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문제들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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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이 소설을 지나칠 뻔 했다. 매력적인 표지를 열어젖히는 순간 불편한 진실, 무관심하게 봐왔던 폭력적인 현실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몇 번을 들췄다 덮었다 반복했는지 모른다. 초등학생인 황순구가 자기가 당한 폭력을 '슈렉'이라 불리는 아영에게 그대로 행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몹시 불편해졌다. 이러한 장면들을 '사소한 문제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란 물음 때문에 책 안의 이야기에 갇혀 버린 것이다. 그러나 불편한 장면을 조금 건너뛰자 소설의 새로운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헌책방 주인 두식과 아영의 만남이 그랬다.

  이 책을 읽고 저저와의 만남의 자리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잔혹하고 폭력적인 내용 때문에 남자가 쓴 소설이 아닐까란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초등학생은 너무 심하지 않나, 최소한 중학생 정도는 되어야지'란 질문을 받았다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자는 '중학생은 되나요?'란 질문을 던지고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재밌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단다.

  저자는 초등학교 때 왕따를 체계적으로 시켜보기도 하고 되레 왕따를 당해본 적도 있다고 했다. 작품 속처럼은 아니었지만 숨기려고 해도 어느 정도 저자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로 르포를 쓰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누구나 한번쯤 학교 다닐 때 왕따를 당하고 시켜 본 경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초등학교 때 시골의 작은 학교라 10명도 되지 않은 아이들 틈에서 왕따를 당하고 시킨 경험이 있다. 왕따를 당했을 땐 정말 자존감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왜 학교에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고, 나는 왜 이렇게 못났는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왕따에서 헤어 나오고 내가 왕따를 시킬 때는 뭔지 모를 짜릿함과 죄책감이 서려 이런 기분은 뭔가 하는 당혹감에 빠지기도 했다.

  아영과 황순구 같은 인물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소설 초반에 내가 느꼈던 어두운 면이나 폭력적인 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저자는 두식을 등장시켰다.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이고 싶었고, 자발적인 소수자인 두식과 어쩔 수 없는 소수자인 아영의 만남을 통해 내면 안에서 스스로 생긴 폭력도 사람을 망가트릴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두식과 아영은 어떻게 보면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가장 위험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두식이 성적 소수자라는 것 이외에는 평범한 남자인 만큼, 어쩌면 헌책방이란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에 아영의 시선으로 내려올 수 있었고 초등학생인 아영과 대화가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아영은 엄마와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엄마 앞에서보다 두식 앞에서 더 어리광을 피우며 초등학생다운 면을 보이기도 한다. 폭력과 왕따 앞에 내놓인 아영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성숙한 모습이었는데 유독 두식 앞에서 만큼은 솔직한 모습을 보여 개인적으로 둘의 독특한 동거 장면이 소설 속에서 제일 즐거웠다.

  황순구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황순구는 아영에게 자기가 받은 폭력을 그대로 세습하는 그야말로 아영의 삶을 파괴하는 인물로 나온다. 폭력은 학습된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 또한 황순구다. 두식을 여관에서 처참하게 폭행한 용복이란 인물도 같은 라인으로 볼 수 있는데, 피해자가 학습되는 과정에서 가해자로 전환되면서 덩달아 악해지고 강해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어 참으로 씁쓸했다.

  가정이 무너지고 폭력과 무관심이 난무한 이야기를 그려냈지만 "가족은 울타리다"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울림이 되었다. 그랬기에 가족 안에서 소설을 쓸 수 있었고 가정이 무너져도 울타리가 무너지는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들었던 어둡고 폭력적이고 우울했던 마음들에 조금은 의미를 찾은 것 같았다. 어찌 되었건 울타리 밖의 세상이 어떤지 처절하게 경험했지만 가족이란 울타리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현재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잘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이런 이야기는 더욱 더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가는 울타리가 영원히 튼튼하리란 법이 없기에 일단 그 안에서의 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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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이주의 리뷰에 뽑혀서 적립금이 들어왔다.
그런 소식이 들려오면 고민할 필요없이 바로 책을 주문한다.
장바구니와 보관함에는 늘 책이 꽉꽉 채워져 있으니까^^


1.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이 책은 알라딘 북플에서 알게 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읽고 싶어하기에 나 또한 궁금해졌다. 간략하게 책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왜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꼭 읽어보고 싶어서 망설임없이 이 책을 주문했다.


