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날은 계속 꾸물럭하면서 시원하게 비는 오지 않고 꿉꿉하기만 하고..
처진 기분은 회복될 줄을 모르고..
몸도 덩달아 찌푸둥하면서 여기저기 쑤시고.. (늙어서 그래)
이럴 때는 입도 즐겁고 눈도 즐거운 맛난 아이스크림만한 게 없을 듯하다.
나 한 숟가락 너 한 숟가락 퍼먹다 보면 머리끝까지 얼어붙은 듯 얼얼해지면서, 한여름에도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올 듯이 시원한 아이스크림.



 

 

 

 

 

 

 

 

 

 

 

 

 

 

 

 

 

 

카푸치노 아이스크림 케이크라는 이름의 아이. 아래는 커피맛 케이크인가 보다. 사진도 너무 예쁘다.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바나나 스플릿. 예전에는 우리 동네 배스킨에서 팔았는데 요새는 안 해준다. 아이스크림 까페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집에서 해먹어도 좋지만 왠지 그 맛이 잘 안 난다.



 

 

 

 

 

 

 


 

 

 

 

 

 

 

 



어렸을 때는 아이스크림은 무조건 초콜릿 맛! 바닐라도 딸기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그 당시에는 바닐라나 딸기 향료 맛이 형편없었다는 이유가 크다) 요새 천연 재료와 좋은 향신료를 사용한 아이스크림들이 많아지면서 딸기 아이스크림이 너무 좋아졌다. 봄에 얼려둔 딸기를 겨울에 갈아서 살짝 녹은 바닐라아이스크림에 섞어 먹으면 그 맛도 일품이다.



 

 

 

 

 

 

 

 

 

 

 

 

 

 

 





철없던 그 시절 나의 가장 큰 소원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파묻혀 사는 것이었다. 헨젤과 그레텔을 읽으면서도 그 집 전체가 초콜릿 아이스크림으로 꽉 차 있다고 상상했다. 당시 우리 집을 방문하는 손님의 인품에 대한 평가는 그가 손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전에 자주 가던 '르네'의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의자가 불편해서 나이 든 요즘은 거의 안 간다. -_-;;
생긴 건 굉장히 달콤해 보이지만 사실 너무너무 새콤하다. 뒷골이 땡길 정도로.. 그래도 계절 안 가리고 광분하며 먹어줬는데..






 

 

 

 

 

 

 

 

 

 

 

 

 



파르페도 너무 좋다. 예쁘고 투명한 커어다란 유리컵에 한가득 담긴 아이스크림과 휘핑크림, 과일과 달콤한 시럽의 조화. 바삭한 과자를 한 입 깨물고, 빨간 체리를 쪽쪽 빨아 먹은 후, 아이스크림과 휘핑크림을 섞어서 한 스푼 가득 떠올려 음미하며 먹는 그 맛! (살.찐.다... -_-)




 

 

 

 

 

 

 

견과류나 초코칩이 들어간 아이스크림도 좋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속에서 얼어 더 바삭해진 견과류가 아삭하게 씹히는 그 맛이라니. >_< 초코칩도 나름 괜찮지만 껌맛 내지는 치약맛 나는 아이스크림 속에 파묻혀 있는 건..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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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4-06-2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우울증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드디어......

반딧불,, 2004-06-2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전 요새 늦은 밤 맥주로 살다가..
뱃살이 나오는고로...포기했더니...살 것 같습니다요^^;;

여하튼지간에...
아이스크림으로 치료가 된다면 좋은 일이지요^^

superfrog 2004-06-2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예술이군요..^^ 저는 그다지 아이스크림을 즐기진 않지만 가끔 먹으면 먹는 동안은 정말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빨강머리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좋아라 한 게 이해가 된다니까요.. ㅋㅋㅋ

starrysky 2004-06-25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초님. 장마가 시작되면 님의 우울증 시즌도 시작되는 건가요? 즐거운 여름방학(초등학생이냐..;;)인데 기운 내셔야죠. 저 위의 아이스크림을 님께 다 드려도 전혀 도움이 안 될까요??
반딧불님. 저도 요새 을매나 을매나 살이 찌는지.. 아니 남들 다 몸짱으로 거듭나는 이 계절에 저 혼자 펑퍼짐한 티셔츠 입고 나게 생겼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체중계가 절 위협해도 아이스크림은 먹어줘야 합니다. ^^
금붕어님. 앤이 아이스크림 한 입 먹고 행복해하는 그 표정이란.. 저까지 덩달아서 미소가 지어지지요. 그게 바로 달콤한 음식의 마력인 것 같아요. 먹고 난 후에 도로 우울해질지언정 먹는 동안의 그 지고의 행복감. 너무 단순한가요? ^^;

starrysky 2004-06-25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가시는 길에 제 것도 하나만요~~ 일루 슈웅 던져주세요~ ^-^

로렌초의시종 2004-06-25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tarry sky님은 친절하기도 하셔라. 실은 전 정작 장마철 가까이에 태어나고도 비만 오면 이렇게 싫어한지가 꽤나 오래라죠 ㅡ ㅡ; 장마가 우울증의 시작이죠 님의 말씀대로. 그래도 저 아이스크림들을 보니 나아지는 것 같네요. 감사해요~^^

starrysky 2004-06-2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네네, 잘 받아서 냠냠거리며 너무 맛나게 먹었어요. ^^ 새벽별님이 최고! >_<
로렌초님. 저도 사실 비오고 눈오는 날이 너무 싫어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인지라 해가 쨍쩅하게 비쳐야 기분도 좋아지거든요. 그래도 우리나라에 살면서 비오고 눈오는 날마다 우울해지면 1년의 반은 우울해야 하는지라 그냥저냥 참고 지내지요. 자, 아이스크림 더 드시고 더 기운 내세요. ^^

불량 2004-06-2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시가 다 되어가는데.......어택이군요!!
우짜믄 저리도 맛나게 생겼답니까... ㅠ.ㅠ
으음..전 새침하게 흐린 날씨는 다들 우울해해서 좋아요..
햇볕 쨍쨍한 날에 홀로 우울한 건 싫거든요.. 하하하하..심술통이죠??

starrysky 2004-06-26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저녁에 보셨으면 좀 나았을 텐데 또 한밤중에 보시고야 말았군요. 이를 우짭니까..
맑은 날 대신 흐린 날을 좋아하는 님의 이유가 너무나 님 답습니다..라고 말하면.. 때리실 건가요? 흐흐.

