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아 2006-12-25
크리스마스 새벽에 씁니다. 지원이는 어떤가요? 좀 나은가요? 아이 돌보느라 애쓴 님은 어떤가요? 괜찮은가요? 님이 메리를 남기신 그 크리스마스예요. 지원이에게 산타가 되어 주시나요? 전 산타를 믿는 아이였어요. 밤 12시 오줌 누러 일어났다 양말로 다가갑니다. 양말은 오강이 있는 쪽 벽에 달려 있어요. 먼저 볼 일을 본 뒤 양말을 쳐다 봅니다. 그 두근거림. 난 착한 아이일까? 동그랗고 단단한 무언가가 손에 잡힙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요. 산타가 인정한 착한 아이는 기분 좋게 잠듭니다. 그 동그랗고 단단한 무엇은 아침에 보니 빨간 돼지저금통이었어요. 지원이도 그 기쁨 속에 있을까요?
아무도 뭐라고 말하지 않는데도 오늘은 제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날입니다. 산타가 저금통을 남기지 않아도 그렇게 느낄 수 있군요. 그전에는 덜 괜찮은 사람이거나 부끄러운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괜찮은 사람이에요. 알고 보니 벌써 얼마 전부터 괜찮은 사람이었는데...자꾸 돌아보고 그때 안 괜찮은 사람이었다고 지금도 그런 사람이라고 잘못 생각했어요. 아주 좋은 사람인지는 몰라도 괜찮은 사람...오늘은 더욱더 괜찮은 사람...낯 두껍다고 해도 상관 없어요. 웃고 있어요. 지원이와 님도 지금 웃고 있기를 간절히 바래요. 즐거운 성탄 되기를.
이 순간, 님과 지원이를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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