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의 자리로 - 그 나라를 향한 순전한 여정
C. S. 루이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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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답게 살려면 다른 사람 비판하기를 더디 하고 자기 눈에 있는 들보부터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두려움과 불안에 찌들어 있을 게 아니라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할 길을 찾아야 한다. 내일을 염려하는 마음을 다스리고, 범죄로 이어지기 전에 분노를 꺾어야 한다. 8쪽


책장을 펼치자마자, 옮긴이의 말을 듣고 숨이 멎는 듯 했다. 이 책을 펼치기 직전에도 다른 사람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터라 마치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신앙의 참본질이 드러난다고 했는데 나는 점점 할 말이 없어졌다. 저자가 <순전한 기독교>를 읽고 깨달음을 얻은 순간을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스도인이 될 때 우리는 우리를 온전하게 빚으시려는 하나님의 작업에 합류한 것이며, 이 과정에 수반되는 고통을 거부한다면 이는 하나님의 사랑이 미진하여 언제라도 우리를 포기하실 거라고 주장하는 셈’ 이라는 문장을 읽는 나도 역시나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욕구와 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반드시 적합한 용도가 있다는 증거다. 32쪽

이 한 문장으로 단념과 위로가 동시에 찾아왔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현재 나의 생계가, 어쭙잖은 지식과 갈망이 한 순간에 정리가 된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나님의 계획인지, 나의 갈망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올 테지만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하나님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한편으로 하나님의 계획을 무시한 채 내 영광을 위한 고민이었다는 마음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은 확신이 들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복음이라는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여태 우리가 한 일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다 아무 소용없는 일임을 인식하기까지가 어렵다.’ 라고 했는데 복음을 받아들였다고 하면서도 때론 인정의 번복에서 오는 혼란 속에서 많은 것들을 허비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진정한 용서란 모든 정상이 참작되고도 변명의 여지없이 남아 있는 죄를 그 속의 모든 섬뜩함과 더러움과 비열함과 악의까지 똑바로 응시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온전히 화해한다는 뜻이다. 60쪽~61쪽

기독교 신앙을 실천한다는 의미의 핵심을 적확히 짚어주는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가 한없이 부족하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용서하지 못하고, 그렇기에 나도 사랑하는 이도 괴롭히고 있는 셈인데 ‘악의’까지 똑바로 마주하면서 온전히 화해를 하라니. 내가 피해자가 되든 가해자가 되든 어느 한 쪽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넘어져 버린 순간들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멀게 만들었고, 결국엔 모든 문제가 내 안에 있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타인도 나를 자신을 괴롭히는 가해자로 볼 수 있다는 시선은 마음의 파동을 일으킬 만큼 섬뜩하기까지 하다.

자유에 이르는 길은 순종이고, 즐거움에 이르는 길은 겸손이며, 개성에 이르는 길은 연합이다. 153쪽

그렇다면 기독교인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저자는 어떤 의미에서 점점 더 열심히 시도하는 도덕적 노력의 길이라는 말에 평생 시도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포기해 버린다면 <순전한 기독교>에서처럼 하나님이 나를 포기해버리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하나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실을, 그리고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낱낱이 보여주는 저자의 글 앞에서 하나님의 자녀가 될 자격이 없는 내가 또 한 번 희망을 품어본다. 영광스럽게 하나님의 자녀 됨을 받아들이고 싶다고, 수많은 유혹과 정체성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나아가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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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2-3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반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 한 해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많이 많이 뵈요~~~
 
기억 안아주기 - 소확혐,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
최연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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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기억’을 안아준다니. 어떻게 접근할지 궁금하다. 나도 내 기억들을 안아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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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서 답을 찾다 - 모든 시작점은 '나'가 아니라 '하나님'이어야 한다 조정민 목사의 창세기 돋보기 1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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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삶에서 탈출하는 것이 바로 구원이요 엑소더스(Exodus), 곧 출애굽입니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기억을 더듬어 뿌리를 찾는 데서부터 구원은 시작됩니다. 23쪽


성경 일독을 시도할 때마다 출애굽기에서 멈춘 적이 많았다. 이 구절을 읽고 나니 그 동안 똑같은 내 삶에서 탈출하지 못한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스스로 하나님을 떠나 안주했던 삶이 이유가 내 존재의 ‘뿌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서가 아니었을까?


