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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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철들지 않는 삶

몇 년 전 콘서트에서 뵌 황병기 선생이 관중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오래 사는 방법이 뭔 줄 아는가?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나이를 많이 먹으면 된다. 그래서 자기는 오래 살기 위해 오늘도 나이를 많이 먹고 있다고 했다.
나는 젊게 사는 방법을 안다. 그건 오래도록 철들지 않으면 된다. 그럼 남들에게 철들라고 잔소리 할 일도 없고, 도리어 세살 짜리 아이한테서도 종종 잔소리를 듣는 호사를 누리며 살 수 있다. 영원히 젊게. (p.8~9)

그러나 내가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진정한 나의 욕망인지 아니면 모두가 욕망해야 하는 것이라고 정해진 일반적 욕망의 리스트일 뿐인자를 가늠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p.100)

1년 전 앙리는 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더 이상 주변을 괴롭히지 않으려 점점 더 깊은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대신 그는 전쟁의 기억을 글로 적어갔다. 그의 글은 교묘하게도 포로생활을 하던 전쟁 후반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전쟁 초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생전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사람을 죽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얘기를 글로 적고 난 직후 그는 세상을 떠났다.(p.193)

어느 추운 겨울날, 강남에 있는 박물관에 가기 위해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기다리던 희완은 날 보자마자 질문을 퍼부었다. ˝아주 이상한 걸 봤어. 이 동네 여자들이 모두 비슷한 가방을 들고 다니고, 하나같이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표정이야.˝(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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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입니까 산하세계문학 14
리사 울림 셰블룸 지음, 이유진 옮김 / 산하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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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우리가 돌아올 거라고 믿지 않았다.
한국은 우리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기도 전에
우리를 버렸다. 우리가 가족과 뿌리를 그리워하다가
다시 이 나라로 돌아올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입양 아동이 어른이 되어서 돌아오는 일에 대해
어떤 준비도 하고 있지 않았다. (p.85)

많은 입양인이 자신을 돌보지 못해요. 우리는 조금씩 가라앉아요.
많은 입양인이 자살을 했거나, 자살 시도를 해요.
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양부모에게 살해됐어요. 새 가족과
안 맞는다고 파양되기도 해요.
입양인들은 너무 외로워요.(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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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통의 물
나희덕 지음 / 창비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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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손끝이 스쳐가는 것은 희미하게 도드라진 점들의 집합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점들을 통해서 만나는 세계는 결코 작지 않다.(p.34)

이처럼 인간의 욕심에는 잉여분이라는 게 없다.(p.81)

그러나 나는 안다, 그것이 가자미 여섯 마리를 두고 다투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평생을 함께 살아오셨지만 끝내 좁혀질 수 없는 두 분의 다른 기질이 그 사소한 말다툼 속에는 들어있다는 것을.(p.111)

나는 목욕탕 구석에 놓여진 검은 칫솔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내가 잠든 사이에 한올 한올 흰머리를 벗겨넘겼을 한 노인의 늙지 않는 마음을(p.120)

원래 시인의 자리는 주변부니까. 주변부야 말로 세상을 눈여겨보기 좋은 자리이고, 이룰 수 없는 꿈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그리고 끝까지 꿀 수 있는 자리니까.(p.128)

영미는 제 자신이 바로 조용한 시골길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인 줄도 모르고, 그 꽃과 마을의 운명을 열심히 내게 들려주고 있었다.(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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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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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는 그 시대의 제한된 문화적 환경에서 자녀를 가르쳤다.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그 방법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p.36)

...선언문 차원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협약으로 아동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만들어졌다.

아이를 낳았어도 부모 노릇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 등으로 스트레스가 가중될 경우 취약한 곳에서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p.100)

친권은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고 가르칠 ‘의무‘지 자녀에 대한 처분 ‘권리‘가 아니다.(p.105)

...미혼모와 그 자녀를 ‘비정상‘으로 바라보며 멸시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출산의 합법성을 결혼제도 틀 내에서만 인정하는 가족주의가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p.114)

흔히들 해외입양이 한국전쟁 직후 오갈 곳 없던 전쟁고아들을 대거 선진국으로 보낸 일이라고들 알고 있는데, 해외입양은, 한국의 경제가 초고속으로 발전하던 1980년대에 가장 많았다.(p.115)

출산율이 높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혼외출산 비율이다. (p.126)

OECD에 따르면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혼외출산이 전체 출산의 절반이 넘지만 한국은 1.9%(2014년)로 조사대상 42개국 가운데 제일 낮았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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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서럽다 창비시선 311
이대흠 지음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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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여물 먹은 소처럼 순해진다.(p.11) -‘고매(古梅)에 취하다‘ 중

당신의 발길이 끊어지고부터 달의 빛나지 않는 부분을 오래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무른 마음은 초름한 꽃만 보아도 시려옵니다. 마음 그림자 같은 달의 표면에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발자국이 있을까요. (p.14) -‘애월(涯月)에서‘ 중

아름다운 위반

기사 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제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챀에도
내가 모셔다드렸는디.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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