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나무의 신화, 자크 브로스(이학사, 1998)

자크 브로스는 나무를 중심으로 신화를 재해석한다. 켈트 신화에서 라그나뢰크(신들의 황혼기)에 살해된 발데르가 전 우주의 화재 속에서도 불타지 않은 물푸레나무로 아침에 핀 장미를 양식 삼아 살아나고 제우스와 토르는 참나무를, '나무 속에 살며 일하는 자'인 디오니소스는 담쟁이덩굴과 무화과나무를, 포세이돈(포티조potidzo와 이다ida가 합쳐져 '숲이 우거진 산 속에서 마실 것을 주는 자'라는 뜻)은 물푸레나무의 신이 된다. 각 지역의 우주목, 생명의 나무인 북구의 이그드라실, 에리두(물의 집)의 키스카누(에덴 동산의 나무가 아닐까. 훌룰프나무?), 중국의 키엔 모우建木(??)나 복숭아나무, 뽕나무, 북아시아의 전나무,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참나무 등에 얽힌 신화와 역사가 재미나다. 인도에서는 고행자들의 깨달음의 나무인 거꾸로 선 나무 아슈밧타(바타나무는 무화과나무, 아슈밧타는 불멸의 무화과나무이다. 이는 기독교의 세피로스의 나무나 유대교의 상징인 메노라menorah 촛대와 같은 성물이다)가 있다. 온갖 박해에도 되살아난 보드 가야의 나무, 석가모니가 출생한 룸비니 정원의 아소카나무(고통을 파괴하는 나무), 히말라야의 전설적인 숲에 사는 '감부'(어린 싯다르타가 무상보리의 달콤함을 맛보았던), 석가모니가 돌아갈 곳을 정해놓은 살라 나무,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 서 있는 고독의 나무인 플라타너스...

 

나무는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 어린 딸에게 남무南無라고 하기에는 석연찮아서 구해놓고 천천히 읽었다. 읽다보면 나무는 우주가 창조될 때 최초로 생겨난 말(, 르쉬트reshith)에서 온 것 같기도 하다. 창세기(베레쉬트)는 나무로부터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르카디아인들은 자신들이 인간이 되기 전에 참나무였다고 믿었으며 그리스어로 매미(드뤼오코이테스dryokoites)'나무 안에서 잠자리에 드는 자'라는 뜻이다. 고어로는 테틱스tettix라 하여 '노래하는 자' 즉 시인과 동의어였다고 한다. 인간이 매미와 형제지간이라면 꿀벌(멜리사melisa, 시인)이나 청딱따구리(드뤼오코푸스 마르티우스dryocopus martius, 나무를 쪼아대며 점을 치는 자, 그리스의 마르스, 금성까지 확장된다) 또한 형제였을 것이다. 이뉴잇이 천둥이 치기 전에 나오는 뿔이 난 천둥벌레를 보며 미스타페우 할아버지를 상상한 것과 같은 원리다.

 

*참나무 열매로 만든 빵은 페고스phegos라 하여 18세기까지 말랑한 빵의 주원료였다고 한다. 물론 이는 다산을 기원하는 최음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참나무 열매는 그리스어로는 발라노스balanos라 하고 라틴어로는 글란스glans라 하는데 동일한 어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둘다 '발기된 남근'을 지칭하는데 엣지 있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밸런스balance나 글래머glamour도 여기서 오지 않았을까. 페고스에서는 페니스penis를 추측할 수도 있는데(아님 말구) 그러니까 어쨌든 먹는 거구나.

 

'나무' 사이에 줄을 매고 판을 놓고 몸을 위아래로 흔드는 '그네' 또한 여성들이 자신의 성적인 충동을 놀이로 위장함으로써 흥분을 느낄 수 있었던 놀이였던 셈이다. 실제 그네를 탈 때 약간의 짜릿함은 오르가슴과 비슷하지 않은가. 그 왜 오줌을 쌀 것 같은.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을 내려올 때 아악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도 비슷하다. 나만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젊은 시절 연예 코스 중 놀이공원에 한두 번쯤 다녀오는 것도 비슷한 심리가 아니었을까. 인도에서는 그네의 움직임을 낮과 밤이 교대하고 계절이 순환하는 시간의 리듬으로 보았으며 비를 기원하는 봄철에 그네를 띄우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앗싸, 단오놀이가 있구나. 성적인 발산과 다산, , 풍요가 연결되는 오래된 습관이 젊은이들을 놀이공원으로 모이게 하는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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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 일리야 N. 마다손 채록, 양민종 옮김(, 2008)

게세르Geser는 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아우르는 지역의 영웅서사시의 이름이자 주인공 이름이다. 게세르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바이칼 호수에서만도 백여 개의 판본이 있다고 한다. 서양에 오뒷세우스가 있다면 동양에는 게세르가 있는 셈이다. 번역된 책은 서사시의 형식이지만 번역자는 이야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산문으로 풀었다. 번역된 판본은 바이칼의게세르:부리야트-몽골인의 영웅서사시(1941)로 부리야트의 전설적인 이야기 낭송자(전기수)인 페트로프의 낭송을 마다손이 채록하여 활자화한 것이라고 한다.