Laika 2004-06-26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우울증 치료제는 늘 "커피"랍니다. 아이스크림은 행복할때 먹죠... 기분만 좋으면 끝도 없이 먹을수있습니다. 이 사진에 다시 한번 행복해 지네요...^^

starrysky 2004-06-2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저도 참 좋아하죠. 아래 페이퍼에도 썼지만요. ^-^ 차가운 생크림 대신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살며시 띄운 비엔나 커피 한 잔 어떠세요?

panda78 2004-06-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제랑 어제 떼르 드 글라스에서 아이스크림 이따만큼 사 먹었고, 그 전날에는 나뚜루 레몬 소르베(T^T 너무 좋아요- 최고)랑 녹차 아이스크림을 잔뜩 먹었는데, 또 먹고 싶어집니다.
아- 먹고 싶어라---- 저는 샤베트 같은 아이스크림을 무진장 좋아합니다요. 언제 한 번? ^^*

starrysky 2004-06-28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은 소르베 파로군요. 전 살살 녹는 유지방 듬뿍 크림 파예요. (그게 바로 판다님과 저의 체격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이지요. 음하하~)
근데 한여름에 정말 더울 때는 크림보다 소르베가 백배 더 시원하죠. 저희 동네에 있던 떼르 드 글라스는 배스킨 등쌀에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고, 나뚜르만 남았답니다. 전 어제 나뚜르 가서 팥빙수에 아이스크림 동동 띄워 먹고는 머리 끝까지 꽁꽁 얼어서 왔어요.
우리 언제 정말 아이스크림 번개라도 함 가져요!! ^-^

panda78 2004-06-28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스크림 번개 콜! >0< 날 잡죠?
 
 전출처 : Fox in the snow > 김선일씨의 죽음_진중권

김선일씨의 죽음
원고 쓰고 막 자려다 김선일씨 죽음에 관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착잡함에 오늘도 다시 밤을 새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희망적 관측이 흘러나와 기대를 걸었으나, 그 희망은 무참히 깨졌습니다. 가장 우려 했던 최악의 사태가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입니다. 비디오를 생각해 보십시요.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 처절한 몸짓으로 절규하며 국가에 자신의 생명을 지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 호소에 귀를 막고 국가는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추가파병에 변함 없다."

이라크 전쟁은 우리의 '안보'와 아무 상관이 없는 전쟁입니다. 대한민국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고 우리의 생명이 더 위험해지는 것도 아니고, 군대를 보낸다고 우리의 생명이 더 안전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아니, 외려 그 반대지요. 군대를 보내서 이미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껴왔습니다. 이것을 저들은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안보'라고 부릅니다.

김선일씨가 납치된 것은 지난 17일이라고 합니다. 그 전에 납치가 이루어졌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동안 파병 준비에 바빴던 노무현 정권이 자국민이 피납된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답니다. 미국도 이 사실을 한국 정부에 통보를 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니, 통보를 해줬는데 우리 정부가 추가파병을 발표하기 위해 일부러 모른 척 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게 저들이 말하는 '안보'입니다.  

정권은 김선일씨를 납치한 사람들의 정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약속대로 김선일씨를 잔혹하게 살해함으로써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드러냈습니다. 그 와중에도 정권에서는 무슨 자신감에선지 아주 신속하게(!) 파병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라크의 서희, 제마 부대가 얼마나 cool하게 활동하는지 홍보할 생각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이라면 미국에 협조하는 한국군이 이라크 사람들 돕는 것을 고운 눈으로 보겠습니까?

2.

김선일씨가 납치당했는데도 어제 광화문에 모인 사람은 고작 2천에 불과했습니다. 선거법 위반 발언하다 탄핵 당한 노무현을 구하자고 수만이 모여든 반면, 국가의 부당한 파병으로 생명에 위험에 처한 김선일씨를 구하는 자리에는 고작 2천이 모였습니다. 그 많던 촛불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노무현이 아니라 이회창이 정권을 잡고 있었다면, 아마 거리는 파병반대의 물결로 넘쳐났을 것입니다. 이게 정치의식입니까?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도대체 이런 전쟁에 반대하고, 파병을 결정한 책임자들을 비판하는 것도 죄가 됩니까? 소위 노빠들의 극성 때문에 파병반대 얘기하는 것도 '모험'이 되어버렸습니다. 파병에는 반대해도, 그 결정을 내린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파병 결정해놓고, 비난도 받기 싫다는 겁니까? 파병을 하되 비난은 받기 싫으면 정권을 한나라당에 넘길 일입니다. 그럼 우리의 비판은 한나라당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저 역시 원칙적인 평화주의자는 아닌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직도 정당한 전쟁과 부당한 전쟁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전쟁의 경우 9.11로 3천명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당했고, 그 범죄를 저지른 빈 라덴이 아프간에 있었고, 아프간 정부는 그의 신병 인도를 거부했고, 그 전쟁은 유엔의 승인을 받았고, 유럽의 여러 나라를 포함해 다국적군이 참전을 했습니다. 이런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이해를 해 줄 여지가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그 정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은 다릅니다. 후세인과 알카에다는 아무 연관이 없고,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없었고, 그래서 유엔의 승인을 받지 못 했고, 누가 봐도 명백한 침략전쟁입니다. 게다가 무차별한 미군의 사격과 폭격으로 인해 수많은 이라크 민간인들이 희생당했고, 포로로 잡힌 이라크의 군인들은 감옥에서 짐승 취급을 당했습니다. 이런 전쟁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범죄'입니다. 왜 이런 범죄적인 전쟁에 한국군이 참여를 해야 하는지, 누가 제게 납득할 만한 이유 좀 대 주세요.

3.

