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절연성이라는 것을 누가 전에 이미 지적했는지는 모르겠다. 피부라는 막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죽는다. 인간은 주변 환경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한에서만 존재한다. 두개골은 우주여행자의 헬멧이다. 안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소멸된다. 죽음은 안을 벗는 것. 죽음은 밖에 닿는 것. 풍경과 섞인다는 것이 원더풀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연약한 자아의 끝이다.
불쌍한 프닌이 경험한 감각은 그렇게 안을 벗는 느낌, 그렇게 밖에 닿는 느낌과 아주 비슷했다. 구멍이 숭숭 뚫리는느낌, 공격당한다면 무너지리라는 느낌이었다. 그는 땀을흘리고 있었다. 겁에 질린 상태였다. 월계수 사이의 돌 벤치가 보도에 쓰러지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것이 심장 발작이었을까?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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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쓰고, 잘라내고, 다듬고, 정화을 기하고, 가까이 다가서고, 표명한다. 그런 것이 나의 기쁨이다.
작가들은 ‘삭제‘ 혹은 ‘재단‘ 이라고 말한다.
정신분석가들은 ‘발음장애‘ 혹은 ‘거세‘ 라고 말한다.
생물학자들은 ‘세포의 자살suicides cellulaires‘ 이라고 말한다.
자연과학자들은 ‘식물의 세포 자살apoptoses végétales‘ 이라고말한다. 

문제는 늘 창조적 죽음, 다시 말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삶, 즉 열기에 들떠 끓어오르는 위태로운 활동이며, 그것에 의해 삶은 마치 죽음이 삶 내부의 도구인 것처럼 열정적으로 죽음에 의존한다.

삶은 죽음으로 삶을 해석한다. - P113

나는 침묵 속에서 독서한다.
그리고 글을 쓴다. 글쓰기란 침묵 속애서 계속 책을 읽는 일이다.

글쓰기란 더 이상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그 무엇의 침묵 속에서 우리가 보지 않는 무엇을 읽는 일이다.

밤마다 나는 침묵 속에서 꿈을 꾼다.
새벽마다 나는 침묵 속에서 몽상에 잠긴다.
이것이 나의 위험한 삶이다.
........


나는 아침마다 허물을 벗믄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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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05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스텔라 2023-12-05 21: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풍요롭고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세요♡

yamoo 2023-12-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된 문구가 좋아서 눌러보니 키나르네요...
음...키냐르 작품 다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건 최근 나온건가 봅니다.
얼른 방바구니에 넣었습니다!ㅎㅎ
 

책이 열린다.
독서는 싦을 향한 통로를, 삶이 지나는 통로를, 출생과 더 불어 생겨나는 느닷없는 빛을 더 넓게 확장한다.
독서는 자연을 발견하고, 탐색하고, 희끄무레한 대기에서 경험이 솟아오르게 한다. 마치 우리가 태어나듯이. - P13

fur(도둑)

‘세 글자로 불리는 사람‘, 이것이 도둑을 칭할 때 로마인들이 에둘러 사용했던 표현이다. 라틴어로 도둑이라는 명사는fur였다. 그런데 고대 로마인들은 자신이 언급하는 행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의도가 있는 한 감히 노골적으로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대 이탈리아 숲에서 멧돼지와 맞서 싸우며 살았고, 늑대들의 도움을 받았으며 심지어 암늑대들의 온정으로 최초의 두 왕이 생존했으므로 높은 하늘에서 맹금들이 말없이 자신들의 운명을지배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지극히 미신을 믿는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다.

오직 고대 신부들만이 왕정시대에, 즉 숲의 시기에, 다시 말해 늑대와 멧돼지들이 출몰하고 맹금들이 선회하는 숲으로 뒤덮인 일곱 구릉시대에 의례적인 속담으로 그 단어를 말하곤 했다. "사고, 죽음, 행복, 사랑, 욕망, 꿈, 황홀경, 이런 것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밤의 도둑처럼 솟아오른다."
Sicut fur in nocte(밤의 도둑처럼).
왜냐하면 시간의 왕국들에서는, 다름 아닌 죽음만이 옛날에 유일한 왕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은 여전히 왕으로 남았다.

죽음은 세월의 왕이다. 

사람들의 거처로 찾아와 ‘furfurtif(은밀한 도둑)‘처럼 세상에서 노획물을 거둬들이고, 한밤중에 별장, 오두막, 궁전, 저택, 대성당, 교회, 지성소로 침입하는 Rex saeculorum (세월의 왕)이다.
나중에 신부들은 진짜 도둑에게 당할까 두려운 나머지 속담을 없애버렸다.
혹시라도 재물을 훔치는 자를 가리키는 단어를 계속 입에올리면 자신의 재물을 빼앗기게 될까봐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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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절 빈센트는 "모델이 없어서 나 자신이라도 그리려고꽤 괜찮은 거울을 하나 샀지", "다른 모델을 구할 수가 없어서 자화상을 두 점 그리고 있다"라고 테오에게 넋두리를 한 적이 있다.

이처럼 그는 달리 모델도 없고 모델을 구할 돈도 없어서 자신을그린다고 변명했지만, 단순히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상파의 색채를 받아들이던 낯선 파리 생활에서 고달픈 이방인 작가로서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집요한 회의에 직면해야만 했던 상황도 자화상에 몰입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빈센트는 파리 시절과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던 말기에 자화상을 가장 많이 그렸다.

