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것은 두가지에서 나오는데, 첫번째는 갑자기 떠난 두 남녀가 부딪히는 놀라운 상황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추리소설처럼 펼쳐지는 참나무, 박새, 청설모, 바람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에 대한 진실이다.
두 남녀가 처해진, 감금-폭설과 호기심에 의한-이라는 상황과 그 감금속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는 과연 극단적인 상황 즉, 죽음과 삶이 한데 어울리는 상황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가 되는가에 대한 고찰이다.

인간의 두려움의 본령은 죽음이다. 그것은 피할 수 없으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온다. 죽음은 곳곳에 널려 있다. 그러나, 그 죽음을 우리는 애써 외면한다. 작가는 아마도 그러한 죽음에 대한 망각, 죽음이라는 압도적 공포의 포위속에서 삶의 조그만 공간을 확보하는 삶의 상징이 性이라 판단한 듯 하다.

두 남녀는 자신들을 둘러싼 죽음의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에 탐닉하는데, 그들이 빠져든 자기 파괴적인 성은 '감각의 제국', '베티블루'의 지독한 집착과 닮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그들은 행운아지만, 수동적이다. 수동적 인간이기에 제자리로 돌아온 그들이 경험하는 것은 복합적 모순이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겪은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그들을 지배하지만, 마치 그러한 일이 없었던 듯 살아가는 것이 첫번째 모순이라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영원할 것 같던 그 죽음과 삶의 경계도 희미해져 버리고 만다는 것이 두번째 모순이다.

어차피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 지도 모른다. 4차원의 시공에서 유일하게 일방향성을 지닌 시간의 성질에 따라, 삶은 죽음으로 흐르는 과정이고, 사랑도, 행복도, 모든게 흘러간다.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흐르는 세월, 죽음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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