김선일씨를 죽인 자들은 해방투사들이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입니다. 무고한 인명을 살상한다는 점에서 부시와 똑같은 전쟁 범죄자들입니다. 그들은 규탄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파병할 경우 그들이 파병국 국민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리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파병을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의 기본임무를 져버리는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무책임한 일을 청와대에 앉은 분들이 '안보'라는 이름으로 져질렀습니다.

파병을 할 경우, 이와 유사한 일은 앞으로 계속 벌어질 것입니다. 적어도 파병 때문에 이라크와 그 주변 아랍국에 사는 우리 교민들, 거기서 활동을 하는 우리 상사원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졌습니다. 이게 현 정권의 '안보' 정책입니다. 그렇게 제 나라 국민을 위험에 빠뜨려놓고,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더 안전해졌을까요? 김선일씨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기 삶에 더 안정감을 느끼는 분들 계시면 한번 나와 보세요.

김선일씨가 당한 비극은 언제라도 '나'의 불행, 내 가족의 불행, 내 친구의 불행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김선일씨의 부모도 파병에 찬성했다지 않습니까? 설마 자기 자식이 거기에 희생당할 것이라 꿈앤들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저마다 다 그건 남의 일이라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불행은 불행하게도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안 찾아오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희생자입니다.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김선일입니다.

"한 사람 잡혀간다고 파병철회하는 나라 있냐?" 이게 정부여당의 일반적인 분위기입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말입니까? 한나라당 애들이야 원래 그런 애들이라고 치고, '개혁'을 외치는 정부여당까지도 이런 무서운 생각을 서슴없이 내뱉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런 분들에게, 어떻게 이런 나라에 우리의 생명을 맡겨놓을 수 있습니까? 파쇼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전체주의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납치된 상황에서 버젓이 저런 발언할 수 있는 저 대담함, 저런 끔찍한 발언을 허용하는 우리 사회의 무감함, 그게 전체주의입니다.

4.

미국이 문제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극단적인 입장을 배격해야 합니다. 하나는 NL류의 극단적인 반미 전민항쟁론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이익이 곧 우리의 이익이라 강변하는 극단적인 친미주의입니다.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예, 중요하지요. 하지만 '동맹'이란 무엇일까요? 미국이 하자는 대로 간까지 빼주는 게 과연 '동맹'일까요? 그것은 '동맹'이 아니라 주종관계입니다.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에게요? 아니지요. 국군통수권은 국군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권한을 누가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 권한은 부시가 갖고 있습니다. 부시는 대한민국 국군을 아무 데나 갖다 박을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왜? 노무현 정권이 부시에게 국군통수권을 양도했기 때문입니다. 주권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자기의 기본적 직무를 유기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조차 부시 정권이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해쳤다"는 비난이 나오는 판에, 제 나라 국익을 져버리고 진정한 동맹관계를 해치는 부시의 깽판에 장단 맞춰 춤이나 추는 게 과연 '동맹'입니까? 이것은 한 마디로 무능함과 나태함의 극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 겁니까? 제 나라 국민이 이국땅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사태를 보고도 여전히 부시 눈치나 봐야 합니까? 이 나라에 도대체 외교전략이 있는 겁니까? 안보전략이 있는 겁니까?

파병철회해야 합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는 한국에서 파병을 거부할 경우, 부시 정권은 막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대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습니다. 당하고만 있을 게 아니라 우리 역시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한미동맹' 좋다, 하지만 그 방식은 너희들 멋대로 정하게 놔둘 수 없다. 우리도 너희를 날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부시는 미국이 아닙니다. 미국의 절반도 채 안 됩니다.

5.

김선일씨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울부짖던 그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요. 그는 우리에게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호소를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점에 관한 한 우리 모두가 공범입니다. 파병을 결정한 이들은 주범이고, 파병을 묵인한 이들은 종법이고, 파병을 반대하되 힘있게 밀어내지 못한 모든 이들은 넓은 의미의 공범입니다. 앞으로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파병반대, 한국군철수를 위한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 나라는 정치가 사람들의 의식을 개발시키는 게 아니라, 외려 사람들의 비판적 의식을 마비시킵니다. 선거를 앞두고 있지 않으면 아무리 중요한 사건이 터져도 사람들이 안 모입니다. 특정 정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촛불도 켜지지 않습니다. 이게 그 잘난 인터넷 민주주의의 수준입니다. 어제 모인 2천 명, 그게 이 나라 평화주의 역량의 전부입니다. 바로 그래서 이런 비극적인 일을 막을 수 없는 것이지요.

박노자가 그랬던가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끔찍할 뻔 했다고. 배울 만큼 배웠다는 지식인이라는 분의 정치의식이 이렇게 나이브합니다. 차라리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한국인 특유의 정치의식이 발동하여 아마 지금쯤 거리가 파병반대의 물결로 차고 넘피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정치에 환장을 해도 그렇지, 어떻게 시민들이 저토록 완벽하게 현실의 정당세력에 포섭될 수가 있을까요? 이럴 때는 정말 절망적인 생각이 듭니다.

성급하게 '희망'을 말하는 사람은 아직 절망의 끝을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희망이 없어도 저항하기를 그치지 말아야 합니다. 쉽게 '열정'에 빠지는 사람은 아직 현실의 냉혹함을 경험하지 못한 것입니다. 열정에 들떠 어떤 일을 하기는 쉽습니다. 그것은 창조력이 고갈된 가수가 대마초를 피고, 한계에 도달한 운동선수가 약물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진정한 가수는 대마초 없이도 상상력을 가질 수 있고, 진정한 선수는 약물 없이도 체력의 한계를 극복합니다. 진정한 저항은 섣부른 희망이나 뜨거운 열정 없이, 현실의 냉정함을 보고 존재의 밑바닥에서 힘을 끌어올리는 용기에서 시작합니다.

