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주일 내내 제 속을 뒤집었다 엎었다 들었다 놨다를 끝도 없이 반복했던 그것! 사라졌던 걔네들이 드뎌 도착했습니다.
그 아이들의 무사 도착 여부를 저보다 더 관심 있게 기다리시던 많은 분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드리기 위히여, '쟤 또 시작이다' '이젠 덩말덩말 지겹다' '그만 좀 하지? 그렇게 소재가 없냐?(진짜 없어요 ㅠㅠ)'시는 비난과 짱돌을 감수하고 또 이런 날림 페이퍼 하나 올라갑니다.
원래 배송이 느린 사이트가 아닌데 이상하게 느무적거리길래, '음, 내가 좀 심하긴 심했군. 그쪽 배송센터에서 얘가 진짜 제정신으로 시킨 건지, 혹시 나중에 왕창 취소하는 건 아닌지 싶어서 책 포장 안 하고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러니 돈 많고; 착한;; 내가 참자'며 인내심을 키웠습지요. 그러나 어디어디에서는 4일 이내에 배송이 안 되면 배송료를 돌려준다는 둥 보상금을 준다는 둥 하는 이 마당에 아니 그깟 책 40권이 무에 많다고 1주일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랍니까??
게다가 어제 아침에는 핸드폰으로 '배송완료' 메시지까지 떡하니 보내는 겁니다. 그 메시지는 원래 수취인이 손에 받아든 다음에 보내는 거거든요. 그러고도 하루 종일 안 오길래 직감했지요. '그래, 택배 아저씨가 날도 더운데 열 받은 김에 한 장 한 장 찢어서 불장난..은 더워서 안 했을 테고 종이뱅기라도 날렸나 보다. 이제 남은 방법은 아침의 나라에 가서 드러눕는 수밖에 없구나' 싶어서 장문의 메일을 일단 띄웠습니다. 사실 원래 승질 같으면 어제쯤 전화해서 길길이 날뛰며 목청껏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쌓였던 스트레스도 좀 풀었어야 하는 건데, 착하고 순하신 알라디너 분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제가 좀 착하게 진화를 하고 있나 봅니다. (사실은 귀차니즘의 심화)
그리고 오늘 다시 배송확인을 해보니, 어라라~ 저희 동네까지 다 왔던 책들이 도로 파주로 돌아갔다고 나오는 겁니다. 헤걱. -_-+++ 아아, 내 아무리 귀차니즘의 화신이라지만 이 상태가 되어서도 참아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데, 다행히 저녁 나절에 아저씨가 오시긴 오셨습니다. 평소 느무나 자주 뵙던 택배 아저씨인데 오늘따라 표정 영~ 안 좋으시고, 한눈에 보기에도 냉장고 박스만한(심하게 과장) 상자를 턱 던지시며 "왜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시키는 거예요??!!! -_-++" "아, 아니 그게.. 제가 원래 그러려던 건 아니고요.. 날씨도 덥고 경제도 어렵다 보니 그냥.. (횡설수설)" "(이기이기 미친나..) 째릿" "(깨갱) 자, 잘못했어요. 담부터는 꼬옥 3만원어치씩만 시킬게요. 제가 미쳤었나 봐요오오~ ㅠㅠ"
흑흑, 그렇게 아저씨가 가시고 난 후 잠시, 내가 왜 아저씨한테 야단을 맞아야 했으며 또 왜 그리도 비굴하게 빌어야 했던가에 대해 당황스러워했으나, 현관에 던져진 박스를 제 방으로 밀고 가는 그 잠깐 사이에도 자칫 뽀사질 뻔한 허리를 부여안으며 다시금 반성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음, 이 더위에 불쾌지수도 높으실 텐데 한 대 안 맞은 게 다행이구나. 담부턴 진짜 쪼금씩만 시켜야지.. -_-;;;'
하여간에(아, 아직 상자 뜯는 데까지도 못 갔는데 왜 이렇게 기냐;;) 상자는 크고 테이프는 두리두리 감겨 있고, 이걸 어떻게 뜯어야 책들을 안 다치고 잘 꺼낼 수 있을까 고민고민하며 칼과 가위, 손톱을 동원해서 상자를 뜯고 책을 꺼내 방바닥에 쌓았습지요. 음, 한 권, 두 권, 네 권, 열 권.. 오오, 꺼내도 꺼내도 계속 나오는 책들이여~ 이 상자는 혹시 화수분?? 상자가 느무 깊어서 책을 꺼내려고 몸을 구부리다가 그만 안으로 푹 빠져버릴 뻔한 위험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매우 심하게 과장)
꺼낸 책을 한 줄로 높이 쌓다 보니 휘청 넘어가려는 바람에 얼릉 두 줄로 나눠 쌓으면서 책뚜껑도 못 열어보고 그냥 표지만 대충 확인했는데 다행히 거의 다 양호한 상태였습니다. (제가 또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책 이런 거 못 참잖아요) 다만 클림트 표지가 약간 구겨져 있었으나 그건 애교로 봐주고(사실 상자 뜯기 전에 상자 틈새로 약간 비틀리게 들어 있는 책이 보여서 가슴이 철렁했거등요. 이거이거 또 전화로 한바탕 해줘야 하나 싶어서) 아직 배송 안 된 책도 몇 권 있지만, 뭐 언젠가는 오겠지 싶어서 봐주고..
아아, 쌓여 있는 책들을 바라보니 모님 말씀대로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사실 이 배부름은 지나치게 먹은 저녁밥으로 인한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우리 좋은 쪽으로 생각합시다) 꼭 제가 도서관 차린 것 같은 기분이예요. 겨우 책 40권에? 헹~ 하시겠지만 그래두요.. 흐흐.
이제 엄마랑 동생한테 안 들키게(보면 또 옷이나 사입지 책 사들였다고 구박하든가, 아님 자기들 볼 책 찾는다고 다 뒤집어 엎으면서 책 수준이 어떻네 인격이 보이네 이딴 소리나 할 테니까요. 흥!) 문 뒤쪽이나 침대 발치에 잘 치워놓아야 하는데 쫌 무거워서 허리가..;;
아아, 또 하나의 길고긴 염장 페이퍼 이렇게 마칩니다.
오늘은 너무 더우니까 이왕이면 돌 대신 얼음을 던져주시면 캄사하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