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다. 30 평생에서 건진 보물들.

흔쾌히, 유쾌하게, 기꺼이, 아줌마로 가는 길에 동반자가 되어 주는 이들...

====================

이 사진을 훔쳐온 블로그엔 위와 같은 설명글이 붙어 있었다. 

우리 조직이다. 당근 나도 있다.

29 평생 건진 보물들. 흔쾌히, 유쾌하게, 기꺼이, 아줌마로 가는 길에 동반자가 되어 주는 이들... 오늘같이 꿀꿀한 날에도 위로가 되어 주는 이들.

p.s. : 그러니 엄니, 제발 날 내버려주. 이렇게 아리따운 처자들 가운데서도 아직 여섯이 싱글이란 말이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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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9-1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프에서 보셨을때보다 아름다워지셨군요! 역시 라섹 마치고 안경 벗으니 눈반짝 배경장미만발 미소녀로 환생하신 서니님 감축드리옵니다. ^_^o-

sunnyside 2004-09-14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옷을 딱 보면? 지난 겨울 사진 입니다. 오늘 우연히 발견했지만요.
흑백 사진의 위력이죠. ^^

비로그인 2004-09-1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니사이드님 한번도 안뵈었는데 예전에 첫 정모때 얼핏...오른쪽에서 세번째?? 맞나요?
오우~~진짜 보물 같아요 ^^

sunnyside 2004-09-1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

비로그인 2004-09-14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리따운 처자... 누가? 흑백이라도 보일 건 다 보이오. 방팅 안하길 잘 하였소.

sunnyside 2004-09-1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 아리따운 처자 많구만... 처어기 오른쪽에서 세번째랑..
그러는 그쪽 조직의 실체나 함 밝혀보시지요. 홍!

水巖 2004-09-1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이 두렵지 않은 처자는 누구들일까요,
그들도 나름대로 명절이 구찮을텐데요.
명절이 죄로구나. 이쪽 저쪽으로 다.

마태우스 2004-09-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체로 미팅해요!!!

sunnyside 2004-09-1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결혼한 처자들은 또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요. 쩝..
마태우스님, 바로 그거거덩요. 제가 기다린 반응이.. 우헤헤

sooninara 2004-09-3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실 누가 써니님인지 몰랐어요..ㅠ.ㅠ..
흑백사진이라서 그런건가?? 내가 문제인가?? ㅋㅋ

sunnyside 2004-09-3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해, 넘해요~ 우리 사이가 그 정도일 뿐이라니.. -.-
근데 정말 왜 못알아보셨을까요? 나두 궁금해지네요.
 

민족의 큰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된장.

명절이 무섭다는 올드미쓰들의 한탄이 남의 농담인 줄만 알았다.

바로 전 설날까지만 해도 울 엄니 증세가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기회만 잡으시면 시집 가라고 성화 또 성화다. 붙어서 대들어도 봤지만, 엄마 맘에 상처만 주고 내 속은 잠시 시원하다 내내 불편하다.

어제도 전화하여 선 자리를 봐놨다고 준비하고 있으란다. 명절 전에 해치우든가 명절에 내려와 하든가 둘 중 하나인데... 이는 필시 명절에 어른들이 오셔서 내 현재 스코어를 물어오실 때에 "사귀는 사람 있어요" - 이 한마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에서일 것이다.

한때 모든 싱글즈의 희망이셨지만 지금은 결혼하여 잘 살고 계신 K 전(前) 상사께서 이런 상황의 대처방법에 대해 짤막한 강의를 하신 적이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렇게 절실하게 필요할 때가 올줄 알았다면 메모라도 해두는 건데 T.T) 요지는 이랬다. 매우 진지하게 '나도 노력하고 있다, 당신 자식이 그렇게 못미더우냐'며 오히려 정색을 하고 대꾸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재빨리 다른 주제로 넘어가야 하겠지.

