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블루레이] 오버로드 (4K UHD Only)
율리우스 에이버리 감독, 와이어트 러셀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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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로드

영화는 공수부대를 싣고 노르망디 지역의 상공을 날고 있는 수송기로 시작한다. 대공포가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터지는 상공에서 미군 공수부대 수송기는 독일군의 대공포에 맞아 끈 떨어진 연처럼 추락한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해안에서 먼 바다에는 곧 상륙을 앞둔 미군과 연합군의 함대가 작전 시간을 기다리고 있고, 그에 앞서 노르망디 상공으로 침투해 지역을 장악하려는 미군 공수부대 수송기 1,200대가 하늘을 뒤덮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공수부대가 노르망디 영공을 통해 후방으로 침투하는 것을 시작으로 작전이 개시되었으며, 이 작전 전체를 '오버로드 작전'이라고 한다.
수송기에 탑승한 병사들은 노르망디 해안의 후방에서 독일군을 섬멸하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이들 가운데 특별히 선발된 중대는 독일군의 내보내는 전파방해탑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안고 수송기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탄 수송기도 독일군 대공포에 맞아 추락하고, 병사들은 불타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린다.
공중에서 대공포를 맞아 죽은 병사들, 땅에 내리기 전에 죽은 병사들, 땅에 내렸지만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사살당한 병사들이 대부분이었고, 살아남은 병사는 고작 여섯 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독일군이 점령한 교회로 침투해 교회 첨탑에 설치한 전파 방해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본격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 영화라고 여기며 미군 병사의 뒤를 따라간다. 이들 소수의 미군 병사들은 어둠을 뚫고 숲속을 지나다 우연히 한 여성을 발견한다. 프랑스 여성인 클로이는 숲에서 토끼를 잡다 미군 병사들을 만나고, 이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숨겨준다. 이 마을에는 독일군이 수시로 드나들고, 마을 주민을 납치해 교회 건물로 데려가는데, 교회 건물로 들어간 사람 가운데 살아온 사람은 클로이의 고모가 유일하다.
클로이를 찾아온 독일군 장교가 클로이를 강간하려는 순간, 미군 병사들이 독일군 장교 바프너를 체포한다. 그 사이, 주인공 보이스는 동료를 찾으러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우연히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독일군이 마을 주민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수색을 계속 하던 보이스는 개(셰퍼드)에게 쫓기다 독일군 트럭에 올라탄다. 그 트럭에는 죽은 병사들의 시체가 가득했고, 트럭은 교회의 지하로 들어갔다. 
갑자기 독일군 비밀기지로 들어온 보이스는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독일군의 생체실험 장면을 보게 되고, 동료를 구해 탈출한다. 탈출하면서 실험실에 있던 주사기를 하나 가져오는데, 클로이의 집으로 돌아온 보이스는 총에 맞아 죽은 동료 체이스의 몸에 가져온 주사기를 꽂아 주사액을 투입한다. 그러자 죽었던 체이스가 살아나고, 괴물로 변신한다.
독일군 비밀기지에서 생체실험을 하고 있었고, 독일군이 만드는 약물은 인간의 육체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성능이 있었다. 약물의 효과는 있었으나 안정적이지 않았고, 약물을 투여하면, 인간은 죽었다 살아나기도 하고, 괴력을 갖게 되며, 총에 맞아도 죽지 않는 특이한 존재로 변한다. 
이런 설정은 게임 '울펜슈타인'의 기본 설정과 비슷하다. 주인공이 독일군에게 잡혀 '울펜슈타인 성'에 갇히고, 이곳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 영화도 주인공 보이스가 독일군 비밀기지에 잠입해 동료를 구출하고 탈출한 다음, 다시 최초의 임무인 교회 첨탑을 폭파하기 위해 독일군 비밀기지로 들어가 임무를 완수하고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이때, 단순하게 독일군 비밀기지를 폭파하고, 독일군을 모두 사살하는 것은 보통의 전쟁영화와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독일군 비밀기지에서 '불멸의 병사'를 만드는 생체실험을 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독일군은 프랑스의 마을 주민을 납치해 생체실험의 도구로 썼으며, 이곳에서 벌어지는 생체실험은 너무 끔찍해서 묘사하기 어렵다. 물론 역사에서 이런 일은 실제 일어나지 않았지만, 독일군이 점령한 노르망디 지역에서 독일군이 비밀 생체실험을 통해 괴물을 만들어 낸다는 설정은 전쟁과 호러를 결합한 혼종을 통해, 독일군이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유대인 수용소에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것에 대한 강렬한 비유이기도 하다.
독일군은 유대인을 절멸할 계획으로 독일 지역에 많은 수용소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유대인을 학살했다. 그 과정과 방법은 이미 영화, 책, 만화 등을 통해 수없이 많이 알려졌고, 그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영화에서는 프랑스 주민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아 참혹한 만행을 저지르는 독일군을 묘사했고, 그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괴물 병사들이 등장한다.
독일군이 유대인을 가스로 학살하고, 소각하는 방식으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면, 일본군은 731부대를 만들어 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진짜' 생체실험을 했다. 일본군은 조선인, 중국인을 잡아다 생체실험을 했으며, 이들이 저지른 행위는 이 영화에서 묘사한 것보다 더 끔찍하고 잔혹해서 필설로 옮길 수 없다.