하나님은 우리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아닌 생명나무를 선택함으로써 피조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기억하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배하기를 바라고 자유의지를 주셨을 것입니다. 사랑은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110쪽

교회를 나가게 되면서 나 역시 가장 믿기 힘들었던 부분은 이어령 교수님처럼 ‘창조, 부활, 성령’이었다. 그리고 나중에야 성령을 경험하게 되면서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오랫동안 마음 속 비밀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실을 믿지 못한다면 성경의 모든 게 거짓이며, 내 존재도 거짓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자연스레 믿어지게 되었다. 내 믿음이 굳건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도와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올해 칼 세이건의『코스모스』를 읽게 되면서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사실에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광활하고, 설명되지 않는 것들로 가득한 우주에서 나는 그저 먼지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만드신 이가 하나님이며 계획하셔서 지구를, 인간을, 나를 만드셨다고 결론을 짓고 나니 모든 게 설명이 되었다. 하나님의 온전한 뜻을 모르는 어리석은 나지만 그 사실 하나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내 존재의 의미, 내가 어디로 향해할지가 설명되었다.


그래서인지 창조부터 시작한 출애굽기 강해 설교를 읽으면서 많은 의문과 궁금증이 해소됨과 동시에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좀 더 또렷해진 듯 했다. 늘 실행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저자의 말대로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 탓만 하고 있는 이때에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씀 자체가 내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아예 심지 말았으면 했던 원망은 사랑으로부터 오는 자유의지였다는 것, 죄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확장되어가는 무서운 것이며, 궁창의 의미에서 아담, 므두셀라, 아담이 오랫동안 살 수 있었는지가 설명되었다. 믿을 수 없다면 보여주심으로 믿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경외의 하나님을 온전히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넘치도록 많은 자유를 주셨는데,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는 명령 하나 지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입니까? 부부간에 선악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자녀의 성적표를 보고, 선악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그토록 불가능한 일입니까? 114쪽

창세기를 통해 하나님의 뜻과 내 존재의 의미를 알았다면 이제는 그 사실을 드러내야 한다. 넘치도록 많은 자유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함은 하지 못할망정,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내서 하는 내 행동과 생각, 말들이 당연히 부끄러웠다. ‘신앙은 무엇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굳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서 괴로움을 보태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면 모든 게 명확해진다. 인간이기 때문에 때론 흔들릴 수 있고, 감정이 치솟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내 삶의 주인이 하나님이며 나는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 신앙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이 우리를 데려가시는 것입니다. 우리를 이 땅에 버려두지 않고, 데려가시는 것이 목적입니다. 223쪽


이 땅에 보내신 이가 하나님이시지만 만약 이 땅에 내가 버려진다면 하나님의 목적에서 빗나간 것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나를 보내신 것은 나에게 자유의지를 주시기 위함이 믿어진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데려가신다면 하나님의 뜻에 도달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나를 때에 맞춰 데려가시도록 거듭나고, 하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도록 살아야 한다. 그 자체가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복음이 답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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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김개미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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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들어도 설레는데 글쓴이들을 보고 있자니 더 읽고 싶어진다. 나도 혼자 일하고 있는 셈인데 동질감과 용기를 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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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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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이 행복의 기준이 되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머뭇거리다가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시원하게 인정하자 싶어 여행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좋아하지 않는다고, 준비 자체부터 피곤하다고, 잠은 집에서 자고 반나절 정도 나들이가 딱 좋다고 말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행이 금지가 된 현재는 조금 후회도 된다.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때 돌아다닐 걸. 뭐가 그리 피곤하다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는지 인생은 참 알 수 없다는 생각만 든다.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곳을 가는 게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갈 때가 많은 듯하다. 나 좋다고 하는 여행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67쪽

