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엔 식물에 물을 주고싶다. 흐르는 물을 화분에 부어주는 행위는 나를 가벼워지게 하는 힘이 있다. 생각으로 가득찬 머리를 비워주고, 삶을 더 단순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 P42
식물의 성장세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지난밤에 어떤 일이 있었건 아침이 오면 늘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이 소소한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기를 빌기도 한다. - P12
그녀 뒤에 서서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려놓고 있겠지. 나는 그 손의 감촉, 모든 걱정을 없애주는 그 든든한 무게감을 상상한다. - P17
외로움으로부터 도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중독이다. 외로움의 원인인 자아를 피하는 것이다. 중독은 자아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이 박이는 것’ , 체화된 것을 말한다. - P27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베어 나왔다. - P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