파병반대, 국군철수. 여당과 야당이 동조하고, 조중동의 지원을 받고, 김선일씨의 운명을 제 것으로 느끼지 못하는 수많은 무감함의 덩어리들에 맞서 싸우는 싸움입니다. 엄두가 안 나지요. 어제 MBC 저녁뉴스에 파병반대 움직임은 테러범들에게 놀아나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하더군요. 그것을 들으며 얼마나 끔찍했던지. 하지만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진정한 진보의 전선은 열우당과 한나라당 사이도 아니고, MBC와 조선일보 사이도 아니고, 한겨례와 조선일보 사이도 아니고, 바로 거기에 그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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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rysky 2004-06-24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많은 글을 읽고 많은 말을 들었다. 그리고 많은 생각도.. 아니, 사실 생각은 그닥 하지 않았다. 나 자신 생각에 잠기고 싶지 않았고, 주변에서 그럴 여유도 주지 않았다.
오늘 나를 스쳐간 수많은 목소리들 중에서 가장 내 맘과 비슷한 글이다. 지금 당장의 상황보다 일의 본말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정치적 생명이 수천 수만 명의 실제 생명보다 중요시된다는 건 슬프지 않은가.
 
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런던 채링크로스 84번지에는 무엇이 있을까?
헌책방이 있다. 마크스 & Co.라는 작은 헌책방. 아니 있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지금은 사라지고 이 곳에 한때 그런 이름의 서점이 존재했었노라고 알려주는 작은 동판만이 남아 있다니까...

세월의 더께가 묻고 수많은 전주인들의 흔적이 책갈피마다 배어 있는 고서들이 천장까지 하늘까지 쌓여 있는 작은 헌책방. 영국인들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값싼 양서를 구하고자 하는 수많은 책벌레들이 채링크로스 84번지로 편지를 띄운다. 가난하지만 책과 배움에 대한 열망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희곡 작가 헬렌 한프도 채링크로스 84번지에서 일하는 FPD(프랭크 도엘)와 편지를 교환하면서 꿈에 그리던 책들을 하나하나 손에 넣는다.

헌책방 직원과 고객이 주고받은 편지 묶음. 그러니 이 책은 사실 사고자 하는 책 목록과 청구서의 숫자들만 나열되어 있어야 마땅할 듯하다. 그러나 저자의 재기발랄하고 따뜻한 마음씀씀이와 고객의 만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헌책방 직원의 정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합쳐져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관계가 싹트면서 책의 내용, 즉 오고간 서신 내용도 놀랍도록 풍성해진다.

이들이 처음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은 1949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화에 휩싸였던 모든 나라들이 복구에 한창일 무렵이었다. 그러나 연합군 편에 서서 치열하게 싸우며 국토의 많은 부분이 손상된 영국은 적국인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서도 원조를 제대로 받지 못해, 국민들이 최소한의 배급만으로 어렵게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헬렌은 단순히 책을 주문하는 고객의 입장을 넘어서, 미국을 대표해 영국인들에게 따뜻한 원조의 손길을 베푸는 친구의 역할을 자청한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주급 40달러의 대본교정 일을 하는 젊은 아가씨, 새 책이나 비싼 책을 사볼 만한 경제적 여유도 없어 헌 책을 찾는 이 아가씨가 얼굴도 모르는 먼 나라 사람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마음을 담아 보내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단순한 도서 주문 목록을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헬렌이 편지에 언제나 정다운 얘기만 쓰는 건 아니다. 때로는 주문한 책을 빨리 보내주지 않는다고 앵앵거리며 독촉하기도 하고, 원하던 책이 아닌 엉뚱한 책이 오면 화를 내면서 항의도 한다. (이런 대목에서 나와 알라딘과의 관계가 오버랩되기도.. 사사건건 따지는 고객과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서점 직원;) 하지만 그런 그녀의 불평은 어디까지나 책을 사랑하는 마음에 기반하여 '좋은' 책을 '빨리' 손에 넣고자 하는 책벌레들의 공통된 소망 때문인 것을 서점에서도 잘 알고 있으므로 어떻게든 그녀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추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때로는 몇 년에 걸쳐 영국 전역을 뒤져서라도 원하는 책을 찾아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이 책 속에는 내가 학창시절 이후 한동안 잊고 살았던 존 던, 애디슨, 키츠 등의 이름이 등장해서 반가움을 일게 하고, '부드러운 고급 피지와 뽀얀 상앗빛 책장', '은은하게 빛나는 가죽과 금박 도장과 아름다운 서체', '금박 누른 가죽 장정에 금띠 두른 마구리' 등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장정된 책을 묘사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나와서 애서가들을 한없는 부러움과 열망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책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서가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인간애를 매개로 해서 이어진 20년간의 우정. 도엘의 때이른 죽음으로 아쉽게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렇게 둘이 함께 나눈 편지가 책으로 묶여 나와 그 시대적 분위기와 코끝까지 찡하게 하는 고서의 향기를 온 세계의 책벌레들이 마음 가득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좋아하고, 원하는 책을 찾아 수없이 발품을 팔고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주인공들과 십분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내용과 책을 읽는 동안의 기쁨만 생각한다면 별 다섯 개를 줘야 마땅하지만, 여백의 미를 지나치게 살린 편집과 그에 비해 비싼 가격 때문에 별 하나 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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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6-2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읽고 싶은데.. 너무 비쌉니다. ㅡ..ㅡ

로렌초의시종 2004-06-2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어~무 예쁘죠^^; 크기도 적당하고 내용도 정말...... 전 나오자마자 도서상품권 있던 걸로 냉큼 사놓고도 아직 아끼고 못읽고 있습니다 ^^a 그런데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은 저도 스타리(아 이 이름의 숨겨진 의미란~^^;;;)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추천할께요. 님의 리뷰도 이 책만큼이나 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네요. 저도 이런 리뷰를 한번 쓰고 싶은데......

starrysky 2004-06-22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저 책이 제 소유였다면 냉큼 판다님께 드렸을 텐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지라.. 죄송합니다. ㅠㅠ
로렌초님. 책은 정말 이뻐요. 내용은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그야말로 황홀하지요. 근데 그런 황홀함을 오래 음미할 새도 없이 너무 짧습니다. 원래 재미난 책들은 아무리 두꺼워도 짧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 책은 물리적으로도 상당히 짧지요. 중간중간 빠진 편지들도 있던데 편지를 분실해서 못 실은 건지.. 참 안타까워요. 추천 감사합니다. ^-^

starrysky 2004-06-2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여름에 분위기가 뜨끈뜨끈하면 곤난합니다. 쿨~해야지요. 흐흐.
여백의 미가 상당히 심하긴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탐나는 책임에는 틀림없죠. 아참, 그리고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있는데 앤서니 홉킨스랑 앤 밴크로프트가 주연이래요. 너무 재미있겠죠?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밀키웨이 2004-06-23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6년도 작품이네요..와~~ 최근 디비디로 출시되었네요.

