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다락방 Special edition - 내일의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이지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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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서를 할 때 편독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구미에 안 당기는 장르가 있기 마련이다. 문학에 비중을 두고 다른 장르에 조금씩 접근하는 터라 자기계발서는 내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자기계발 서적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을 제대로 끄집어 내지 못한 내 탓도 있을 것이다. 그 후에 읽은 자기계발 서에서 비슷한 방법 제시와 반복되는 말들은 나의 흥미를 여전히 끌어내지 못했고,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가 되어 인기를 끌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종종 만나게 되는 책들이 있게 마련인데, <꿈꾸는 다락방 스페셜 에디션>이 그랬다.
 

  책을 펴자마자 꼼짝 않고 읽어 버렸지만, 이 책을 꼼꼼히 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하진 못하겠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책장은 쉼 없이 넘어갔고, 다 읽고 난 후에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나의 내면을 어지럽혔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느낌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꿈을 그려보고 그것을 위해 꿈꾸며 노력하면 이뤄진다는 자기 최면적인 발상에 대한 의심보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란 생각이 나를 더 괴롭혔다. 노트를 꺼내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리고 그것들이 현실화 되려면 어떠한 마음과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를 써보아도 뚜렷한 한 가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멍하니 고민을 하다 무엇에 홀린 듯 공부를 하고, 벌떡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새벽 3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날이 밝은 후 어젯밤에 품었던 마음들을 떠올렸지만 생경한 기분만 들 뿐이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잡으려 했던 것일까. 나의 꿈을 시각화하고(vivid) 생생하게 꿈꾸면(dream), 현실(realization)이 된다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였음에도 현재의 내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나를 좌절케 했다. 저자는 자기가 이루고 싶은 것을 늘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것만으로 어떠한 변화가 찾아오는지 알 길이 없었다. 물론 꿈에 이르는 그 치열한 과정은 개개인이 이겨내야 할 자신과의 싸움이 뒤따른다.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늘 누구나 아는 사실과 실천하기 쉬운 것을 들이대는 자기계발 서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 쉬운 실천을 직접 해 본 적이 얼마나 될까. 나 또한 실천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고, 평소 같았으면 이 책의 메시지를 대수롭게 흘려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 책을 만나서인지, 그 메시지는 나의 내면을 계속 맴돌았다.

 

