

흔히들 해외입양이 한국전쟁 직후 오갈 곳 없던 전쟁고아들을 대거 선진국으로 보낸 일이라고들 알고 있는데, 해외입양은, 한국의 경제가 초고속으로 발전하던 1980년대에 가장 많았다.(p.115)

출산율이 높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혼외출산 비율이다. (p.126)

OECD에 따르면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혼외출산이 전체 출산의 절반이 넘지만 한국은 1.9%(2014년)로 조사대상 42개국 가운데 제일 낮았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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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서럽다 창비시선 311
이대흠 지음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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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여물 먹은 소처럼 순해진다.(p.11) -‘고매(古梅)에 취하다‘ 중

당신의 발길이 끊어지고부터 달의 빛나지 않는 부분을 오래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무른 마음은 초름한 꽃만 보아도 시려옵니다. 마음 그림자 같은 달의 표면에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발자국이 있을까요. (p.14) -‘애월(涯月)에서‘ 중

아름다운 위반

기사 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제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챀에도
내가 모셔다드렸는디.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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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지음 / 비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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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운다고 남은 밥만 먹지 말고, 피곤하다고 새우잠 자지 말아요. 어였하게 먹고, 팔다리 쭉 펴고 자요. 우리 마누라 보니까 그렇더라구. 그렇게 살아놓으니 아픈 데가 얼마나 많은지...... 한 번 사는 인생이잖아요.˝(p.98)

서울의 겨울.12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네 뺨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오늘도 어디에선가 걷지 못하거나 보지 못하는 자식을 업고 눈물 같은 땀을 흘리며 끝없이 층계를 올라가는 어머니, ‘나 죽으면 어떡하지‘하며 깊이 한숨짓는 어머니, 이 용감하고 인내심 많고 씩씩하고 하느님 같은 어머니들의......(p.145)

알 만한 나이가 됐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리운 것임을. 수많은 형태의 사랑의 허구를, 환멸의 배면을 알고 있다. 그러나 또한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을 그토록 쓸모없고, 연약한, 부서지기 쉬운 찰나의 진실. 찰나의 아름다움만이 때로 우리가 가진 전부라는 것을. 심지어 치유의 힘이 되기도 하는 것을.(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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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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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수록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쥐게 된 답보다 늘어난 질문이 많다.(p.124)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p.12)

희망 목록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자긍심과 부담감이 섞여 먹구름을 예감한 곤충처럼 심란해졌다.(p.61)

헌책방을 모두 둘러본 나는 낙담했다. 그곳은 보물창고라기 보다 눈으로 열심히 호미질을 해야하는 자갈밭에 가까웠다.(p.63)

우리는 늘 우리의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지만 동시에 그것이 노련하게 전달되길 원한다(p.88)

나의 기원 그의 연애

˝그땐 느이 아부지 안됐단 생각만 했지, 지금도 이렇게 술을 마셔대면 나중에 얼마나 더 처먹을까 하는 생각은 미처 못 했다. 내가.˝(p.94)

바람이 불면, 내 속 낱말카드가 조그맣게 회오리친다. 해풍에 오래 마른 생선처럼, 제 몸의 부피를 줄여가며 바깥의 둘레를 넓힌 말들이다.(p.109)

겨울의 옛말은 겨슬(겻+을), ‘집에 있다‘란 말뿌리를 가졌다. 그러니까 겨울은 ‘집에 있는‘ 시간이다.(p.115)

그 뒤 긴 시간이 흘러 그 동기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담배를 디스플러스로 바꿨고 저 역시 다행히 몇 권의 책을 낼 수 있었습니다.(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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