그래, 나도 이제 이 방법을 쓸 때인 것 같다. 지난 명절까지는 내가 너무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걱정을 붙들어 매시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한 트럭이라도 데리고 올 수 있다! 이렇게 호언장담을 하면 꿀밤 한 대 맞고 넘어갔었는데... 이젠 통하지 않는다.

된장, 된장... 어머니 제발 날 유치한 시트콤에서 감초 역할 밖에 못하는 상투적인 인간으로 만들지 말아주. 제 한 몸 쿨함을 유지하기도 점점 버거워진다오. 플리즈, 리브 미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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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4-09-14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 못구했다는 핑계를 5년째 대고 있는 선배가 하나 있습니다. 당일 가서 7남매 친척들에게 십자포화 맞는것보다 명절 전후로 부모님만 상대하는게 낫다나요. ㅎㅎㅎ

sunnyside 2004-09-14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저도 그러고 싶어요. 연휴 기간 여행가는 선배 따라 훌쩍 나갔다 오고도 싶지만... 집에 음식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도저히 배신하기가 힘드네요. 우리집도 차라리 7남매였다면 덜 미안스러울 것을.. -.-

비로그인 2004-09-14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진짜 그런 애로사항이 있겠네요. 어쩐답니까? 인력으로 안되는것을....^^:::

sunnyside 2004-09-1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은 안 겪어보셨죠? 저도 이제 실감하는데.. 정말 '애로틱'합니다. -.-
 

자고로 실용서는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 최근에 제목만 보고 보관함에 담은 책 두 권은 <나는 15억 벌어서 35세에 은퇴했다>와 <코드 한 줄 없는 IT 이야기>.

<나는 15억 벌어서...>의 경우에는 워낙 'OO 억 벌기'에 관한 도서가 판치는 요즘에 특별한 제목은 아니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 그 책을 발견하기 전날 선배와 나눈 이야기가 주효했다.

하루 빨리 월급을 모아 종잣돈을 마련하고, 이를 재테크로 불린 다음 시골에 땅을 사서 사업을 한다. 그 다음엔 실한 영농후계자를 만나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산다는 시시껍절한 농담 따먹기를 한 뒤여서인지 제목에 단번에 눈이 갔다. 하지만 차마 돈 주고 사보지는 못하고 보관함 안에 고이 모셔 놓고 있다.

<코드 한 줄 없는 IT 이야기> 역시 제목만 보고 골라 읽었다. 나처럼 이 바닥에 있으면서도 개발자들 얘기가 딴 나라 잠꼬대인가 싶은 답답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끌렸을 것이다. 코드 한 줄 없이도 IT를 알려주겠다? 그럼 나도 이제 개발자들 앞에서 어깨 펼 수 있는거야? 하지만 욕심이 과했지. 코드는 한 줄도 없었지만, 행도 행간의 의미도 어렵기만 한 나에게는 불가해한 코드나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검증된 저자가 쓴 책이 아니라면 실용서의 경우 제목이 매우 중요하다. 나 자신도 몰랐던 나 자신의 니즈를 콕! 찍어 제목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으로.

얼마나 구체적이어야 하나면 이정도다 => <평생 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 3학년도 아니요, 5학년도 아니요, 저학년도 고학년도 아닌 '4학년'에 결정된단다. 전국에 4학년 자녀를 둔 부모만 읽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는 필요 없다. 아직 4학년이 안되었으면 대비하는 마음으로 읽을 것이요, 4학년이 지났다면 '아차 늦었군'이란 마음에 서둘러 읽을 테니 공부 잘하는 자녀를 두고픈 부모들은 누구나 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20년 벌어 50년 먹고 사는 인생설계>라는 책은 나의 예상을 빗나가 잘 팔리는 책이다. 20년을 벌어 50년을 먹고 살어?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인데 너무 멀리 보는거 아냐? '나는.. 35세에 은퇴했다' 정도가 딱 적당하지.. 앞으로 20년을 더 일해야 한다고 하면 누가 그 책을 사볼까 싶었지만, 의외로 책은 잘 팔렸다. 노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분들의 긴 안목이란.

