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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비룡소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나름 혼자서 상상을 했었다. 여러 가지 내용의 편지를 묶어서 만든 책일까? 다양한 사랑에 대한 책일까?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은 뒤에야 이 책의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였다.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어네스트를 보며 처음엔 작고 못생기고 힘없이 생긴 아이려니 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어네스트는 다른 아이들에겐 고독해 보이는 멋지고 잘 생기고 똑똑한 아이였다. 단지 그의 생활만이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웠을 뿐. 그러던 어네스트의 생활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변화무쌍한 생활을 하는 빅투와르가 전학 오면서부터였다.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는 어네스트에게 부모님과 열여섯 남매가 있는 빅투와르의 생활은 너무나 달라보였다.
빅투르와와 가깝게 지내며 빅투르와의 집에 가게 되면서 어네스트는 그제야 자신의 생활이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빅투르와는 그동안은 매일매일 다람쥐통 안에 갇혀 쳇바퀴 돌듯 똑같은 생활을 하던 어네스트에게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게 했다. 빅투르와를 통해 어네스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그의 변화는 곧 그의 집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흐르는 물처럼 그저 흐르는 대로만 생활하던 어네스트의 삶에 던져진 빅투르와라는 작은 돌멩이는 그렇게 그의 생활을 바꿔놓았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레스토랑이라는 데를 가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일요일에 외출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한 번도 쿠스쿠스란 걸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우리 할머니는, 내가 할머니와 살게 된 이래 결코 단 한 번도. 아파트를 떠나 보신 적이 없었다.
‘한 번도’란 단어를 단 하나만이라도 지울 수 있게 된 날은 대단한 날이다. 그 ‘한 번도’를 적어도 세 개 이상 지우고, 대신 그 자리에 ‘처음으로’란 말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그 날은 세 곱절로 대단한 날이다.
- <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p73 중에서 -
빅투와르를 통해 알게 된 새로움과 변화를 알게 된 어네스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아파트 밖에 나가 공원과 레스토랑에 가보자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보낸 그의 생애 첫 외출에 대한 이야기는 시험시간을 통해 모두에게 알려지게 된다. 처음으로 할머니와 아파트를 나가 레스토랑에 가보게 된 어네스트. 그의 글을 보며 가슴이 찡해졌다. 그리고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어네스트를 떠올리며 ‘처음으로’란 경험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어네스트의 또 다른 빅투와르가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