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도 파이어폭스로 보니 이래저래 안되는게 많네...
알라딘을 즐겨 찾으시는 수많은 서재폐인(?)들 중에서는 파이어폭스나 오페라, 사파리 이런거 쓰시는분 없나...내가 설정같은걸 잘 못해서 충분히 할 수 있는걸 못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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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만화를 아동용이라고 하는가. 누가 만화를 시간때우기용이라고 하는가. 만화에서 과학을, 지리를, 역사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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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먼나라 이웃나라 - 전9권 세트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2002년 4월
71,100원 → 63,990원(10%할인) / 마일리지 3,550원(5% 적립)
2004년 04월 25일에 저장
절판
이것을 제외한, 이원복의 다른 일군의 작품들은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특히나 <자본주의 공산주의>에서부터 시작한 일련의 경제관련 만화들은 매우 보수적인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만화라는 형식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어린 연령층들이 읽을텐데, 그러한 시각이 일찍부터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고우영 삼국지 三國志 세트 - 전10권
고우영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2월
90,000원 → 81,0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0원(5% 적립)
2004년 04월 25일에 저장
구판절판
내생각에 고우영은 '장인'이다. 혹은 'Master'라고 할 수도 있다.
만화 조선왕조실록 1- 개국편
박시백 글 그림 / 휴머니스트 / 2003년 7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4년 04월 25일에 저장
절판

지금 3권까지 읽었는데, 1권이 가장 재미있군...
십시일反-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13,000원 → 12,350원(5%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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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홍세화 > [씨네21] 한국 순정만화 되돌아보기

[씨네 21 No.489] 2005년 2월 4일

한국 순정만화 되돌아보기 - 깜악귀

탄생에서 하나의 사이클을 완결하기까지 그 20년의 역사










1979년 소개된 <캔디캔디>와 그 애니메이션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순정만화의 독자층과 그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다. 그리고 뒤이어 <베르사이유의 장미> <유리가면> 등의 해적판이 소녀들의 손아귀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맛을 본 소녀들은 더 많이 읽기를 원했고, 그 틈을 타고 해적판 및 일본소녀만화의 번안물이 그녀들의 손에 쥐어졌다. 80년대 ‘순정만화’는 한국에서 여성들이 최초로 전유한 자신들만의 욕망을 위한 매체이자 장르, 혹은 욕망의 구조물이 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순정만화는 어디쯤 있을까?
(Caution : 여기에서 제공하는 순정만화의 다이제스트는 몇몇 대형 히트작들을 완전 무시하는 등 편향된 시각과 무례한 요약, 일방적인 오독으로 가득 차 있음)

80년대 - 최초의 순정세대, 그리고 최초의 ‘여성’ 세대

80년대 중반, ‘온전한 자신의 창작 이야기’로 데뷔한 일련의 작가들에 의해 창작순정물의 시대가 본격화된다. 이 작가들의 이름은 김혜린, 김진, 신일숙, 강경옥 등이다. 그렇게 일본 소녀만화와 독립된 한국 순정만화가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이때 순정만화 소비자들이었던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80년대 초·중반에 이런 만화들을 읽고 자란 소녀들이 지금의 30대 초·중반이다. 당시의 소녀들은 한국에서 ‘대량으로 직장여성이기 시작한’ 첫 세대였다. 동시에 이들은 ‘엄마로서 소비하기’, ‘주부로서 소비하기’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욕망’을 가지고 떳떳하게 소비하고 행동하기를 막 처음 시작한 세대였다. 그녀들이 대학에 들어갔던 시기에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즉 이 세대들은 ‘엄마와는 다르게 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이 새로운 여성들을 만족시켜줄 문화상품은 당연하게도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소녀만화가 그들의 욕망의 대리물이 되었다. 이 작품들의 도래는 잠재된 수요를 해방시켰다. 그리고 빅뱅.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렇게 ‘순정만화’는 한국에서 여성들이 최초로 전유한 자신들만의 욕망을 위한 매체이자 장르, 혹은 욕망의 구조물이 되었다. ‘순정만화’는 사회진출을 시작하는 여성들과 기대와 불안, 그리고 욕망의 행보와 함께 맥동하고 있었다. 진취적인 소녀들은 선행자 없는 자신의 불안한 욕망을 어떤 식으로든 자각하고 있었고, 그들이 나이가 들고 지식이 성장함에 따라 순정만화라는 장르도 정신적으로 성장해 나아갔다.

한국 순정만화의 역사에서 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는 그야말로 신이 독자와 함께 성장해나가면서 ‘여성만화’로서의 역할까지 포용해나가는 진취적이고 아름다운 보기 중 하나이다. 그리고나서 순정만화는 다시 ‘소녀만화’로서의 속성으로 회귀하게 되지만. 좌우간 그 대목 중 몇 가지를 확인해보자(내 맘대로).

혁명순정물 대가 김혜린, 천재 김진의 대가족 잔혹사









김혜린은 83년 <북해의 별>을 위시한 일련의 작품으로 순정물 고유의 로맨스와 현실 사회변혁의 열정이 뒤섞인 경계에서 양쪽 다를 잡아내며 자신만의 사회파 순정물을 이끌어냈다. <북해의 별>을 당시의 운동권 학생들이 돌려 읽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한참 정국이 시끌시끌하던 88년에 <르네상스>에 연재한 <테르미도르>와 그 차기작인 <비천무>는 김혜린 미학의 완성이었다. <비천무>의 작화와 시가(詩歌)의 인용들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인물들이 관통하는 사회적 현실과 비참함은 한국의 현실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온 산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미리 말해두지만 영화와는 내용이 크게 다르다). 80년대 후반, 그 시기에 못사는 사람들의 혁명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룬다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었다.

김혜린이 대가라면 김진은 천재였을 것이다. 대하판타지이든 소박한 가족물에서든 김진은 한국형 대가족 내부에 존재하는 가부장적 질서의 균열과 파멸을 노래했다. 그의 만화에서 아버지는 폭력적인 가부장이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와 반목하고 가족들은 그 사이에서 공포와 증오, 자폐적인 심리를 담은 눈으로 이를 목격한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살육과 몰락이 펼쳐지고 절대로 그 폭력을 멈추지 못한다. 그것은 일종의 광증이다. 게임화가 되기도 한 <바람의 나라>가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 <신들의 황혼> 나 이탈리아 갱단 <밀라노 11월> 에서부터 고구려 상고사 <바람의 나라> 까지 다양한 소재를 통해 이러한 주제의식을 변주하고 펼쳐내었다. 최근 <밀라노… 11월>이 재간되었다. 욕심이 있는 사람은 절판이 되기 전에 구할 것.

