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의 길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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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덥고 밥하기가 귀찮아져 점심은 온 가족이 라면을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나니 잠이 와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좀 부은 느낌이다. 잠들기 전에 읽은 이 책을 꺼내들어 마저 읽었지만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 끼를 가볍게 때운 나와는 달리 요리사로 요식업계에 발을 디딘 주인공 모로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더 이상 먹지 않을 때까지 이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로가 오랫동안 한 식당에 머문다거나, 자신의 식당을 열어 끝까지 지킨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어느 날 요리의 세계에 발을 디디고, 그가 한 경험들은 정말 그가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모로의 목소리가 아닌 그의 변화를 지켜보는 시선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육체적인 피로와 끝을 알 수 없는 요식업의 세계가 뭔지 모를 불안감을 내밀었다.


이 직업의 가장 커다란 폭력은, 아시겠지만, 가장 커다란 폭력은 이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요리는 우리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기를, 우리 삶까지도 바치기를 원한다는 것. 74쪽

모로가 경험한 주방에서도 그런 피로를 목도했다. ‘모든 것을 희생하기를, 우리 삶까지도 바치기를 원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로가 경험해 나가는 것들만 살펴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식당을 열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그가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해 4년의 시간을 버텨냈을 때, 직업의 폭력 속으로 기꺼이 들어갔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래서 그가 식당을 처분하고 방랑자가 되어 아시아로 건너가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다시 돌아와 여러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자신의 식당을 연다고 했을 때, 자신의 삶을 한 방향으로 두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난 삶을 원해요. 131쪽

모로의 동선만 지켜봐도 그가 얼마나 보통의 삶에서 멀어진 시간들을 견뎌왔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건 모로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정체되고 고이지 않도록 자신의 선택을 뒤집고, 뒤집어서 생기를 불어 넣었다고 여겨졌다. 그러한 과정이 있기에 모로가 앞으로의 이 길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길 바랐다. 그가 새로 계획하고 있는 식당이 그러하듯 그가 다양한 곳에서 쌓은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그동안 본 적 없는 창조적인 식당이 되기를 말이다.

그래서 모로의 이야기를 다 읽었음에도 끝을 보지 못한 기분이 든 것이다. 내가 점심을 먹고 배가 불러 잠이 든 후에 또 저녁거리를 걱정하듯, 우리의 삶도, 그 안에 내려야 하는 수많은 선택도, 끝이 없는 반복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반복을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모로처럼 홀가분하게 떠나고 되돌아오고 경험을 쌓을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종종 되돌아보고 작은 변화를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반복에서 오는 안락함을 경험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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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케이크 비룡소의 그림동화 149
티지아나 로마냉 그림, 디디에 레비 글, 홍경기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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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음식 프로그램에서 한 배우가 엄마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을 먹으며 눈물을 흘린 것을 보았다. 만든 이도, 그 음식을 먹는 이도 부모님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더 눈물을 자아냈다. 문득, 나도 엄마 음식을 더 이상 먹게 되지 못하면 어떨지 아찔한 생각을 하자 마음이 울컥해졌다. 음식 하나로 몸속에 숨겨져 있던 추억과 맛에 대한 느낌이 살아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감격스러웠다. 내가 엄마 음식을 기억하는 것처럼, 내 아이들도 나중에 내가 해주는 음식을 그렇게 기억해주면 참 좋겠다는 욕심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모나가 만든 케이크로 전쟁을 끝난 이야기는 좀 남다르게 다가왔다. 약혼자 파올로가 전쟁터에 나가서 너무 슬픈 나머지 울고 있던 모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아마 나였다면 매일매일 울면서 보내다 지쳐버렸을 것 같은데 모나는 도서관을 샅샅이 뒤져 파올로가 돌아오고, 전쟁을 멈추게 할 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마지막 재료를 구하러 적군의 지역까지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부모를 잃은 네 명의 아이들을 만난다. 말도 통하지 않는 그 아이들을 차마 놔두고 올 수 없어서 모나는 집으로 데려온다.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를 잃은 네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온 모나가 참 대단하다 여겼다. 전쟁 중이라 모든 게 풍족하지도 않고, 삭막해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부디 저 케이크가 전쟁을 멈출 수 있게 하길 바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과 함께 만든 케이크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저 까만 덩어리에 불과한 모습에 실망했는데, 그날 밤 그 덩어리가 케이크로 변해 있었다. 겉모습은 실패한 것 같았지만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케이크는 점점 커지고 있어서 모나는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케이크를 수레에 실어 전쟁터로 향한다. 모나와 아이들이 옮겨 놓은 케이크에서 너무 달콤한 향기가 나서 서로 싸우던 병사들은 참지 못하고 케이크를 맛본다. 그리고 이내 행복해졌다. 싸우고 있는 이유조차 몰랐던 그들은 그동안 화나고 서로를 미워했던 마음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모나의 간절한 바람대로 전쟁은 끝이 났다. 한참 전쟁을 벌였던 두 나라는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파올로도 무사히 모나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파올로와 모나와 네 명의 아이들은 한 가족이 되었다.

