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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The Shame Machine
Who Profits in the New Age of Humiliation
책의 제목 [셰임머신] 수치심 머신이라는 단어 생소하다.
영어 부제 새로운 굴욕(혐오)의 시대 누가 이익을 얻는가를 보면 내용이 궁금해진다.
누군가를 혐오하는 것으로 누군가 이익을 보고, 그것은 거대한 산업 생태계인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
책의 저자 캐시 오닐은 uc버클리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이후 학계를 떠나 IT업계에서 데이터 과학자로서 금융상품의 위험도와 소비자 구매 패턴을 예측하는 수학 모형을 개발했다. 상업, 금융, 교육 분야에서 알고리즘을 설계한 오닐은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알려진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사실은 편향적이며 취약계층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에 대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대량살상수학무기 -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가 >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오일러 도서상을 수상했다.
캐시 오닐은 어린 시절부터 뚱뚱함을 콤플렉스로 생각하면서 자라왔다. 그런 다이어트에 대한 사회적 압박감 속에서 성장한 그녀는 '체중 감량 실패를 수없이 반복하며 다이어트 업계가 사람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자각했다. 그녀의 경험은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비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작동하는 셰임머신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서론에서 수치심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이야기하면서 푸에블로의 광대 이야기를 한다.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이용해 공동체의 규범과 윤리 기준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수치심의 대상이 된 구성원은 광대에게 조롱당하지만 결국에 의식 후반부에는 용서받으면 부족 구성원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수치심은 공동체의 질서 유지를 위한 도구로 작동했음을 알게 된다.
캐시 오닐은 ' 수치심이 타의에 의해 드러나는 과정'에 주목한다. '수치심의 주요한 목적은 순응인데, 순응이라는 것은 '줏대 없는 태도, 고분고분한 행동, 개인의 희생' 처럼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어쩌면 순응의 강제보다도 주목해야 하는 문제점은 '순응하는 집단의 관습에 결함이 있거나 부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호손의 작품 <주홍글씨>를 예를 들어 이를 설명하고 있다. 호손의 작품은 '부당한 관계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도록' 사회의 규범의 재편을 요구한다.
다음은 이 책에서 다루는 대략의 목차이다.
1부. 수치심은 돈이 된다
비만, 약물중독, 빈곤, 외모
2부. 혐오는 어디서 시작하고 확산하는가
사이버 불링, 차별, 인셀,
3부. 정의감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공공 에티켓, 권력과 저항, 자아존중감 극복의 굴레
수치심은 또 비즈니스와 연결되어 있다. 1부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이 비만, 약물, 외모 관련 수치심의 영역은 사람들의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이용한 산업에 대한 내용이다. 2부 혐오는 어디서 시작하고 확산하는가에서는 sns로 급속히 확산하는 혐오의 확산에 대한 이야기-사이버 불링, 차별, 인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3부 정의감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코로나 펜데믹과 마스크, 백신, 공공장소 흡연 등 공공에티넷에 대한 내용, 촛불집회와 미투 운동 등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나는 특히 2부,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 중 [내 타임라인은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파트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온라인이든 사교모임이든 새로운 동질 집단은 그 집단을 넘어 시야를 확장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다. 동질 집단은 나의 정보 채널을 장악하고 나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우리는 어리석게도 나와 생각이 비슷한 친구들과 공유한 가치가 보편적이라고 믿어버린다."
나도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에 자유롭지 못한 개인이다. 이 책의 시작과 끝에 나오고 있는 비만, 코르셋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였다. 내가 어렸을때 엄마가 결혼식에서 화장하고 가지 않은 것을 이유로 예의가 없다는 식의 발언을 들었다며 속상해했었다. 그랬던 엄마가 시간이 흘러 흘러 딸인 나에게 "너도 화장 좀 하고 다녀"라고 권유(?)하는 것이 자존감에 스크래치 - 상처, 수치심을 일으키게 했다. 화장과 피부, 다이어트, 이런 것들이 나에게도 압박감으로 느껴지는 지기에 나도 그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화장은 예의일까? 나도 다이어트는 매일 다짐한다.
게다가 내 타임라인, 알고리즘으로 인한 편향된 시선은 어떤 것들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비만과 다이어트는 내가 가지고 있는 약한 혐오인 동시에 나의 수치심을 일으키게 하는 악순환이다.
이 수치심은 극복이 가능할까? . . .
개인적으로 번역서의 경우 원서를 찾아보고는 하는데, 원서의 표지 디자인을 가지고 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표지 그림이 보다 명확하게 셰임 머신이라는 제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고, 독자 입장에서 호기심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우리가 혐오하는 것을 돌아보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반성해 보면 좋겠다.

** 미자모 서평단> 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