2. 행복의 정복 - 버트란드 러셀


분명 무슨 책을 읽다가 이 책에 대한 인용구를 보고 한 번 제대로 읽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그게 무슨 책인지 기억이 안난다. 오래 된 책도 아니고 요 며칠 사이에 책을 읽다 장바구니에 담았으니 <반 고흐 영혼의 편지>가 가능성이 높은데 그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해내는 건 잠시 미뤄두고 요즘 소설에 너무 치우쳐 있어서 비문학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러셀의 책은 한 권도 소장하고 있지 않고 한 권도 읽지 않았기에 이 책이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 저 책을 읽다 도끼 옹의 <미성년> 하 권을 거의 마무리 단계다. 막판 200페이 정도가 안 읽어지더니 읽다 만 책을 좀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꺼내드니 속도가 붙었다. 그 책을 읽고 나면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시작할 것인지, <돈키호테> 상 권을 읽다 만 부분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 아직 리뷰를 쓰지 않은 책은 20권 정도가 쌓여있고, 읽다 만 책들은 그보다 더 많다. 그 책들을 말끔히 정리하고 한 권 한 권 다시 읽기를 시작하면 좋으련만! 둘째 아이가 나올 때까지 나에게 얼마나 시간이 허락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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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5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끼의 작품을 발표 연도순으로 읽어나가는 식으로 도전했다가 중간에 옆길로 새버리고 말았어요. 그래서 <미성년>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어요. 도끼 작품의 끝판왕 <카라마조프>까지 가기에는 읽어야 할 작품 수준들이 만만치가 않네요. <백치><죄와 벌>도 넘어야하고요... ^^;;

안녕반짝 2015-01-1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야>를 먼저 읽고 순서대로 읽었는데 이제야 <미성년>을 끝내고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만 남았어요. 한 십 년 걸린 것 같아요. 저도 중간에 옆길로 많이 새서^^ 무선본으로 한질 더 있는데 그건 언제 또 재독할지!^^

fledgling 2015-01-16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 수입이 짭잘하신가봐염... 책이 어마어마하군용!

안녕반짝 2015-01-16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은 실례되는 말로 들리네요. 물론 책은 돈으로 사는거지만 결혼 전부터 제 서재의 모습은 갖춰져 있었고 오히려 결혼 후에는 책이 더 줄었습니다. 책이 늘어나는건 단기간에 돈으로도 가능한 일일이겠지만 이런저런 사정을 모른 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 실례가 아닐런지요.

