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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1 -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 ㅣ 한국 현대사 산책 1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5월
평점 :
소위 말하는 386 정치인들의 근거가 되는 80년대란 어떤 시대였던가? 강준만은 자신 있게 광주학살과 서울올림픽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언론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직도 광주사태니, 광주민중화운동 등이 혼용되는 이 시점에 강준만이 광주학살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광주학살이 군부의 정교한 정권 찬탈 음모에 의해 의도적으로 도발된 것이며, 이를 통해 호남을 고립시켜 군사정권의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Divide and Rule! 이것은 독재정권, 정당성이 없는 정권의 불문율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전두환 일당은 언론인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과 언론사주에 대한 특혜의 이중 대응으로 언론을 길들였고, 이는 다수의 국민들이 학살 정권을 용인하게 하고, 지역감정이라는 전대미문의 마법에 걸려들게 한 주범이었다고 강준만은 설파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마법을 가능케 한 핵심 주문이 바로 서울올림픽이었으며, 이 마법의 주문을 통해 소외자의 목소리를 차단함으로써, 군사정권은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신화를 일궈냄으로써 노동자 농민 등 중하층을 고립시켰다.
먼저 나온 70년대 편이 황국신민사상에 바탕을 둔 박정희의 폭압이 어떻게 국민을 경제동물화하여 결과적으로 정신문화의 황폐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보고서라면, 80년대는 박정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동족을 학살하고, 그 피해자를 차별함으로써 조그만 국가를 분열시킨 전노 일당의 잔학성과 그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여 사리를 추구한 언론의 부도덕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이 역사적 정당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공정한 관객이 있어야 하며, 공정한 관객을 만드는 것은 언론이라는 사실이다. 부도덕한 언론은 결론적으로 부도덕한 국민을 만들었으며, 이를 저자는 ‘국민사기극’이라 부른다. 결론적으로 지금도 우리 국민은 공정한 관객의 역할을 여전히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기 위한 언론에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식의 개혁은 언론 개혁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강력한 주장이다. 이 책을 통하여 저자가 왜 그리도 언론 개혁 특히, 조선일보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는지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준만 교수는 그 성실성에 있어서는 참으로 놀라운 사람이다. 일단 이 책도 수 많은 인용에서 사람을 압도한다. 하나의 인용을 하기 위해 수 권에서 수 십권의 책을 뒤져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강준만 교수의 성실성을 따라올 사람은 전무후무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그의 특이한 정공법 문장은 현대사를 바라보는 한 시각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70년대편에 이은 필독서라고 보여진다. 강교수는 다음 40년 대 편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는데, 그의 계속적인 현대사 산책이 기다려진다. 다만, 이 책은 오자가 너무 많은 흠을 가지고 있는데, 대략 한 권에서 열 곳 내외의 오자가 있다는 것은 이러한 역사책에 있어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매우 큰 흠이라 할 것이며, 출판사의 각성과 개정이 요구되는 부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