  <꿈꾸는 다락방 스페셜 에디션>에서는 VD를 이끌어 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VD를 이끌어 내려는 동기가 가득한 책이었다. 자기계발 서에서 가장 중점 적인 것은 독자들이 동기유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고, 그 다음은 독자들이 행동할 수 있는 실천의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자기 최면에 걸려 착각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그런 면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종종 보이기도 했다. '자기계발은 대가지불 없는 성공을 다루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노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결과만 드러낸다면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나의 꿈을 시각화 시키고 꿈꾸며 된다는 식으로 잘못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책의 초반에 VD=R의 제대로 된 의미를 알려 주지 않아, 이 책을 처음 접하는 나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거기다 수많은 성공사례들을 나열해서 내가 저 사람들 틈바구니에 있지 못한 것이 나의 노력의 부족과, 꿈 꿀 열정을 갖고 있지 않는 것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 지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극을 시키고자, 안타까운 마음에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워 주려는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이 뭔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는 되레 용기를 꺾는 것은 아닌지 노파심 깃든 걱정도 되었다. 눈앞에 VD를 통한 성공사례가 충분함에도 의심부터 하고, 난 꿈이 없다고 좌절하며, 노력하기를 귀찮아하는 나의 마인드가 잘못 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생각을 듣고,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뜻을 관철시킨 뒤, 주변 사람들에게 품은 생각을 말하며, 그것을 향해 노력 하는 것. 그것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기도로 신(神)과 대화하는 방법과 왠지 모르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던 듯, 저자는 책의 끄트머리에 '성경에서 예수가 말씀하시는 구하고 찾고 두드려야 할 것은 하나님의 나라 즉 성령' 이라고 했다. 자기계발이나 성공이 아니며, 진리를 그르치는 일이 될 것이므로 이런 이야기가 매우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것으로 내가 생각한 VD와 기도의 차이점을 이해했고, 두 가지가 나의 삶에 어떻게 자리 잡을 것인가에 조금이나마 중점을 둘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침대에 누워 몸을 뒤틀며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 책의 내용을 알겠는데, 그것이 나의 현실과 접목되지 못한 것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가 콕 찍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내가 이룬 VD는 하나도 없다며 한숨을 쉬고 있는 찰나,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난여름에 새롭게 정리한 책장이었다. 그 책장을 바라보면서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20대 초반부터 책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늘 머릿속에 상상한 것이 현재 내 방이었다. 내가 이룬 VD가 이렇게 떡 하니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른 것만 생각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 이 책장을 만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고, 현실이 될 때까지 늘 시각화하며 꿈꾸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권씩 책을 그러모을 때마다 나의 기분이 어땠는지, 책들이 늘어감에 따라 책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모든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제야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며 낮은 가능성 하나를 내 안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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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 평전 - 삶, 사랑, 열정 그리고 정신세계
마리안네 잠머 지음, 나혜심 옮김, 이석규 감수 / 자유로운상상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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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 하면 그녀의 삶이 이러했다는 인식보다, 장례식의 한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벌써 12년 전의 일인데도, TV에서 보았던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 관중 속에서 조심스레 마더 데레사가 누워 있는 투명 관을 옮기던 일. 특히나 인도 사람들에게 마더 데레사는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데, 장례식을 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경건했었던 기억이 난다. 더군다나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평온함 때문에, 그녀를 잃었다는 슬픔이 지배적인 것이 아니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더 데레사의 평온함이 그대로 전달되었을 거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이 책을 마주하게 된 이유는 마더 데레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유명한 인물일수록 아는 것이 많지 않다는 아이러니를 깨뜨리고 싶었고, 그녀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의 정신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헌신을 베풀고 간 모습을 더듬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책을 처음 마주한 순간 평전 치고는 좀 얇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해 조금 당황스러웠다.

 

  책의 서문에 보면 '이제까지의 관행과는 달리 좀 더 확실한 사료적 근거에 기초해서 마더 데레사의 인생과 정신세계 그리고 업적을 서술하게 될 것이다.' 라고 쓰여 있다. 마더 데레사를 신화화하고 성인전적으로 단순화시키는 것에서 배제시키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다. 정확한 정보들만을 싣겠다는 의미인 것은 알았으나, 책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평전이라는 것이 아무리 객관화 시킨다고 해도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뜻에 얼마만큼의 신뢰를 가졌는지 나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하기도 전에 마더 데레사란 인물이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 책을 읽는 내내 애를 먹어야 했다.

 

  책의 시작은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녀가 생전에 세워놓은 업적이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달리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다. 당연히 그녀의 출생이 인도라고 알고 있던 나는, 마케도니아의 스코페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울 뿐이었다. 세간에는 그녀의 성장과정과 몇몇 일화들이 잘못 전해지고 있었는데, 그런 점을 뒷받침하기에 적합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세간에 알려진 것에 비해 비교적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마더 데레사는, 성당에서 진보적인 예수회 신부 잠브레코빅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선교사의 소명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수녀가 되어 콜카타로 내려가서 그 힘든 과정을 모두 이겨냈던 것도, 평생을 약자를 위해 봉사했던 것도 12살 무렵에 가졌던 소명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사랑의 공동체를 세계 곳곳에 세워 병든 자들, 여성, 아이들 등을 위해 봉사한 것은 그녀의 크나큰 업적 가운데 하나다. 업적을 따지기 전에 한 사람의 힘으로(물론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기부금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공간을 많이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거기다 하나님의 사랑에 근거해서 그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런 연유로 마더 데레사란 인물이 가진 영향력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거나, 약자들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까지 미쳤으므로 그녀 존재는 너무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마더 데레사는 언론에 나오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는데, 노벨상을 이용해서라도 어떻게 하면 가난한 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그런 생각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마더 데레사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한 인물에 가까웠고, 자신의 몸이 부서지도록 사랑과 열정을 바쳤다. 그런 마더 데레사를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봉사를 위해, 다른 이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가난한 자들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늘 바쁘게 세계 곳곳을 돌아 다녔다. 한 사람의 업적이 이렇게 많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상을 받고, 더 열심히 봉사하며 가난한 자들을 돕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녀였다.