어쩌면 여행뿐만 아니라 일상의 대부분이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도움을 받고자 타인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은 좋은데, 과시가 일상이 되어버리는 건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개인의 즐거움을 과시로 오해하지 않게 되면서 나 또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남들이 가는 곳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겠노라고 찜해둔 곳이 몇 군데 있다. 해외 문학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 지명이 뇌리에 꽂히는 곳이 있다. 이를테면 텔아비브, 지브롤터 해협, 파타고니아 등이다. 순전히 발음이 주는 매력 때문인 것 같은데, 실망 혹은 혼란을 느끼더라도 이 책은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을 더 가보고 싶게 만들어줬다.

여행을 아예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나다 보니 의외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대리여행을 해준 책들은 많이 만나봤지만 여행준비 단계를 즐기는 책은 처음이었다. 오랫동안 취미가 뭔지 몰랐다던 저자처럼 나에겐 독서가 그러한데, 읽은 책도 꽤 되지만 읽으려고 쌓아둔 책이 더 많은 것과 비슷해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준비가 취미가 되면서 화제가 풍부해져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는 저자의 말에(아쉽게도 책은 여행보다는 이야깃거리가 한정 되는 게 서글프다) 부럽기도 하면서, 집에서도 즐겁게 여행 루트도 짜고 심지어 가보지도 않은 곳을 타인에게 추천하고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생생함이 대단했다(어느 회사 대표와의 미팅을 앞두고 서먹함을 없애기 위해 여행 얘기를 꺼냈고, 직접 노르웨이를 다녀 온 그 분과 여행지 얘기를 실감나게 했지만 정작 가본 적이 없다는 저자의 말에 더 화기애애 졌다는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여행준비를 즐길 정도라면 저자가 ‘플렉스’했던 경험이 분명 있을 거라 여겼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외로 <세계 최고 식당의 자격>이라는 에피소드에서 나오는데, 정말 이런 곳이 존재하고 가 본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생경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플렉스’한 경험은 미슐랭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식당을 찾아가는 것인데, 예약 자체가 어렵고 복잡한 것은 둘째 치고 예약 오픈이 열리자마자 품절 되는 게 낯설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이 미식가들에게 ‘성지’ 중 하나라는 것도 그렇고, 정말 우여곡절 끝에 그런 식당을 가서 음식을 맛보고, 제대로 된 손님 대접을 받고 온 경험을 보면서 정말 ‘찐’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다고 말한 나도 설득되어 가능하다면 인생에 한 번은 저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다(아, 이래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을 무조건 무시할 수 없는 건가?).

여행준비의 가장 큰 장점은 여행이 풍성해지는 게 아니라 추억이 풍성해지는 거다. 여행을 앞두고 그 나라 말을 조금만 공부하면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36쪽


이 책의 힘은 진정성이었다. 여행이 목적이지만 삶 곳곳에 퍼져있는 여행의 의미가 잘 녹아있어서인지 다양한 접근이 좋았다.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김영하 작가가 말해준 가장 사치스런 독서인 현장독서(에밀리 브론테의『폭풍의 언덕』을 읽으러 작품의 배경이 된 영국 요크셔로 가 바람 부는 언덕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것._이하 <랄랄라 하우스> 중에서)가 저자에게 미슐랭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식당을 방문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장소에 여행을 가서 좋아하는 또 다를 것을 행하는 것(저자는 스포츠 관람)처럼 여행지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기념품을 모으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정신을 붙들 수 있었던 건 독서였고, 책의 종류에 따라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의 열정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나대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지명을 찾고, 그곳을 가보기를 꿈꾸는 힘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본다. 이왕이면 내가 잘 모르는 나라의 지명이 나오는 낯선 책을 만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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