fledgling 2015-01-16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례로 받아들이셨다면 죄송하군요. 부러워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책을 사랑하니 다른 거에 쓸돈 아껴서 책을 더 구매할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남편 분의 힘이 큰것처럼 보였네요. 게다가 아이도 둘째가 생겼다고 하시니 수입이 어느정도 짐작이 가네요. 서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책읽는 시간도 촉박한데 반짝님은 다독하고 리뷰까지 정성들이는 모습이 생활에 여유가 없다면 힘들수밖에 없다는 저의 생각입니다. 뭐 반짝님도 바쁜데 시간쪼개서 쓰는거라고 말하실순 있겠죠. 남편 잘 만나고 책읽는 여유가 있을 정도라면 이 정도 시기는 가볍게 웃어넘길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정말 부러워요. 잘 살면 원래 사람들이 싫어하고 욕하는 거 아시잖아요. 알아도 막상 들으면 기분나쁘기야 하겠지만... 여하튼 잘 사는 것도 거저 이루어진게 아니지요. 기분나쁘셨다면 죄송하고요.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다음부터는 시기하거나 비꼬는 댓글은 없을 겁니다. 평소 궁금해서 물어본것이기도 하구요. 엄마가 이렇게 책을 좋아하니 자식도 똑똑한 아이로 자라겠군요. 여하튼 저도 작가가 되는게 꿈이라 이렇게 구매해주는 분이 고맙기도 하고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출판산업에 힘을 북돋아주셔서 대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안녕반짝 2015-01-16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례라고, 죄송하다고 말씀은 하고 계시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네요. 서재가 갖춰진 계기, 개인적인 저의 사정을 아시는 것도 아니고 저에게 온 책 두 권을 소개했을 뿐인데 단지 메인에 떠 있는 서재 사진을 보고 그런 추측을 하고, 여전히 둘째가 생긴 것과 다독하고 리뷰까지 쓸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수입이 되니 그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또 한 번 본인의 생각을 저에게 들이밀고 계시니까요. 과연 책을 사는 것과 한 가정에서 생명을 키워나가는 일,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의 수입이 무슨 상관이 있나 싶군요. 물론 물질이 없으면 책을 읽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도 힘이 들겠지만 저는 아이를 오로지 돈으로 키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기에 단지 제가 새 책을 들이고 둘째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로 왜 제가 살고 있는 환경까지 왈가왈부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서민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서 책 읽는 여유가 없는데 저는 다독하고 리뷰를 쓰고 있으니 스스로 생각하기엔 생활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고 하셨는데, 그건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사를 구구절절 들어낼 생각도 없고 필요성도 못 느끼지만 제가 서민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서민은 먹고 살기 팍팍해서 여유가 없으니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사람들은 모두 그 이상이라는 말로밖에 안 들리거든요. 예시로 외식 한 번 줄이면 한 달에 읽고 싶은 책이 10권이 아닌 이상, 서민이든 아니든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의 차이지 경제능력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편 잘 만나고 책 읽는 여유가 있을 정도라면` 이 정도 시기는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을 줄 아셨다는 말도 굉장한 큰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책 위주로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고, 설사 개인적인 이야기를 리뷰나 포스트에 집어넣었더라도 그게 과연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실례를 범했을 때도 참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분명히 서재가 이뤄진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본인은 죄송하다고 부러워서라고 하셨지만 `잘 살면`이란 말을 자꾸 반복하시면서 마치 제가 잘 살아서 책을 많이 모았고 그게 남편덕이 아니냐는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는 발언을 계속해서 하고 계시네요. 그런 말을 다 하시고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니 이해해달라는 말은 모순으로 들립니다.

평소 궁금해서 물어보셨다고는 하지만, 제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리뷰에 종종 남편 이야기 아이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제 리뷰를 읽고 제가 잘 사는 걸로 보이셨다면 정말 글의 위대함을 느끼네요. 제 스스로 타인에게 오해가 될 만한 부(富)를 드러내는 언사는 언급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출판업계에 도움이 되라고 책을 사는 것보다 책이 순수하게 좋기 때문에 구입하고 읽는 겁니다. 이런 소소한 움직임이 출판업계에 도움이 된다면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부수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어 좋겠다란 생각을 하기도 하겠지만 내가 책을 사니 출판업계가 살아서 움직이라는 바람보다는, 좋은 책,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출간되어서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면 더 좋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독자로써 저의 생각입니다.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서 책을 구매해주어서 고맙고 바람직하다는 말씀은 저의 이러한 생각처럼 개인적인 생각으로 들리며, 지금 이 포스트는 알라딘 이주의 리뷰로 뽑혀서 적립금으로 구매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는데 과연 필요한 덧글이 맞나 싶네요. 제 서재를 보고 그간 제가 샀던 책을 포함해서 하신 말씀일 수도 있겠지만요. 그런 사적인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물어보고 제 답변을 바랄만큼 상호간의 소통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한 가지 외람되게 한 말씀 드리자면 작가라 꿈이라고 하셨는데, 자신의 추측을 이렇게 스스럼없이 낯선 이에게 쏟아내는 것보다 일방통행이 아닌 상호간의 소통을 이어나갈 때 타인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일 수 있으며 그런 밑거름이 작가가 되는 작은 요소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저 또한 이런 말이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fledgling 2015-01-1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경솔한 판단을 했네요. 그리고 이 어플이 채팅이나 쪽지기능이 없으니 리뷰글에 댓글단거구요. 꼭 관련내용만 적으라는법은 없으니까요. 타인이 모두 보는 장소에 저의 댓글이 불쾌하게 받아들였다니 미처몰랐네요. 저는 sns도 안 하고 북플만 간간히 이용하는 편입니다. 일방통행은 저도 원치않고 이번 일로 소통은 어느 정도 했다고 봅니다. 비록 얼굴은 붉힌것같아 죄송합니다만... 몇수 배우고 갑니다. 저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다른분께는 실례를 저지르지 말아야겠군요. 책구매에 대한 본질적인 생각도 저와 생각이 비슷하네요. 작가에 대한 충고도 새겨듣겠습니다. 사과의 뉘앙스가 안 느껴진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리뷰 잘 보겠습니다.
 