전 왠지 책보다 영화를 더 먼저 보고 싶어지는데 어쩌죠?

앤서니 아저씨가 얼마나 멋진 연기를 보여주셨을지 궁금해죽겠습니다.

근데 스타리님 리뷰는 정말 작품이라니깐요 ^^

그러니 제발 많이 좀 써주세요~~ 자주자주~~^^

 


반딧불,, 2004-06-2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이지...싫다...

이런 리뷰 보면...나는 리뷰도 아녀..싶은 것이..
그려도 꿋꿋한 대한의 아줌마^^;;

panda78 2004-06-2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 비됴방은 분명 저 영화 안 갖다 놓을 테고.. 어쩐다...

starrysky 2004-06-24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못난 리뷰에 따뜻한 격려말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저보다 훨씬 멋진 글들 쓰시는 분들이시라 많이 부끄럽지만 그래도 기쁘네요. ^^
제가 리뷰를 자주 쓰지 못하는 건, 책을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읽자마자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이런 내용 없는 감상문을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귀차니즘이지만요..
어쨌든 이 책 내용처럼 낯모르는 사람에 대한 호의와 박애정신이 절실히 그리운 오늘입니다.

soyo12 2004-06-25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은 읽지 않고, 다만 영화를 봤어요.
정말 의외의 호화 캐스팅이었지요.
안소니 홉킨슨, 그리고 저 아주머니, 그리고 안소니 홉킨슨 부인 역으로는 주니 덴치가 나왔답니다. 뭐라고 할까? 정말 고급스러운 영어의 향연이었답니다. ^.~

starrysky 2004-06-25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yo12님의 말씀을 들으니 어떻게 해서든 꼬옥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DVD를 사야 하나..

superfrog 2004-06-2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님 이주의 리뷰에 뽑히셨어요!! 추카드립니다.. 좋은 책 많이 사세요.. 에구 부러워라..^^

starrysky 2004-06-2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너무 기쁘지만 이렇게 허접한 리뷰가 뽑히다니 낯이 매우 뜨거우면서, 마태우스님이 뉴스레터에 쓰신 것과는 달리 지난주에 리뷰 쓰신 분이 굉~장히 적었구나 하는 확신도 들면서.. 아, 횡설수설..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금붕어님. ^^ 훨씬 멋진 리뷰 쓰신 금붕어님을 제치고 제가 뽑혀 심히 송구스럽습니다. (_ _)

nrim 2004-06-2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뽑히신거 축하드려요~~~~~~

starrysky 2004-06-29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느림님!!!! ^^ (다, 다들 소식 듣고 오셨군요.. 빠르기도 하시지.. 음료수라도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접대가 소홀해서야 원..;;;)

superfrog 2004-06-2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기냥 마구마구 신나라 하세요.. 잘 쓰셨으니 뽑힌거죠.. 추카!!

로렌초의시종 2004-06-29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리러 아픈 몸을 이끌고 왔습니다. 생각할 수록 적합한 사람에게 적합한 상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군요. 적립금으로 채링크로스...DVD보시고 또 리뷰 올려주세요......^^

starrysky 2004-06-2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다시 한번 캄사. 혼자 자축의 춤을 덩실덩실~~ ^^
로렌초님. 고통에 시달리는 몸을 이끌고 예까지 오셔서 축하인사 해주시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ㅠㅠ 그리고 저는 적합한 사람이 절대 아니어요.. 다른 글 잘 쓰시는 리뷰의 달인님들께 죄송스럽네요.. 채링크로스 84번지와 읽어주시고 추천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 인사 드립니다. (굽신)

2004-06-29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4-06-3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밤에 이 기쁜 소식을 알게 되다니... 축하드려요....^^

starrysky 2004-06-30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님.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방명록에 써주신 축하글도 지우시기 전에 살짜기 읽었답니다. 답글 올리고 있는데 없어져 버려서.. ^^;; 저도 안목을 좀더 높여서 님처럼 좋은 책 사보겠습니다. ^^
라이카님. 이렇게 늦은 밤에 주무시지 않고 축하인사 건네주시다니 죄송하고 또 너무 감사합니다. 잘 살게요~ ^^ (응?)

책읽는나무 2004-06-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닉넴을 많이 뵈었는데...축하글로 첫멘트를 올리게 되네요^^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책방이나...책에 대한 이야기에 솔깃해지곤 하는데....정말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리뷰 좋으네요...^^

starrysky 2004-06-30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안녕하세요.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책나무님을 여기저기서 많이 뵈었는데 먼저 인사 드리지 못하고 이렇게 미적대고 있었네요. 앞으로 님의 서재로도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starrysky 2004-07-01 0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4번가의 극비문서'라고요? 꽈당!!! 이 무슨 스파이영화스러운.. 책 내용이랑 너무너무 안 어울려요. 까르르~ ^^ 아마 영화 홍보사에서 내용이 너무 밋밋하다 싶으니까 자극적인 제목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려고 했었나 보지요? 꺄하하, 정말 재미있네요.
희귀비디오테잎 영화제라니 굉장히 재미있었겠어요. 저도 그런 데 가보고 싶네요.
이 책은 딱딱한 겉껍데기 안에 몰캉하고 향그러운 얘기들이 숨어 있답니다. 기회 되면 꼬옥 읽어보세요. ^^

마태우스 2004-07-0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늦게 왔지요? 축하드립니다. 제 좋은 벗인 스타리님이 이주의 마이리뷰에 뽑히셨다니, 제 일인 것처럼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님에게 잘보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드는군요^^

starrysky 2004-07-0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전 님께 돌아가야 마땅할 리뷰상이 제게 잘못 오는 바람에 삐지신 줄 알고.. 쿠쿠, 농담인 거 아시죠? ^^ 저와 함께 기뻐해 주시다니 정말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저야말로 앞으로 님께 더 잘하겠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
 

오늘은 1년에 딱 한번 있는 특별한 날이다.
바로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
1년의 24절기 중에서 내가 그 날짜를 확실히 기억하면서 제대로 챙기는 절기는 하지뿐이다. 해마다 이날을 기점으로 세상에 대한 내 태도가 확 바뀌기 때문이다.