본격적으로 실용서 제목 변천사를 훑어봐도 재밌을 것 같다. 실용서 제목에는 분명히 유행이 있어서 한 권의 책이 대박을 터트리면 그 아류들이 줄줄이 나온다. 아류 이름 구경도 꽤나 흥미진진하여 편집팀 분들이라면 몇가지씩 줄줄 꿰고 있다. 아침형 인간, 아침형 인간의 비밀,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 심지어 새벽형 크리스천까지. ^^ 출판 기획자들의 제목 짓기 고민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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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1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후~ 오랜만에 줄을 잇는 페이퍼 군단!

마태우스 2004-09-1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계에 몸담은 분답게 예리한 글이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sunnyside 2004-09-1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많이 게을렀죠. 몰아치기로 만회하고자 하는 발버둥.. ^^;

mannerist 2004-09-1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방 어딘가에 멋진 제목을 띤 책 하나가 있다죠. '닳지 않는 칫솔'이라고 말입니다. ㅎㅎ

sunnyside 2004-09-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무슨 책인가 검색해 봤어요. 왜 그런 제목을 지었을까요? 목차를 보니 마지막 부분에 나온 것 같은데, 기회되면 설명 좀 해주세요. ^^

mannerist 2004-09-1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제목을 정할 때 다음과 같은 원칙에 의한다.

첫째, 튀는 제목이어야 한다.

(중략)

둘째, 간결해야 한다.

(중략)

셋째,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중략)

앞서 언급했지만, <닳지 않는 칫솔>은 남들 생각처럼 양치질 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아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칫솔 하나를 3년 넘게 쓰는 사람이 있었다. 한달만에 칫솔을 한개씩 갈아치우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그 사람 집에 잠복하면서 감시를 한 적이 있다.

비결은 간단했다. 안 닦는 것이다 .

(p. 256 - 257 인용)

sunnyside 2004-09-1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저 마지막 문장의 강렬한 여운... 예사로운 작품이 아닌 것 같습니다.

水巖 2004-09-12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글을 올리시는군요. 여러가지 궁금했는데......

sunnyside 2004-09-12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들러주셔 감사합니다. 글은 자주 안 올려도 죽 보고 있었답니다. ^^
 

친구 A 가 요즘 회사 생활의 위기에 봉착했다.

친구는 어떤 에이전시에 다니고 있는데, 친구네 회사의 가장 큰 클라이언트와 의사 소통상 문제가 생겼다. 내가 보기에 큰 잘못은 아닌데,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할 입장에 처했단다.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그런 문제까지 터지니, 정말 회사 다닐 맘에 안날 것이다. 엊그제는 나보고 같이 회사를 때려치고 여행이나 다니자, 는 기찬 제안을 한다. 나야 물론 그걸 꼭 '회사를 그만두고' 해야 할까? 라며 발뺌할 수밖에 없었지만. ^^;

10년째 지켜보는 그 친구는 어쩐 일인지 늘상 오해를 받는다. 사소한 말실수 때문에 회사 상사에게 꾸지람 받고, 친구와 다툼하고, 선배들에게 찍히고... 물론 그 원인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 친구는 너무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속에 있는 말을 다 털어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 친구 술 마시는 날이면 내가 다 불안할 정도다.

그런 A 가 첨엔 매우 낯설고, 친해지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 1학년 여름, 속초의 한 콘도 옷장 속에서 울다 나온 후엔 (그 시절엔 술 먹고 같이 우는 게 유행이었다. -.-) 더 이상 그 친구를 오해하지 않는다. 요즘도 가끔 섭섭할 때가 있긴 하지만 악의는 아님을 믿기에 쉽게 넘겨버릴 수 있다.

