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가 끝난 뒤 - 러시아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박종소.박현섭 엮어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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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출판되는 책들을 살펴보면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세계문학이다. 문학을 좋아하다보니, 그런 흐름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인지도 모르나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반가울 따름이다. 굵직굵직한 출판사에서 새롭게 발행하는 세계문학의 홍수 속에서 독특한 시리즈를 만났다. 작가를 중심으로 책을 펴내는 것이 보통인데, 나라별로 단편을 모은 창비세계문학 시리즈였다. 당연히 관심이 갔음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러시아 문학에 눈독을 들였다. 이미 읽은 작품도 있고, 생소한 작품도 있었지만 러시아 단편문학을 묶어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읽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읽기도 전에 한없이 마음이 들떴다.

 

  책을 읽으면서 더 친근감이 들었던 것은 익숙한 작가들 때문이었다. 그들의 작품을 모두 읽지 못했더라도 단편집으로 묶인 책에서 한꺼번에 만나니 또 다른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2명의 작가를 제외하고, 작품으로 만났거나 이름을 들어본 작가라서 읽기에는 전혀 부담이 없었다. 오히려 작품의 구성상 작가별로 따지기보다 단편을 통해서 러시아의 내부로 들어가 러시아인의 모습을 살펴보는데 더 용이했다. 작가의 명성과 내가 아는 작가라는 알은체를 잠시 접어두니 작품을 순수하게 느낄 수 있었고, 러시아 사람들의 삶 속에 온전히 들어간 기분이었다. 작가들이 활동한 시기와 작품속의 주인공들이 당면한 현실의 차이가 있긴 했으나, 기존의 러시아 작품을 통해 약간의 기본배경이 있어서인지 풍부한 단편을 만난 것 같았다. 서문에 '양식사적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각 시기의 사회상과 역사적 배경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중시했'다고 했으니, 단적인 느낌으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기다 '단편소설의 날카로운 형식적 특성을 잘 살린 작품을 고르고자 애썼다.'고 했으니 배제되는 작품에 대한 판단에 대해 허물이 없길 바란다는 글도 실려 있었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시기를 정하고,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작품을 싣고자 하는 열정이 묻어나는 구절이었다. 러시아 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간에 반가운 작품집이 아닐 수 없으나,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친 작품을 싣다보니 밝은 작품은 드물었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던 시기라서 작가들이 글을 쓴다는 것도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작품 속의 인물들의 삶은 팍팍했고 읽는 독자로 하여금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메시지를 남겨 주었다. 저자가 직접 독자의 입 안에 넣어주지 않는, 독자적으로 깨닫거나 아니면 설명을 통해서 겨우겨우 수긍할 수 있는 메시지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의 단편들은 모두 강렬한 느낌을 주었고, 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흐름을 타며 이야기가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짧은 분량에도 상관없이 이야기는 깊이 각인되었고, 책을 읽고 나서도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작품들이 있기도 했다. 그런 작품들이 나의 일상을 찬란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작품보다 시절의 비극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아 이질감을 느끼는 한편, 인간의 존재감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복수하기 위해 인생의 상당부분을 할애하는 사람, 외투 때문에 목숨을 잃은 관리,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 부자간의 비극을 태연히 말하고 있는 청년, 암소의 죽음을 표현하는 소년 등 주제만으로 충분히 비극적이고 암울함이 묻어난다. 작품을 끝까지 읽지 않고 단적인 설명으로 작품을 전반적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이런 사건의 이면을 뒤집는 작품들도 많았다. 그런 뒤집힘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헷갈려, 독자적으로 느껴야하는 메시지가 많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슬픔'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날'을 연상시킬 수 있었고, '입맞춤'은 꿈에서나 나올 법한 설렘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입맞춤'은 내가 혼자서 간직하고 있던 환상을 모두 들춰내는 것 같아 마음이 덜컹하면서도 내내 설레었다. 사랑을 한다면 그런 마음으로 시작 하고 싶지만, 주인공이 끝내 가지게 된 허무함을 간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썩 유쾌하달 수 없는 단편의 내용들을 보면서도 어디선가 삶을 부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름과 다름이 존재하는 가운데서도 러시아인의 기질을 보여주는가 하면, 삶의 팍팍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작품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함을 소설을 통해 사건으로 마주하면서 다양함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었다. 그런 삶을 살아온 혹은 여전히 살고 있는, 어디선가 존재할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러시아 문학의 사료적 가치를 떠나서라도, 러시아인의 응축된 삶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귀한 경험이 되어 주었다. 다소 낯설게 다가왔을 법한 러시아 소설이 살갑게 다가온 데는 러시아 문학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 섞여있을지 몰라도, 한 권의 책으로 러시아 문학을 만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책 속의 짤막한 단편을 읽다보면 이야기 속에서 방황할 때가 있었다. 암울하고, 좌절감을 맛보며, 때로는 설렘을 안겨주기도 한 13편의 단편은 전혀 닮지 않은 새로운 감정을 실어 나르기 바빴다. 13편의 단편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벅차거니와, 이 작품들이 러시아 단편문학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러시아 단편 문학에 대표 격인 작품이라고 해도, 그들이 가진 기질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이 여러 작품을 자주 접해서, 작품 속에 녹아든 메시지와 이방나라의 삶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그럴 때에 문학 속에서의 풍부한 가치를 더 맛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해보며, 세계문학의 끊임없는 발굴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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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재판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2. 타샤의 열두 달 - 타샤 튜더