일본이 기초과학이 발달하고, 의학, 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많이 받았다는 걸 부러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기초 데이터를 만든 과정이 바로 731부대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르며 했던 생체실험의 결과라는 걸 알아야 한다.
전쟁이 끝난 이후, 731부대의 생체실험 데이터는 전부 미군이 압수했고, 미군에게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731부대의 지휘관은 처벌당하지도 않았다. 생체실험에 앞장 섰던 731부대의 군의관들은 전쟁이 끝나고 일본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생체실험의 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써서 발표했다.
일본은 지금도 731부대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으며, 그들이 했던 생체실험의 참혹함과 결과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본 731부대가 저지른 잔혹한 만행에 비하면 이 영화에서의 독일군 생체실험은 귀여울 정도로 보인다.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역사에서 실제 벌어졌던 만행이 영화보다 훨씬 극악하고 참혹하며, 잔인하다는 것이다. 현실이 더 지옥같다는 건, 창작이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는 한계를 분명히 보여준다. 창작에서 아무리 극악한 장면을 묘사해도, 실제 벌어진 사건이 그보다 더 끔찍하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독일군이든 일본군이든 이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는 영화에서 아무리 최대의 효과로 묘사해도, 실제 그들이 저지른 만행을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실제 전쟁 상황을 보여주는 흑백 다큐멘터리가 어떤 영화보다 더 강렬한 충격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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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 일반판
조엘 코엔 감독, 조지 클루니 외 출연 / 인포(INFO)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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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

코엔 형제 영화. 오래 전,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내용이 조금 황당해서 코엔 형제의 영화로는 조금 실망스러운걸,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수 많은 영화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코엔 형제'를 든다. 좋아하는 감독도 많고, 훌륭하고 뛰어난 작품도 많지만, '내 취향'은 '코엔 영화'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매료되는 특이한 영화다. 그래서 영화를 한번만 보고 그만두지 않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고, 또 얼마의 시간이 흘러 다시 보면, 같은 영화임에도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모든 훌륭한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데,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이 그렇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도 그렇다. 관객은 영화를 처음 볼 때 주로 이야기(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이야기만 따라가는 것도 벅찰 때가 많아서, 영화의 여러 요소들 - 미장셴, 음악, 배우, 미술, 의상, 배경, 촬영, 음향 등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것 - 을 꼼꼼히 살필 여유가 없다. 
훌륭한 작품은 이야기도 훌륭하지만, 앞에서 말한 영화 요소들을 하나씩 세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영화 마니아들은 한 영화를 열 번, 스무 번 이상도 보는데, 나는 코엔 형제 영화를 모두 여러 번 봤지만, 특히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를 몇 번씩 보면서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이 영화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도 처음 봤을 때와 지금 다시 본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코엔의 영화는 역시 훌륭했다. 다만 내가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것 뿐이었다. 주인공 에베레트 율리시즈 맥길의 이름은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이의 희랍어 이름이다.
영화 타이틀에서도 밝혔듯이 이 영화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기본 모티프를 가져왔다. 즉, 주인공 오디세이아가 트로이 전쟁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고 험난한 과정을 1937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새롭게 해석해 만든 코미디 영화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학의 원형이며, 영웅 서사의 시작이고, 서양의 모든 문학 작품에 영향을 준 중요한 작품이다. 오디세이아는 영웅이며, 그가 고향(집)으로 귀향하는 과정은 '영웅 서사'의 모델이다. 즉 영웅은 수많은 고난과 비극을 겪으며 시간과 공간을 뚫고 귀향하는데, 이때 영웅이 겪는 고난은 모험이 되고, 영웅의 의지를 더욱 강하게 만들며, 비극은 영웅의 내면을 단련하는 과정이 된다.
영웅은 불사조가 아니기 때문에,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지만, 그때마다 도와주는 인물이 등장하고, 영웅은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이런 기본 틀을 가지고 분석하게 되면, 기독교의 중요한 인물인 '예수'도 오디세이아적 영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수는 탄생부터 특이하다. 처녀의 몸에서 태어나는데, 그것도 마굿간이다. 그는 자라면서 아버지를 쫓아 목수가 되지만, 곧 집(고향)을 떠나 사막에서 신을 만난다. 영웅의 고난이 시작되는 것이다. 예수는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쫓겨나 여기저기 떠돌며 자신의 신념을 설파한다. 그를 따르는 사람도 있지만, 가는 곳마다 예수를 비난하고 비웃으며 돌멩이를 던지는 사람들이 더 많다.
결국 예수는 유다의 배신으로 로마군에게 잡혀 골고다 언덕에서 죽는데, 사흘만에 부활한다. 예수가 죽을 줄 알았던 가족들은 살아온 예수를 보고 놀라고, 예수는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사라진다. 고난과 비극을 겪으며 성장하는 영웅의 서사와 매우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율리시즈는 죄를 짓고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그는 함께 쇠사슬로 묶인 두 명의 동료-피트, 델마-와 함께 탈출한다. 이들은 달리는 기차를 타려다 실패하고, 기차 선로를 고치는 수레를 발견하고 올라탄다. 수레를 끄는 사람은 흑인 노인인데, 맹인이다. 이 노인은 세 사람을 향해 이상한 말을 하는데, 노인은 영웅의 앞길을 예언하는 예언자라는 걸 알 수 있다. 세 사람은 자신의 운명이 어떨지 모르는 상태에서, 예언자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다.