대화하는 강경옥, 한국 야오이의 선구자 이정애









강경옥이 86년 <이 카드입니까>으로 데뷔한다. 강경옥의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생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넌 왜 나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왜 지금은 또 나를 싫어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고 그리고 납득하는 것이다. 강경옥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90년에 완결된 SF판타지인 <별빛 속에>이다.

강경옥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은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가”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이 강경옥의 어두운 점과 밝은 점을 모두 아우른다. 어두운 점이라면 영화화가 거론되기도 한 <두 사람이다>와 같은 최근의 공포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항상 독백하고 생각하며 ‘내면의 필터‘를 거쳐서 사건을 받아들이는 강경옥의 인물들은 90년대의 순정만화의 경향을 미리 예시한 셈이었다.

86년에 데뷔한 이정애의 작품에서는 남성 캐릭터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지 않고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철학과 신학 등 현학을 내세우며 신과 인간이 반반씩 결합된 반신반인이다. 그들의 정념은 종교적 순수와 지식욕과 동일시된 플라토닉 러브의 변종이다. 지금과 같은 의미에서의 본격 야오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정애를 한국 야오이물의 선구자라고 평하는 것은 무리없는 일일 터이다.

94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이정애의 대표작 <열왕대전기>로부터 이러한 면모를 본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원물로 시작해서 구세주와 적 그리스도의 대결을 그린 이 종말론적인 작품은 명실공히 컬트의 반열에 오르며 확고한 지지층을 결집하게 되었다. 이정애의 또 다른 걸작인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의 경우 심의의 제재에 의해 몇 장면이 수정되기도 했다. 이것은 한국 순정만화가 예술적으로 커나가는 방향에서 기존 만화에 대한 인식과 충돌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쉽지 않은 소재를 자신만의 개성과 주제의식으로 완성도 있게 풀어나간 뛰어난 작가였다.

90년대 - 새로운 감수성을 가진 작가들의 등장

드디어 90년대가 되면 순정만화는 이미 확고8한 자리를 잡게 된다. 순정만화의 독자들이 대학생이 되었고, 통신공간을 통해 순정만화의 작가론 등 담론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서 가장 큰 변화는 대하서사물의 맥이 끊긴 것이다. 물론 김혜린 등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었고 많은 작품들이 90년대에 새로 출발했지만, 적어도 이 시기에 새로 데뷔한 작가들 중에 대하서사를 그리는 작가는 없었다.

이때 데뷔한 70년대생 작가들의 특성은 강경옥이 예시했던 경향을 가속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문화적 트렌드나 쿨한 감성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80년대의 작품들이 외부의 사건에 의해서 운명적으로 지배당하는 주인공을 내세웠다면 이젠 일상의 사건에 대한 내면의 독백을 중시하게 된 것이다. 나예리, 박희정, 이강주, 이진경, 한혜연, 문흥미 등의 데뷔가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준다.

또한 90년대 후반에 잡지 <나인>(Nine)이 등장하며 ‘여성만화’를 표방했다. 이 잡지에는 작품성 위주의 수준 높은 선별이 이루어졌고 굵직한 신인들이 비평적으로도 뛰어난 수작을 내어놓으며 ‘제2의 르네상스’라고 일컬어졌지만 결국 2000년으로 넘어가서는 버티지 못하고 만다. 비평적 성취는 높았지만 상업적으로는 그리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서 순정만화는 ‘여성의 사회진출’과 연결된 하나의 사이클을 종결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된 두 가지 경향을 예로 들어보자.

페미니즘과 지적 경향성의 공유









90년대의 대학의 지적 경향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 경향성이다. 80년대 작가들의 작업에 현학적 경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이정애- 차이가 있다면,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으로서의 문화적 코드를 주저하지 않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즉, 이들은 고등교육을 받는 것이 당연한 여성 세대이며 강한 페미니즘적 경향성과 지적 경향성, 그리고 문화적 차별성을 지녔다. 달리 말하면 여성으로서의 뚜렷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논리적이고 성찰적이며 비판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녀들은 교육받은 것이 부끄럽지 않으며 오히려 무기가 된다.

이러한 흐름의 작가로서 90년대 초반과 중반, 후반에 걸쳐 순차적으로 데뷔한 이진경, 유시진, 권교정을 들 수 있다. 가장 처음 데뷔한 이진경인데 잡지 <나인>에 <사춘기>를 연재하자마자 걸작의 칭호를 얻는다. 아직 학생운동의 기운이 남아 있는 90년대 초 대학의 풍경을 예민하게 포착한 <사춘기>는 페미닌하면서 고급했고, 퀴어적인 성향, 미술학도로서의 아트한 성향, 지식인적 성향을 고루 가지고 있었다. 1권에서 “남자 선배의 탈을 쓴 마초”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대거리하는 장면은 인구에 회자되던 명장면이었다.

뒤이어 유시진이 90년대 중반 <마니>로 자신의 지분을 선언하고 <쿨핫>으로 그것을 굳건히 한 뒤 <폐쇄자>로 자신의 세계를 ‘완성’하였다. 유시진은 폐쇄적인 자아의 심상판타지를 추구한다는 면과 가부장제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김진의 후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김진이 아들의 캐릭터를 통해서 가부장제를 관철한다면 유시진은 그 딸의 시각으로 가부장제에 대한 집착과 속박을 표현한다. 이 경우 가족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아버지와 그 저주받은 가부장적 후계로서의, 아버지를 증오하는 딸이 있다. 적어도 <쿨핫>의 살부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하는 주인공 김동경의 눈동자는 독자에게 강한 울림을 남겼다.

그리고 이 경향의 마지막 주자 권교정이 90년대 후반 <헬무트> 등을 위시해서 자신만의 울림을 가진 장르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권교정의 특징은 능숙하게 “장르의 핵심요소”를 분해-재결합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각색’된 장르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것은 셋 중 가장 유희적인 성격이 짙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러한 ‘각색‘을 통해서 장르에 대한 편견을 부수고 좀더 보편적인 방향으로, 그리고 좀더 생각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것이 권교정의 가치다. 예를 들어 <헬무트>의 유명한 대목 중 하나- 영주의 딸이 지나가는데 하인 소녀가 피부가 곱다고 감탄하자, “너도 나처럼 밭일 한번 안 하고 실내에만 있고 가꿀 시간이 있으면 네 피부도 나만큼은 곱겠지”라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현대적인 시각으로 중세물 장르를 바라본 것이다).