3. 거창한 꿈 - 장 자끄 상뻬

4. 시차의 눈을 달랜다 - 김경주

5. 나하고 얘기 좀 할래? - 울리케 담

6.~10. 꼬마 니콜라 시리즈 1~5 - 르네 고시니/장 자끄 상뻬

11. 노 맨스 랜드 - 에이단 체임버스

12. 공항에서 일주일을 - 알랭 드 보통

13. 뉴욕 스케치 - 장 자끄 상뻬

14. 너는 모른다 - 정이현

15. 갈매기의 꿈 - 리차드 바크

16.~17. 프로즌 파이어 1~2 - 팀 보울러

18.~22. 돌아온 꼬마 니콜라 시리즈 - 르네 고시니/장 자끄 상뻬

23.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 김세진 외

24. 4월의 물고기 - 권지예

 

 

--------------------------------------24권

 

 

*붉은색 - 좋았던 책

 

 

- 1월은 시리즈를 많이 읽어서 권수만 많다.

2월에는 좀 더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봐야겠다.

한 작가나 장르에 빠지면 줄기차게 읽어대는 터라

겹친 저자가 많다. 특히 상뻬^^

 

1월에는 42권의 책이 생겼다.

 

 

2010년도에 생긴 책!!

 

 

695. 이름 뒤에 숨은 사랑 - 줌파 라히리

696.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697. 축복 - 장영희

698. 생일 - 장영희

699.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이야기 - 가와시마 고타로

700. 안네의 일기 - 안네 프랑크

701. 천사 바빌론에 오다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702. 비밀성서 - 시배스천 배리

703. 야생초 편지 - 황대권

704. 볼랴뇨, 로베르토 볼라뇨 - 호르헤 볼피 외

705.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 구드룬 파우제방

706. 다산의 아버님께 - 안소영

707. 소셜노믹스 - 에릭 퀼먼

708.~710. 앙코르 꼬마 니콜라 세트 - 르네 고시니/장 자끄 상뻬

711.~713. 안나 카레리나 1~3 - 레프 톨스토이

714. 책탐 - 김경집

715. 몽해항로 - 장석주

716. 다산어록청상 - 정민

717. 심플 스토리 - 잉고 슐체

718. 무도회가 끝난 뒤 - 레프 톨스토이 외

719. 덕혜옹주 - 권비영

720.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 - 김진

721. 아내의 슬리퍼를 신은 남자 - 뱅상 드 스와르트

722. 열린다 성경 생활 풍습 이야기 (상) - 류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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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꼬마 니콜라 세트 - 전5권 돌아온 꼬마 니콜라
르네 고시니 지음, 장 자크 상페 그림,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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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 같은 주말에도 불구하고, 몸이 아파 꼼짝할 수 없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것이 독서밖에 없음에도 어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읽기조차 싫었다. 그만큼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버린 상태였는데, 머리맡을 차지하고 있는 <돌아온 꼬마 니콜라> 시리즈가 계속 눈에 밟혔다. 얼마 전에 파본이 배송되어 다시 교환한 책이었는데, 깨끗한 상태의 책을 보니 마음이 동했다.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읽고, 최근에 출간된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까지 읽어서 니콜라에게 푹 빠져 버렸다. 그만큼 니콜라 시리즈를 모조리 구입해서 읽고 싶을 정도로 무척 기다린 책이 아닐 수 없었기에,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책에 이끌렸던 것이다.