헤이세이 머신건스
미나미 나쓰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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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가 내 몸과 마음을 휘감아 혼란스럽던 시절. 내 안에 괴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입을 통해서 들어낼 수 없었던, 불쾌하고 짜증스럽고 타인을 원망하던 삐뚤어진 마음들. 그 마음들을 분출할 수 있는 통로가 뭐였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음악이었던 것 같다. 서태지에 빠졌고 힙합과 록음악으로 연결되는 행보를 보니 나는 사춘기를 넘어 오춘기까지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런 불완전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다른 방법으로 표출했더라면. 아니, 그런 마음을 누군가 어르고 달래주고 다른 것들을 추천해 주었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이라도 달라졌을까?

 

  이 소설은 15살의 소녀가 썼다. 15살이라면 우리나라에선 중학교 2학년인 셈인데 중2병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요즘에 이렇게 소설을 쓴다는 게 신기하고 대단하다. 거기다 봄방학 때 아빠의 업무용 컴퓨터를 빌려 3주 만에 완성한 소설이라고 하니 나의 유년시절과 비교해 보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중3때 쓰기 시작한 독후감 노트를 들여다보면 달랑 한 줄만 남겼던 유치찬란한 느낌이 허다했다. 이 소녀와 당시의 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가진 재능이 다름에도 소설을 쓸 수 있는 행위 자체에 놀라움이 이는 것이다. 뭔가 참 잘 썼다는 느낌이라기보다 자신의 나이대의 고민과 일상, 처한 환경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묻어나 능글맞음보다 주인공의 내면을 더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라면 절대 글로써 이렇게 표출하지 못했겠지만 10대에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와 내면을 뒤덮고 있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는 감성을 고스란히 들여다봐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불편한 것은 결코 15살의 나이에 겪고 싶지 않은 주인공이 처한 환경과 그 안에서 성장해가는 과정이었다. 엄마는 가출하고 아빠는 자신에게 관심도 없고 아빠의 젊은 애인과도 늘 충돌이 인다. 학교에서도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조용히 묻어 지내려 하지만 왕따를 당하게 되고 그나마 평범해 지려 했던 마음의 문조차 닫히고 만다. 말 그대로 방황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어 때론 격하게 감정이 일기도 하고 꿈에서 나타나는 저승사자의 모습까지, 얼마나 불완전한 시기를 혼자서 보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맞추어야 할 표적을 알고 싶다. 싸워야 할 적의 정체를 알고 싶다. (93쪽)

 

  꿈에서 나타는 식칼을 든 저승사자의 요구를 들을 때마다 혼란을 겪으면서도 그 혼란이 어디서부터 야기되었는지 콕 집을 수 없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이 그 혼란의 원인인 것 같으면서도 그 탓만 할 수 없는 건 스스로 이겨내고 살아가야 할 삶이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승사자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머신건을 쏘아버린다면 그동안 걸어온 삶의 궤적에서 탈선해 버리는 것이다. 정해진 길은 없지만, 한 번 탈선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탈선에는 희망을 걸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들끓고 꾸역꾸역 넘쳐나는 마음을 잘 다스리는 건 일단은 자신의 책임이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행보가 달라지듯 나 또한 겪어왔던 그런 혼란을 그냥 글로 써 보았더라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을 거란 생각이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들었다.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쓸 능력도 없지만 오로지 나만을 위해 마음에 이는 온갖 상념들을 끼적거려 봤다면 그때 맺힌 응어리를 푸느라 책을 읽고 난 느낌에 이렇듯 푸념을 해대진 않았을 텐데. 아니면 나의 마음과 비슷했던 책을 만났더라면 적어도 동질감을 느끼며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텐데. 이미 지나와버린 과거에 왜 이렇게 미련이 남는지 모르겠다. 미련을 갖는다고 해서 현재의 내 모습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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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살에 저는 책만 읽었는데 일본의 15살 소녀가 책을 쓰다니 대단한 친구네요. ^^

안녕반짝 2015-01-1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대단하긴 하더라고요.
 
