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
우에하라 다카시 지음, 이은주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 언제 그렇더라..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오히려 언제 그랬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런 날이 언제인지. 가사로, 육아로 바빠서 나만의 시간이 별로 없는 요즘, 난 언제 친구들이 나보다 잘나 보이는지 말이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혼자 자유롭게 지내는 친구들을 볼 때?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가 없어서 얽매인 것 없이 홀가분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볼 때? 결혼하고 아이도 있지만 직업을 가지고 분주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볼 때?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런 친구들을 볼 때 좋겠다 싶기는 하지만, 나보다 잘나 보인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난 사회적으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데 끝까지 일을 놓지 않은 친구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면? 그때는 그 친구들이 나보다 잘나 보일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을 보다 내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는 순간, 난 이 책을 집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이라도 삼아야지 싶어서 말이다.

 

첫 장을 읽는 동안 나는 이 책이 한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다음 장을 넘길 때 당연히 그 다음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열네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열네 명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 담담하게 털어놓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이들 모두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난 이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사람들과 그리고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주변을 둘러보다보면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그런 이들이었다. 특별하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이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나하고 놀라기보단, 그래.. 세상에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 싶은.. 그런 이들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걱정 없이, 문제없이 살 수 있겠는가.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문제와 부딪힐 수밖에 없지. 당연한 거다. 내 눈에는 항상 내 문제가 더 커 보이고 왜 나에게만 이런 문제들이 생길까 싶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에게나 문제는 있다. 단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다를 뿐이지. 담담하게 다른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을 들여다보는 작가를 통해,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 역시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작가는 이들 열네 명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거리들을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듯 했다. 그저 각기 다른 삶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고 여기는 듯 했다. 왜냐하면 그렇다고 해서 죽지는 않으니까. 아무리 큰 문제도 죽을 만큼은 아니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단지 힘들 뿐이지 그것 때문에 죽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였을까? 작가는 첫 장에서 죽을 뻔 했지만 죽지 않았고, 죽을 수도 있지만 죽지 않는 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어떤 경우라도 죽는 건 옳지 않다고, 즐겁게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죽는 것은 무서운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 속에 담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난 한 가지 큰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제목만 보면서 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친구가 잘나 보여 내가 못나 보인다면, 친구가 불행하다면 내가 잘나 보일까? 책을 읽고 난 뒤에야 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답은 아니다였다. 친구의 불행으로 내가 잘나 보이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불행을 보며 내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작게 여기며 위안을 삼을 뿐이었다.

 

결혼을 안 한 친구는 결혼한 친구가 가사로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며 결혼 재촉 스트레스의 위안으로 삼을 뿐이고, 결혼한 친구는 결혼 안 한 친구가 주변의 결혼 재촉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을 보며 힘든 가사의 위안으로 삼을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힘겨움을 보며 서로서로 위안을 삼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간혹 다른 이들의 힘겨움이 내 힘겨움보다 더 커 보일 때, 그것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힘겨움을 더 작게 여길 수 있게 될 뿐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드는 것은 다른 이들이 갖고 있는 큰 힘겨움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한편으로 이 책을 읽으면 나 자신을 친구보다 잘나 여기게 될까 싶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내 삶을 바라보게 되었을 뿐이다. 책에 담긴 열네 명의 삶을 보며 난 나의 힘겨움을 더 작게 여기게 되었고, 나의 힘겨움이 별것 아니라 위안을 삼게 되었다. 그리고 내 삶에 더 감사하게 되었다.

 

 

 

- 연필과 지우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