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미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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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처음에 가재미라는 제목만 보고 '생태시‘ 라고 쉽사리 단정지어버린 내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 시.

사랑하는 여인은 마치 한 마리 ’가재미‘처럼 보이지만, 그런 그녀에게 시인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만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 일뿐.

그러나, 거기에서 감히 희망을 보아내도 될까.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같은 문구나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등에서 느껴지는 애처로움이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는 것은, 암투병이라는 절망 속에서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시인의 행동 때문이다. 값싼 위로보다, 그와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위로가 아닐까.

담담하면서도 진실 되게 담아낸 시인의 마음이 독자에게 깨달음을 준다.

문태준의 시는 이처럼 소박하고 쉬우면서도 절절한 느낌을 전한다. 


그 외에도 “밥을 씹을 때 그 입가는 골짜기는 참 아름답다”(<老母> 중에서)라던지

“자루는 뭘 담아도 슬픈 무게가 있다”(<자루> 중에서)와 같은 시구가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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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st Leaders 필기 특별대비 - 개정판
ECSOCIO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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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편집과 가벼운 종이재질

거기에 문제가 풍부하고 가격도 나름대로 저렴한 편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꼭 자격증 1급 취득해야지^^

860 이상이면 1급이란다.

아자아자 화이팅!

실기도 역시 잘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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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옥 문학과지성 시인선 102
오규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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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옥-오규원

뱃속의 아이야 너를 뱃속에 넣고
난장의 리어카에 붙어서서 엄마는
털옷을 고르고 있단다 털옷도 사랑만큼
다르단다 바깥 세상은 곧 겨울이란다
엄마는 털옷을 하나씩 골라
손으로 뺨으로 문질러보면서 그것 하나로
추운 세상 안으로 따뜻하게
세상 하나 감추려 한단다 뱃속의 아이야
아직도 엄마는 옷을 골라잡지 못하고
얼굴에는 땀이 배어나오고 있단다 털옷으로
어찌 이 추운 세상을 다 막고
가릴 수 있겠느냐 있다고 엄마가
믿겠느냐 그러나 엄마는
털옷 안의 털옷 안의 집으로
오 그래 그 구멍 숭숭한 사랑의 감옥으로
너를 데리고 가려 한단다 그렇게 한동안
견뎌야 하는 곳에 엄마가 산단다
언젠가는 털옷조차 벗어야 한다는 사실을
뱃속의 아이야 너도 태어나서 알게 되고
이 세상의 부드러운 바람이나 햇볕 하나로 너도
울며 세상의 것을 사랑하게 되리라 되리라만
-오규원쪽

털옷도 사랑만큼 다르단다
추운 세상 안으로 따뜻하게 세상 하나 감추려 한단다

그래. 네가 온 세상이란다 아가야.-내 맘 속 구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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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대표작 8권 세트 - 키친+도마뱀+하드보일드 하드 럭+암리타+허니문+하치의 마지막 연인+티티새+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민음사 / 2005년 1월
품절


사계절의 변화가 어디 한 군데도 빈틈없이 한 가지 일이 그 다음으로 흘러가는 것을 늘 뜰에서 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어느 틈엔가 먼 곳에서 연결되어 있다.

새벽은 무엇을 고백해도 용서받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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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치유되는 과정이란 보고 있으면 즐겁다. 계절이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밤은, 생명을 빛나게 하는 시간의 시작이다. 하루는 깊이를 더하고 풍경은 그 아름다운 개성을 훨씬 더 짙게 발한다.

딱히 같이 살지 않아도 둘이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집으로 가는 길이고 둘이 있는 곳은 어디든 집이다.

우리들의 생 모두가 저 높고 평화로운 곳에서 바라보면 나란히 줄지어 파도를 타는 돌고래처럼 우스꽝스럽게, 조그맣게, 그리고 힘차게 보일 것이다.

우리들의 생 역시 분명 한 없이 아름다운 것이리라.-허니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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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떠난 여행
나사키 카호 지음, 김미란 옮김 / 진명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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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타고난 의지가 약해도 조금씩 강해지는 거란다.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키워나가지 않으면 안돼......

어느 틈에 전과는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사건이 생긴단다.

*야생엉겅퀴나 도라지, 용담, 제비꽃 같은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으로 하면 되지.

*모든 일의 흐름에 따른 올바른 소원이 빛으로 변해 실현되는 거지
그건 정말 멋진 능력이지.

*봄이면 씨에서 싹이 나듯이 그 싹이 햇빛을 향해 뻗어나듯이
영혼도 성장하고 싶어하는 거야.

*마이는 이 라벤다 향이 나는 시트를 덮으면 행복하지 않니?
추운 겨울 양지바른 곳에서 햇빛을 쬐고 있거나 더운 여름에
나무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낄 때 행복하지 않아?

-서쪽으로 떠난 여행 중에서 -어디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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