셋은 숲속을 헤매다 우연히 피트의 사촌 워시를 만난다. 그곳에서 쇠사슬을 끊고, 밥을 얻어 먹으며 하룻밤을 보내는데, 워시가 현상금이 탐나서 추격대에게 이들의 위치를 알린다. 고난이 시작된 것이다. 헛간 건물을 포위하고 항복하라는 추격대를 피해 달아날 때, 워시의 어린 아들이 도와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영웅을 돕는 것이다.

이들이 다시 숲속을 지날 때, 흰옷을 입은 마을 주민들이 수십 명 강물 있는 곳으로 걸어오더니 강에서 세례식을 시작했다. 세 명 가운데 두 명 - 피트, 델마 -은 그 장면을 보고는 목사에게 달려가 세례를 받는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이제 신에게 용서를 받았으므로 결백하다고 외친다.
세 명은 다시 시내 가게에 들렀다가 다른 사람 자동차를 훔쳐 타고 가는데, 중간에 흑인 토미 존스를 태운다. 토미 존스는 기타 가방을 들고 있었고, 자기가 지난 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대신 기타 연주를 배웠노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악마는 백인이며, 눈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명백한 메타포다. 흑인은 영혼을 팔아야만 살 수 있는 미국 사회현실을 비꼬고 있는 것이다.
토미 존스는 티샤맹고에 가면 깡통에다 대고 노래하고 기타를 치면 돈을 준다는 말을 들었노라고, 그곳으로 가고 싶다고 말한다. 세 사람도 토미 존스의 말을 듣고 함께 가기로 한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허허벌판에 있는 라디오 방송국 WEZY였다. 이 방송국은 미시시피주 밸리 파크에 세트로 지었고, 1930년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율리시즈와 세 명은 방송국으로 들어가 대놓고 말한다. 여기가 깡통에다 대고 노래하면 돈 주는 곳이냐고. 방송국이라야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사장 혼자 운영하는 곳이었고, 싱글 레코딩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비가 있는 곳이었다. 사장은 눈이 잘 보이지 않았기에, 이들이 백인인지, 흑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다만, 옛날 노래를 불러달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나오는 노래가  '슬픔에 잠긴 남자(I Am A Man Of Constant Sorrow)' 다. 이 노래는 남부에서 오래 불리운 전통 음악으로 음악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알고 있고, 좋아한다는 건 분명하다.
이 음악이 처음 방송을 통해 알려진 건 1913년이었고, 처음 노래를 부른 사람은 딕 버넷(Dick Burnett)이었다. 최초의 노래 제목은 'Farewell Song'으로 발표되었고, 나중에 Man of Constant Sorrow 로 바뀌었다가 이 영화에서처럼 I Am A Man Of Constant Sorrow 라는 제목이 되었다. 1928년에 Emry Arthur가 녹음을 했고, 이후 이 노래는 The Stanley Brothers, 밥 딜런, 주디 콜린스, 피터 폴 앤 메리 같은 유명한 가수들이 불렀으며, 빌보드 차트 85위까지 오른 기록이 있다.
그러니까, 영화의 배경인 1937년이라면 이 노래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최초의 가수였던 딕 버넷이나 스탠리 브러더스의 노래는 창법이 옛날 방식이어서 흥겹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율리시즈와 친구들이 부른 - 이들은 노래하는 팀 이름을 급조했는데, '밑바닥 아이들'이라고 했다 - 노래는 슬픈 가사이면서 리듬은 흥겹다. 메인 보컬인 율리시즈(조지 클루니)가 부른 목소리는 조지 클루니 본인이 아니고, 포크 가수인 Dan Tyminski의 목소리다. 
이들이 부른 노래에 기분이 좋아진 방송국 사장은 각각 10달러씩을 주면서 계약했고, 이들은 거액 10달러를 받아 몹시 기분이 좋았다. 방송국에서 나오는 길에 건물 앞에서 우연히 잘 차려 입은 백인들을 만나는데, 이들은 미시시피 현 주지사 페피 오데니얼 일행이었다.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라디오 유세를 하려고 방송국에 들른 것이다.

세 명은 토미 존스와 헤어저 다시 길을 떠나고, 중간에 혼자 은행강도를 하다 도망치는 조지 넬슨을 만난다. 조지 넬슨과 읍내에서 은행을 털고, 조지 넬슨은 밤에 갑자기 훔친 돈을 세 명에게 모두 주고 숲속으로 사라진다.
세 명은 차를 훔쳐 길을 떠나다 피트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서 목욕을 하는 세 명의 여인을 발견하고 달려간다. 세 명의 여인은 고혹적인 모습으로 세 남자를 유혹하고, 이들은 정신을 잃는다. 여기서 세 명의 여성이 '인간'인지, 요정인지, 악마인지 확실하지 않다. 나중에 율리시즈는 이 여성들을 두고 '바빌론의 창녀들'이라고 비난한다. 이들이 깨어났을 때, 피트만 사라졌고, 피트가 입었던 옷에서 개구리가 나오자 피트가 개구리로 변한 것이라고 델마가 말하며, 개구리를 소중하게 데리고 다닌다.
