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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보이 - 패션 문화잡지 <Oh Boy!> 편집장 김현성의 자연, 사람, 동물 이야기
김현성 지음 / 시드페이퍼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의 저자가 정말 대단한 실천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사람들은 그저 생각으로만 끝내는 것들을 저자는 몸소 실천하며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사람과 동물, 자연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위해 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이 알게 된 것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를 바랐다. 자신이 그린 보이로 사는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자신이 알게 된 것들과 느끼게 된 것들 그리고 좋았던 것들을 말해 주며 말이다.
이 책의 저자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앎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저자의 실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신의 책에 재생종이를 사용한 것이었다.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만드는 취지와 담긴 내용에 부합하는 실천’이었다. 하지만 그린 보이인 저자임에도 친환경적인 책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는데, 그의 노력하는 모습이 참 멋져보였다.
우리 모두가 하루아침에 그린 보이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아주 사소한 관심’을 갖고 ‘아주 사소한 시작’을 한다면, 우리의 주변에는 ‘아주 사소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아트지와 고지율 20%의 그린라이트, 고지율 100%의 중질지로 만들어진 이 책만 보더라도 그린 보이인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난 한 그루의 나무도 베지 않고 만든 재생종이인 고지율 100%의 중질지를 사용한 페이지가 더 읽기 편안했다. 저자의 바람처럼 앞으로는 많은 책들이 재생종이를 사용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요즘같이 현대화된 사회에서 그린 보이로 산다는 것은 참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그린 보이로 살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이 책의 저자처럼 할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가장 쉬운 것은 필요한 것만 사서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린 보이로 살게 되다보니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굳이 사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핸드폰을 유선 전화기처럼 계속 충전하면서 사용하면서도 말이다. 뭐,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가끔 예쁘다고 사놓고 그 물건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참 많다. 나만해도 살 때는 너무 입고 싶어서 사놓고 한 번도 안 입은 옷이 꽤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 다음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양만큼만 먹기가 아닐까. 이 책의 저자처럼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필요 이상으로 배를 채워 살을 찌운 후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먹는 것이 자신에게도 환경에게도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금만 더 나아간다면, 자신의 접시에도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음식을 담아서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 하는 것도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루에 최소한 세끼는 먹는 우리,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천이니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동물에 대해, 자연에 대해, 환경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나름 어느 정도는 환경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왔었는데, 이 책의 저자를 보니 나는 아직 한참 더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린 보이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으면 싶다. 많은 것들이 부족했던 옛날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다시 썼던 때를 생각하며 다시 그런 때가 오지 않도록 좀 더 일찍 우리는 우리 주변을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