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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어주는 엄마의 감성 태교 미술관
허은경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11월
평점 :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때면 종종 미술관을 찾았었다. 미술에 갖고 있던 관심에 비해 미술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지만, 미술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이어 태어난 두 아이들로 인해 미술관은 나에게 머나먼 곳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첫째는 이제 막 두 돌이 지났고, 둘째는 얼마 전 첫 돌이 지났으니, 이 둘을 놔두고 가는 것도 쉽지 않고 이 둘을 데리고 가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바람이 있다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을 때 함께 미술관을 가서 내가 아는 작품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미술에 관해 아는 것이 많아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설명해주기에 나의 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니 아이들이 크기 전에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이 책은 나에게 딱 적합한 책이었다. 비록 나의 아이들은 내 배 속이 아니라, 내 품 안에 안겨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미술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도 충분했다.
봄이야! 엄마에게 주어진 이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에 진심으로 감사하단다. 그러면서도 아빠와 그 과정을 온전히 공유할 수 없다는 사실이 좀 답답하기도 해.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다른 사람이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나조차도 설명하기 어려운데 말이야) 자꾸 서운한 이유가 뭘까? 봄이는 어느덧 벌써 30주가 지나서 이제 곧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혼자 감당하고 있다는 외로움이 가끔 엄마를 힘들게 하네. 그래도 올록볼록하며 꼼지락거리는 봄이 덕분에 오늘도 웃어 본다. 엄마가 더 힘낼게!
- <감성 태교 미술관> p222 중에서 -
배 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는 엄마가 쓴 미술 이야기라서 그런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부드럽고 포근했다. 그리고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어서 엄마가 된 이들에게는 그런 감정들에도 참 많은 공감이 되었다. 무엇보다 공감이 갔던 이야기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지만, 아빠와 그 과정을 온전히 공유할 수 없는 것이 답답하다는 말이었다. 함께 만든 아기지만 아이에 관한 한 엄마의 몫이 더 큰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엄마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걸 보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구나 싶어 위안이 되었다. 아이 아빠와 모든 걸 공유할 순 없지만, 모든 엄마들과 공감 할 수 있으니까.
아이에게 다정하게 이야기를 건네듯 씌여진 이 책을 읽으며 세삼 임신했던 때의 감정들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와 하고 싶었던 것들과 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참 많았는데. 갓난 아기티가 없어진 우리 아이들을 보니 그동안 못해준 것이 참 많게 느껴졌다. 아직은 같이 미술관에 가기에는 어리지만, 집에서라도 아이들과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는 있는 건데 싶었다. 요즘 가끔씩이지만 책을 읽어달라고 할 줄 아는 우리 아이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어주며 책으로나마 미술관 여행을 떠나봐야지 싶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