일상성과 환상성을 결합하는 흐름

이와는 다른 축으로 잡지 <나인>을 통해 데뷔한 몇몇 작가들을 더 언급할 수 있다. 이것은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순정만화의 고급화의 흐름 중 일부로서 일상성과 환상성을 결합하려는 시도였다. 이전에도 활약하던 이강주가 <캥거루를 위하여>로 자신의 작품 활동에 한획을 그었다. 이 작품은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내 얼굴이 캥거루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한다”라는 카프카와 하루키가 뒤범벅된 발상으로 시작한다.

비슷한 시기 같은 잡지에서 이향우가 1권짜리 <우주인>으로 여성 백수의 이야기를 큐티한 캐릭터와 세련된 에피소드로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나는 우주인이다, 이곳에서는 나를 일컬어 백수라고 한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우주인>은 이강주와 함께 잡지 <나인>에서 일상성과 그 일상에 대한 이질감에서 출발한 환상성의 결합을 추구하는 흐름을 이루었다. 2도 채색으로 인쇄되었던 이 만화는 선물용으로 적합하리만큼 충분한 팬시성을 갖고 있었으므로 일반 만화와 다른 마케팅과 홍보가 뒷받침되었다면 다른 지분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일상성과 환상성, 그리고 그로테스크함을 추구했던 이애림의 가 준 충격도 만만찮은 것이었다. 이애림의 체모에 대한 강박적인 묘사와 일그러진 우화의 전개는 강한 인상으로 다가갔다. 이러한 인디적인 흐름은 최인선 등의 ‘예쁘지 않은 스타일’과 결합하여 하나의 작은 흐름을 형성하였고 실제 인디만화의 흐름과 결합하기도 했다.

2000년대 - 하나의 사이클을 종결한 ‘순정만화’

2000년대의 흐름은 어떨까? 순정만화가 ‘사회 진출을 시작한 여성’들이 가지는 일단의 정체성과 결별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현재의 순정만화는 좀더 당연하게 유희적이며, 야심보다는 소녀들의 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한다. 사실 이것은 당연한 흐름일 것이다. 이전의 순정만화가 ‘여성만화’로서의 진지한 흐름과 ‘순정만화’로서의 장식성과 유희적인 흐름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면 이 두 가지는 사실 분화되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흐름이 더욱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사실 80년대의 몇몇 작품은 그 내용의 진지함과 무거움이 도저히 소녀가 볼 만한 것이 아니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프랑스 혁명의 구체상황이 연표와 함께 낱낱이 등장하며 그것이 극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테르미도르>와 같은 것이 그렇다. 역할모델로서의 성인여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이들 세대의 특성상 이때부터 90년대 후반까지 한국에서 ‘순정만화’는 ‘여성만화’로서의 속성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내용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진취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여성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위하여 즐길 수 있는 문화상품은 만화만이 아니며 지금 소녀들이 이러한 절박함을 가질 이유도 없다. 그리하여 순정만화는 10대들의 만화로 자신의 역할을 다시 확실히 한 셈이다.

20, 30대를 위한 ‘여성만화’는 이와 따로 자신의 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풍경이다. 20대 여성들의 직장생활과 섹스, 삶을 만화장르로서 수용하는 일본의 레이디스 코믹스(Lady’s Comics)와 같은 흐름이 한국에도 등장하는 것이 좀더 자연스러운 일일 터이다. 결국 ‘순정만화’라는 이름은 이제 ‘여성들이 보는 만화’를 총칭하지 못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분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여성만화’를 표방한 잡지 <나인>의 폐간 이후 성인 여성잡지를 표방한 <오후>(Owho)의 창간(2003), 그리고 25∼30살 여성을 타깃으로 했음을 천명한 <허브>(Herb)의 창간(2004)이 이러한 변화한 지형도를 대변하고 있다. 창간 1년 뒤 폐간된 <오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경직, 축소된 만화시장이 그걸 녹록하지 않게 만들고 있지만 말이다. 더구나 30대에 만화를 읽는다는 게 어디 한국에서 평범한 일이겠는가? 선보는데 다음과 같이 말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 어디 많을까?

남자: 취미가 뭔가요?
여자: 만화 보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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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나귀님 > 2006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은 이제 그냥 국내 도서 전시 및 할인 판매 행사로 전락한 모양이다. 하긴 뭐, 게임 전시회니 캐릭터 전시회 같은 것만 열리지 말고 "책"에 관련된 행사가 하나라도 더 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출판계 연합 책 할인판매" 행사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보통 외국의 도서전은 향후 출간될 도서를 도매상이나 외국 출판사 등의 "고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열리는 것이고, 나머지 이런저런 이벤트는 그 부대행사에 지나지 않는 것인데,(그렇게 보면 솔직히 프랑크푸르트 "주빈국" 어쩌구 해서 떠들었던 작년의 이벤트 역시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닐까.) 이노무 서울 도서전은 다들 부담없이 "책 갖고 나와서 파는" 행사가 되어버렸고, 심지어 일부 단행본 출판사에서도 커다란 계산대며 카드결제기까지 마련해 놓고 책 "판매"에 열성이었다. 파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외국의 도서전 같은 경우에도 샘플로 가져간 책을 굳이 다시 들고올 것 없이, 경우에 따라선 행사 마지막 날에 싼 값에 일반인에게 매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다만 애초부터 "전시" 목적보다는 "판매"를 목적으로 할 것이라면 좀 더 "확실하고 떳떳하게" 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거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책을 안 사서 난리이니, 아예 이번 기회에 "출판계 연합 책 할인판매"라고 해서 꿩 먹고 알 먹고 하자는 거다. 물론 그렇게 되면 출판사를 제외한 기존의 온/오프라인 서점들은 다들 항의를 하고 나서겠지만.

