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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지음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아이 키운다고 남은 밥만 먹지 말고, 피곤하다고 새우잠 자지 말아요. 어였하게 먹고, 팔다리 쭉 펴고 자요. 우리 마누라 보니까 그렇더라구. 그렇게 살아놓으니 아픈 데가 얼마나 많은지...... 한 번 사는 인생이잖아요.˝(p.98)
서울의 겨울.12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네 뺨에 너 좋아하던
강물 소리,
들려주겠네
˝오늘도 어디에선가 걷지 못하거나 보지 못하는 자식을 업고 눈물 같은 땀을 흘리며 끝없이 층계를 올라가는 어머니, ‘나 죽으면 어떡하지‘하며 깊이 한숨짓는 어머니, 이 용감하고 인내심 많고 씩씩하고 하느님 같은 어머니들의......(p.145)
알 만한 나이가 됐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리운 것임을. 수많은 형태의 사랑의 허구를, 환멸의 배면을 알고 있다. 그러나 또한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을 그토록 쓸모없고, 연약한, 부서지기 쉬운 찰나의 진실. 찰나의 아름다움만이 때로 우리가 가진 전부라는 것을. 심지어 치유의 힘이 되기도 하는 것을.(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