 

  하지만 마더 데레사의 삶을 좇아가며, 그녀의 흔적을 보았음에도 마더 데레사란 인물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서술의 방식 때문인지, 아니면 종교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어가서인지, 마더 데레사의 삶이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간 것은 알겠는데,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마더 데레사란 인물에 무엇이 덧붙여졌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마더 데레사의 평전은 그녀의 삶의 진행 방향에 따라 주변의 것들과 함께 맞물리는 것이었는데, 이 책에서의 마더 데레사는 중점에서 빗겨가 요소에 포함된 느낌이었다. 제대로 정독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 있더라도, 진정한 마더 데레사를 만나기를 갈망했던 터라 책의 구성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더 데레사가 생존에 이뤄놓은 업적과 실천은, 그녀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에게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그녀 자체만으로 벅찰 뿐이다. 이 책을 읽고도 내가 기억하는 것이 TV에서 본 장례식의 단편적인 모습일지라도, 그녀를 알아가고자 하는 열망은 아직 내게 남아 있다. 그녀의 삶을 내가 판단한다는 것은 여전히 벅찬 일이므로, 짧게나마 이런 인물과 동시대를 살았던 것에 대해 감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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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 눈빛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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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권의 책을 선택하는 결정권은 대부분이 나의 주관적인 견해로 이뤄진다. 그 이외는 다른 경로로 선택된 책들인데, 그 가운데 가장 실천하기 힘든 경로는 타인의 추천인 것 같다. 읽어본 사람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내가 그러모은 정보로 책을 고르는 수고를 줄이는 지름길임에도, 나의 취향과 그 외의 자잘한 상황들에 대부분 묻혀버리고 만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있기 마련이다. 필립 퍼키스의 책이 그랬다. 사진은 문외한이라는 말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나의 관심에서 벗어난 분야인데도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이 책과 비슷한 책의 리뷰에 달린 댓글 때문이었다.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이란 책을 읽고 리뷰를 올렸는데, 어떤 분이 이 책도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 주셨다. 그렇게 추천을 해주어도 잊어버리기 일쑤인데 존 버거의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언젠가는 꼭 읽어 보고 싶었다.
 

  그랬음에도 이 책이 내게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거기다 책을 구입한 지 반 년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으니, 한 권의 책이 내게 읽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음에 조금은 신기함마저 든다. 침대에서 뒹굴 거리다 새로 정리한 책배치 때문에 눈에 띄어 읽게 되었는데, 내가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을 발산 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관심을 두지 않은 분야임에도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책의 겉모습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나 보다. '사진 강의 노트'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부제목은 '사진과 삶에 관한 단상'이다. 그렇기에 사진에 문외한이고, 사진 찍기를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도 어느 정도 읽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짐작과 함께 책을 펼쳤음에도 나의 예상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음은 물론 기대를 넘어 내 마음에 쏙 드는 글로 채워져 있었다.

 