매 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최측인 "조직위원회"이나 주관사인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참으로 한심하다. 정말로 행사의 "취지"가 무색해질 만큼 썰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저 "겉치레"에만 정신이 팔려 있지 않은가. 단적인 예로, 이곳에서 나눠주는 행사 홍보물에 나온 "국내관 참가사 리스트"를 보면, 국내 업체는 모두 150개소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그런데 이중에는 단독 부스를 갖지 않고 "역사학 카페"니, "좋은 출판사 도서전" 같은 공동 부스에 자사의 책만 진열해 놓은 출판사가 무려 37개소나 되고, 한 출판사에서 아동물과 성인물 자회사가 같은 부스에 있으면서 이름만 두 군데처럼 기재된 곳도 있다. 그러니 실제로 단독 부스를 설치한 출판사는 110개소에 불과한데, 그중에는 무슨 정보통신이니, 시스템이니 하는 이름이 들어가는 전자책 관련사며, 간행물 윤리위원회니 출판경영자협회니 잡지협회니 하는 "비(非)출판사" 참가사도 상당수 된다. 따라서 아무리 많이 잡아봤자 실제로 "참가"했다고 할 수 있는 출판사의 수는 100개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아동, 어학 및 기타 "정체불명"의 업체를 제외하면 일반 단행본 쪽은 50개사 정도밖에 나오지 않은 것 같다.(심지어 그 50개사 안에는 몇 군데의 기독교 관련 출판사도 포함되어 있다.) 국제관 참가사 리스트에는 모두 26개사가 올라와 있는데, 그중에는 한국문학번역기금이나 미대사관, 그리고 이코노미스트와 타임/포춘 등의 잡지사와 대만도서전 조직위원회 등도 있었으니, 결국 따지고 보면 "순수한" 출판사의 수는 훨씬 적을 것이다.(그중에 내가 이름을 아는 곳이라곤 분게이슌주(문예춘추) 한 곳뿐이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머지는 다 뭐 하는 곳일까?) 그러니 이처럼 "초라한" 구색에 그야말로 참가사 목록을 실제보다 50퍼센트 가량 "뻥튀기"해 가면서까지 이 행사를 "국제행사"급으로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지 갈수록 회의가 든다. 과연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이 펼쳐질런지?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행사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쪽이 더 낫다. 일단은 여기저기 부스를 기웃거리며 나름대로 "책 구경"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한 바퀴 돌기만 하면 각 출판사에서 발행한 비매품 카탈로그를 한 보따리 얻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특히 애기 엄마들)은 이런저런 출판사 카탈로그를 가지고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출판사 카탈로그조차도 유용한 자료로 사용한다. 이미 나와 있었는데 미처 몰랐던 책을 카탈로그에서 찾아내는 재미도 있을 뿐더러, 곧 나올 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는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다. 게다가 근간 예정으로 카탈로그에 실린 정보와 나중에 실제 책이 간행되었을 때의 정보가 다른 경우에는 흥미로운 근거 자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한 보따리 짊어지고 온 카탈로그를 식탁 위에 죽 펴놓고 하나하나 집어들고 읽어나갔는데, 그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그중 몇 가지 흥미로운, 혹은 새로 깨달은 사실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한길사 : 별도로 도서목록을 만들지는 않은 듯, 2005년에 펴낸 "한길북리뷰"라는 잡지 판형의 간행물을 갖다 놓았다. 이전에 "한길출판소식"인가를 내다가 "리브로"로 제목을 바꾼 부정기소식지가 있어서 그 뒤에 자사의 도서목록을 붙여놓곤 했는데, 신국판 크기의 정식 도서목록은 1999년에 나온 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한길북리뷰" 2005년 판을 보니 그레이트북스를 소개하면서 "한길 그레이트북스는 엄격한 원칙 아래 만들어집니다. (1) 동서양 고전을 시대와 나라, 사조와 분야별로 균형 있게 선별합니다. (2) 가능하면 한 사상가의 전집 출판을 고려해서 전체 기획을 구성합니다."라고 써 놓았다. 그런데 솔직히 여기서 (1)과 (2)의 주장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현재 그레이트북스로 출간된 책을 보면 그야말로 "균형"도 잡히지 않았고, 한 사상가의 "전집"이라 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까지 나온 76권과 앞으로 나올 몇 권을 더해 모두 81권까지의 목록을 살펴보면 이중에서 한 저자의 책이 여러 권 포함된 경우는 모두 21권이다. 홉스봄(3), 리쩌허우(이택후)(3), 아렌트(3), 후설(2), 레비스트로스(2), 엘리아스(2), 플라톤(2), 하이데거(2), 엘리아데(2). 결국 이들 아홉 명 저자의 저술이 전체 81권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 샤르댕의 <인간현상>,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브루노의 <무한자와 우주와 세계>,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같은 국내 유일본 같은 경우에는 그 가치가 분명히 있겠지만, 홉스봄이나 프라이, 토크빌의 저서처럼 기존에 "오늘의 사상신서"에 포함되었던 것을 "재활용"한 것이나, 루소의 <에밀>, 부르크하르트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 최부의 <표해록>, 헤겔의 <정신현상학>, 일연의 <삼국유사>처럼 기존에 한 번 출간되었던 책을 다시 번역해낸 것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처음 대여섯 권이 출간되었을 때만큼의 "신선함"이 날이 갈 수록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광고 문구마냥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집대성하는 경이로운 기획"이 될 수 있을지? 글쎄, 내가 보기엔 쉽지 않을 것 같다.

요즘 한길사에서 나오는 것 중에서 또 하나 탐나는 시리즈는 학술진흥재단의 서양명저번역총서인데, 역시나 카탈로그에 "출간예정도서"로 적힌 것을 보니 몇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2005년 자료여서 그런지 이미 출간된 것도 적지 않았는데, 그중에서 눈에 띈 "물건"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권의 옹호>, 루소의 <신엘로이즈>, 디드로의 <달랑베르의 꿈> 등이다. 그 외에 매슈 아놀드의 <교양과 무질서>, 칼라일의 <의상철학> 등은 이전에 번역본이 한 번씩 나왔던 것인데 이번에 새로 번역되어 나오는 모양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책으로는 라블레의 <팡타그뤼엘> 가운데 제3부와 제4부인데, 이건 지난 달에 두 권으로 막 출간되었다. 을유문화사 판에서는 모두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나중에 문지판에서는 제외된 부분을 같은 번역자가 한길사에서 출간하나보다. 기왕에 그럴 것이라면 한 군데서 한 권으로 출간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한쪽에서는 1000페이지가 넘는 소설도 툭툭 내놓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멀쩡한 소설(물론 후대의 위작이니 가필이니 하는 혐의는 있다 해도)을 이렇게 난도질해서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여러 권으로 나눠 낸다는 건 좀 불합리해 보인다. 그리고 출간예정도서 중에서 한 가지 이상하게 보이는 건 이용철이란 이가 옮겼다는 루소의 <에밀>이다. 이건 이미 그레이트북스로 완역본이 나온 것 아닌가? 같은 출판사에서 똑같은 책을 서로 다른 역자가 번역해 낸다니, 이건 또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2) 김영사 : 김영사 카탈로그는 무척이나 산만하다. 눈에 잘 들어오지가 않는다. 죽 훑어보기만 해도 이 출판사가 얼마나 "상업성" 짙은 곳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대표작이라 내세울 만한 것이 선뜻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먼 나라 이웃 나라>도 있고 <일곱 가지 습관>도 있고 <쥬라기 공원>도 있지만, 아무래도 "간판도서"로 내세우긴 약하다. 물론 상업출판에 강한 것도 요즘에는 무엇보다도 좋게 여겨지는 자질일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규모나 인지도에 비해 "카탈로그를 만들어 놓았을 때 별로 볼 것이 없는 출판사"라고 하면 김영사가 으뜸인 것만 같아 아쉽다. 그래도 카탈로그를 뒤적이다 보니 전38권짜리 <고은전집>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솔직히 이런 게 나와 있는지도 몰랐다. "준비기간 3년, 편집기간 2년, 편집인원 1백여 명, 원고지 12만 매, 2만 4천여 쪽의 방대한 문학의 세계!"인 이 책은 2002년 10월에 나온 "한정소장본"이며 가격은 190만원이다. 권당 5만 원짜리 전집이라. 결국 웬만한 사람은 소장할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이야기다. 차라리 헌책방을 뒤져 고은 저서의 "초판본"만을 골라 모아도 그것보다는 더 싸게 먹히지 않을까?