 

부리야트의 하느님은 후헤 문헤 텡그리(영원한 푸른 바다)로 역할보다는 '뜻을 가진 자', '말씀'으로 보인다. 에세게 말리안 텡그리(현명한 할아버지 하늘님)는 영원한 푸른 하늘과 하늘신들을 매개하는 신인데 내가 보기에는 산신령이나 장승과 같은 역활을 하는 것 같다. 하늘신 중에 중요한 인물은 <지혜운명의 책>을 해독할 수 있는 만잔 구르메 할멈이 있는데 주인공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이 할멈을 찾아간다. 아마 모계의 영향을 받아 삼신할멈이 생명뿐 아니라 지혜의 정수가 되는 보다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옛날 옛날 하늘은 동서로 나뉘었는데 동으로는 44명의 악신이 있고 서쪽에는 55명의 선신이 있었다. 서쪽의 선신은 흡사 제우스와 같은 번개와 불의 신인 한 히르마스의 가계가 중심이 되는데 한 히르마스의 세 명의 아들 중 둘째가 암흑을 물리치는 영웅 아바이 게세르('아바이'는 함경도 지역에서 말하는 아바이로 선조, 아저씨, 아버지라는 뜻이다)이다. 하늘을 차지하는 신들의 싸움에서 진 동쪽 신들은 각각 사람의 머리, 왼손, 오른손, 가슴, 왼쪽 허벅지, 오른쪽 허벅지와 종아리, 엉덩이에 해당하는 지상에 떨어진다. 십만 개의 눈동자를 갖은 마법사 갈 둘메는 머리에 해당하는 호닌 호토 땅, 숲의 괴물 오르골리 사간은 왼쪽 알타이 산백이 있는 벨루하 산의 숲, 오른손 쪽은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쉬렘 미나타, 심장에 해당하는 중앙에는 만가트하이(괴물, 몽골의 망구스)인 아바르가 세겐, 왼쪽과 오른쪽 허버지와 종아리 쪽은 인간의 영혼을 보관하는 엔호보이 세 자매, 그리고 엉덩이 쪽은 엔호보이 자매의 남동생 로브소고이 만가트하이가 차지한다. 이들로 인해 지상의 인간들이 가뭄, 홍수, 기근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에 하늘을 차지한 서쪽 신들은 신들의 회의를 열어 한 히르마스의 둘째 아들 아바이 게세르를 지상으로 내려보내기로 결정한다. 이때 나란 고혼(Naran gohon, 태양의 영광)을 딸려보내는데 그녀는 종달새로 변신해 게세르의 지상에서의 어머니가 된다. 게세르의 아버지는 '행복을 주는 자'라는 뜻의 센겔렌이지만 게세르는 어려서부터 센겔렌의 큰형인 사르갈 노욘의 양자로 길러진다. 사르갈 노욘은 부리야트족의 시조이자 지혜를 갖고 있는 자로 통한다. 사르갈 노욘에게는 센겔렌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갖은 동생 하라 소톤이 있는데 게세르는 하라 소톤이 찍어놓은 세 명의 여자들을 지략으로 가로채 자신의 아내로 맞음으로써 후에 하라 소톤의 복수극이 펼쳐진다. 게세르의 세 명의 아내는 차가운 아름다움을 갖은 야르 갈란, 지상의 출산의 신인 우르마이 고오혼(게세르가 우르마이 고오혼을 구하는 이야기는 <눈의 여왕>과 비슷하다), 용황 우가 로손의 딸로 여전사로 키워진 평생의 반려자 알마 메르겐이 있다.