  저자는 머리말에 '사진을 가르쳐 온 지 어느덧 40년이 흘렀'고, '어쩐 입장을 옹호하거나 사진 개념과 기술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보다는 생각과 논쟁을 불러오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란 뜻을 밝히고 있는데, 그래서 내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사진의 개념을 설명해도 어차피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사진 찍는 법을 알려준다 하더라도 책을 찍을 때만 쓰는 디지털 카메라밖에 가지고 있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저자가 40년 간 가르쳐 온 사진에서 삶의 단상을 지켜볼 수 있다면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생각을 관철한 듯 사진과 삶이 엉켜들어 간 글은 나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 주었다. 사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하고, 사물을 바라보는 개념이나, 사진을 현상하는 자잘한 것들까지 사진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분위기가 연신 흘러나왔다. 사진을 가르쳐 오고, 비평한 가운데의 글 들을 모았다고는 하지만 예술에 대한 시각이라든가 타인의 명언들이 종종 실려 있어 나의 생각을 많이 틔워주었다. 저자는 예술과 예술 간의 통로를 자유자재로 오가고 있었으며, 그 사이사이에서 얼굴을 내밀어 독자에게 자신의 경험과 사고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려운 글이라고, 사진에 무지하므로 이해할 수 없을 거라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리면 자칫 시선을 분산시킬 위험도 있다. 자신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다고 해도, 한 권의 책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흡수 할 수 없듯이 이 책에서도 각자가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자신이 소화해 낼 수 있는 것들만 받아들여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책을 읽어갔기에 기억하고 싶거나, 괜찮은 문장에 메모지를 붙였는데도 책을 다 읽고 보니 꽤 많은 메모지가 붙여 있는 것에 놀랐다. 대부분 예술에 대한 단상과 나의 처지에 걸맞은 말들에 공감이 많이 갔지만, 무엇보다 사진에서 이끌어내는 삶에 대한 연속성이 마음에 와 닿았다. 잔더 촬영 방식을 말하면서 저자는 '사회 속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그 역할을 맡은 인간의 내면을 동시에 눈앞에 드러냈다.'고 했다. '타인의 인간성을 경험하면서 나 자신의 인간성을 느끼며, 그 순간 우리의 세계는 확장되기 시작한다.'는 설명의 이어짐을 듣고 있으면 눈에 보일 듯 말듯 뜬구름 잡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곰곰이 생각할 여지를 마련해 주었다. 이렇듯 한 장의 사진, 사진기의 부속품, 사진 찍는 방법에서 저자가 이끌어 내는 사고는 현재의 나를 돌아보며,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자도 이미 밝혔듯이 이 책을 읽고 사진에 관한 개념이라든지 기술에 대해서 터득하거나, 사진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진에 대한 무지는 여전했고, 사진으로 인해 삶에 통찰력을 지닌 저자의 시선을 샅샅이 뒤지고 온 느낌이었다. 저자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말로 터져 나오지 않는 간질거리는 느낌에 몸을 배배 꼬이기도 했다. 사진에 관련된 책임에도 사진을 바라보는 시선을 트기보다 사진으로 인한 삶의 시선을 재조명 한 느낌이기에 여전히 한 장의 사진을 보며 달라진 느낌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특별한 시선이 사진을 찍는 뷰어에 의해 파인더를 통과해 내는 과정이 여전히 신기할 뿐이었다. 그들이 얘기하는 세계로 온전하게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사진을 통해 세상을 보아온 한 사진가에 의해 나의 시선이 많이 트인 것은 사실이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 과정에 대한 이 모든 생각과 설명들은 사진을 찍은 지 30년이 지난 후에야 얻게 된 것임을 밝혔다. 그때까지 자신은 진흙탕물 속에서 무언가를 부여잡으려 안간힘을 쓰며 허우적대고 있었으며, 사진은 말보다 앞선다고 했다. 나는 무엇을 부여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되는 반면, 이 과정 또한 충분히 즐길 여지가 있음에 용기를 얻고 나에게 찾아온 작은 책 한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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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달빛 - 타샤 할머니의 할로윈 이야기 타샤 튜더 클래식 9
타샤 튜더 글.그림, 엄혜숙 옮김 / 윌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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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 할머니의 책을 구입할 때마다 늘 검색을 통해서 산다는 말을 언급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타샤 튜더 클래식' 시리즈는 동화책이라서 거의 홍보가 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검색을 통해 출간 소식을 알게 되는데, 얼마 전에는 한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출간 알리미 서비스를 오픈 한 것을 보고 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구입하는 작가가 10명이 넘다보니(거기다 신간이 잘 안 나오기도 하고) 검색이 귀찮기도 하고, 출간 소식을 몰라 적절한 때에 구입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서비스가 생겨 너무 신기해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주르륵 등록하고 보니 괜히 뿌듯했다. 당연히 타샤 할머니도 등록시켜 놓았고, 이제 메일과 문자를 통해 출간 여부를 알 수 있다 생각하니 무척 든든했다.
 

