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집에 빵이 남아돈다. 내가 빵을 사다 나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한때는 하루 걸러 빵을 한 광주리씩 사다 나른 적도 있었다. 우리 식구들은 물론 그걸 다 해치웠고.. -_-;
지금 집에 있는 건 내가 사온 빵이 아니고 한살림에서 시킨 빵들이라 대충 식빵 종류들이다. 잡곡빵, 우리밀빵, 쌀식빵 등등. 원래 아빠랑 동생이 아침으로 토스트를 잘 해먹는데, 요새는 딴 종목으로 아침을 해결하는지 영 이 빵들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덕분에 안 그래도 복잡한 냉장고와 식품 선반에 빵 덩어리들까지 얹혀 있으니, 냉장고나 선반 꽉 차는 걸 싫어하는 울 엄마(이유는? 더 사다 채우고 싶은데 채울 공간이 없으니까;) 애꿏은 내 치즈와 버터에 대고 우다다다 집중포화를 퍼붓는다. 안 먹고 쌓아둘 거면 다 갖다 버린다는 둥 하면서..
그렇다고 덩어리 치즈와 버터를 한 입에 꿀꺽 삼켜 없앨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그나마 내 선에서 해결 가능한 빵들을 어찌저찌 처리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오늘의 종목, '빵푸딩'.

빵푸딩은 '꿈색깔 요리'라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제목을 단 9권짜리 해적판 요리 만화에서 나온 아이템이다. 이 책은 내용 또한 제목에 못잖게 유치하시지만 그래도 아주 쉬운 요리법들이 챕터별로 나와 있어 나같은 애들이 따라하기에 좋다. 쿠키나 치즈케이크 같은 걸 세세하게 신경 쓰지 않고 대충 구워 먹고 싶을 때 여기 있는 조리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빵푸딩' 같은 듣도보도 못한 그러나 매우매우 쉬운 요리(라고 하기도 민망하다)들도 있어 좋다.

재료: 남아도는 딱딱해질랑말랑 하는 빵쪼가리들, 우유, 달걀, 설탕, 건포도, 계피가루
조리법: 다 섞어서 오븐에 굽는다. 끝.

푸하하,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뭐 그래도 대충 설명하자면 달걀 3개에 우유 200밀리리터 정도를 섞어 설탕을 자기 입맛대로 적당량 넣은 후 빵을 듬성듬성 찢어 넣고 먹고 싶은 만큼의 건포도를 넣어 잘 뒤섞어준다. 넣는 빵의 양도 자기 맘대로지만 너무 조금 넣기보다는 전체 반죽이 걸쭉할 정도로 넣는 게 내 취향에 맞다. 그래야 한 끼 식사 대용도 되니까. 그리고 잘 뒤섞은 재료 위에 시나몬을 솔솔 뿌리든지 말든지 취향대로 하고, 오븐을 180도에 맞춰 20분간 굽는다. 먹다 남은 사과, 딸기, 바나나 등의 과일을 잘라 넣어도 좋다.
주의: 익으면서 꽤 부풀어 오므므로 그릇 크기를 잘 맞춰야 한다. 잘못하면 넘쳐 흐르기도 함. 이번에 구울 때 그릇에 비해 양이 많아 달걀물이 넘쳐 흘러서 나중에 엄마 몰래 오븐 닦느라 죽는 줄 알았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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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화 관련 리스트를 만들다가 느낀 건데, 요새는 왜 이렇게 '완전판'이니 '애장판'이니 하는 이름이 붙어 나오는 만화들이 많은 건지 원.. 이 심각한 출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잘 팔렸던 책들을 다시 한번 팔아보고자 하는 출판사들의 궁여지책이란 건 알겠지만, 옛날 버전으로 다 있는 책들이 저렇게 새 꼬까옷 입고 짠~ 다시 나타나면 심한 갈등에 빠지게 된다. 저걸 사, 말어? 그럼 지금 있는 건 버려? 나란히 꽂아?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내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건 사람을 우롱하는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옛날에 살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포기한 책들이라면 선뜻 다시 손 내밀 수도 있겠지만, 그 옛날 만화책은 사서 읽는 게 아니라 빌려서 읽는 거란 의식만이 사회 전반에 팽배하던 그 시절에도 종로 6가니 청계천이니 어렵게 돌아다니며 배낭 가득 지고 이고 사다 날랐건만, 그때 그 어렵게 구해 손때 묻도록 들쳐보던 만화책의 후줄근한 외양을 비웃는 듯한 번쩍이는 표지와 빳빳한 내지와 화려번쩍한 금박 제목과 몇 겹으로 접혀 있는 칼라 브로마이드 등을 내세워 다시 사람을 유혹하다니!!! 아, 어찌 속 뒤집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애장판'이란 이름을 달고 처음 나온 애들은 <유리가면>과 <캔디캔디>라고 기억한다. 그래, 얘네들은 이해할 수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온갖 수상한 유령회사에서 갖가지 버전의 해적판들만이 난무했을 뿐 진짜 제대로 된 라이센스판을 거의 볼 수 없었던 책들이니까 '아, 이제야 니들이 한국 땅에서 제대로 빛을 보는구나. 암, 진작에 이랬어야지.' 하며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근데 사실 '애장판'이란 이름이 아깝게 편집도 이상하고 종이 질도 별로였지만.. -_-)