 

이름을 익혔으니 다음에 책을 볼 때는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몽골신화가 한대 이후에 재번역되면서 불교적 도덕관이 강제되었다고 한다면 게세르 신화는 전사의 여행기와 같은 느낌이다. 오뒷세우스가 신들에게 버림받고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을 비난하며 비극을 극화시켰다면 게세르는 신들의 호위를 받고 지상에 태어났으나 인간들의 간교와 하늘에서 쫓겨난 악신들에 의해 기억을 잃고 당나귀가 되어 밭을 갈아야 하는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 자이다. 게세르는 처음부터 악신을 하나씩 물리쳐야 하는 운명의 전사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게세르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만잔 구르메 할멈이 도움을 주는데 여기서 <지혜의 책>은 예언서로서 박혀 있는 내용이 아니라 환타지 소설에서처럼 현실에 따라 결과가 바뀌며 계속해서 새롭게 쓰여지는 책이다. 천신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고 그것은 현실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해석의 문제를 던져준다. 또 하나, 아바이 게세르가 하늘신이었을 때 그의 별명이 '부헤'였다고 한다. 주석을 보면 부헤는 부리야트어로 '장사'를 뜻하며 확장하면 '해결사'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서사 내용 중에 부헤는 지상의 인간들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존재로 "투정하는 어린이들도 부헤라는 말을 들으면 울음을 멈추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는 부헤의 무용담을 이야기해달라고 조른다"는 부분이 나온다. 짐작컨대 '부헤'는 우리의 '망태할아버지' 정도로 여겨졌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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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몽골 민간 신화, 체렌소드놈 지음, 이평래 옮김(대원사, 2001)

몽골 신화는 역시 이야기가 구성지다. 예를 들어 천둥이 치게 된 사연은 큰 물 가운데 물고기 두 마리가 서로 상대방의 꼬리를 물고 둥근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모래와 흙이 쌓여 숨베르산(수미산須彌山)이 되고 물고기 몸은 4대륙이 되었으며 숨베르산 꼭대기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천신인 텡그리들이 그곳에서 열매를 딸 때마다 천둥이 친다는 식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빙 도는 이야기 방식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손이 재빠른 도둑(도둑놈은 이후 장인匠人, 다른 말로 예술인을 뜻하는 '다르항'의 시조가 된다)을 설명할 때는 "까마귀 깃털을 까치 깃털과 바꾸고 까치 깃털을 까마귀 깃털과 바꾸는 사람"이라고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모티프도 있다. 아들이 하나밖에 없는 대왕이 아이가 못생긴 것을 숨기기 위해 아이들을 유모로 삼았는데 아들이 너무 못생겨서 다들 하루를 못 버텼다. 그러던 중 한 소녀만은 유독 오려 견뎠는데 아들은 소문이 두려워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꼭 타르바가(몽골 지역에 서식하는 설치류) 굴에 가서 외치라고 명했다. 하루는 소녀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타르바가 굴에 가서 "대왕의 아들은 아주 못생겼다. 소처럼 뿔이 있고 돼지처럼 이빨이 있다"고 외친다. 소문은 삽시간에 번져 대노한 대왕이 소문의 진원을 파악한즉 범인은 타르바가로 찍혔다. 대왕은 타르바가를 잡아다가 발가락을 하나 잘라서 타르바가는 발가락이 네 개가 되었다. 우리와 비슷한 유형의 이러한 이야기가 많은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나그네 옷 벗기기 내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등등 수두룩하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의 당산목과 같은 신목神木과 그들의 나무의식이다. 해와 달이 생기기 전, 사람들이 빛을 모르던 시절에는 사람마다 자기의 나무가 있어 태가 연결되어 있었으며 자신의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따먹고 살았다는 테마는 다른 설화에서는 보지 못한 부분이다. 물론 라틴아메리카의 '나무인간'이나 이집트의 오시리스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 나무(관목인 에리카, 히스나무라고도 하고 기둥으로 쓰였으므로 참나무라고도 하고) 속으로 들어간 이야기 등은 있지만 이는 이미 다른 인간들이 있거나 부활하는 경우이다. 사람의 기원에 대한 이 이야기를 번역자의 앞서 책의 주석에서 보고 메모해놓았었는데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

 

