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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
켄들 킹 & 앨리슨 매키 지음, 박주영.김지현 옮김 / 마이북스(문예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결혼하자마자 같이 어학연수를 다녀온 우리 부부. 우리는 그때 굳게 다짐했었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영어를 학문이 아닌 언어로서 받아들이게 해주자고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영어 공부를 위해 우리한테 크게 투자했으니, 아이들을 영어학원에 보내지 말자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아이에게 최대한 영어를 들려주었고, 아이가 태어난 뒤부턴 아이에게 최대한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해서 영어권으로 이민을 갈 경우와의 반대 상황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이민을 갈 경우 아이들은 집에선 한국어를 주로 접하게 되고 밖에선 영어를 주로 접하게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일정 기간 생활하다보면 한국어도 영어도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2가지 언어를 모두 잘 사용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난 아이들에게 집에선 최대한 영어를 많이 들려주고 영어로 이야기 해주기로 했다. 한국에서 사는 이상 밖에 나가면 한국어는 얼마든지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에게 사용하는 말들은 굉장히 단순하고 반복적인 말들이었기 때문에 그동안은 아이들에게 그리 어렵지 않게 영어로 이야기 해줄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이제 3살이라 모든 것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3살짜리 한국어 수준 정도의 영어로 이야기해도 잘 알아들었고, 가끔은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로 말을 하기도 했다. ‘mama, papa, car, shoes, socks, fish, 등’ 아직까지는 단어 수준이지만, 언어로써 영어를 구사했다.
지금은 그래도 몇 마디 해서 안심하고 있지만, 남자아이라 그런지 말이 많이 느렸다. 처음엔 좀 느리더라도 그래봤자 몇 달 차이인데 조급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가지 언어를 동시에 접하느라 좀 느린 걸 거라고 여겼다. 근데 또래 친구들이 아빠, 엄마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단어를 섞어서 사용할 때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그때까지 우리 아이는 엄마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늦어도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근데 역시 아이들은 금방이었다. 요즘은 한국말과 영어 모두 조금씩 하며 말문이 트이고 있었다.
그러다 주변 엄마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보니, 아이들이 조금만 커도 다른 언어에 대해 배타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한국에서 4살짜리 딸을 키우는 중국인 엄마에게 물어보니, 딸은 중국어로 말을 걸면 싫어하고 못들은 척 한다고 했다. 그리고 3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어떤 엄마는 아들한테 영어로 된 만화를 보여주면 싫어하며 한국어로 된 만화를 틀어달라고 한다고 했다. 난 5살 전만 되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영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려면 3살도 이미 조금 늦은 거였다.
이제 3살인 우리 아이가 영어로 된 만화를 보면서 얼마나 이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거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 아이는 영어를 낮선 외국어가 아닌 하나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요즘 들어서 정말 괜찮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어로써 한국어와 영어를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괜히 한국어와 영어 둘 다 어휘력의 깊이나 폭이 얕고 좁아지는 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집에서 영어를 주로 사용하며 2가지 언어를 유지하는 교육에 대해 살짝 고민하게 되었을 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며 난 내가 옮은 방법을 하고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말해주고 있었다. 2가지 언어는 아이에게 큰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고, 어릴 때부터 시작하더라도 아이에게 생각만큼 큰 혼란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이다. 또한 부모가 영어 원어민은 아니더라도, 아이에게는 충분히 영어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그리고 내가 아이와 계속해서 2가지 언어를 사용할 경우 앞으로 경험하게 될 상황도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2가지 이상의 언어를 접하게 하는 것을 좋지 않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생각이 옳다고 여기면서도 순간순간 이게 정말 옳은 방법인지에 대해 고민이 되곤 했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내 방법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한국어 먼저 제대로 가리키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나 역시 괜히 우리 아이가 영어도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로 성장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고민들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 방법으로 꾸준히 열심히 노력만 하면, 우리 아이에게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언어로써 받아들일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육아를 하면서 부모가 가져야할 것 중의 하나가, 중심이다는 것을. 부모들이 누가 뭐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교육의 중심을 잡아야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혼란스럽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과 함께 나 또한 다시 한 번 교육의 중심을 바로 잡아 보게 되었다.
- 연필과 지우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