화가들은 고단하고 암울한 시기에 가장 많은 자화상을 그린다. 빈센트 역시 약 2년간의 파리 시절에 스물일곱 점의 자화상을 남겼다. 그의 자화상은 단순한 자기 묘사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탐색과 성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고뇌와 연민, 고립과 소외, 충동과 공격성, 외로움과 고독 등을 극복하고 살아남고자 한 존재의 필사적인 투쟁의 역사를 보여 준다. - P78

보통 사람들의 얼굴에 신성이 깃들어 있어

빈센트가 사로잡힌 것은 초상화였다. 그는 "인간이야말로 모든것의 뿌리다. 인간의 얼굴이야말로 내 안에 있는 최고의 것, 가장 진지한 것의 표출이다" 라고 말했다.
 평생을 모델을 찾는 데 열중했던 그에게 초상화란 유일하게 사람을 소유하는 경험을 해 주는장르였다. 그는 모델을 선정해 자세를 취하게 하는 등 그 자신이주도적인 위치가 된다는 것에 매료되었다. 그는 개성 있는 모델을구해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일생의 과제로 삼게 되었다.
......

당시 인상주의는 인간 탐구를 포기하다시피 했고, 인물도 자연을 그릴 때처럼 순간적으로만 포착할 뿐이다. 대부분의 초상화는 주문이나 강요에 의해 어떤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공식적이고 영웅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그려졌다.
하지만 빈센트는 주묺하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의 생각과 영혼과 열정이 담긴 모습을 그리고 싶어 했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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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Cosmos - 완벽한 조화와균형을 이루는 꽃

●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것이다. 코스모스는 밤하늘, 별똥별, 먼 곳의 행성, 그리고 모험심을 부추기는 장엄한 성운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게 해준다. 분홍색에서주황색까지 색깔도 다양한 작은 꽃이어서 다른 이미지도 떠오를 수 있다.
코스모스는 밤하늘을 가리키는 용어(우주)일 뿐만 아니라 꽃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 도대체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있을까?
그렇다. 놀랍게도 분명 연관성이 있다! 우주의 이름이나 꽃의한 종류이기 이전에 원래 ‘균형‘, ‘질서‘, ‘조화‘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단어 ‘코스모스 kosmos‘였다.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맞다. 수학시간에 그토록 싫어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가 이 단어를 처음으로 우주와 지구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주가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이 단어를 적용한 것이다.
어느 순간, 이 단어의 처음 철자는 K가 아닌 C로 바뀌기 시작했다. 스페인 탐험가들은 이 꽃을 처음 본 원산지인 멕시코에서 철자를C로 시작했다. 그들이 스페인으로 돌아왔을 때 성직자들은 이 꽃에 깊이 매료되었다. 고르게 배열된 꽃잎들을 보고 감동한 것이다.
심지어 꽃잎들은 서로 완벽한 조화 혹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고 말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조화가 이 꽃에 코스모스라는 명칭이 적용된 이유였다.
균형과 조화를 뜻하는 이 그리스어는 꽃 이름에서만 볼 수있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cosmetic‘이라는 단어도 여기서 유래했다. 이는 아름다움과 연결되고, 무언가를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단어이다. 화장품은 사람들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용도를 지녔다.
성형수술cosmetic surgery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그리스어는 ‘균형과 조화‘를 의미하지만, 어떻게 이것이 아름답다는 의미에도 적용되었는지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우주나 심지어 이 꽃들과 같이 균형 잡히고 완벽한 것들을 아름답다고 여긴다. - P133

바오밥나무Baobab - 많은 씨앗의아버지 나무

●바오밥나무들은 거의 외계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프리카,
특히 마다가스카르섬의 토착종이다. 위에 나뭇가지가 흩어져있는 나무의 크고 두꺼운 줄기는 확실히 볼만한 광경이다. 나뭇가지가 약간 뿌리처럼 보이고 실제 가지가 땅 아래에 있어서심지어 ‘거꾸로 된 나무‘라고도 알려져 있다.
이 거꾸로 된 이미지는 심지어 이 나무가 악마에 의해 뿌리째 뽑혀서 거꾸로 땅에 처박혔다는 전설까지 낳았다. 이외에도, 이 나무가 하느님의 첫 창조물 중 하나였고, 신을 계속 따라다니자 짜증이 난 하느님이 이를 집어 올려 머리부터 묻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 나무의 별칭은 실제의 명칭과는 관련이 없다.
바오밥은 아랍어에서 기원한 명칭이다. 처음에는 아랍어로
‘많은 씨앗의 아버지‘라는 뜻의 ‘아부 히바브aba hibab‘라는 명칭으로 불렸고, 세월이 흐르면서 이것이 ‘바오밥‘이 되었다. 이 나무가 왜 이러한 명칭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은 쉽다. 이나무가 거꾸로 묻혀 있고 약간 우스꽝스럽다는 전설이 있지만,
이 나무의 모습은 실제로는 정말 장엄하다.
이 나무를 ‘생명의 나무‘라고 부르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이는 이 땅에서 가장 강력한 나무 중 하나라는 이미지를 풍긴다.
이 나무를 다른 모든 나무에 대한 아버지 나무라고 상상하는것은 특히 고대 사람들에게 그리 지나친 일이 아니었다.
공식 명칭인 ‘아단소니아adansonia‘는 그다지 신비로운 기원을가지고 있지 않다. 이 명칭은 이 나무를 광범위하게 연구한 프랑스의 박물학자 미셸 아단손Michel Adanson에서 유래되었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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