저 위의 하늘이 남자 열여덟 명, 여자 여덟 명을 주고, 이 땅에 인간의 씨앗을 퍼뜨리라고 하였다. 처음에 사람들은 남녀 관계를 모르고 지내다가 나중에야 성을 알게 되었다. 그 뒤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들은 "무슨 일이냐"고 하면서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 무렵 세상은 해도 없고 별도 없는 완전한 암흑이었다. 사람들은 아이를 낳으면 무서워하며 즉시 내다버렸다.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 어머니의 태반에서 나무가 자라나 꽃이 피고 그 나무에 과일이 열려 익으면, 아이들은 그 과일을 따먹고 연명하였다. 과일나무와 아이들의 배꼽은 연결되어 있다가 아이들이 자라면, 나무와 아이는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그때는 사람마다 과일나무가 있었기 때문에 오직 자기의 과일만 먹고 살았다. 다른 사람의 과일은 따먹지 않았다. 또한 세상이 완전히 캄캄했기 때문에 사람마다 빛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한 사람이 있는 곳에 반드시 하나의 빛이 있었다. 망가스(괴물)는 그 빛을 보고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 거기로 가서 사람을 잡아먹었다. 한동안 암흑이었던 세상에 어느 날, 샥자모니(석가모니)가 어디선가 해를 가져다가 매달아주었다. 처음에 그 해를 망가스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놀라서 허겁지겁 구멍을 파고 들어가 숨었다. 망가스는 사람이 어떤 동물인가 잘 알지만, 사람은 망가스가 어떤 동물인지 잘 몰랐다. 망가스를 알아본 순간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또한 밤에 불빛을 가지고 있으라고 별들을 가져다주었는데, 사람들은 작은 망가스가 왔다고 생각하고 더 큰 굴을 파고 숨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사람들은 해와 달과 별에 익숙해져 이들이 망가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굴속에서 나왔다. 그 후로 사람들의 몸에 있던 빛도 없어졌다.

 

인간의 기원과 더불어 민담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나다. 천연두가 만연해서 다 죽어가던 아이의 영혼이 지하세계의 에를렉 칸(염라대왕) 앞에 도착했다. 에를렉 칸은 왜 죽지도 않았는데 이곳에 왔느냐고 묻는다. 소년은 자신은 버려진 아이로 이미 몸이 쇠했으니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답한다. 소년의 영혼이 마음에 든 칸은 그를 지상으로 돌려보내며 갖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한다. 소년은 사랑과 재산, 부모와 형제를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민담'을 갖겠다고 답한다. 지상으로 돌아온 소년은 그가 지하에 있는 동안 이미 까마귀가 자신의 두 눈을 다 파낸 뒤라 앞을 못 보게 된다. 고아인 장님 소년은 세상을 떠돌며 민담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었다 한다. 이 부분에서는 울컥 오고트멜리가 떠올랐다. 그도 이야기의 전달자라는 역할을 맡기 위해 장님이 된 것은 아니었을까. 또 담배의 기원을 외로움과 평안에서 찾는 그들의 이야기는 잔잔하다. 사이 좋은 노부부가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죽자 남편은 "한 살배기 망아지가 딸린 암말이 떠내려갈 정도로, 두 살배기 망아지가 딸린 암말이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고 난 후 아내의 무덤에 찾아갔다. 남편은 무덤에 핀 잎이 큰 풀을 보고 따가지고 와서 아내를 생각하며 외롭게 앉아 냄새를 맡다가 잎을 피워보니 마음이 평안해지는 듯하여 계속 피우게 되었다는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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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야기 페르시아 신화, 편집부(글사랑, 2008)