헌데, 얘네들이 장사가 좀 되고 나같은 사람들이 열심히 찾기 시작하니까 만화 출판사들 마음이 슬슬 달라지기 시작한 거다. 아, 이쪽이 장사가 되는구나.. 하면서 너도나도 발벗고 나서서 작가들을 쫓아다니며 그 옛날 고리짝 원고들을 다시 손봐 '애장판'이란 멋진 포장을 한겹 덧씌워 세상에 선보이자며 꼬드겼다. 그리고 성업중이신 수만 개의 대여점들 덕분에 돈냄새 맡아보기 힘든 우리 작가님들, 그런 유혹을 어떻게 거부하겠는가. 덕분에 십여 년이 넘게 절판 상태였던 만화책들이 줄줄이 다시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오랜만에 잊혀졌던 그 제목들을 다시 대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런 생각은 잠깐, 이제는 아주 '애장판' '완전판' '소장판'에 질식해 돌아가실 지경이다. 나온 지 몇 년 안 되고 인기도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 애들까지 포장만 바꿔서 가격을 2~3배씩 올려 붙여놓다니. 장삿속도 어느 정도라야 적당히 호응을 해주는 거지, 너무 빤하면 짜증스럽지 않던가.

하지만 이 와중에서 시니컬한 내 마음을 사르르 녹여준 하나의 '애장판'이 있었으니 바로 <닥터 스크루>! 거의 10여년 전에 대원에서 나왔던 전체적으로 파란색 색감의 표지를 덮어쓴 <닥터 스크루>를 기억하시는지? 동물을 별로 안 좋아해 그런 소재로는 처음 보는 거였는데, 정말 한눈에 숑~ 가버렸다. 근데 문제는 내가 그 책을 접한 게 시기가 조금 늦어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책들이 거의 사라져버린 상태였던 것. 해서 아무리 사방팔방 발이 닳도록 돌아다녀도 12권 전체를 사모으는 게 불가능했다. 해서 궁여지책으로, 당시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던 친구와 출판사 북페어를 찾아갔다. 그리고 담당자를 붙잡고 간절히 재판해 줄 것을 애원했으나, 냉정한 담당자 왈 "찍은 거 겨우겨우 다 팔아치운 상황이기 때문에 재판은 더 이상 없을 것!"이란다. 엉엉. 그 후에도 몇 달 간격으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문의했지만 단 한번도 희망적인 대답을 듣지 못했고 거래(?)하던 만화 총판점들에도 다 말을 해놨지만 구하지 못해 완전히 희망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어느 게시판에선가 본 <닥터 스크루> 애장판 출간 소식!!! 오옷, 내 눈이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나? 그리고 다시 몇 달을 더 기다려 마침내 손에 넣은 꿈에 그리던 <닥터 스크루>. 판형이 커져서 옛날의 아기자기하던 느낌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쓸어보고 품어보고 핥..아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정말 훌륭한 판단을 내려준 출판사에 감사한다. 으하하. (근데 <닥터 스크루> 애장판 앞의 몇 권은 나오자마자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렇게 잘 팔리는 책을 왜 몇 년씩이나 다시 찍지 않았던 건지 원.. 물론 그것도 다 출판사의 계산이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애장판'과 '완전판'의 홍수 속에 파묻힌 요즘이지만, 나름대로 이렇게 덕을 보기도 했으니 그냥 참아줘야 할까? 하긴 안 참으면 니가 어쩔 건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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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밀키웨이님 서재에 놀러가서 미하엘 엔데에 관해 쓰신 글을 읽고 따라쟁이 대장인 나, 미하엘 엔데에 대해 떠들고 싶어졌다. (밀키웨이님, 욕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내가 유명인의 부고를 접하고 충격을 받은 적이 세 번 있는데, 그 첫번째가 아이작 아시모프(1992), 두번째가 리버 피닉스(1993), 그리고 세번째가 미하엘 엔데(1995)였다. 아시모프는 아니지만 뒤의 두 명은 좀더 오래 살아 세상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어줄 만한 사람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아쉽다.

