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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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하구 손자하구 자기 제사 지낼라고 쎄빠지게 고생을 하는디, 귀신이 있다면 이럴 수는 읎다. 귀신이 읎는 것이 분명하니께 올해부터는 제사 안 지낼란다. 인자 제사 지내지 말자.˝

할아버지는 태평양 전쟁 때 사이판 바다에서 미군 폭격기에 돌아가셨다. 추석 전전날이 제사였다. 그러니까 아들과 손자 어장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게 하는 경고요 협박이었던 것이다.(p.29)

밤낚시의 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들 돌아올 때 찾아오는 역행의 맛이 있고 모든 소음을 쓸어낸 적막의 맛도 있다. 넓은 바닷가에서 홀로 불 밝히는 맛도 있고 달빛을 머플러처럼 걸치고 텅 빈 마을길 걸어 돌아가는 맛도 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회 떠놓고 한 잔 하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밤에 하는 짓이 몇 가지 되는데 가장 훌륭한 게 이짓이다(p.100~101)

수면에 은빛 융단이 깔린다. 달빛이 번지는 수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부이다.(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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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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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바람을 맞으며 안내 방송을 들을 때마다 나는 구파발에도, 수색에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것은 서울의 크기가 컸던 탓이 아니라, 내 삶의 크기가 작았던 탓이리라. 하지만 모든 별자리에 깃든 이야기처럼, 그 이름처럼, 내 좁은 동선 안에도 나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p.117~118)

어머니가 반응하는 게 좋아 부러 까부는 말도 곧잘했다. 어머니가 ˝장사하기 힘들다˝라고 말하면 ˝그럼 자식 키우는 게 쉬운 줄 알았냐?˝며 핀잔하는 식이었다.(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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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윤성근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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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는 1952년에 출간됐고 그 다음 해에 퓰리쳐 상을 받았다. 그리고 1954년에는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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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속한 세대의 암울한 역사를 폭로했고 그 안에서 생명을 부지해야 했던 평범한 이들의 수고를 문학작품으로 남겼다. 이런 작가들의 역할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권력자들이 만들어놓은 거짓말투성이의 역사를 배워야 했을 것이다.(p.85)

살아있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한다. 깨어 있거나, 잠들어 있거나.(p.88)

역사는 한 번 겪고 난 뒤에는 다시 그 전으로 돌이킬 수 없다. 다만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기록하고 끊임없이 해석해내는 일이다. 잊어버리지 않는 일이다.(p.102)

별처럼 반짝이던 실험정신으로 매번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던 페렉이 죽은 바로 그해, 1982년에 발견된 2,817번째 행성에는 그의 이름을 따서 ‘조르주 페렉‘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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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당 인생
함성호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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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은 아니지만 좋은 만화는 언제나 신간의 따끈따끈한 향기를 잃지 않는 법이다.(p.56)

봄날은 언제나 지나가게 마련인 것이다. 아름다운 시절, 그런 것들은 언제나 우리의 추억 속에서만 존재한다.(p.93)

당신이 생의 기미를 안다면 당신은 아마 거기에서 당신이 모르고 지나쳤던, 당신을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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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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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리 훌륭한 제도권 야당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해도 그것만으로 재벌공화국의 게임룰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p.24)

상층의 2~5%가 재화와 신분을 거의 완전하게 상실하는 반면 하부의 절반 이상이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는 정도가 돼야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p.28)

세계 어디에도 타국의 깃발을 흔드는 극우는 없을 것이다(p.32)

‘위대한 이론가‘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

2017년 한 해 동안 총 9,942건의 난민신청이 전국에서 접수된 반면 실제 인정된 사람은 121명에 지나지 않는다. 난민 인정률이 1.51%인데, 세계 어딜 가도 일본 이외에는 이런 나라를 찾기 어렵다.(p.84)

한국의 국민총생산은 독일의 절반도 안 되지만, 세계 10위나 되는 한국의 군사예산은 세계 9위인 독일 군사예산의 90%나 된다.(p.104)

아우슈비츠의 한 팻말에 쓰인 조지 산타야나 George Santayana(1863~1952)의 명언,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라는 말은 진실이기 때문이다.(p.117)

아무리 15세부터 혁명에 투신한 이상주의자며 독학으로 마르크스주의를 학습한 노동자 출신이라 해도, 한 번 권력을 쥔 사람의 세계관은 대개 바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p165~166)

진보가 거대 자유주의 정당에 포섭되는 패턴이야 말로 가장 미국적 패턴이다.(p.206)

유길준 같은 먹물들은 ˝국제법 책 만 권은 대포 한 문에 못 미친다.˝고 한탄해야 했다.(p.263)

우패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국익‘인데 보통 저들이 국익이라고 말하는 것은 저들의 집단 사익에 불과하다(p.264)

박정희 같은 한국계 일제 관료(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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