율리시즈와 델마는 식당에서 우연히 사기꾼 대니얼 티그를 만난다. 성경을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는 이 사기꾼은 두 사람을 때려눕히고 돈을 빼앗아 달아난다. 이 시간, 피트는 추격자들에게 잡혀 고문당하고 다시 감옥으로 끌려간다. 사기꾼에게 강도를 당해 돈을 다 뺐긴 율리시즈와 델마는 트럭을 얻어 타고 길을 가다 우연히 죄수들과 노역을 하고 있던 피트를 발견하고 놀란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온 율리시즈는 아내와 딸들을 만난다. 아내는 내일 약혼자와 결혼식을 한다고 말하고, 율리시즈는 아내의 약혼자 버논 월드립과 싸우다 얻어 맞기만 하고 쫓겨난다. 율리시즈와 델마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단체관람을 하러 온 죄수들 사이에서 피트를 발견한다. 그날 새벽, 피트를 구한 두 사람. 율리시즈는 피트와 델마에게 보물은 없었고, 자기가 거짓말을 했다고 자백한다. 탈옥한 이유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세 사람은 보물보다 값진 우정을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숲속에서 우연히 KKK단 집회를 발견하고, 그 집회에 잡혀온 토미 존스를 구출한다. 이들이 읍내 마을회관에서 분장을 하고 노래하는데, 여기서 다시 I Am A Man Of Constant Sorrow 가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열광적이고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는 세 사람. 이들이 방송국에서 녹음한 노래가 그 사이 엄청난 히트를 한 것이다.
이때 KKK 집회에서 돌아온 주지사 후보 호머 스톡스가 노래하는 네 명을 지목하며, 그들은 백인이 아니고, 유색인종이며 없애야 하는 것들이라고 소리지른다. 호머 스톡스는 개혁적 인물로 알려졌지만, 알고보면 인종주의자에 백인우월주의자였던 것이다. 
반면, 현 미시시피 주지사이면서, 선거에서 매우 불리했던 페피 오데니얼은 '밑바닥 아이들'의 인기에 편승해 시민들의 환심을 사고, 즉석에서 네 명의 죄를 사면한다. 이들이 마을회관에서 나오자 은행강도 조지 넬슨이 체포되어 거리를 지나가는데, 자기가 전기의자에 앉아 죽을 거라고 떠든다.

율리시즈는 아내와 다시 사이가 좋아졌지만, 다시 결혼식을 하려면 집에서 반지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다. 율리시즈는 세 명의 친구들과 함께 고향집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추격자들에게 다시 체포된다. 율리시즈와 동료들이 주지사에게 사면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추격자들은 이들을 교수형으로 죽이려고 밧줄을 묶는다. 이때 계곡을 따라 급류가 쏟아져 내리고, 율리시즈의 고향집은 물에 잠긴다. 이곳에 댐이 생긴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렇게 다시 구사일생한 율리시즈와 친구들은 도시에 있는 율리시즈의 아내를 만나고, 처음 탈옥했을 때 만났던 기차 선로 수레를 끄는 흑인 노인이 다시 등장해 서서히 멀어지는 장면으로 끝난다.

등장하는 배우들은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조지 클루니는 나무랄 데 없는 미남이지만, 존 터투러(피트), 팀 블레이크 넬슨(델마)의 표정 연기는 압권이다. 여기에 시작 부분에 잠깐 나온 흑인 노인, 은행강도 조지 넬슨, 방송국 사장, 아내의 약혼자 버논 월드립, 성경 사기꾼 존 굿맨 등 배우들 각자 개성 있는 연기로 영화가 다채롭게 채워지는 걸 알 수 있다.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은 포크송, 컨트리송들인데, 특히 남부 미시시피가 흑인들이 많이 살던 지역이고, 과거에는 목화 농장이 많던 지역이라 흑인들의 노동요가 발달한 지역답게 흑인 음악과 블루스에서 파생하는 컨트리 음악, 포크 음악이 낯설지 않고 우리의 정서와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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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사람들 - 파견 노동 확대에서 메탄올 실명까지, 청년노동의 현실 평화 발자국 26
김성희.김수박 만화 / 보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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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의 사람들

1988년 무렵에 나는 구로공단에 있는 영세한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삼미금속'이라는 회사였는데, 도금 공장이었다. 일당을 많이 벌려면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이 나았고, 군대 입대 전에는 3년 정도 배관공으로 일을 한 경력도 있어서 나는 공사현장이나 매형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노동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는 중동 건설 붐이 일고 있었고, 몇 년만 다녀오면 집을 한 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여서 인기가 높았다. 나는 그런 기회를 잡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중동에 가지 못했다.