아인슈타인과 도둑맞은 바이올린 범죄현장 탐구 Tatort Forschung 시리즈 1
벨린다 지음, 김희상 옮김, 요한 브란트슈테터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언니집에서 함께 살 때 조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유심히 지켜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했다. 만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다 똑같을 것 같지만 조금씩 다른 점이 있고 조카들이 재밌게 보는 프로그램은 어른인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조카들과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볼 정도로 열혈 시청자일 때가 있었다. 그때의 버릇이 지금도 남아 있어 만화가 할 시간에 채널을 돌리며 끌리는 프로그램을 종종 보곤 하는데 어린이가 중심인 과학수사에 관한 만화를 보고 있으면 꽤 흥미롭다. 그런 면에서 독일에서 출간되어 인기를 끌었다는 ‘범죄현장 탐구’ 시리즈인 이 책을 보니 즐겨보던 텔레비전 만화를 책으로 만난 느낌이 들었다.

  학창시절 공부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 아니었기에 과학 과목 역시 전혀 좋아할 수가 없었다. 뭔가 흥미를 느낄 요소나 그렇게 느끼게끔 이끌어 준 사람이 있었더라면 좋아했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과학은 내게 먼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아인슈타인이 출현한다고 해서 과학과 관련된 책으로 묶어 버리는 단순한 생각을 깨트리듯 이 책에서 등장하는 아인슈타인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거리가 먼 사람이 아니었다. 추리소설 속에 아인슈타인을 등장시켜 그가 어떤 업적을 남기고 어떤 사람인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 것이다. 거기다 나처럼 게으른 독자들이 있을 걸 알고 그냥 술술 읽고 넘어가게 만들지 않고 아인슈타인과 쌍둥이 남매 야코프와 한나가 함께 이 사건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사건은 쌍둥이 남매 집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시작됐다. 아빠의 친한 친구인 아인슈타인 박사가 클랙식 음악회에 초대되어 함께 즐기고 있었는데 아이슈타인 박사가 놓고 간 바이올린 케이스가 사라지고 만 것이다. 거기에는 연구 노트가 함께 들어 있어 꼭 찾아야 만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찾지 못한 단서를 찾아내고 그 단서를 빌미로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 나선다. 허탕을 치기도 하고 고민을 하기도 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에게서 절대 보지 못한 진지한 모습을 보았다. 내가 흥미가 있는 것에도 쉽게 포기하고 쉽게 마음을 접는 모습과는 달리 진지하고 끈질기게 해결해 나가려는 아이들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청소년 때 이런 책을 만났다면 조금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가운데, 챕터의 끝의 질문을 보면서 범인과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갈지 추리해 볼 수 있었다. 범인은 아이들에게 협박 메시지를 남기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그러면 그럴수록 더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해결에 골몰한다. 아이들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아인슈타인 박사가 아닌 아빠 친구이자 친절하고 때론 어수룩한 아인슈타인 박사가 있었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은 사건을 해결하지만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에게는 상과 벌을 동시에 받는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사건에 뛰어들어 해결했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서 말리고 싶은 마음도 있기 마련이다. 말린다고 아이들이 앞으로 이런 일에 뛰어들지 않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부모가 항상 지켜보고 있고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상과 벌이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아인슈타인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하게 알려주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의 생애와 그가 남긴 유명한 업적들을 그대로 보았다면 조금 따분했을 텐데 이야기를 통해 아인슈타인을 만나서 그런지 좀 더 친숙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겐 먼 이야기고 먼 나라 사람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와 상관없다고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라도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고 알게 되어서 다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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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에서 주는 스탬프를 오늘에서야 다 모았다. 30일 연속 출석체크가 있어 오래 걸렸다는! ㅋ 다 모으니 뭔가 허전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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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1-1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탬프 더 만들어주면 좋겠어요_ 한 100개?! ㅎㅎ

소금창고 2015-01-14 09:02   좋아요 0 | URL
ㅋㅋ 맞아요
넘 쉽게 모은거 같아요

[그장소] 2015-01-1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출석에 걸려서 아직..더..종류가 다양해도 좋겠어요..재미있어요..

[그장소] 2015-01-1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한다고..고생하셨어요! 책읽는거야..각자 좋아 하는거라지만..소통하는 일은 ..부러 시간내서 하는것.. 자신을 내어주는 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