(3) 범우사 : 내가 알기로 출판사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카탈로그를 만드는 곳은 범우사가 아닐까 싶다. 절판본이라고 해서 빼먹지도 않고, 잘 팔린다고 해서 맨 앞에 내놓지도 않고, 지금까지 출간한 책을 분야별, 총서별로 열거한 뒤, 부록으로 출판사 연혁과 주요 저자 및 역자의약력, 그리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발행된 개정판 및 신간도서의 목록, 그리고 정가표와 색인을 망라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무려 50여 페이지나 되는 "저자 및 역자 약력"이며, 그야말로 서두에 수록된 김병철 교수의 말마따나 "이 어찌 내 사랑을 받지 않겠느냐" 싶을 정도로 충실하고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아마도 고서수집가이자 서지학자인 발행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 모든 책의 서지자료를 포함하다보니 두께도 점점 늘어나서 1994년의 창립 28주년 종합도서목록은 287쪽, 1998년의 창립 32주년 목록은 349쪽, 2006년의 창립40주년 목록은 무려 522쪽으로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이다. 현재 단행본 업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민음사조차도 1996년의 창립 30주년 도서목록과 1997년의 마지막 "전체" 도서목록 이후에는 현재 간행 중이거나 스테디셀러인 책들만 수록한 얇은 도서목록을 만들고 있는데, 범우사의 경우와 무척이나 비교가 된다. 물론 인터넷 시대가 되었으니 도서목록이야 별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기존의 인터넷 서점 역시 사람이 일일이 타이핑을 하는 것이므로 잘못된 경우가 적지 않고, 이는 각급 국립 및 대학도서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 확실한 기본 정보를 줘야 하는 쪽은 결국 출판사라고 쳤을 때, 범우사의 도서목록이야말로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까.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요즘 범우사의 경우엔 "책"보다도 "도서목록"이 더 마음에 든다고 할 수 있다.(민음사나 다른 출판사들의 경우는 대개 그 반대고 말이다.) 도서전 때 부스에 가보니 종합목록 외에 "비평판 세계문학선" 전용 홍보물을 비치해 두었던데, <실낙원>의 저자 "존 밀턴"의 이름 옆에 웬 이마 훤한 남자의 "사진"이 있어서 좀 당황했다. 자일스 "밀턴"의 사진이라면 몰라도, 존 "밀턴"의 사진이라니! 그때 사진술이 발명되었던가? 알고보니 편집상의 실수인 듯, 뒤쪽의 A. J. 크로닌의 사진이 엉뚱하게도 밀턴의 자리에 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플루타르코스의 "사진"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있는 석상은 내가 알기론 "키케로"의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개정된 비평판 문학선의 목차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좀 황당한 것은 57번으로 등재된 "김현창"이라는 "작가"의 경우다. 이 시리즈의 57-1는 서울대 서반아어과 교수인 김현창의 <스페인문학사>인데, 솔직히 이게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메로스와 셰익스피어, 제임스 조이스까지의 주요 "작가"들의 "문학작품" 망라한 시리즈 가운데 "문학사"가 끼어있다는 건 아무래도 구색이 맞지 않아 보인다.

(4) 열린책들 : 지금 나오는 도서목록 가운데 가장 "예쁜" 것은 열린책들/미메시스의 도서목록이다. 내용은 이전 것을 바탕으로 새로 나온 책들을 덧붙였으니 크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래도 판형이나 디자인이 무척이나 세련되었다. 열린책들에서는 최근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장 독주에 딴지를 걸기 위해서인지 "Mr. Know 세계문학"이라는 페이퍼백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열린책들 20년 간의 성과"라는 나름대로는 대단한 자부심을 지닌 말을 뒤집어 보자면, "지난 20년간 출간한 책들을 재활용해 만든 비빔밥"이라는 표현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한동안 절판되어 있었던 칼비노나 스타인벡의 소설을 다시 만나는 것은 반갑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두서없이" 펴낸 책들을 "시리즈"라고 주장하기만 하면 그만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카탈로그의 설명에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참여해 전용 책꽂이와 심벌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도서전 부스에 있던 그 구슬 세 개씩을 작대기에 꿰어놓은 것 같은 책꽂이는 솔직히 좀 "별로"였다. 그리고 그걸 제작해서 뭐 어쨌단 말인가? 전집을 사면 책꽂이를 선물로 주기라도 할 것인가? 그건 아닌 듯한데.