미하엘 엔데를 처음 접한 건 역시 <모모>를 통해서였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어쩌고 하던 노래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우리 나라에서의 <모모> 열풍은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당시 너무 어렸던 나로서는 <모모>가 다루는 그 세계 자체의 심오함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재미있는 동화책이라고만 생각하고 되풀이 읽었었다.
그러다가 '모모'의 열풍에 힘입어 엔데의 책 몇 권이 더 우리 나라에 소개되었는데, 그 하나는 모모의 남자친구 이야기라나 뭐라나 하는 <제제>(제목이 정확치 않은데, 하여튼 두 글자짜리 사람 이름이었다)라는 책이었는데 이건 지금 생각해보면 엔데 작품이 아니라 우리나라 출판사들에서 잘 만드는 급조된 짝퉁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현재 찾아볼 수 있는 엔데 작품 목룍에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 즈음 진짜 엔데 스타일의 동화를 발견했으니 바로 <짐 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시리즈. 진짜 제목은 저게 아니고 시리즈의 각 권마다 다른 제목이 붙어 있었지만 나와 내 동생은 그냥 '짐 크노프' 또는 '루카스'라고만 불렀다. 매일 밤마다 서로 자기 베개맡에서 읽느라고 얼마나 싸워댔던지.. ("야, 내 '짐 크노프' 내놔!" "이게 언니 거야? 내 거지!" -_-; 사실, 동생 책이었다) 예쁜 빨간 기관차가 폭폭거리며 터널을 지나가고, 귀여운 임금님이 계시고, 마음 착한 아주머니가 개구쟁이 짐을 보살펴주는 그 작디작은 섬나라. 얼마나 그 곳에 가서 살고 싶었던지...(물론 짐이 자라면서 인구 문제를 걱정할 정도의 쪼끄만 섬이었으니, 내가 감히 어찌 그곳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을까만은..)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내가 가장 라븅하는 엔데 작품은 <끝없는 이야기>!!! 읽고 읽고 또 읽고 책장이 나달해질 때까지 읽다가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장정으로 나오면 또 사고 또 사고.. 그리고 언제던가 <끝없는 이야기> 영화가 국내 개봉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너무 설레며 기다렸는데, 전혀 유명하지도 홍보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 그 영화는(근데 이상한 건 그 영화가 분명 별로이긴 했지만 어쨌든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의 작품이었는데 어찌 그리 소홀히 대해졌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일류 개봉관에는 전혀 안 걸리고 이름도 처음 들어본 압구정동 뒷골목의 영화관에서만 상영되는 바람에 물어물어 간신히 찾아가서 봤었다. 그리고 영화 자체에는 너무 실망했지만(역시 엔데의 상상력을 화면에 그대로 펼쳐내기에는 당시의 영화 기술이 너무 열악했었고, 주인공들도 별로였다. ㅠㅠ 특히 아트레유가 그런 모습이면 안 된다구!!!) 기념품으로 준 짝퉁 '아우린' 메달과 책받침;;을 받아들고는 나름대로 만족하며 극장문을 나섰던 기억이.. 그 아우린 메달은 아직도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에 만난 <자유의 감옥>도 정말 엔데스러우면서도 어린 시절에 읽던 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아 좋았고.. <마법의 술>이니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니 <마법학교>니 하는 책들도(사실 우리 나라에서 출판된 엔데 작품들은 여기저기에 실린 단편들을 긁어 모아 한 권으로 만든 경우가 많아 이 책 저 책 다 읽다 보면 상당 부분 중복된다. 부디 미출간본들을 좀 내주면 좋으련만) 커서 읽긴 했지만 전부 사랑스러웠고.. 그가 암에 걸리지 않고 한 10~20년만 더 살아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해줬더라면 내 책장이 얼마나 더 풍성해졌을까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슬프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도 어린아이들을 무릎 근처에 모아놓고 후덕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이 영원히 즐길 수 있는 네버엔딩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길 바란다.
엔데 할아버지, 나중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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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5-1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진짜 멋집니다.
근데 이런 걸 가지고 미안스러워하시면...안되는 거 아닌가요? 히힛.
책이야기를 서로 하다보면 뇌관을 건드릴 때가 있어요.
그이의 어떤 이야기로 인해 내 속에 있던 것들이 터져나오게 되잖아요.
그런 점에서 제가 스타리님의 뇌관을 건드린 셈이니 저야 고맙지요 ^^
자주 좀 건드리면 좋겠구만요...