 

  나의 상황과는 달리 다섯 권의 책을 쉬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리 읽어 버렸다. 몸이 아픈 것도 잠시 잊을 만큼 독특한 아이 니콜라에게 푹 빠져 버렸다. 첫 번째 시리즈를 읽은 터라 이야기가 연관되어 지는 것도 좋았고, 내가 읽은 판본보다 깔끔한 번역과 삽화도 좋았다. <꼬마 니콜라> 시리즈는 20년 전에 발행된 책을 읽었는데, 다른 분이 내가 읽은 책은 해적판 같다는 말씀을 해주었다. 현재 <꼬마 니콜라>가 출간된 출판사의 책도 아니었고, 삽화에 색이 입혀진 것 하며, 삽화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였다. 그 사실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우연히 구하게 된 <꼬마 니콜라>를 읽은 터라 어안이 벙벙했다. 괜히 내가 만난 니콜라가 진정한 니콜라가 아닌 것 같았고, 그 이후에 새로 출판된 책을 읽고 싶었다. 이미 <꼬마 니콜라>를 읽었기에, 다른 시리즈를 다 읽고 보자는 생각에 <돌아온 꼬마 니콜라>를 먼저 만나게 된 것이다. 해적판을 읽은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줄 정도로 기대 이상의 깔끔한 구성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꼬마 니콜라>를 통해 니콜라와 친구들, 가족들과 주변 이웃들의 특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에피소드의 연속이라 반복되는 느낌이 없진 않았다. 니콜라에 대한 기본 배경에 주제와 상황을 달리해 에피소드를 쌓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사건이 나타날 때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고, 어느 정도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결코 독자가 상상한대로 이끌어내지 않는 독특한 위트가 남겨질 것이 뻔 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마지막 한 방을 남겨 놓아 재미나게 읽어 나갔다. 상식을 깨는 장난꾸러기 같은 결말, 상상을 뛰어넘는 변수로 사건의 원인보다 끝을 더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다섯 권의 책에 녹아든 많은 에피소드를 달게 읽었고, 마치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니콜라는 여전했다. 엉뚱하고, 장난꾸러기에, 고집을 피우며, 극단적인 면을 보여주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다 니콜라와 떨어질 수 없는 부모님과 그의 친구들이 있어 반가움이 일었다. 에피소드가 일어난 생활반경이 집, 학교, 놀이터, 시즌에 관련된 경험담이 대부분이어서 익숙한 것들이 더 많았다. 니콜라와 마찬가지로 말썽꾸러기 친구인 알세스트, 조프르와, 뤼피스, 외드, 클로테르 등 그들이 가장 반가웠다. 니콜라 혼자만 악동 같은 행동을 했다면, 못 말리는 말썽쟁이라고 혀를 찼을 텐데 또래의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들은 동화될 수 있었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기특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늘 엉뚱한 생각으로 어른들을 기겁시키며, 또래수준의 놀이문화에 빠져 있는 아이들이었다. 늘 우르르 몰려다니며 사고를 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들의 행동이 밉지 않은 것은 아이다운 순진함과 어른의 뒤통수를 치지 않는 딱 고만한 사고방식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내아이지.' 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로 거친 면이 많아도, 아이다움을 잃지 않는 들뜸의 근본정신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노라면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기보다 어이없는 실소를 뱉어낼 때가 더 많았다. 꼭 사고를 칠 행동들만 하고, 각자 고유의 특징을 지닌 채 개성을 발휘하는 모습 때문이다. 학교에서나 놀이터에서나, 아니면 각자의 가정에서나 비슷한 생활패턴을 지닌 채 커가는 아이들이기에 어느 정도의 동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런 아이들과 반대로 어른들은 늘 대립되는 대상으로 나오기 일쑤인데, 그런 어린 시절을 거쳐 왔다고 해도 여전히 말썽꾸러기들을 보고 있으면 나조차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늘 똑같은 잔소리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들 사이에서 그런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성장해 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신기했다. 하지만 니콜라만 보더라도 평범해 보이는 엄마 아빠를 잘 관찰해 보면, 니콜라의 본성이 모두 부모에게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종종 주변에서 아이들이 말썽을 부려 속상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이들은 부모의 숨겨진 본성이다.'라고 충고해 주는데(나의 숨겨진 본성을 닮고 나온 아이가 아직 없다는 이유만으로), 니콜라는 엄마 아빠를 아주 쏙 빼닮은 것 같았다.