다만 열린책들에서 간행한, 그리고 간행 예정인 각종 "전집"은 무척이나 반갑기만 하다. E. M. 포스터의 소설 전집이 일곱 권으로 일단 완간된 모양인데, <전망좋은 방>, <하워즈 엔드>, <인도로 가는 길>, <모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세 권은 이것이 초역이 아닐까 싶다.(물론 단편집 중 일부는 이전에 나왔을지도.) 또 한 가지 놀라운 소식은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이다. 고려원에서 나온 열네 권짜리를 바탕으로 해서 기행문과 에세이를 비롯한 국내 미번역본을 더해 모두 스물네 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라고. 카잔차키스야 물론 "그리스어"로 책을 썼겠지만,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책은 모두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옮긴 중역본으로 알고 있다. 고려원의 경우에는 안정효와 이윤기가 주축이 되어 번역을 하고 중간중간에 다른 번역자들(그중 한 사람은 이윤기의 지인으로 "생계가 어려운 찰나에 이윤기 형의 덕분으로 번역을 하게 되었다"고 후기에서 술회하고 있다.)이 몇 사람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존에 출간된 것 중에서 <크노소스 궁전(미노스 왕의 궁전에서)>, <수난(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 <돌의 정원> 등은 새로 번역하는 모양이다. 에스파냐어 번역가인 송병선이 <스페인 기행>의 번역가로 참가한 것이 흥미롭다.

(5) 민음사 :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는데, 내 생각엔 민음사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국내 1위의 단행본 출판사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나 편집 등의 "기본"적인 부분에서 실수가 잦아서 독자들의 원성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음사는 민음사"인 것도 사실이다. 최근 서점가의 "고전" 분야를 거의 평정하다시피 한 "세계문학전집"만 봐도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야말로 민음사의 양면, 즉 장점과 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장점이라면 작품 선정과 번역, 디자인 면에서 기존의 다른 출판사들을 거뜬히 능가한다는 것이고, 이는 이미 서점가에서 확고한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해주는 바이다. 단점이라면 솔직히 지금 민음사 정도 되는 "덩치"를 지닌 출판사가 그까짓 "세계문학전집"에 연연한다는 것이 한심스럽다는 거다. 그 정도 규모면 차라리 "괴테 전집," "헤세 전집," "셰익스피어 전집"처럼 개별 작가의 작품 전집을 낼 정도의 배짱은 있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고 일단 "잘 팔릴 만한" 작품을 위주로 해서 선정하고 출간한다는 것이야말로 출판사로서의 "자존심"보다는 "잇속"을 앞세우는 것인 듯 여겨져서 문득 "덩치 값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민음사 판 세계문학전집의 가장 큰 문제는 (1) 작가와 작품 선정 상의 형평성 문제 (2) 기존 번역서 및 자사 간행서의 재활용 문제 (3) 교정교열 등의 편집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요약하자면 우선 현재까지 130권(연말까지 20권 가량이 더 나온다고 한다) 가량 출간된 이 시리즈 가운데 약 40퍼센트가 주요 작가 15명의 작품에 치중되어 있으며, 시리즈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전에 민음사에서 출간된 책이거나,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기존의 번역본을 "재간행(재활용)"한 경우이며, 숫자 채우기에만 전념을 하는 까닭인지 출판 편집의 기본인 교정교열 등의 문제에 있어 실수가 잦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몇 가지 문제를 제외하면 이 시리즈에는 국내 초역본도 있고, 유일 번역본도 있어서 적어도 "이름값"은 어느 정도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길사의 그레이트북스와 마찬가지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역시 점차 작품 선정에 있어 지극히 "안전한," 그러니까 "잘 팔릴 만한" 작품 위주로 갈 위험이 없지 않은데, 독자의 한 사람인 나로선 이들의 애초의 의도대로 뭔가 좀 "새롭고," "고집스러운" 작품의 발굴과 출간에 힘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다.

민음사는 이번에 세계문학전집 전용 도서목록을 별도로 제작했는데, 맨 뒤에 나온 "2006년도 출간 예정 도서"를 보면 반가운 책도 몇 권이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On the Road)>. 미국 히피 세대의 바이블로 추앙되었던 작품으로, 내가 알기로는 1960년대에 나온 신구문화사의 <세계전후문제작품집> 가운데 미국 편에 번역 소개된 이래 두 번째로 나오는 번역본이 아닐까 싶다. 마침 그 책을 도서관에서 보던 중이라서 더욱 기분이 묘했다.(조금만 더 기다릴 걸!) 또 하나의 반가운 책은 저지 코진스키의 <거기 있으므로(Being There)>이다. 이 제목은 약간 "오역"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일찍이 같은 작품이 <정원사 챈스의 외출>이니 <챈스 가드너, 거기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적도 있었지만, 여기서 Being There 의 뜻은 안정효가 일찍이 <하녀 볼기치기>란 묘한 제목의 중편집에서  "뭐든지 다 아는 사람"이란 뜻의 관용어구로, 우리말로 옮기자면 "박통(博通)"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라 밝혀놓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워낙에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면서, 내겐 피터 셀러즈와 셜리 매클레인이 주연한 영화로 더욱 기억에 남는 소설이다. 하여간 다시 나온다니 반갑다. 또 하나 반가운 작품은 <연초 도매상>인데, 저자인 존 바스는 18세기 미국을 소재로 해서 당시의 말투를 최대한 살린 이 작품이 일찍이 일본에서는 역시나 그게 어울릴 만한 "18세기 일본어투"로 번역되었다며 저자가 감탄한 바 있다.(김성곤 교수와의 대담 중에 그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우리나라의 번역본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 외에도 이전에 한 번 이상 번역본이 나왔던 책들 가운데 <플로스 강의 물방아>, <분노의 포도>, <시르트의 바닷가>, <성역>,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 <시와 진실>, <주홍글자>, <지상의 양식>, <순수의 시대>, <에덴의 동쪽>, <모든 것이 무너진다> 등이 새로이 번역되는 모양이고, 로렌스의 <무지개>,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 사르트르의 <말>,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 등은 이전에 나왔던 자/타 출판사의 번역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인 듯하다.

(6) 시공사 : 표지는 말끔하니 만들었지만, 막상 카탈로그를 뒤적이다 보면 별로 볼 만한 게 없다.(물론 어디까지나 내 기준으로.) 차라리 시공주니어 카탈로그가 좀 더 다채롭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브랜드의 인지도 면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지만(출판 때문이건, 아니면 그 외의 요인 때문이건 간에), 이곳의 성인 단행본 가운데 대표작을 꼽으라면 솔직히 "디스커버리 총서"밖엔 없지 않나 싶다. 카탈로그를 뒤적이다 보니 문득 "그리폰북스"라는 시리즈 리스트가 눈에 띄는데, 이전의 라인업은 거의 다 없어지다시피 하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것들만 실려 있다. 엘러리 퀸 시리즈가 포함되어 있던 "시그마북스"는 아예 카탈로그에도 나오지 않는다.