구로공단의 영세한 공장에 들어가게 된 것은 내 밥벌이도 있었지만, 그때 함께 공부하던 선배들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70년대 후반부터 알게 된 독서회는 번성했고, 내가 살던 지역에 새로운 독서회가 생기면서, 그곳에서 선배, 친구들을 만났다. 이들 가운데 극소수가 따로 '스터디'를 했는데, 사회과학 공부였다. 나는 정규 학교를 다닌 것이 국민학교가 전부였으므로 이때만큼 열심히, 깊이 있게 공부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검정고시로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대학에 진학할 생각도 있었지만, 선배들은 대학보다는 현장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
나는 대학생이 아니었으므로 '위장취업'이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노동자였고, 이미 몇몇 공장을 전전하고 있었다. 휴대용 가스렌지를 조립하는 공장, 텔레비전 케이스에 필름을 씌우는 공장 등을 거치면서 저녁에 집에 돌아와 소설을 썼다. 그 소설이 제1회 전태일문학상에 당선되었고, 나는 '노동자 작가'가 되었다. 그래도 삶은 달라지지 않았고, 올림픽이 열린다는 그 해에도 도금 공장에 다니며, 삶은 어둡고 무거웠다.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노동자의 의식은 낮았고, 회사의 감시는 심했다.
도금공장에는 황산, 염산 원액과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 시안화칼륨 등 독극물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심지어 시안화나트륨은 작은 흰색 덩어리인데, 드럼통으로 가득 우리들이 옷을 갈아 입는 탈의식에 놓여 있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청산가리를 가지고 나갈 수 있었다.
염산, 황산, 시안화나트륨, 시안화칼륨 등 독극물을 취급하면서도 우리는 고무장화와 고무장갑만 끼었을 뿐, 보호안경도 없었다. 그 용액이 눈에 튀어 들어가면 물로 씻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일하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문송면 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렇게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노동자들은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쉬는 날 등산도 하고, 가끔 야근을 하지 않을 때는 저녁도 먹으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 슬쩍 떠봤지만, 그들도 이 공장에서 오래 일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의 영세한 공장에서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고가 지금, 경제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그렇고, 파견노동자, 하청노동자, 비정규노동자 등으로 더 잘게 쪼개져 차별당하는 노동자의 현실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정치는 군사독재에서 민주정부로 진보했지만, 노동자의 처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수출이 세계 10위권이고, 국민총생산, 국가총생산, 1인당 국민소득 등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노동자의 소득도 증가하고, 절대 빈곤에서는 벗어났으며, 개인의 절대적 삶의 환경도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이 성장하고, 자본가와 부르주아가 가져가는 부의 크기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몫은 상대적으로 더 작아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즉, 사회의 부가 커지면 거의 대부분을 소수의 자본가와 부르주아가 차지하고, 다수의 노동자는 아주 적은 몫을 나눠 갖는 것이다. 
이것을 서양 자본주의에서는 '신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한국은 특히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빈부의 격차는 더 극심하게 벌어지고,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이 깊어졌다. 정규직, 비정규직, 하청, 파견 노동자 등으로 세분화한 것도 외환 위기 이후부터였다.
이렇게 노동자의 고용 환경이 나빠지면서 노동자의 삶은 더 불안정하고, 임금 격차는 커지게 되었다. 자본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본능이고,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여기기 때문에, 노동자의 죽음을 하찮게 여긴다. 
이 작품에서 메탄올 독성으로 실명하게 된 여섯 명의 청년 노동자들도 자본의 이윤 추구에 소모품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이다. 역사는 민주주의로 발전하면서 인권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인권의 확대로 인해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각종 차별은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으며, 노동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주5일 노동, 최저임금제 등 노동자의 권익이 향상되는 것도 시대의 당연한 흐름이다.
그럼에도 지금 한국은 서양의 다른 자본주의 나라들보다 노동자의 처지가 매우 열악하고, 자본의 착취가 악랄한 현실이다. 자본가의 범죄는 가볍게 처벌되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인 파업은 무겁게 처벌된다.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이 고전적 형태의 자본 축적에 관한 해석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금융자본의 진화로 자본의 축적은 더 다양하게 발전하고, 노동자의 착취도 세련되게 바뀌었다. 여기에 노동자도 인간으로의 욕망을 가진 존재라서 이기심, 경쟁 같은 자본주의의 특성에 쉽게 빠지게 된다.
괴물이 된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건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를 바탕으로 하는 정부의 통제와 제도적 장치다.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고, 자본(가)의 범법 행위를 미리 감시하는 구조를 만들고, 자본가가 범죄를 저지르면 강하게 처벌하는 법률을 만드는 등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지만, 그런 일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을 자본이 매수하는 방식으로 길들여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만든다.
여기에 사법부까지 매수하면서 자본은 모든 권력을 길들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만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인은 자본가다. 그들은 막강한 자본으로 국가를 장악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노동자는 다수지만 가진 것은 오직 '머릿수' 뿐이다.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자본가와 힘겨루기를 하지만, 사실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체제를 뒤엎는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하며, 자본주의는 노동계급의 혁명을 통해 끝장난다는 것이 고전적 혁명이론이다.
인간은 누구나 동등한 존재다. 평등하지는 않지만, 동등한 존재임에도 노동자는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간다. 인류의 역사가 불평등과 차별의 역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 보편의 평등과 인권이 확대되고, 부의 집중과 편향도 줄어들어드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피땀을 흘리고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상황에 놓인 노동자들과 노동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 위험한 공장에 취업하고, 파견노동자가 된다. 공장은 하청, 재하청으로 내려오는 구조로 생산단가가 깎이고, 영세공장의 자본가는 최소한의 임금에서 이윤을 남기려고 독극물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쓰게 된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을 돕는 단체의 일꾼들 역시 열악한 처지에 있지만, 이들은 한결 같이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와 함께 한다. 올바른 국가라면 이들 일꾼들이 하는 일은 모두 정부의 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일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와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단체를 만들어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최저 임금 이하의 '생존비'를 받으며 일하면서도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들에게만 기대야 하는 걸까.