그 친구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몇 년 이상 그 친구와 관계를 맺어왔다. 또한 의리있고 의협심 강하고 남에게 신세지지 않는 독립적인 A를 좋아한다. 하지만 대개 가면쓰고 살아가는 사회생활에서 친구의 그런 속 깊은 모습을 알아줄리가 만무하다. 특히 상하 구도를 띄는 갑을 관계에서 그런 이해를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에 비해 난 어떤가 하면 오해를 병적으로 싫어한다. 한 순간이라도 내가 의도치 않은 모습으로 따른 이들에게 비쳐진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매번 변명하고 노심초사하고 두고두고 기억하고. 그런 내 모습이 또 싫어서 거꾸로 스스로를 세뇌한다. 나는 신경쓰지 않아, 이런 일은 아무 것도 아니야.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크게 손해 날일도 아닌걸.

A 와 나는 좀 섞어서 다시 갈라 놓을 필요가 있다. A 도 사회 생활을 좀더 편하게 하려면 늘상 자신의 진의가 전달될 것이라는 착각 내지는 자신감을 버려야 한다. 같은 말도 돌려서 할줄 알아야 하고, 하고 싶은 말을 참아야 할 때도 있을 거다. 나 역시 모두에게 나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대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포기할 건 포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서로를 이해할 기회도 오기 마련이다.

A 에게 전화라도 한통 해봐야겠다. 클라이언트와의 문제는 잘 해결되었는지. 사표 던지기에 대한 갈망은 좀 잦아들었는지. 세계일주는 잠시 미루고, 지금 프로젝트 끝나면 어디 드라이브라도 가자고 제안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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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1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나도 서니님 스타일인 것 같아요. 혼자 오해라고 오해해서는, 오해하지도 않은 사실을 그저 미리 사과해 버리고 마는. 그래서 가끔 주변사람들을 황당하게 만들죠.
그나저나, 콘도 옷장 속이라, 인연의 장소 치고는 기묘하네요. 그 친구가 남자분이었다면, 필경 로맨틱한 뽀뽀를 했을 텐데~ *^^*
(뭐냐, 남은 심각한데 혼자 발그레...-.-;)

sunnyside 2004-09-1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비슷하시다니, 반갑고도 다행. ^^;;
전 아예 리스크가 있는 의사소통은 미리 포기해버리는 고약한 버릇까지 있답니다. 우리 자신을 가져요. 불끈!! ^^

mannerist 2004-09-1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생각난건데요, 알라딘 US 물류팀으로 지원하셔서 유에스 각처를 여행하시는 건 어떨까요? ^_^o-
 

얼마전 마태우스님이 ID 에 대해 쓰신 글을 보고 나도 내 ID 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알라딘에 들어오며 메일 계정을 만들 때에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부터 고심을 했었다. 회사에 가면 새로운 이메일을 만들 텐데 뭐라고 할까? 그 전처럼 바보처럼 짓지는 말자. 그래서 난 내 이름도 연상되고 뜻도 좋고 이래저래 무난한 sunnyside 라는 ID 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나의 첫번째 ID 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언니의 부탁으로 언니의 친구가 인터넷을 깔아주러 우리집에 왔다. 아무 생각 없이 옆에서 작업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넷츠고라는 서비스에 등록하며 ID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 ID... identity? 이렇게 중차대한 결정을 지금 내려야 한단 말이지? 옆에선 낯선 사람이 ID를 뭘로 할 거냐 질문을 던져놓고 대답을 기다리는데 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몇 분을 생각했지만, ID 를 정하는 일은 내게 너무나 어려웠다.
 
끝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 난, 결국 난 컴퓨터 위에 있던 플라스틱 휴지걸이에 눈이 갔다. 곰돌이가 그려 있었고 'beani'라고 씌여 있었다. 그래서 내 ID 는 'beani'가 되었고 이미 'beani'가 등록된 곳에서는 'beaniii'가 되었다.
 
