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감옥 문학과지성 시인선 102
오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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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옥-오규원

뱃속의 아이야 너를 뱃속에 넣고
난장의 리어카에 붙어서서 엄마는
털옷을 고르고 있단다 털옷도 사랑만큼
다르단다 바깥 세상은 곧 겨울이란다
엄마는 털옷을 하나씩 골라
손으로 뺨으로 문질러보면서 그것 하나로
추운 세상 안으로 따뜻하게
세상 하나 감추려 한단다 뱃속의 아이야
아직도 엄마는 옷을 골라잡지 못하고
얼굴에는 땀이 배어나오고 있단다 털옷으로
어찌 이 추운 세상을 다 막고
가릴 수 있겠느냐 있다고 엄마가
믿겠느냐 그러나 엄마는
털옷 안의 털옷 안의 집으로
오 그래 그 구멍 숭숭한 사랑의 감옥으로
너를 데리고 가려 한단다 그렇게 한동안
견뎌야 하는 곳에 엄마가 산단다
언젠가는 털옷조차 벗어야 한다는 사실을
뱃속의 아이야 너도 태어나서 알게 되고
이 세상의 부드러운 바람이나 햇볕 하나로 너도
울며 세상의 것을 사랑하게 되리라 되리라만
-오규원쪽

털옷도 사랑만큼 다르단다
추운 세상 안으로 따뜻하게 세상 하나 감추려 한단다

그래. 네가 온 세상이란다 아가야.-내 맘 속 구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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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대표작 8권 세트 - 키친+도마뱀+하드보일드 하드 럭+암리타+허니문+하치의 마지막 연인+티티새+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민음사 / 2005년 1월
품절


사계절의 변화가 어디 한 군데도 빈틈없이 한 가지 일이 그 다음으로 흘러가는 것을 늘 뜰에서 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어느 틈엔가 먼 곳에서 연결되어 있다.

새벽은 무엇을 고백해도 용서받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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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치유되는 과정이란 보고 있으면 즐겁다. 계절이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밤은, 생명을 빛나게 하는 시간의 시작이다. 하루는 깊이를 더하고 풍경은 그 아름다운 개성을 훨씬 더 짙게 발한다.

딱히 같이 살지 않아도 둘이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집으로 가는 길이고 둘이 있는 곳은 어디든 집이다.

우리들의 생 모두가 저 높고 평화로운 곳에서 바라보면 나란히 줄지어 파도를 타는 돌고래처럼 우스꽝스럽게, 조그맣게, 그리고 힘차게 보일 것이다.

우리들의 생 역시 분명 한 없이 아름다운 것이리라.-허니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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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떠난 여행
나사키 카호 지음, 김미란 옮김 / 진명출판사 / 2003년 7월
절판


*다행스럽게도 타고난 의지가 약해도 조금씩 강해지는 거란다.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키워나가지 않으면 안돼......

어느 틈에 전과는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사건이 생긴단다.

*야생엉겅퀴나 도라지, 용담, 제비꽃 같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으로 하면 되지.

*모든 일의 흐름에 따른 올바른 소원이 빛으로 변해 실현되는 거지
그건 정말 멋진 능력이지.

*봄이면 씨에서 싹이 나듯이 그 싹이 햇빛을 향해 뻗어나듯이
영혼도 성장하고 싶어하는 거야.

*마이는 이 라벤다 향이 나는 시트를 덮으면 행복하지 않니?
추운 겨울 양지바른 곳에서 햇빛을 쬐고 있거나 더운 여름에
나무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낄 때 행복하지 않아?

-서쪽으로 떠난 여행 중에서 -어디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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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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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귀가 시각이 되자 그는 소리를 내며 집까지 걸었다.
하모니카 소리가 뚝 끊어졌다.
천천히 열쇠를 꺼내 문을 열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창가에 앉아 있다 히메코가, 왜 이렇게 늦은거야, 하고 거칠게 말한다.

달려가서 끌어안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는
그에게 그녀는 느닷없이 무척 슬퍼보이는
눈길을 던진다. 그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
......

마슈는 생각하면서 방석 밑에 있는 하모니카를 언제까지나 못
본 척 하고 있다.-어디쯤쪽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짚신을 품어 따뜻하게 해서 오다 노부가나
에게 바쳤다. 나는 얼음을 품고 있다가 히메코에게 나를 바친다.
하지만 결코 눈에 들려고 하는 건 아니다. 그저 그녀가 기분
좋게 지내기만을 바랄 뿐이다. 물론 그런 터무니없는 것을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원한다면
정말로 그렇게 해버릴 것만 같다. 그 정도라면 간단한 일이다.

......어짜피 나는 바보니까 제대로 말로 설명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고 하지만
왜 그런지 가슴의 통증은 여전하다.
자신을 후회하게 만드는 사람은 얼마나
사랑스럽고 멋진가.
어느새 그는 히메코를 숭배하고 있다.
-어드메쪽

이런 추운 날에 나가다니 참으로 별난 사람이로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우선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술을 데웠다. ......

오징어 젓갈을 그릇에 담았다.
히메코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가게 메뉴에 젓갈이 들어있을 때 남은 게 있으면
잽싸게 싸서 히메코 님께 갖다 바쳐야 해, 하고
자기가 말해놓고서.
코로 먹으라고 심술궂게 명령해도 상관 없었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젓갈하고 민달팽이는 참 비슷하다는
식의 짓궂은 말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먹지도 않고 사라져 버리는 것에 비하면.-야마다에이미쪽

그녀는 지금 나를 무척 쓸쓸하게 하고 있다.
그건 좋다. 하지만 자신이 그녀를 쓸쓸하게 만들고 있다면?
견딜 수 없다.
가장 쓸쓸하게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
둘도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닐까?

다시 한 번 그녀를 만나게 되면 그 때는
나의 팔 안에 가두어 버리리라.
서투른 노래지만 그래도 불러주리라.

이 사람에게는 자신이 없으면 안 된다고 서로 생각하며
마주 볼 때 비로소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사라지게 된다.

그 때는 어느 한 쪽에서 안거나 안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껴안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공주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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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1997년 11월
구판절판


좌석버스가 빠앙, 소리내며
우리 곁을 스쳐갔다.

아무리 더운 여름햇살이라고 하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달려 가는 동안에는 덥지 않다.
그처럼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해도
우리가 달려가는 한은 절대로 절망적이지 않다.

우리는 달려 가면서 영원히 사랑하고
사랑하면서 영원히 달려 가야 한다.

-7번 국도 중에서.
-어디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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