한국 그래픽노블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놓치지 않고 천착한다는 점에서, 김성희, 박수박 작가를 비롯한 그래픽노블 작가들의 성과가 놀랍고, 대단하다. 다른 장르보다 그래픽노블이 갖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만화 장르가 기존의 '오락물'이라는 선입견을 떨치고, 깊이 있고 진지한 장르일 수 있다는 걸 그래픽노블 작품들이 보여주고 있다.
만화는 현실을 조금 떨어져서 보는 효과가 있다. 소설은 상상을 통해, 영화는 미장센을 통해 리얼리즘을 구축한다. 만화는 단순화한 선으로 사물을 표현하기에 실제 현실 세계가 아닌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비현실성은 독자가 작품 속 세계와 현재(실제 세계)의 중간에서 작품과 현실을 오가며 비교, 판단할 수 있는 거리를 두게 만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지금, 현재 일어난 사건이지만 마치 1970년대, 1980년대 일어난 사건처럼 보인다. 그만큼 비정상적 사건이라는 뜻이다. 내용에도 나오지만, 후진국에서조차 일어나지 않는 미개한 수준의 사건이라는 뜻인데, 자본가와 관리자들이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본의 기본 조차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고, 그 원인은 오로지 '단가'를 맞추기 위한 것이며, '단가'를 맞춘다는 것은 영세 자본가가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비현실적 사건과 상황을 표현하는 김성희 작가의 그림은 디테일이 많이 생략된 단순한 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한 듯 보이는 그림은 오히려 실사화보다 작품의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며, 구체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는 장면에서는 디테일이 살아난다. 67쪽과 89쪽에 등장하는 박근혜의 그림은 다르다. 같은 인물을 실제 인물과 매우 비슷하게 그리거나, 만화화 해서 표현하는 것은 작가가 그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픈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노블은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그림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기능도 있다. 이 작품 역시 언론에 보도되기는 했지만, 실제 내용 전체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김성희, 김수박 작가는 밀도 있는 취재를 통해 사건의 시작, 피해 노동자 개인의 삶, 노동자를 돕는 단체와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 영세기업과 대기업의 태도 등 이 사건을 둘러싼 노동자와 자본의 이해관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어린 학생들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수업 재료로도 훌륭한 교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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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시민
F. 게리 그레이 감독, 제라드 버틀러 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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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시민

평범한 - 하지만 매우 유능한 엔지니어 - 시민 클라우드는 갑자기 집에 침입한 괴한에게 아내와 딸을 잃는다. 그도 칼에 찔려 죽다 살아났고, 다행히 두 명의 범인은 잡힌다. 증거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클라우드 자신이 직접 두 범인의 얼굴을 잘 알고 있어서, 상식이라면 두 명의 범인은 무기징역이나 사형 판결이 결정될 것이 분명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검사 닉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범인 에임스는 사형, 다비는 불과 3년형을 받게 된다. 검사 닉은 형량 거래를 하지 않으면 두 범인 모두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검사 닉은 올바른 법정신을 실현하는 것보다는, 검사로서의 '실적'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가고, 사형선고를 받은 에임스의 사형집행이 있던 날, 약물투입으로 잠들듯 죽어야 하는 에임스는 그러나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처참하게 죽어간다.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한 검사 닉과 형사들은 사형집행 과정에서 누군가 개입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한다.
범인은 의외로 쉽게 잡힌다. 검사 닉과 형량을 거래해 살인을 하고도 겨우 3년 감옥에 갇혀 있다 나온 다비는 클라우드에게 납치되어 참혹하게 죽음을 당하고, 그 주검이 클라우드 소유의 낡은 창고에서 발견된다.
클라우드는 경찰에 잡혔지만, 증거는 없고,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가 된다. 검찰은 클라우드를 살인범 용의자로 법정에 세우지만,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클라우드는 판례를 들어 자신은 모범시민이므로 보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판사가 클라우드의 주장에 동의한다. 클라우드는 분명히 사람을 죽인 살인자, 자신을 너무 쉽게 보석으로 풀어주려는 판사를 향해 '발정난 암캐같은 년'이라고 욕설을 퍼붓는다. 클라우드를 재판하는 판사가 바로 10년 전, 클라우드의 아내와 딸을 죽인 범인을 재판한 판사였다.
보석으로 풀려날 수도 있었지만, 클라우드는 판사를 모욕한 죄로 다시 감옥으로 돌아간다. 검사 닉은 클라우드와 거래하지 않으려 하지만, 다비의 변호사가 실종된 상태라는 것, 그의 행방을 아는 것은 클라우드 뿐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클라우드가 요구하는 걸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클라우드는 푹신한 침대, 티본 스테이크 풀 서비스를 요구하고, 다비의 변호사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지만, 시간을 지키지 않은 검사 닉은 변호사가 죽은 상태로 발견한다.