 

  니콜라는 떼를 쓸 때나, 억울하다고 생각할 때 자신의 처지를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다. 자세히 살펴보면 엄마 아빠가 다툴 때 니콜라의 엄마의 말투가 그랬고, 니콜라의 엉뚱함은 아빠를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니콜라의 아빠도 니콜라처럼 엉뚱한 생각과 행동을 일삼았으며, 현재도 그런 성품이 어느 정도 깔려 있다고 부정하지 못했다. 니콜라의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와 함께 얽힌 이야기도 참 많았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의 눈에 비추는 어른들, 아이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얽히고설켜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다섯 권의 에피소드는 니콜라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또래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거기다 당시의 프랑스 문화나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엿볼 수 있어서 또 다른 묘미를 느끼기도 했다.

 

  누누이 말하지만, 어린이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상뻬의 삽화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 해적판이어도 <꼬마 니콜라> 시리즈를 먼저 읽지 않았다면, 그 이후에 만난 니콜라 시리즈도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르네 고시니와 상뻬의 환상적인 만남으로 이 시리즈는 탄생했고,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서문에서 르네 고시니의 자녀가 밝힌 것처럼, 상뻬가 없었더라면 이 책은 출간되지 못했을 것이고, 출간되었다 하더라도 상뻬의 삽화가 없이는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 함께 즐겁게 작업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책이 아니라, 고인이 된 저자의 글에 옛 추억을 더듬으며 삽화를 그리는 상뻬의 모습이 떠올랐다. 같은 시간에 함께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책 속에 녹아든 니콜라의 이야기와 삽화는 하나가 되기 되어 주었다. 그만큼 필수 불가결한 관계가 될 때에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 같아 괜히 내가 더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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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아름다운 이야기 푸르메 책꽂이 1
이승복.김세진.이상묵 외 지음 / 부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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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를 이겨낸 24인의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부제목을 보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식상해하고 있었다. 이들의 사연을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지 책을 읽기도 전에 난감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선입견에 불과했고, 한명씩 사연을 읽어나갈 때마다 건강한 신체를 가졌다고 자만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단박에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들보다 건강한 신체를 가졌을지언정, 그들이 나보다 건강한 정신과 의지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4명의 사연을 읽는 동안, 극한 상황에서 자신을 이기고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그들의 삶이 감사하게 다가왔다.
 

  24명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내게 익숙한 사람도 있었고, 몇 줄의 기사로 스쳐간 사람도 있었다. 낯선 사람들의 사연으로 채워졌다면, 나와의 동떨어짐에 더 무관심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익히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 그들에게 괜히 더 관심이 갔다. 슈퍼맨 의사, 한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 말아톤 소년,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등 미디어를 통해서 이미 만난 스타급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이미 식상한 사람들의 사연이라고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을 이기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경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들보다 건강해서가 아니라, 평범함 속에 감추어진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의지를 일궈낸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나온 과거의 일로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한 줄의 글 밖에는 그들의 고통과 눈물이 더 많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삶의 궁지에 몰렸을 때 인간은 가장 먼저 포기를 할 것이다.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자책하고 포기해버리는 것이 훨씬 쉽다. 포기했을 때 자신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앎에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롭고 힘든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사실 또한 알기 때문일 것이다. 비단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장애와 마주했을 때 포기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느껴온 사람들이었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이들도 많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일을 나라고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겁을 먹었으나, 역경을 이김으로써 과거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더 뜻 깊게 다가왔다.