  <호박 달빛>은 타샤 할머니의 책 소개란에서 많이 들어봤던 제목이었다. 할로윈 데이를 맞이해서 실비라는 소녀가 호박 달빛을 만드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곧 돌아오는 할로윈 데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략하게나마 책의 뒷면에 할로윈 데이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어, 나도 잘 몰랐던 할로윈 데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옛날 아일랜드 사람들은 10월 마지막 날에 나쁜 귀신들이 찾아와 나무나 꽃, 열매가 자라지 못하게 하거나 사람들을 병들게 만든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유령이나 마녀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분장해서 귀신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려오던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풍습은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기에, 할머니 집에 놀러온 실비는 호박 달빛을 만들어 할로윈 데이를 즐겁게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옥수수 밭까지 개의치 않고 올라갔으며, 털북숭이 위기를 데리고 옥수수 밭에 도착한 실비는 밭 한가운데서 통통하고 근사한 호박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 호박은 너무 무겁고 커서 굴려서 옮겼는데, 농장으로 이어지는 밭 가장자리까지 왔을 때 그만 호박이 떼구루루 굴러 가 버리고 말았다. 농장으로 들어간 호박은 염소, 암탉, 거위들을 놀래고 화나게 한데 이어, 양동이에 물을 가득 들고 가던 헴멜스캠프 아저씨와 부딪히고 만다. 실비와 위기가 호박을 따라 쫓아왔지만 너무 빨리 굴러가는 호박을 제어할 틈이 없었다.

 

  실비는 아저씨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 드린 후 동물들에게 일일이 사과를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가서 자조지종을 말하자, 듣고 있던 할아버지는 호박의 윗부분을 잘라내고 씨를 모두 파냈다. 그리고 호박에 구멍을 뚫어 눈과 코, 이빨을 내보이며 웃는 입까지 만들었다. 저녁이 되자 실비와 할아버지는 촛불을 켜서 호박 안에 넣었다. 무시무시한 호박 달빛을 한 호박을 보고 있자니 할로윈 데이 기분이 나는 것 같았다. 실비와 할아버지는 호박 달빛을 울타리에 올려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려 덤불 뒤에 숨었다. 그 일로 인해 실비와 할아버지는 아주 멋진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실비는 봄이 되자 호박씨를 심었다. 그 호박들은 잘 자라 수많은 호박이 달렸고, 맛있는 음식이 되기도 하고, 호박 달빛이 되기도 해 실비 같은 꼬마 아가씨를 기쁘게 할 거라며 책은 끝이 난다.

 

  <호박 달빛>은 최근에 읽은 타샤 할머니 동화책 가운데 비교적 이야기가 긴 편이었고, 함께 실린 그림들도 뚜렷하고 세세하기보다 수채화 분위기가 물씬 낫다. 책을 다시 검색해 보니 타샤 할머니가 1938년에 처음으로 발표한 동화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에서 보아온 분위기와 조금 다른 기분이 들었나보다. 이후로도 꾸준히 동화책을 쓰고, 그림을 그린 타샤 할머니였기에 후에 나온 작품과 첫 작품을 비교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타샤 할머니는 4살짜리 조카 실비의 이야기를 이 책에 그대로 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 사랑스럽고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이 책에 그대로 실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책장에 가장 희박한 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화책이 아닐까 싶은데, 타샤 할머니 덕분에 어느새 10권을 향해 가고 있다.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내 책장이 아닌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현재진행형 전작주의를 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이번에 새로 나온 <호박 달빛> 덕분에 한 권이 더 늘어난 것을 보며 벌써 다음 동화책을 기다리게 된다. 사랑스러운 타샤 할머니의 동화책을 만날 수 있어서 어찌나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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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코로 재원 아트북 31
재원 편집부 엮음 / 재원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2005년 여름, 예술의 전당에서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전'이 열렸었다. 마침 서울에 갈 일이 있어 전시회를 보고 왔는데, 무척 기억에 남았던 전시회였다. 전시회를 보기 직전에 서점에서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들> 책을 보고는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전시회가 너무 좋아 바로 구입할 정도였다. 미술 전시회를 좋아하긴 해도, 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느긋하게 보고 오지 못하는 터라 다녀와도 거의 기억이 없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밀레와 바르비종파 거장들'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 대부분이라 무척 마음에 와 닿았고, 특히나 좋았던 몇몇 화가들은 이름을 기억하고 올 정도였다. 그 가운데 단연 1순위는 카미유 코로였다. 밀레를 비롯한 다른 화가들의 평판은 어느 정도 듣고 있었지만, 카미유 코로는 내게 생소한 화가였는데 그림이 너무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모르트퐁텐의 추억>을 직접 보고 나니, 그의 화집이라도 소장하고 싶었다. 그러나 괜찮은 책들이 보이질 않았고, 그렇게 시간은 어느새 4년이 흘러 버렸다.
 