여기에, 감옥에 있던 클라우드는 같은 방을 쓰는 다른 죄수를 티본 스테이크의 쇠뼈로 찔러 죽이고, 태연하게 피를 뒤집어 쓴 채 기다린다. 결국 클라우드는 독방에 갇히고, 검사 닉은 클라우드의 과거를 캐다 그가 국방부와 일하던 공작 요원이자 고도의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치밀한 계산으로 계획된 범죄를 저지르는 클라우드를 저지하기 위해 더 강한 구속을 해야 한다고 판사에게 말하는 검사 닉은 필요한 서류에 판사의 사인을 받고,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던 판사는 전화기에 설치된 폭약이 터지면서 즉사한다.
검사 닉은 클라우드와 그의 공범이 저지른 짓이라고 판단하고 클라우드를 찾아가 묻지만, 클라우드는 단순한 복수가 아닌, '정의가 뭔지, 옳고 그름이 뭔지 망각한 사법체계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닥치는대로 죽일 거라고 말한다.
검사 닉과 그의 동료들이 공포에 떨며 퇴근하는데, 주차장에서 자동차가 폭발하며 여섯 명의 직원이 사망한다. 게다가 이들 직원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국장도 센트리건과 폭탄에 맞아 사망한다.
검사 닉은 클라우드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통해 교도소 주변에 클라우드의 건물이 있음을 발견하고, 건물을 수색한 결과, 감옥 안에 독방으로 연결되는 지하통로를 발견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건은 클라우드의 계획이었고, 경찰과 검찰이 클라우드의 계획을 도운 결과가 된 셈이었다.
클라우드는 시청 건물을 폭파할 계획으로, 청소부로 위장해 시청 건물에 들어가 폭탄을 설치하고 다시 감옥의 독방으로 돌아오는데, 이미 계획을 눈치 챈 검사 닉이 폭탄을 해체하고, 독방에서 클라우드를 기다린다. '합법적' 방법으로 클라우드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검사 닉은 독방에 시한폭탄을 설치하고 클라우드를 가둔 후 빠져나온다. 클라우드는 불길이 타오르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 판사가 정의와 상식, 옳고 그름의 법적, 윤리적 판단을 기준으로 일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일하거나, 정치적 편향, 확증편향, 출세와 실적 같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법을 주무를 때, 피해자들이 당하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도 검찰, 법원(판사)에 의해 없는 죄가 만들어지고, 죄 없는 사람들이 죄를 뒤집어 쓰고 무고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들 정치적 편향과 반동적 성향의 검사, 판사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사회의 믿음을 깨뜨리고,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며, 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결국 사회가 불안해지고, 정부를 불신하도록 만들기 위한 의도적 행위라는 것을 많은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정의를 외면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검사와 판사에 대한 응징은 '모범시민'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들의 범죄가 너무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합법적 테두리를 넘어섰으니, 그에 대한 응징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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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로자 - 만화로 보는 로자 룩셈부르크
케이트 에번스 지음, 폴 불 엮음, 박경선 옮김, 장석준 해제 / 산처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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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로자

80년대, 사회과학 공부를 할 때는 로자 룩셈부르크를 몰랐다. 시간이 지나서 '레닌보다 뛰어난 이론가'였던 로자의 평전을 읽었다. 로자의 비범함은 물론이지만, 당시 유명한 사회주의자들의 비겁한 태도를 보면서, 유럽에서 혁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로자가 살던 시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로자는 1871년, 폴란드의 도시 자모시치에서 태어났다. 이 도시는 폴라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쪽으로 붙은 도시였고, 유대인들이 전체 주민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많았다. 
현재의 자모시치 구 시가지는 1992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자모시치 시는 폴란드의 귀족이었던 얀 자모이스키가 16세기에 세운 도시로, 서유럽과 북유럽을 연결하는 무역로에 세운 도시다. 도시 설계는 이탈리아 건축가 베르난도 모란도가 했으며, 후기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양식을 적용한 아름다운 도시로 이름이 있다.
로자는 유대인이었지만, 그의 부모는 자유롭고 진보적인 성향이어서 유대인의 율법을 따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폴라드인'의 정체성을 갖도록 자식을 키웠으며, 부자는 아니었지만 자식들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부모였다.
그런 부모에게서 막내로 태어난 로자는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랐고, 그만큼 어렸을 때부터 똑똑했다. 하지만 다섯 살 무렵, 그는 한쪽 다리가 뒤틀리며 키도 자라지 않아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았다. 로자는 여성, 장애인, 유대인이라는 여러 겹의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야 했지만, 그의 지성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상에 자기의 사상을 널리 알릴 만큼 뛰어났다.
로자가 세 살되는 해, 1873년에 로자의 가족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로 이주한다. 바르샤바 역시 유대인 인구가 전체의 약 30%에 이를 정도로 많았고, 로자는 중산층 집안에서 자유롭게 성장했다. 로자가 성장하던 바르샤바는 폴란드, 독일,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가 뒤섞인 복합적인 도시였으며, 유대인 공동체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자의 부모는 유대인 공동체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특정한 종교나 정파에 소속하지 않은, 진보적 시민으로 살아갔다. 이런 환경에서 로자는 폴란드어, 러시아어, 독일어, 프랑스어까지 네 개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게 되었다. 