(7) 책세상 : 최근에 시리즈나 전집류에서 가장 강한 면모를 보이는 곳은 바로 "책세상"이 아닐까 싶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언제부턴가 "카뮈 전집"을 슬금슬금 간행하더니, 나중에는 "밀리터리 클래식," "릴케 전집," "니체 전집," 심지어 이번에는 "비트겐슈타인 선집"까지 내기로 작정하고 말았다. 솔직히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 "뚝심"을 가진 출판사가 하나쯤 있어주는 것이 그저 반갑기만 할 뿐이다. 이에 비하면 민음사는 정말 x 잡고 반성해 마지않을 일이다. 기껏 남의 출판사에서 열세 권짜리 "릴케 전집"이 나오는 판에 지들은 끽해야 너댓 권짜리 선집을 내면서 "릴케 전집"을 냈다고 우기고 있으니... 다만 이번 책세상 카탈로그에서는 기존에 간행되던 "카뮈 전집"이나 "비트겐슈타인 선집"의 근간 내용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서 좀 아쉬웠다. 특히 비트겐슈타인 선집의 경우, 해당 페이지의 사진에는 가제본으로 만들어 놓은 듯한 책등의 제목이 언뜻 엿보이긴 하는데, 목록에는 현재까지 나온 단 세 권의 제목과 서지사항, 내용 요약밖엔 없었으니까. 그 외에 내가 특히나 열광하는 "위대한 작가들" 시리즈는 16권 <투르게네프>가 나온 이래 아직 속간된 것이 없다.

(8) 을유문화사 : 그간의 관록을 보여주는 듯, 진한 고동색 표지 위에 을유문화사 마크가 금박으로 찍혀 있는 고급스러운 카탈로그를 펴냈다. 집에 갖고 있었던 가장 최근의 카탈로그인 2002년도 목록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내용이 있다면 바로 "을유문고" 리스트가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드디어 "을유문고"도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날이 된 것인가? 물론 서점에서야 훨씬 일찌감치 사라져 버린 책이지만, 그래도 2002년도 목록까지는 하다못해 "제목만"이라도 적어놓았는데.(그 "제목만" 적어도 무려 20페이지는 되었으니까.) 출판사 내의 세대교체를 상징이라도 하듯, 2006년 카탈로그는 비교적 최근작, 그러니까 <삼국유사>와 <원 페이지 프로포절> 등의 "간만의 베스트셀러"를 낸 전후로 간행된 신간들 위주로 꾸며져 있다. 새로운 을유문화사의 기획물 가운데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이다. 지금 집에 갖고 있는 <히치콕>은 그중 제8권으로 무려 1376면이나 되는, 마치 그 전기의 주인공 히치콕 본인마냥 "육중한" 책이다. 앞으로 쳇 베이커, 빌리 할러데이, 조지아 오키프의 전기가 속간될 예정이라니 기대가 된다.

(9) 돌베개 : 카탈로그 표지에는 신영복의 글과 그림이 들어 있고, 서문을 대신해 나온 출판사 연혁에는 "돌베개"라는 이름이 장준하의 책에서 따온 것임을 밝히고 있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 궁금한 것이, 이 출판사의 이름이 과연 장준하의 책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이광수의 에세이에서 가져온 것인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춘원의 에세이는 뭐 어디 산책을 나갔는데 베개로 쓰기에 안성마춤인 돌이 있어 가져다가 써 보았더니 어떻더라, 저떻더라는 약간 신변잡기 위주의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몰라도 장준하 선생의 수기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춘원의 에세이가 사실 더 유명하지 않았을까 싶다. 돌베개는 이해찬 전 총리(출판인 출신으로 가장 높은 관직에까지 올라간 인물. 나중에 강금실이 대통령이라도 하면 모를까.)가 발기인 중 한 명이었던 사회과학 출판사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문화, 역사, 고전 쪽으로 선회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지금 이 출판사의 대표 작가는 바로 "신영복"이다. 그래도 카탈로그의 뒤쪽에 보면 한때 돌베개에서 출간되었던 사회과학책들의 목록과 해제가 줄줄이 들어있어서 이채로운데, 가령 "마르크스 레닌주의 고전문고"도 이 출판사의 초기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다. 카탈로그에는 다들 "절판"이란 표시가 없고 가격이 적혀 있는데, 글쎄,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를 비롯한 몇몇 스테디셀러를 제외하면 지금은 다들 절판되지 않았을까 싶다.