겁이 많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밤을 굉장히 무서워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아름다운 노을을 보는 황홀함에 기쁘기도 했지만 그 순간 등 뒤에서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는 어둠이 너무 두려웠다. 밤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세상 모든 무서운 일 나쁜 일은 다 밤에 일어난다고 생각했기 떄문이다. 그래서 마음 놓고 잠들 수도 없었다. 내가 자는 동안에 나나 내 가족의 신상에 끔찍한 일이 닥쳐올까봐, 아니면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내 잠자리 주변을 어슬렁거릴까봐, 그것도 아니면 자는 동안에 지구가 멸망하기라도 할까봐..

밤에는 가급적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떻게든지 밤을 밝히면서 그 어둡고 무서운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내 눈으로 확인한 후, 태양빛이 비쳐들기 시작할 무렵에야 겨우 이 끔찍했던 시간이 다시 한번 무사히 지나갔음에 안도하며 잠들곤 했다. 하지만 어린 내가 이런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데는 장애가 많았다. 아침이면 학교도 가야 했고 엄마아빠는 얘가 자나 안 자나 감시하기 위해 시도때도 없이 내 방문을 열었고.. 그래서 나는 내 비뚤어진 생활 사이클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했다.

우선 방과 후 집에 돌아오면 무조건 침대로 직행했다. 그때 시간이 4시건 5시건 7시건 상관없이, 밥도 안 먹고 그냥 해 떠 있는 동안 잠들어 버리는 거다. 맘 같아선 그대로 아침까지 내처 자고 싶었지만 하루이틀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매일 15시간 이상을 잘 수 있겠는가. 보통 잠에서 깨면 11~12시 정도. 그때쯤 느지막이 저녁을 먹고 밤을 샐 준비를 한다. 시험 기간에는 이런 방법이 아주 잘 통했다. 밤에 조용한 시간에 공부할 거란 말이야~ 라고 하면 엄마야 당연 껌뻑 넘어간다. 어이구 내 새끼~ 하면서 밤참도 챙겨주고.. 시험 기간이 아닌 평소에는 약간 무리수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평소에도 공부를 미리미리 해둬야 한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내 생각에)를 지껄이며 그 방법을 고수했다.

물론 1년 365일 이렇게 살지는 못했다. 여러 변수도 작용했고, 제발 좀 정상적으로 살라는 엄마의 강력한 권고도 있었고 해서.. 하여튼 그렇게 밤을 밝히는 시간 동안에도 마음 편하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건 절대 아니고, 계속해서 몰려오는 공포와 싸워야만 했다. 사방이 어둡고 조용하니 온갖 끔찍한 상상들은 다 떠오르고, 아주 조그만 소리에도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눈길 닿는 곳마다 불을 환히 켜놓아도 어딘가에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화장실 가는 것도 무섭고.. 해서 믿지도 않는 온갖 신들의 이름을 불러대며 빨리 날이 밝게 해달라고 해를 달음질치게 해서 어서 떠오르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그렇게 1년 내내 밤의 공포에 떨던 내게 하지가 다가온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었다. 무서운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지는데다 해도 더 빨리 떠서 두려움을 떨치고 평온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으니까.. 덕분에 하지를 기점으로 앞뒤 2달 정도씩은 마음이 편해지고 만사가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날짜가 점점 동지로 다가갈수록 인생이 우울해진다. 이런 버릇은 밤에 잠 못 드는 경향이 예전보다 조금 나아진 요새도 비슷하다. 사실 하지가 지나면 다시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므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기쁘면서도 우울하달까.. 오히려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를 더 좋아해야겠지만 동지 자체가 방미 가장 긴, 끔찍한 날이기 때문에 그날은 도저히 기뻐할 맘이 들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낮만 있는 나라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별을 좋아하니까 그 나라의 어느 곳에선가는 별들을 맘껏 볼 수 있어야 한다. 단, 내가 원하는 시간 동안만 별을 보다가 다시 문을 열고 나서면 눈부신 햇살이 나를 반기며 내 마음을 안도케 하는, 그런 곳이라야 한다.

* 이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완벽한 '저녁형' 인간이다. 덕분에 올 상반기에 온나라를 뒤흔든 '아침형' 인간 붐이 심히 껄쩍지근했다. 아무리 음모론을 주장해도 귀기울여주지 않고 내 주변의 믿었던 올빼미들마저 하나둘 배신을 때렸다. -_- 그러나 최근에, 저녁형 인간이 억지로 아침형으로 살려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는(쬐끔 과장) 기사를 읽었다. 덕분에 맘이 아주 편해졌다. 움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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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6-2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대단하십니다.
하긴 저도 저녁형에 가깝긴 하옵니다만...
원체 잠이 많은 인종인지라^^;;;

ㅎㅎㅎ
좋은 날 축하하옵니다^^
맥주에 부침개라도 쨍!!!

지금 밖은 천둥에 번개에 난리가 아니군요...잠도 안오고...
열어둔 창틈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참 좋군요...

starrysky 2004-06-2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은 디게 많아요. 그러니 괴롭지요.. ㅠㅠ
하지만 오늘은 기쁜 날 좋은 날. 비록 날이 우중충해서 해 뜨는 건 안 보이겠지만 구름 뒤로도 해는 일찍 떠오르겠지요. 저희집은 내일 부침개가 아니라 만두를 해먹는대요. 만두 귀신인 제가 요새 한동안 만두 결핍증에 시달렸더니 두고 보다 못한 엄마님이 자비를 베푸셔서.. ^-^
근데 반딧불님은 저랑 많이 먼 곳에 사시나 봐요. 여기는 사위가 조용하고, 바람만 약간씩 부는데.. 천둥은 무섭지만 번개 좋아하는데, 그리로 구경 갈까요? ^^

반딧불,, 2004-06-2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쓩 날아오세요~~
윗쪽은 비 그쳤다더니 맞나보군요.