이런 재능은 로자의 장애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육체적 장애로 인한 제한된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로자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 우연의 일치지만,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도 1871년, 로자와 같은 해에 태어났고, 그는 천식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을 평생 앓았다. 마르셀도 육제적 장애를 지닌 채 글을 쓰기 시작했고,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남겼다. 재능 있는 사람은 스스로 빛을 낸다. 비록 육체가 자유롭지 못하다 해도, 지성까지 장애를 갖는 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이들을 통해 새삼 확인한다.
로자는 불과 아홉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독일어로 쓴 시와 산문들을 번역하고, 자신의 글을 써서 바르샤바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잡지에 실린다. 

1881년 3월 1일, 러시에서 차르 알렉산드르 2세가 '인민의 의지파' 단원들에게 암살당한다. 이들 무정부주의자들 가운데 폴란드인 '이그나치 리니에비에드츠키'가 있었다. 러시아 제국의 압제에 있었던 폴란드인들은 속으로 환호했지만, 러시아 제국은 폴란드를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암살단원 가운데는 러시아 여성 '소피아 페로프스카야'도 있었고, 그녀는 이 그룹의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재판을 통해 이들은 모두 사형당하고, 로자는 그들의 소식을 신문을 통해 들으면서, 여성 혁명가의 삶에 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로자가 중학생이던 1883년 무렵, 처음으로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이 시기에도 '프롤레타리아 당'에서 활동하던 혁명가들이 경찰에 체포되어 사형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특히 여성 혁명가의 체포와 죽음은 로자에게 특별한 충격을 주었다. 1885년에 '프롤레타리아 당' 당원이자 혁명가인 여성 두명, 19살의 마리아 보후스제비치와 로살리아 펠센하르트가 경찰에 체포되어 죽고, 1886년에는 '프롤레타리아 당' 지도부 네 명이 바르샤바 성채에서 교수형을 당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로자는 자신도 뭔가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15살 무렵 '프롤레타리아 당'에 가입한다.
로자가 '혁명가'의 삶을 선택한 것은 시대적 소명을 정확하게 읽었기 때문이다. 폴란드인으로 러시아 제국에 압제를 당하는 조국의 현실, 수많은 진보 지식인, 학생들의 반제국 투쟁, 로자가 다니는 학교에서 겪었던 차별, 여성의 사회적 제약,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의 고통 등 여러 겹의 구조적 모순이 로자를 내리 눌렀고, 로자는 그런 차별과 억압에 정면으로 저항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16살의 로자는 이미 차르 경찰의 '요시찰 대상'이 되었으며, 그는 이때 마르크스, 엥겔스의 자적을 읽기 시작했다. 비밀 조직이었던 '프롤레타리아 당'과 나중에 결성한 '폴란드 노동자 연맹' 등에 대한 경찰의 감시와 탄압은 심해지고, 1888년, 17살이 된 로자는 여권을 만들어 스위스로 탈출한다. 불과 5년 전, 마르크스가 영국에서 사망했다.

로자는 취리히대학 철학과에 등록하고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수강한다. 마르크스의 저작은 물론, 다윈의 진화론을 비롯해 수학, 생물학 등 과학 분야의 지식을 쌓아간다. 사회주의자가 가져야 할 덕목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분야가 바로 '과학'이다. 과학과 철학은 철저하게 이성적 활동이며, 과학은 특히 객관적 근거가 증명되어야 하는 엄격한 분야여서 논리와 분석, 구조를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자, 사회주의자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학문이기도 했다.
스위스, 취리히에는 이미 정착한 선배 혁명가들이 많았고, 그는 폴란드 혁명가들은 물론, 러시아, 독일의 유명한 혁명가들의 흔적을 찾았고, 그들을 만나 교류했다. 그는 1893년,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제3차 대회'에서 발언하며 선배, 동료 혁명가들로부터 진짜 혁명가로 인정받는다.
1898년, 독일사회민주당에 가입했고, 1905년 1차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을 때 바르샤바로 가서 혁명에 동참했다. 이때부터 로자의 고난이 시작된다. 러시아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갇혔으며, 1911년에는 인터내셔널 사회주의국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1915년에는 다시 독일 경찰에 체포되어 구금된다. 그는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도 경찰의 감시를 받는 '보호관찰' 대상자였음에도 급진 좌파 단체인 '스파르타쿠스'의 지도부로 참여하게 된다. 1917년, 러시아혁명이 레닌의 지도로 성공하면서 1918년에는 독일공산당 창립 총회에서 연설하고, 1919년, 운명의 그해에 스파르타쿠스 반란의 배후로 체포되어 학살당한다.

혁명의 시기, 반제국주의, 반자본주의 깃발을 내걸고 투쟁한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은 당대를 가장 앞서 가는 지성인들이었다. 다수의 민중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로 투쟁했으며, 그들이 살았던 당대는 제국주의 폭력이 세상을 망치고 있었다.
진보적 지성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당연히 반제국주의였으며, 사회주의 이론은 그들의 무기였다. 로자는 독일 야경단에 잡혀 살해당하기 전까지 네 권의 책을 썼다. '자본의 축적'은 1913년에 쓴 저작으로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설명하고 있는 자본의 축적 과정을 자본과 제국주의의 관계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 '사회민주주의의 위기', '러시아 혁명' 등의 저작을 남긴 로자는 유대인, 여성, 장애인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뛰어난 사회주의자로 두각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가 가진 불리함 때문에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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