저도 엔데 할아버지 팬인지라 이런 이야기 접하면 정말정말 좋답니다.
 

우리 엄마는 내 책장에 순 만화책과 동화책밖에 없는 줄 아신다.
가끔 같이 근처 도서관에 가는데, 엄마가 골라 든 책을 보고 내가 "어, 나 그거 있어." "집에 있는 책이잖아."라고 하면 상당히 놀랍고 의아하다는 듯이 "니가 이런 책도 다 있니. 별일이구나.." 하신다. 한마디로 딸 수준을 아쭈 무시하시는 거다.
분명 내 방에 자주 들어와 내 책장을 훑어보곤 하시는데 어찌 그리 만화책만 눈에 쏙쏙 들어온다는 건지? 사실 대다수의 만화책은 엄마 눈에 안 띄는 뒷편에 숨겨뒀고, 앞으로 나와 있는 애들은 별로 안 되는데. 만약 숨겨진 것까지 엄마가 다 본다면.. 그 반응이 두렵다. -_-;;
엄마, 난 일반적인(?) 책들도 많이 본다구요. 장르 매니아이니 아주 일반적이라고 하긴 뭐할지라도..

그리고 또 하나의 편견. 내가 뭐든 다 잘 먹는다고 생각하시는 거.
사실 대부분의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긴 하지만 그래도 못 먹는 게 간혹 있는데, 내가 "어, 나 이거 못 먹어. 싫어한다구."라고 하면 또다시 화들짝 놀라신다. "니가 가리는 것도 다 있냐?"
아, 또 여린 맘에 스크라치. -_-
예를 들어 물에 빠진 생선. 난 날생선, 생선구이, 조림, 튀김까지는 무리 없이 잘 먹는데 유독 물에 빠뜨린 애들한테는 약하다. 아니, 일단 물에서 건진 애들을 왜 도로 물에 빠뜨리냐고요?? 시뻘건 국물 안에 떠 있는, 한때 바닷가나 강가, 냇가에 살던 아이들을 보면 측은지심이 솟아올라..(라는 건 거짓말이고) 할튼 비려서 싫다. 그래서 제일 싫어하는 회식 메뉴가 해물탕. 횟집이나 일식집 가서 마무리로 주는 매운탕도 딱 질색. 냄새도 맡기 싫다(사실 회 먹은 다음에 마지막으로 나오는 매운탕은, 이미 배가 부를 대로 부른 상태에서 대하기에 더 싫은 것 같다).
근데도 엄마는 내 맘은 아랑곳없이 종종 생선찌개와 국을 식탁에 올리면서 그때마다 내가 못 먹는다는 데에 놀라는 척을.. -_-; 그래도 정 먹을 게 없으면 국물은 가능한 한 꼭 짜내고;; 생선살과 두부 등은 건져 먹는데 그놈의 무만은 죽어도 싫다. 조림에 들어가는 무도 싫다. 그 물컹한 식감이라니.. 내 미각 기준에서 식감은 매우매우 중요하다구요 엄마. 그러니 무가 제일 맛있는 거라는 둥 하면서 강요하지 말아주시길.

이밖에도 엄마의 편견은 아주 다양하다. 내가 택시만 타고 다니는 줄 아신다든가(무, 물론 옛날에는 그랬지만 요새 택시값이 얼만데..) 술을 엄청 잘 마시는 줄 아시는 것(이것도 옛날 소싯적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몸이 말을 안 들어요. 그러니 제발 술꾼이라고 좀 부르지 마세요) 등등.
이렇게 늘 같이 붙어 사는 가족끼리도 서로 오해하고 편견을 가지는 부분이 많은데, 타인들 사이는 오죽하랴. 때로는 그런 선입견 내지 편견이 내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굳이 고쳐주려 노력하는 것도 우스워 그냥 두지만.. 가끔은 100%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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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5-15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님 너무 재미있네요.
같은 밀키웨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으로서 정말 더더욱 공감합니다.
전 이제 30대 중반의 사내녀석만 둘이나 키우는 아줌마지만 아직도 조림에 들어간 무를 정말 싫어하거든요.
도저히 못 먹겠어요.
색깔도 칙칙~~하니 참 그렇고 물컹한 그 느낌도 정말 싫고 ^^

글고 말이죠...저도 가끔씩은 저를 있는 그대로 100%의 나만으로 보아주는 사람이 그립답니다^^

반딧불,, 2004-05-18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두 분 그러시군요.
식성이 영 틀리군요..전 무지무지 좋아하는데..
생선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조림무는 없어서 못 먹고..
특.히 김치국물은 아까워 버리지도 못하는데...흠..