 

  장애를 이겨낸 사람들 가운데서는 오히려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성치 않은 몸을 보면서 비관만 하기에도 바쁠 터인데, 오히려 장애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삶이 더 풍요로워 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이 장애를 갖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지 않았다면 결코 지금의 모습을 갖지 못했을 거라 말하고 있었다. 건강했을 때 지나쳐 버렸던 것들을 장애를 갖고 나서 돌아보게 되었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실험해 보고 싶고, 자신의 마음이 뿌듯해지는 일을 해보고 싶어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고, 지금껏 그런 일을 얼마나 해왔는지 자문해 보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 소개되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갈망을 채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극한 상황에서 이뤄냈기에 더 뜻 깊었지만, 오히려 주어진 현실에 충실했기에 평범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통 이런 책을 만나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다. 이 사람들을 평범한 내 주변 사람들같이 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이 당연했으므로, 이들을 통해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에 이끌리듯 순식간에 책을 읽어나갔고, 어려운 순간을 딛고 일어선 그들을 보면서 도리어 내 마음이 벅차올랐다. 조건으로 보자면 이들보다 더 건강하고, 가능성이 많은 나인데 왜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불편한 몸과 건강한 몸을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써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떠한 편견에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내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었다.

 

  누구나 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 싶어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 세상에 왔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따져보며 고민하게 된다. 그런 고민의 해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바로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인간 본성의 고민을 이 사람들은 멋지게 이뤄내고 있었다.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 타인과 다른 신체를 바탕으로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었다. 또한 육체의 불편함은 꿈을 이루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불편하기 때문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어들지라도,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충분히 아는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현실직시를 철저히 하며 꿈을 조정하거나, 바꾸면서 새로운 삶으로 뛰어 들기 바빴다.

 

   이 책을 읽고 혹시라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이런 분들이 주변에 있다면 기꺼이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경험하기 전에 느끼지 못했던 어려움을 깨닫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노력을 서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얼마 전에 받은 메일 한 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진정성을 알 수 없는, 몸이 불편한 제자를 위해서 책을 보내달라는 메일이었는데 이내 곧 무시하고 말았다. 온갖 생각이 들었고, 내가 책을 보낸다고 해서 제대로 전해질 리 없다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러나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이 닿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심이 현실이 되더라도 동병상련의 아픔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와 닿을 것 같았다. 비록 알지 못하는 타인일지라도 나의 작은 손길로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 내가 이 책을 읽은 가치는 더 빛을 발하는 셈이다. 언제 나도 이런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르므로 보험 같은 책을 읽게 되었다며 책장에 고이 모셔두는 것보다, 진정한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손길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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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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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 읽기와 동시에 내용이 사라져 버리는 책이 있는가 하면, 며칠이 지나도 머릿속에 맴도는 책이 있기 마련이다. <4월의 물고기>는 후자에 속했고, 불편한 생각들이 함께 따라왔다. 한 편의 소설을 읽었지만, 그 소설을 어떻게 희석시켜 내 안으로 받아들여야할지 난감했다. 이래서 현대소설을 읽기 싫은 거라고 억지를 부려보아도, 소설의 내용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깊은 새벽까지 한 호흡에 소설을 읽어버린 탓일까? 책 전체의 느낌이 변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는데, 초반에는 여자라면 한 번쯤 기다리게 되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 것 같아 도리어 내가 흥분을 했다. 그러다 서서히 의문을 갖게 하는 중간부터는 단순한 소설이 아닌 스릴러가 가미되어 흘러가는 것 같았고, 통속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빤하게 흘러가는 결말 앞에 툭 끊어져 버린 기대감은 이내 씁쓸함으로 바뀌고 말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종종 그 내용이 멋대로 뒤섞여 기시감이 느껴지는 책을 만나기도 한다. <4월의 물고기>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뒤덮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때문인지 <물고기자리>란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고, 다중인격을 지닌 타 소설의 인물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온통 상처로 뒤덮인 삶을 살아온 두 인물의 아픈 과거만이 나를 뒤덮을 뿐이었다. 남겨진 이에게 한 줄기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던질 수 없을 만큼, 사랑과 상처가 뒤엉킨 타인의 삶이었다.