  그 사이에 여러 전시회를 보고 미술에 관련된 책을 봤지만, 늘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코로가 떠올랐다. 워낙 많은 화가들이 있어 어떠한 책을 봐야할지 고민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아는 화가라는 점도 있었지만, 전시회에서 봤던 그림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미술에 관련된 책을 몇 권 읽다보니, 또 다시 코로의 그림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다. 그래서 온라인 서점을 검색을 해봤는데, 달랑 한 권 밖에 검색되지 않았다. 글보다는 코로의 그림위주로 실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코로의 그림을 보고 싶은 열망이 커서 지인에게 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얇은 책이어서 그런지 글은 코로의 생애만 다루고 있었고, 나머지는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다. 코로의 생(生)만이라도 제대로 알고 싶어 꼼꼼히 읽어 나갔는데, 그것으로 코로의 삶과 그림세계를 알기에는 무리였다.

 

  코로의 생애와 책에 실린 그림을 보고 나서, 약간이나마 그에 대해서 알아갔다고는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털어 버리지 못하다, '밀레와 바르비종파 화가들' 전시회를 보고 나서 구입한 책이 생각이 났다. 책장에서 바로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을 꺼내서 코로의 그림과 글이 실려 있는 부분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그러나 이 책은 바르비종파의 여러 화가들을 다루고 있어서, 내가 알고 싶었던 코로의 삶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해소시켰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코로에 관한 글을 조금 읽고, 그의 그림을 비교해보니(미술책마다 색감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의 그림이 훨씬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색감이었다.), 아쉬움이 조금 달래지긴 했다. 잠시 새로 구입한 책에서 남긴 아쉬움을 다른 책에서 약간이나마 보충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갑자기 내 책장의 책들이 사랑스러워지기도 했다.

 

  코로의 삶에 따라 펼쳐진 그의 그림과 화풍을 보면, 말년에 은빛 물결치듯 그려낸 그림들이 가장 돋보였다. 내가 전시회에서 감탄하며 보았던 그림도 말년에 그린 그림이었고,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면서 그림의 변화를 느껴볼 수 있었다. 말년에 들어서면서 더 빛을 발하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화가에게 그림이란 내면을 작용시키는 힘이 부여하기 마련이기에 각자에게 처한 배경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코로는 상점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터라 어릴 적부터 물질에 대한 어려움을 모르고 지냈다. 부모님의 희망대로 포목상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커 부모를 설득해 26살의 나이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온 코로여서 그런지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떠한 격정이 느껴진 다기 보다 평안함과 몽롱함이 지배하고 있다. 여러 곳을 여행하고 퐁텐블로 숲에 머물면서 바르비종파 화가들과 함께 자연을 그렸고,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종교화에도 심취했던 그였기에 그림만으로도 그의 내면을 짐작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살롱전에서도 그의 그림은 비교적 많이 당선된 편이었는데, 그만큼 서정적인 그의 그림은 누가 봐도 부담 없을 편안함이 내제해 있었다. 아무도 눈 여겨 볼 것 같지 않은 숲의 풍경, 세세하면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인물화, 삶의 한 단면 같은 종교화까지 무척 사실적인 그림들이었다. 은빛 물결이 치듯, 안개가 낀 듯, 몽롱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꿈속을 헤매는 분위기로 인해 현실감이 더 드러날 정도였다.

 

  코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고, 많은 작품들을 구경하고 싶던 나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정보가 너무 협소해 그의 삶과 작품이 어떻게 얽혀 들어갔는지 자세히 알 수 없어 짧은 식견으로 그의 그림을 얘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렇게나마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좀 더 큰 관심으로 코로의 작품과 삶에 대한 책들이 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전시회에서 느꼈던 강렬함을 많은 독자들이 누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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