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정택용, 너희는 고립되었다-기륭전자비정규투쟁 1890일 헌정사진집(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10)

카메라는 본다. 차벽에 낙서된 퇴진하라. 카메라는 밖에 있지만 안을 보고 있다. 철문 사이로 손을 집어넣는 아이 뒤에서 아이가 무엇을 만지려고 하는지. 카메라는 비켜서지 않고 당당하게 그들을 본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을. 철문을 사이에 두고 연대하는 사람들. 검은 밤 기타를 든 노래를. 팔뚝질하는 여성 노동자의 웃음들. 포크레인이 갈아엎고 있는 투쟁장을. 투쟁장이 사라진 밤의 눈들. 공장의 사망을 선고하는 행렬을. 손바닥으로 쓰여진 구속하라는 결기를. 시민들에게 절을 하는 오체투지를. 빗속에 어깨까지 쳐진 처량함을. 머리칼을 깎는 울음들을. 포크레인에 올라탄 투쟁가를. 천막 속에서 노는 아이를. 한 이불을 덮고 추위를 녹이는 이야기를. 봄 속에 활짝 핀 한때를. 투쟁 속에서도 계속되는 삶을. 생일파티를. 결혼을, 출산을. 죽음을. 결혼식의 팔뚝질을. 길거리의 춤을. 눈보라 속의 연대를. 그들은 카메라를 본다. 그들을 보는 카메라가 그들을 닮아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팔뚝질도 한다. 그들은 본다. 고립된 우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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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작가선언6.9 엮음,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2009 용산참사 헌정문집(실천문학사, 2009, 12)

이 책을 다시 보자니 참담하다. 이때는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시민을 도시 폭도로 규정하는 정권에서 망루로 올라간 사람들이 불에 타죽었다. 그리고 그들을 폭도로 규정한 법은 그들을 감옥에 쳐넣었다. 냉동실에 보관된 죽은 자들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일년을 기다려야 했다. ,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났구나,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비극이. 쫓겨나는 사람들이, 사지로 내몰린 사람들이 또다시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구나, 참담했던 그때로부터 6년이 지나 304명의 생명이 바다 속에 수장되었다. 2009년 용산참사가 '한국사회의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상처'라고 선언했던 작가들은 2014년 또 한번 끔찍한 학살의 목격자가 되어 발언해야 했다. 우리는 보고 있다. 보고 쓰고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이 어둠을 어떻게 해야 하나. 대한민국은 아픈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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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권성현, 김순천, 진재연,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줘-이랜드 노동자 이야기(후마니타스, 2008)

2007년 여름의 시작, 6월이었다. 비정규직 문제가 하나둘씩 장기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투쟁의 현장마다 손해배상청구와 무차별 연행이 자행되던 날, 홈에버 월드컵점의 이랜드 투쟁은 뚜버기들의 싸움, 스머프들의 싸움으로 화제가 되었고, 마트를 점거한 그들이 속수무책으로 고립되어 살려달라고 달려와달라고 외치는 몸부림으로 전달되었다. 그때는 이 투쟁이 1890일이 넘는 긴 기륭 투쟁, 기타 노동자들의 콜트콜텍 투쟁, 23명을 죽음으로 내몬 쌍용자동자의 투쟁, 2000일이 넘은 학습지 교사의 투쟁, 704일이 넘는 스타케미컬 굴뚝 투쟁, 사냥개를 풀어놓는 유성기업 투쟁, 서비스업인 세종호텔 투쟁, 하이디스 투쟁, 케이블 설치 기사들의 투쟁,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 국가정보개발원 통신원들의 투쟁,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의 투쟁, 죽음의 반도체 노동자들의 투쟁, 투쟁투쟁들로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올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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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천구이디,우춘타오, 중국 농민 르포(, 2004/2014)

내가 읽기는 부담스러웠다. 12억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의 농민문제라. 게다가 책이 출간되자 마자 금서가 되었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럴까 궁금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중국의 문제는 전세계가 고민하는 문제가 되었다는 것, 그중 농민 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전세계 7분의 1의 식량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그 크기였다. 때문에 중국 정부가 이 책을 금서로 취급한 것 또한 해외토픽 정도가 아니라 전세계 언론이 다뤄야 하는 식량 공급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나는 그 사이즈를 체감한 정도로 중국 농민 문제를 덮기로 했다. 솔직히 중국의 농업 정책까지 사고한다는 게 너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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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새잎, 2008/2011)

예전에 원전에 반대하는 어느 책에서 '체르노빌레츠'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임산부들이 늘어났다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몸에 남은 방사선 찌꺼기들을 태아에게 주고 임신 7개월쯤에 중절 수술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인간의 생명은 나를 위해 태아를 희생시켜야 하는 지경에 도달했구나, 철학은 죽었다고 선언해야겠다고 느꼈다.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떨어지는 걸 보며 인류는 종으로 전락했다고 탄식하던 화학자의 선언이 떠올랐다. 체르노빌에 관한 책들은 꽤 찾아 읽었지만, 이 책만큼 확실하게 세계관을 흔들어놓은 책은 없었다. 세계는 다같이 죽어가는 현장이 되어버렸다는 인식, 새가 찾아오고 꽃이 피고 하는 자연의 흐름은 단절되었다는 비탄, 이제 멈추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세계인식. 그러나 20113.11이 곧 5주년이 된다. 안전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삶이 사라졌다는 절박함이 도착한다. 우리는 모두 핵에 볼모로 잡힌 세계인이다. 이 책을 보며 녹색당에 가입하고 싶어졌다. 소비에트연방공화국에 균열을 낸 것은 분명 체르노빌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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