 

  요가 강사이자 틈틈이 소설을 쓰는 서인과 프리랜서 사진작가이자 대학교수인 선우의 등장은, 언젠가 만나 남들과 다른 사랑을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예견하게 했다. 한번 쯤 꿈꾸게 되는 첫 눈에 반짝이는 사랑, 육체를 비롯해 영혼까지 채워줄 수 있는 사랑을 그 두 사람이 할 거라 생각했다. 두 사람의 내면에 떠도는 공허는 내게도 익숙한 것이었고, 비워둔 내면을 채우듯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런 속도감이 어지러운 듯, 서인은 선우를 생각할 때마다 그에 대해서 정작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되뇌게 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게 되는 것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면서도, 말을 통하지 않고 알려지지 않는 진실이 없다는 모순 앞에 당면하게 되는 것이 연애할 때의 감정이다.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서인의 것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테지만, 선우에 관한 모순은 서인의 삶 전체를 흔들어 놓는다.

 

  선우에게 깃든 알 수 없는 감정과 흔들리는 눈빛을 마주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서인은 그가 자신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의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선우와 서인을 조여오고 있었고, 선우는 속 시원히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분명 둘은 깊이 사랑하고 있음에도,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선우 앞에 서인은 속수무책이었다. 선우의 제자가 실종되면서 경찰이 찾아오고, 형사와 친구 혜경을 통해 알게 되는 선우의 과거는 의뭉스러운 것 투성이었다. 상처가 있다면 그것을 털어놓고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서인이 선우에게 바라던 것도 그것이었을 테고, 서인 자신 또한 선우에게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은 과거가 있었다.

 

  자라온 배경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이 둘을 통해 철저히 느끼게 되었다. 서인과 선우에게 남겨진 유년시절의 기억은 현재와 이어져 철저히 고립시키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당한 성폭행, 낙태, 유부남과의 사랑 끝에 남겨진 아이 다빈, 10살 때 사라져 버린 엄마가 서인에게 남겨진 상처였다. 그리고 그것을 선우가 품어주길 바랐다. 반면 선우가 가진 상처도 서인 못지않았다. 고아로 태어나 동생과 함께 프랑스로 입양되었지만, 이내 파양(罷養)되어 한국으로 돌아왔고 여동생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곳에서의 생활이 평탄치 않았음을 예감했지만, 선우가 살인을 하게 되는 피해의식과 내면의 악한 힘이 그때 형성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씁쓸함만이 몰려왔다. 여동생의 죽음의 원인과 시체로 발견된 제자, 또 다른 의문의 사건들에 대한 실마리가 서서히 풀릴 때쯤, 서인의 기억을 맴도는 과거의 일도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서인은 선우의 내면에 알 수 없는 악의 힘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당한 몹쓸 짓이 선우와 관계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게 된다. 그러나 그 사실이 서서히 밝혀질 때쯤엔 통속적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이 나의 내면을 지배한터라, 운명의 장난이라도 이렇게 짓궂을 수 없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당사자인 서인은 많이 혼란스러웠겠지만, 자신을 괴롭혀온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고 선우를 통해 듣게 되는 모든 이야기 속에서 그 와의 묘한 인연에 더 마음이 쏠린다. 선우의 너덜너덜해진 내면의 싸움으로 인해 삶의 끝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과 함께 자신의 몸속에 자라나는 선우의 씨앗, 드러난 궁금증에 관한 모든 진실만이 서인에게 남겨진 것들이었다. 선우의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마음조차 들지 않았던 나의 강퍅함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 모든 것을 다 짊어지기엔 서인의 삶이 너무 처절하다고, 운명의 장난이 너무 심하다는 타박조차도 할 수 없었다. 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엔 생생한 묘사가 현실감 있게 만들었고, 반대로 그런 현실감은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이상(理想)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소설을 연재 하면서 각기 다른 장소에서 쓰게 되었노라고 고백했다. 혹시 내가 띄엄띄엄 이 소설을 읽었다면, 한 호흡에 읽으면서 갖게 된 일련의 흐름을 좀 다른 시선에서 보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저자 특유의 흡인력은 밤이 깊어간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를 끌어당겨 도무지 중간에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그런 읽기가 일련의 흐름을 느끼게 해, 내게 독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한 편의 꿈처럼 다가온 이야기는 여전히 내 안을 맴돌고 있다. 사실과 허구 사이에 끼어 버둥대면서도 태연히 정해진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은 소설. 소설뒤에 내게 남겨진 느낌은 그리 유쾌하지 않지만, 하성란 소설가가 말했듯이 '시작과는 너무도 다른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온전히 느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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