여긴 그곳에선 서너시간 걸리는 곳이지요.
그나저나...간만의 빗소리 좋네요.

반딧불,, 2004-06-2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머감각 없음이 싫네요.
꼬리가 이리 재미가 없을까요^^;;

starrysky 2004-06-2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쓴 말씀이세요~ 전 반딧불님의 코멘트, 늘 재미있게 즐겁게 따뜻하게 읽고 있는데요.. 님의 불빛이 반짝이지 않는 글은 너무 외롭고 쓸쓸해 보여요. ㅠㅠ (앗, 이런 식으로 코멘트 압박을.. 크크)
근데 대략 서너시간이 걸린다면 날아서는 얼마나 걸리려나요.. 음, 근데 비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 많으신데 번개 구경하러 간다고 하니까 너무 찔리네요. 반성할게요. ㅠㅠ

mannerist 2004-06-21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중 정말 적응하기 힘들었던게 10시 넘어서야 해가 지고, 다섯시만 되도 밝아지는 거였지요. 대신 겨울에는 네시면 어둑어둑해진다더군요. 나중에 넉넉해지신 다음에, 하지 즈음에는 북유럽쪽에서 보내시고, 동지 즈음에는 남반구 케이프타운 즈음에서 보내시면 어떨까요? =)

불량 2004-06-21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헷..밤 샜습니다. 날이 밝아오네요..^^ 창문이 밤새 덜컹거렸습니다.
스타리님의 밤에 대한 공포 부분을 읽다가 엉뚱하게도 알퐁스 도데의 '별'을 떠올려버렸습니다. 중학교 책에 나왔던가.. 양치기가 주인집 아가씨와 함께 여름 밤을 새우게 되잖아요. 그 때 나왔던 묘사가.. "밤은 낮은 생물들의 세상이다.' 뭐 그런 거였어요..낮에는 그 흔적조차, 존재 조차 알 수 없었던 힘없고 작은 생물들이.. 움직이고 빛을 발하고 소리를 내고 그 생명력 하나하나를 인간도 고요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새벽 직전의 밤이잖아요..
전 그래서..그 시간을 좋아해요.. 무생물조차도 살아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요..
알고보면 같은 현상을 두고 스타리님은 무서워하고..저는 기뻐하고 있는 것이군요..^^;;
밤을 즐기세요~~~라고 권하고 싶지만.최근엔..그 낮은 생물들이란 것들이 모기와
바퀴벌레의 움직임이 대부분이라.. ㅋㅋㅋㅋ (뭣하자는겨..)

starrysky 2004-06-2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너님. 유럽 쪽은 '백야'라는 훈늉한 현상이 시작되는 시기로군요. 세상에 있지도 않은 상상의 나라를 갈망하느니, 말씀대로 해가 길어지는 나라를 따라다니면서 살아보는 것도 멋지겠군요. (돈 마니마니 벌면요.. ㅠ_ㅠ)
불량유전자님. 오늘은 날이 흐려서 해가 안 떴지요? 그래서 별로 하지 기분이 안 나서 슬펐어요. '무생물조차도 살아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바로 그 느낌 때문에 제가 밤에 잠을 못 이루지요. 크흐흑. ㅠㅠ 그래도 무슨 이유로건 불량유전자님이 저와 같은 시간에 깨어서 알라딘 어딘가에 계신다고 생각하면 무서움이 한결 덜하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계속 저와 함께해주십사 하는 프로포즈인 거죠. 아잉~ 부끄러워라~ ^///^ (이 글을 읽으신 후, 오늘밤부터 불량유전자님의 자취를 알라딘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가 되는 게 아닐지..;;)

Laika 2004-06-2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이제부터는 starry님의 전성기 인가요? 겨울이 다가오면 제가 등불 들고 starry님의 뒤를 따르지요.걱정말고 지내세요.....^^

panda78 2004-06-22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리님께는 분명히 심각한 일일 텐데, 왜 저는 슬며시 웃음이 나올까요.. ㅋㅋ
저도 저녁형, 혹은 밤형 인간인데, 스타리님과는 반대 이유로 그런 것 같아요.
밤이 좋고 낮이 싫어서, 낮에는 주로 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 버리고
밤에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노는 거죠..
(하루키가 비슷한 말을 한 걸 읽은 기억이 나는데)스타리님이랑 저랑 둘이서 편의점이라도 하면 좋을지도... ^^

starrysky 2004-06-22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제 전성기는 보통 3월부터 10월까지죠. 11월이 다가올수록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도 안 되면서 잠은 더 안 오고.. 심신이 피폐해진답니다. ㅠㅠ 하지만 요새는 아쭈 즐거워요 ^^ 그래도 이번 겨울에는 라이카님이 저를 위해 등불을 켜주신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요~ ^-^ 이제 겨울 따위 두렵지 않아요!!!
새벽별님. 음, 저는 그럼 좀 낙관적인 편인가요? 후후, 사실 저처럼 단순한 사람은 비관적이 되기도 쉽지 않답니다. 겁은 좀 많지만, 나쁜 일 따위 금방 까먹고 '뭔 일 있었냐?'가 되어 버리거든요. ^^
판다님! 웃지 마셔욧! 저는 심각한데.. -_-;; 후후, 농담이예요. 심각하긴요.. 저도 이렇게 밤을 낮 삼아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밤의 매력에 점점 푸욱 빠지게 되더군요. 조용하고 별도 많이 보이고 불빛들도 아름답고 집중도 더 잘 되고.. 놀기에 아주 좋아요. ^^ 진짜 우리 둘이 심야영업이 가능한 뭔가를 하나 하면 참 좋을 텐데요.