페르시아 신화를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첫 책으로 편집부에서 엮은 책을 선택했다. 그냥 편하게 읽으려고. 딱 고만큼이지만 아라비안 나이트의 이야기 구성과 비슷하다. 이란의 대지는 7개 주로 중앙에 이란이 있고 동--남동-남서-북동-서북으로 나뉜다. 북쪽으로 알부르즈 산맥이 있는데 가장 높은 데마반드 산은 5,600m에 달하며 산맥 반대편에 그들이 부르카샤 바다라고 부르는 카스피해가 있다. 이 부르카샤 바다 한가운데 두 그루의 생명의 나무가 있는데 하나는 약초가 1만 가지 이상 있다는 '사에나 나무'이고 이 나무 꼭대기에 사에나 새라고 불리는 시무르그가 산다. 또 하나의 나무는 영생의 열매가 열린다는 '고케레나 나무'로 나무 아래에는 두 마리의 물고기 '카라'가 악마로부터 뿌리를 지키고 있다. (<김병모의 고고학여행 2>에서 선생은 이 카라의 표기가 gara(가라)로 비슷한 물고기 신화를 갖고 있는 인도의 아요디아와 같은 유형이며 가라의 허황옥이 인도 쪽에서 오지 않았을까 묻는다.) 페르시아 신화에서 최초의 인간은 키유마르스(kiyumars, 죽어가는 생명)로 그는 30년 동안 통치한다. 그의 외아들 시야마크는 악신 아리만의 아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이후 철의 왕이라고 불린 후샹이 40년 동안 통치한다. 후샹은 농업의 신으로 여름과 겨울을 7개월, 5개월로 나누었으며 철을 제련하기 위해 처음으로 불을 사용했다. 태무라스는 30년 동안 통치하면서 실과 옷감, 문자와 언어를 만들었고 이후 선한 왕이라고 불린 잠시드 왕이 700년 동안 통치한다. 잠시드의 통치 기간 동안 신분제도와 신년이 제정되었고 선한 통치를 위해 잠시드의 술잔이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으나 그 시기 아랍왕이자 후에 뱀왕으로 불린 잣 하크가 악신 아리만의 간계로 잠시드를 죽이고 두 딸을 취한다. 잣 하크는 이후 1000년 동안 통치하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아리만은 잣 하크의 요리사, 명의로 활약하며 잣 하크의 양 어깨에 뱀이 살아가게 하고는 매일 사람들의 뇌를 공물로 바칠 것을 명한다. 이후 잣 하크를 물리칠 미래의 왕 파리둔이 등장하게 되는데 파리둔의 아버지는 뱀의 먹이가 되었고 예언을 받은 파리둔은 숨겨져서 키워지게 되는데 암소 비루마의 젖을 먹고 성장한다. 1000년이 다가올 무렵 잣 하크의 폭정에 반발한 대장장이 카베가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앞치마를 벗어 만든 '카베의 깃발'은 혁명의 깃발이 된다. 혁명군의 수장으로 추대된 파리둔은 뱀왕을 처리하고 잠시드 왕의 두 딸을 아내로 맞아 사르므, 투르, 이라지 세 아들을 얻는다. 파리둔은 500년 동안 통치하고 왕위를 두 형과는 달리 불행한 운을 타고난 막내 이라지에게 물려준다. 이후 이라지는 두 형들과 평화협정을 맺으려고 갔다가 살해되어 목만 돌아온다. 파리둔은 사랑했던 두 아들을 저주하며 복수할 기회를 엿보다 외손자 마누치풀을 앞세워 두 삼촌을 제거하도록 돕는다. 마누치풀이 삼촌들을 제거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던 나리만 가의 삼은 백발이 되도록 아들이 없었는데 늦둥이로 태어난 아들이 백발인 것을 보고 부정한 아이라 하여 갖다 버린다. 이 아이는 영험한 새인 시무르그가 키워 후에 잣 하크의 후손인 루다베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꿈꾸는데 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전형인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다.

 

*고케레나 나무와 카라라는 물고기 이야기는 우주목이지만 바다에서 자라고 물고기의 보호를 받는 특이한 경우다. 지리적으로 봤을 때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 서 있는 '고독의 나무'(자크 브로스는 이 나무가 플라타너스라고 한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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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야인의 성서 포폴 부, 고혜선 옮김(문지, 1999)

제임스 프레이저는 황금가지 에서 왕의 살해를 설명하면서 전왕의 힘이 쇠해지면 아들을 비롯해 주변에서 왕을 살해하는 것이 당연한 예식이었고 이러한 왕의 살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행해졌음을 설명했다. 덧붙여 왕이 살해됨과 동시에 전왕이 살았던 때에 쓰였던 단어들도 새로운 왕의 단어로 바뀌기 때문에 원시 부족일수록 언어의 소통이 더욱 어려웠으리라고 쓰고 있다. 그들이 새로운 왕의 출현과 함께 언어를 바꾸는 것은 죽을 수밖에 없는 약한 왕의 언어는 그 사물까지 쇠하게 만든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서 언어의 타락이란 곧 사물의 타락을 의미한다. 이러한 주기적인 언어의 변화로 그들이 겪은 사회적인 문제들은 부족간 소통의 문제뿐 아니라 역사성을 획득하는 데 방해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이라는 증거보다는 '이야기'라는 구습이 살아 있다. 마야인의 27개 방언 중 하나인 키체족의 언어로 쓰여진 포폴 부는 아스테카,잉카 문화와 함께 중남미 3대 문화 중 하나인 마야 문화를 기록한 '공동체의 책'으로 구전되어오던 것을 제식을 위해 나무판에 새긴 것으로 1550년 스페인 점령 이후 원본은 소실되고 스페인 선교사들에 의해 채록된 것이 라틴어, 스페인어로 번역된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는 사실 별로 재미가 없다. 복수와 간교 속임수와 부활을 다루는 이야기들이 마치 이집트 사자의 서와 같은 재판과 심판의 목소리 같다. 그 중에서 마야인들의 시간 계산은 흥미를 끈다. 음력으로 한달은 201년은 13개월 해서 260일이고, 양력으로 한달은 201년은 18개월로 총 360일이다. 여기에 흉일인 5일을 더해 1년을 365일로 계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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