100%의 나라...50%도 나를 파악하지 못하고 사는데..가능이나 하려는지...

starrysky 2004-05-1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김치찌개 끓일 때 김치국물을 부어 끓이면 맛나다는 사실도 최근에서야 들었답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여 먹은 기억이 전혀 없어 저희 어머니도 그런 사실을 모르셨대요. 그러니 우리집 김치국물은 늘 개수구로 흘러들어가 물오염에 크나큰 이바지를 했곘지요. -_-;;
그래도 예전에 비해 식성이 많이 한국인다워졌으니 곧 김치국물 부어 끓인 김치찌개에 도전해 보려고요. 반딧불님 서재에서 요리법 좀 훔쳐 써도 될까요? ^^

반딧불,, 2004-05-19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훔칠게 있어야죠..
저야..요새는 그냥 하나도 생각도 안난답니다.
언제 무얼 해먹고 살긴하는지...흑흑..
게으름의 극치를 달리고 있지요.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지금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으로 썼던 알라딘 리뷰.
정말 좋아하던 코로보쿠루 시리즈가 재판되어 완결된 기념으로 썼었다. 근데 당시에는 알라딘 서재가 없을 때라 이메일 주소를 기준으로 리뷰 관리를 했는데, 당시 근무하던 회사 이메일로 알라딘 등록을 했다가 퇴사 후 메일주소를 바꾸는 바람에, 분명 내가 쓴 리뷰인데도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슬프다면 슬픈.. 알라딘에 말하면 내 걸로 돌려주려나? 증거가 있어야 말이지, 쩝. 게다가 이런 사소한 일로 덤비면 싫어할 거야.. 난 소심소심.
그래서 그냥 내 페이퍼에 퍼다놓는 걸로 만족하려 한다. 사실 내가 이런 걸 썼다는 사실조차 자꾸 까먹고 있으므로.. (줄 바꾸기는 좀 해줘야겠다. 왜 저렇게 다닥다닥.. 원래 저렇지 않았었던 것 같은데.. )


코로보쿠루 친구들은 어딘가에서...
리뷰어 :
상품평점 :  작성일 : 2002년 5월 17일

아, 이게 끝이로군요.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아쉬움과 안도감에 사로잡혀 책표지를 가만가만 쓸어봅니다. 10년 전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코로보쿠루 친구들과의 만남은 이 '꼬마아가씨 뱀밥뜨기의 모험'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혹시나 하고 다음 얘기는 더 없는지 귀기울여 보았지만, 사토 사토루님은 그 아름다운 세계로의 문을 그만 닫아버리신 것 같네요. 나의 작은 친구들이 사는 곳 코로보쿠루, 나도 그들의 친구로 선택받고 싶었는데 그런 꿈이 이루어지기에는 내가 너무 믿음직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듭니다. 그저 이렇게 조금이나마 그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었고 축복이었던 듯합니다. 이렇게 귀엽고 살가운 얘기, 사실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10년 전 처음 코로보쿠루 친구들을 만났을 때는 지금 새로 나온 판본과 달리 양장본이었고 좀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이 드는 편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재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옛날의 그 모습을 기대했건만, 이번에는 완전히 어린이를 위한 시리즈로 못박아 나왔더군요. 그래도 '꼬마아가씨 '의 본문에 책표지 색깔이 언급된 부분을 보면, 새로 나온 판본이 일본에서 출간됐던 원래 판본과 더욱 흡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달랩니다.
초등학생 어린이를 자녀로 둔 부모님, 꼭 자녀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세요. 그래서 자녀들도 코로보쿠루를 꿈꿀 수 있도록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부모님들께서도 같이 읽어보시면 좋겠네요. 저는 오늘도 코로보쿠루 사람들의 안녕과, 그들이 더 신실한 인간 친구들을 많이 찾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원래 동화나 판타지의 묘미는 그 세계에 대한 이해와 인정, 그리고 약간의 믿음에 있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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