로렌초의시종 2004-06-2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은 생각을 하는 글이네요. 저는 작년부터야 낮과 밤의 길이가 달라지는 순간순간을 민감하게 느꼈더랬지요. 그 순간의 복잡한 감정이란......

starrysky 2004-06-22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부터라면 고3 때부터? 음.. 밤새 공부를 하시다가 동터오는 하늘을 보셨나 봐요.. 맞죠? ^^
저희 집은 약간 남서향이라 베란다 오른편으로 해지는 게 보이는데, 해가 길어질수록 해지는 위치가 점점 더 오른쪽으로 음직여 간답니다. 그런 걸 보면서도 계절의 변화와 낮과 밤의 길이 변화를 느낄 수 있지요. 노을은 너무 좋아요~ ^-^

마태우스 2004-06-26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의 황제시군요^^ 전 밤이 좋은데... 응큼한사람은 밤을 좋아하고, 떳떳한 사람은 낮을 좋아하는 법입니다.

starrysky 2004-06-26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살 환한 낮이 좋지만, 정작 활동량이 많은 시간은 밤이랍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와 악의 기운을 물리쳐야 하는 막중한 사명이 있거든요. 음하하하~ (누가 보면 미친 줄..;;;)
 

영화 '화씨 9.11', 저작권 침해 논쟁 휘말려 
 
[아이뉴스24 2004-06-20 13:35]

부시 대통령을 정면 비판해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화씨 9.11'이 이번엔 저작권 침해 논쟁에 휘말리게 됐다.
소설 '화씨 451'의 작가인 레이 브래드버리가 "마이클 무어 감독이 내 허락 없이 작품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했다고 BBC가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브래드버리는 "(화씨 451은) 그의 소설이 아니다"면서 영화 제목을 원작대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1953년에 출판된 '화씨 451'은 소방관들이 책을 없애기 위해 집과 도서관에 불을 지르는 암울한 미래 사회를 그리고 있다. '화씨 451'이란 제목은 책이 불타는 온도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자유가 불타는 온도'란 의미를 살리기 위해 영화 제목을 '화씨 9.11'로 붙였다. '화씨 9.11'은 오는 25일 미국 전역에서 개봉된다.

브래드버리는 "6개월 전 마이클 무어 감독의 회사에 전화해 항의했다"면서 "당시 무어 감독이 자신에게 전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사들끼리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화씨 9.11'의 대변인인 조안 도로쇼는 "영화 제작자들은 레이 브래드버리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브래드버리의 작품을 통해 이 영화의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그가 영화를 보게 되면 9.11 이후 실제 삶을 잘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브래드버리는 소송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무어 감독이 내 책 제목을 돌려줄 경우엔 '신사 대 신사'로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레이 브레드버리(Ray Douglas Bradbury) (1920 ~ ) 
  
미국의 소설가, 에세이스트, 극작가, 시나리오작가이자 시인.

Bradbury는 1938년 로스앤젤레스 고등학교를 졸업 후에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고 밤에는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낮에는 타이피스트로 일하면서 독학을 했다. 
첫번째로 출간된 그의 소설은 "Hollerbochen's Dilemma' 1938)로 아마추어 팬진 Imagination!에 실렸다. 원고료를 받고 출판한 첫 소설은 "Pendulum" (1941)로 Super Science Stories에 실렸다.  1942년에 발표한 "The Lake"에서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The Martian Chronicles(1950)으로 그는 과학소설의 지도자급 작가로서 명성을 쌓는다.
다른 Bradbury 최고의 소설로는 Fahrenheit 451(1953)가 있다.(프랑스의 트뤼포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었다) 아직도 활발히 작품을 쓰고 강연을 하면서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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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레드버리, 꽤 좋아하는 SF 작가다. '화씨 451'도 물론 읽었고. 섬찟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의 목적이 무언지 도대체 모르겠다. 내가 상상해오던 그라면 마이클 무어 감독의 등을 툭툭 두드려주며 수고하라고 따뜻하게 한마디쯤 건네줄 사람 같았는데 엉뚱하게 영화 제목이나 걸고 넘어지면서 소송이니 뭐니 해대다니..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이 브레드버리의 소설 제목을 패러디한 거란 사실은 누구라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그건 '화씨 451'에 대한 동감과 존경의 뜻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브레드버리의 속내가 대체 뭘까. 그냥 단순히 제대로 허락 안 받고 써서 기분 나쁘다? 아니면 '화씨 911'의 명성을 등에 업고 자신의 이름도 널리 알리고 50년 전에 나온 책(물론 고전의 반열에 들었지만)도 좀 더 팔아보자?
에잉. 우울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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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6-2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냐.. 책의 내용을 도용했다는 것도 아니고.... 참.. 거시기하네요;;;;

불량 2004-06-2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울 나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네요..


starrysky 2004-06-2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 그 말이여요. 책 내용을 무단으로 가져다 쓴 것도 아니고, '화씨'라는 말이 겹칠 뿐인데 '화씨' 개념을 자기가 도입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화씨'보다는 그 뒤의 '911'에 더 무게가 얹혀 있는 거 아닌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불가예요. 느림님 말씀처럼 영 거시기한 것이.. -_-
근데 불량유전자님 왠지 오랜만인 듯하지요? 요새 글도 안 쓰시고.. 바뿌신감유? ^^

조선인 2004-06-20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저도 이 기사 보고 흥분했었어요. 마이클 무어가 수상소감에 지 이름이라도 들먹여주지 않은 게 서운했나? 아님 저작권료가 탐나나? 흥흥흥.

플레져 2004-06-20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우지마세요... 미오요...

starrysky 2004-06-2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정말 이름 좀 비슷하게 붙였다고 저작권료까지 줘야 하는 건가요? 그럼 같은 단어 들어간 영화들은 다 걸리게요? 어후, 정말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_-
정말 브레드버리 아저씨, 자꾸 싸움 걸면 미워할 거예요. (왠지 부시의 사주를 받은 태클걸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드는 것이..)

반딧불,, 2004-06-2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름 한 번 드날리고 픈가봅니다^^

superfrog 2004-06-2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괄호 안에 쓰신 내용처럼 의심이 드는군요.. 아님 정말 순진하게 이름을 드날리고 싶은 맘에..^^;;

starrysky 2004-06-2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시의 음모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여든다섯 넘으신 할배가 힘도 좋으셔..라는 얘기까정 나왔습니다. 레이 브레드버리, 정말 글은 재미있게 잘 쓰는데.. 좋은 작가인데 말예요.

sayonara 2004-06-2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시 음모론'에 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