후에 내 ID 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난 결국 나 자신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단어를 찾지 못했고, 고작 휴지걸이에 쓰여진 글자로 내 ID로 정했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 - 소심함, 결단력 부족이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해졌다.
 
그 뒤 난 누군가에게 내 ID, 그리고 그에 담긴 내 이면을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는 나에게 '너는 여성이다. 여성은 여러 곳의 성감대를 가지듯(남성이 한 군데에 집중된 데에 반해) 여러 개의 역할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고로 제한적인 단어로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ID가 너에게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뤼스 이리가레이라는 여성학자가 이에 대해 얘기한 바 있으니 참고해보라'고 말해주었고, 나중에 그의 논문을 출력해 주기까지 하였다.
 
난 감동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 소심함과 우유부단함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내 ID 는 멋드러진 여성학 이론과 어우러지며 여성 고유의 multiple identity의 표상이 되었고, 그 뒤로 난 내 ID 를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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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1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멋진 분을 곁에 두셨네요. 지성을 저렇게 적시에 제대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소중히 여기세요.^^
그리고, 서니사이드...밝고 귀여운 님에게 참 잘 어울린답니다.^^

sunnyside 2004-09-1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소중한 인연이었는데, 지금은 끊어졌답니다. 아쉽죠. ^^;
절 밝고 귀엽게 봐주시니, 제 ID 가 자기 몫을 다 하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네요. ^^

mannerist 2004-09-11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ople Call Me Lucid! => 줄여서 pcmlucid 쓰던 어느날 곰브리치 할배의 서양미술사 책을 뒤적이다 탄생한 아이디가 mannerist랍니다. 평생 흉내쟁이 이상은 못 될 매너 팔자랑 딱 맞아떨어지는게. 근데 sunnyside님 ID가 훨씬 더 멋져요. 뜻으로도 통하고 음운학(맞나?)적으로도 통하지 않습니까. 핫핫. 부럽사옵니다.

넋두리_솔직히 sunnyside 들을 때마다 계란후라이가 생각납니다. -_-;;;;;;;
자박 들어갑니다. 퍼퍼벅~ 아령들고 부들부들 떨고 계신 아리따운 손 편히 수이시길.
잘못했어요. ㅜㅡ

sunnyside 2004-09-1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 사실 sunnyside 에는 계란 노른자 의미도 있어요. 난 계란 노른자를 좋아했는데, 언니는 안 먹었죠. 계란 하나를 삶으면 나는 노른자, 언니는 흰자를 먹곤 했어요. 뭔가 사물의 정수 같지 않습니까? 내 생물학 지식이 맞다면 닭이 되는 건 노른자, 흰자는 노른자가 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일 뿐이잖아요. (아님 말구요. ^^;)

mannerist 2004-09-12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빔밥의 친구 sunnyside up! 아니겠습니까. 밥먹기 싫어하는 얘들에게 간장과 더불어 친근한 존재이기도 하구요. 오늘도 조카놈 둘이 놀러왔는데 그 맛난 보쌈(!)을 안먹기에 결국 매너가 계란후라이에 간장 해서 밥 비벼먹였다죠. -_-v

둘 다 영양분이고, 노른자와 흰 자 사이의 희멀건 끈이 귀여분 병아리가 되구, 고놈이 자라면서 단백질 덩어리인 흰자와 노른자를 먹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핫핫. ^^;;;

sunnyside 2004-09-12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여? 이거 아는 체 함 해볼라다가 스타일 구겼네요. 에구에구~ ^^;

sunnyside 2004-11-0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말한 뤼스 이리가레이의 논문에 바로 이런 구절이 있었다고 한다.

"여성은 하나도 둘도 아니다. 거칠게 말해, 그녀는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으로 동일시될 수 없다. 그녀는 모든 충분한 정의에도 저항한다. 더욱이, 그녀는 어떤 "적합한" 이름도 가지고 있지 않다.(CS: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