(10) 대학출판부 : 각 대학의 출판부들이 연합해서 만든 부스가 매번 도서전에 하나씩 설치되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맨 앞에 각자의 도서목록을 수북히 쌓아두었다. 집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하나씩 챙긴 것은, 간혹 그중에서 미처 몰랐던 보물을 발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학출판부의 책이라는 것이 대개는 언제 나왔느냐 싶게 절판되어 사라지는 것들이라서, 꼭 필요한 것은 미리 서지정보를 알아놓지 않으면 나중에는 찾아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대중적인 책이 아니다보니, 대부분은 서평도 받지 못한다.) 물론 지금은 지식의날개(방통대출판부), 글빛(이대출판부)처럼 대중서 임프린트를 만드는 곳도 있긴 하지만, 관료도 뭣도 아닌 교수들이 관계하는 대학 내의 산하기관이 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대중서 출판사와 경쟁이 될 리 없다. 고대출판부 카탈로그에서는 이전에 세계사에서 출간되었던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가 옛날 번역 그대로 재간행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김인환 역주판 <주역>도 이전에 나남에서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다들 출판사를 옮겨갔는지 궁금하다. 사전류로는 <정지용 사전>, <염상섭 소설어사전>, <이광수 문학사전>등이 특이해 보인다. "서양문학의 향기"라는 제목으로 나오는 고전 시리즈 중에는 횔덜린의 <히페리온의 노래>가 눈에 띤다. 가톨릭대학출판부의 카탈로그는 무척이나 예쁘장하다. 여기서 나온 단행본의 표지 가운데에는 고운 파스텥톤으로 물들인 한지의 질감을 고스란히 살린 것들이 있는데, 무척이나 특이하면서도 예쁘다. 그런 디자인 면에서는 여타의 대학출판부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간행물은 역시나 <라틴-한글사전>이며, 중세철학 관련 단행본들도 다수 있다. 오늘 카탈로그에서 발견하고 흥미로워 한 것은 2001년에 나온 <교황사전>이었다. 이대출판부는 일찍이 이화문고라는 시리즈로 상당히 무게 있는 책들을 많이 펴냈다. 가령 로렌츠의 <공격성에 관하여>나 칸트의 <이성의 한계 내에서의 종교>, 츠베탕 토도로프의 <러시아 형식주의> 같은 것이 그랬고, 그 외에도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와 비트겐슈타인 선집 같은 것도 있었으니까. 디자인 면에서도 나중에는 정병규디자인에서 몇몇 책의 디자인을 맡아서 웬만한 상업출판사 못지않은 모양새를 갖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이번에 새로 만든 "글빛"이란 임프린트에서 나름대로는 야심차게 내놓은 첫 시리즈가 이른바 "사랑의 글모음"이라고 해서 세계 작가들의 러브레터 선집이라니, 이건 오히려 80년대의 이화문고 시절에 비해 "퇴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카탈로그를 뒤적이다보니 내게도 무척 익숙한 책이 하나 보였다. 바로 <(증보판)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인데, 솔직히 이거야말로 이대출판부 최고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 집사람만 해도 가끔 뭔 "요리"를 해야 할 때마다 꺼내 펼쳐보는데, 무슨 요란뻑적지근한 사진이 자세하게 들어간 책은 오히려 못 보고 꼭 "텍스트"만 들어있는 이 책을 봐야만 뚝딱뚝딱 만든다. 그것 참... 활자중독증 마누라가 아닌가. 연대출판부 도서목록의 서두에서 <담원 정인보 전집>(전6권)이 정가 8만 원이라는 걸 보고 약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 헌책방에서 파는 가격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싼 셈이니까. 어쩌면 옛날 가격을 수정하지 않아 그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가령 같은 출판부에서 나온 <백낙준전집>(전10권)은 28만 원, <한결 김윤경 전집>(전7권)은 13만 5천 원, <홍이섭 전집>(전11권)은 25만 원이니 말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책은 <슈팅학>이라는 농구 슈팅 기법서였다. 역시 농구로 유명한 연대출판부에서 나올 법한 책이 아닌가. 단대출판부는 황패강 선생을 위시한 국문학, 민속학, 국사학 관계 자료집이나 연구서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최근에는 또 다른 "스테디셀러"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양이다. 바로 천병희 선생의 그리스-라틴 고전 번역 선집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만 해도 정말 앞으로 수십 년은 더 건재할 만한 확고부동한 스테디셀러가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선집과 크세노폰, 아리스토파네스, 이솝, 메난드로스의 작품들이 있다. 이후 천병희 선생은 "숲"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아이네이스>, <아폴로도로스 신화집>, <세네카 인생론> 등을 간행했는데, 솔직히 편집 면에서는 단대출판부보다 월등이 뛰어나기 때문에, 과연 천병희 선생의 번역서가 언제까지 단대출판부에 남아있을지는 미지수이기도 하다. 그 외에 헤르더의 <언어기원론>이 눈에 띄고, <박은식 전서>과 <장지연 전서>도 이곳을 대표하는 개인 전집이라 할 수 있다. 카탈로그 중에 <이십오사초> 항목에는 해설이 잘못 나와 있는데, 확인해 보니 맨 처음에 나온 황패강 선생의 저서 해설문이 잘못 끼어든 것이었다. 숭실대출판부에서는 역시 이준오 번역의 <랭보 시 전집>이 눈에 띄긴 했는데, 솔직히 표지가 무척이나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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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초보 주식교실
이원복.조홍래 지음, 그림떼 그림 / 김영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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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아주 약간의 목돈이 생겨서 이걸 어떻게 굴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주식을 함 해보자!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고로 전 경제과 재테크에 관한 한 정말 거의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직장생활 5년을 꽉 채우고 6년째에 접어들었는데도, 그 좋았다던 '비과세 근로자 우대저축'  뭐 이런거 하나 들어놓지 않았었고(다들 아시다시피 이상품 몇 년 전에 없어졌습니다!), 주택청약 통장 하나 없었으며, 심지어 작년 초까진 적금 하나 들어둔 것도 없었습니다......-.-;;;;;

네, 매우 창피합니다. 뒤늦게서야 이게 창피한 일인 줄 깨닫고 작년에서야 정신좀 차려보려고 적립식 펀드를 충동적으로 하나 들었고, 별로 알아보지 않고 창구 직원 권유대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긴 합니다.

이후 지금까지 적립식 펀드를 한두계좌 더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이래저래 귀동냥+나름대로의 아주 약간의 공부를 해보니...직접투자도 함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투자사에 내는 수수료도 좀 아깝고...^^;;;;;;)

그래서 일단 알라딘에서 초보를 위한 주식 가이드책들을 좍~ 훑어보고 서너 권을 샀습니다.

이원복 교수의 책은 그 옛날 <먼나라 이웃나라>만 보더라도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아주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풀어나가는 솜씨가 대단합니다. 게다가 경제 관련 서적은 90년대에 나온 <자본주의 공산주의>를 필두로 일련의 여러 권의 책들이 있습니다. 그 책들 모두 상당한 내공을 발휘하는 책이었기에 이 책은 주저하지 않고 골랐고, 한 번 다 읽은 후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일단 이 책의 최대의 장점은, 읽기 쉽고 재미있습니다. 저처럼 경제관념 전혀 없고 평소에 경제기사 별로 관심있게 읽지 않던 사람도 크게 지루해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에 빗대어서 설명을 하는 이원복 교수의 특기가 잘 발휘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닙니다. (사실 다른 책을 안읽어봤으니 가벼운 내용이 '아닌 듯'합니다 라고 써야 맞겠지요...) 왼쪽 페이지엔 만화를, 오른쪽 페이지에는 만화에서 나온 내용을 좀 더 설명하는 구성을 취하여 내용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것은, 관점이 건전합니다(라고 생각합니다...왕초보 입장이니 좀 자신이 없네요~ ^^;;;;;;).주식투자가 '투기'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주의를 주고 있고, 쉽게 돈을 벌 생각을 경계하도록 계속 강조하며, 단기간에 많이 버는 법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투자와 적게 잃을 수 있는 길을 좀 더 중시하고 있습니다.

여튼 저처럼 주식투자는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조차도 알지 못했던( <- 이건 말 그대로 '어떻게', 즉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돈을 지불하고 주식을 사는거지??? 하는 수준입니다...--;;;) 제게 최소한의 개념을 불어넣어준 책입니다. 물론 이 책을 다 읽었다고 주식의 고수가 되지는 못하겠지요! 그렇지만 제 수준의 왕초보 분들이 도대체 주식이라는게 뭐야~ 하는데 대한 대략의 개념을 잡는 데에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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