전쟁으로 잃은 것이 많았지만 모나와 아이들이 만든 케이크 덕분에 더 소중한 것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쟁의 참혹함, 이유도 알 수 없는 미움이 모든 것을 삭막하게 만든다는 사실과 부모를 잃은 적군의 아이들과 가족이 될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알게 되었다. 정말 ‘마법의 케이크’라고 인정할 정도로 케이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모든 게 전쟁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지만, 모나가 파올로를 생각하는 간절함이 없었다면, 아이들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케이크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 케이크가 지치고 힘든 병사들의 마음을 녹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간절함과 사랑은 때론 마법을 일으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깊이 경험한 이야기였다. 내 마음에도 그런 사랑이 넘쳐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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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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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나도 정신이상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무심코 책을 펼쳤을 뿐인데 도무지 멈출 수 없었고, 소설 속 주인공 캐시는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상한 일은 계속 일어나고, 전혀 기억을 못하는 캐시를 지켜보다 보니 내 의식도 흐려지는 듯했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면서 혼잣말로 ‘이상해, 이상해’를 반복했다. 약 400쪽의 소설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도 계속 그런 상태라 정신이상을 호소하는 게 어쩜 당연해 보였다. 능숙한 독자라면 캐시가 겪는 일들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겠지만 나는 너무 깊이 몰입한 나머지 그저 과정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드디어 긴 터널을 지나 캐시가 모든 일을 알아채는 계기가 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서서히 진실이 밝혀지려 할 때부터 책장이 더 정신없이 넘어갔다.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잘못 기억했던 거면 친구분이 절 가만두지 않았을 거예요. 276쪽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누군가 자신을 궁지로 몰아 비정상적인 상태로 몰아간다면 캐시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그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내적인 소모가 큰데 그녀는 이 모든 걸 어떻게 견뎠을까? 그녀가 단서를 발견하기 전까지 답답하고,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 지쳐가고 짜증이 났는데 지나고 보니 그녀는 오히려 굉장히 잘 견디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누군가 악의적으로 주변의 환경이 그렇게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쳐지나갔던 자동차 속의 여자. 캐시는 그녀를 도와주려 했지만 여러 이유로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그녀는 다음 날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아는 사람이었다는 충격과 공포감이 그녀를 점점 궁지로 몰고 갔다. 매일 걸려오는 말 없는 전화를 급기야 살인자라고 생각하고, 결국엔 교사 일을 쉬어야 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직전까지 간다. 남편과 친구 레이철이 보살펴주지만 점점 그들도 지쳐가는 기색이 보인다. 나 같아도 배우자나 친구가 이런 증상을 계속 호소한다면 결국엔 지쳐버렸을 것이다. 그나마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구원이 되었다.

캐시는 잃어가는 기억 속에서 혼자 싸우고 있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정신을 완전히 놓지 않고 종종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 숲에서 살해된 제인의 남편을 찾아가 그날 그녀를 돕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남편에게도 하지 못한 고백들을 쏟아놓는다. 그는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고 결국엔 어느 정도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추적하고, 완벽한 증거가 손에 들어온 순간부터 사건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져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는 지혜를 발휘한다.

사건의 진실은 추악했지만 이유를 듣고 자신이 좀 더 배려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제인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가정 앞에는 마음이 찡해졌다. 사람을 한 순간 미쳐가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릇된 욕망이 불러일으키는 범죄와 상처가 너무 깊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씁쓸함은 여전했다.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추악한 면이 언제든지 드러날 수 있다는 두려움, 그렇기에 이성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밖에 할 수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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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어디로 가니?
김병종 글.그림 / 열림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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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풍성하고 힘이 넘칠 때 우리는 너나없이 생명과 사랑의 가치를 간과한다. 그것이 사라지고 소멸한 다음에라야 못내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우연히 찾아 온 강아지 자스민을 16년 간 키우고, 떠나보낸 뒤 어떤 형태의 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다짐한 저자. 그는 예기치 않게 찾아 온 자스민을 통해 가장 먼저 사랑을 배우고 느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랑이 아닌, 동물과 인간 사이에 흐르는 사랑과 함께 한 시간 속에 스며드는 깊고 깊은 정이 오롯이 녹아 있는 책이다. 어렸을 때 개와 고양이를 키웠던 기억이 있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희미해진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예뻐했던 개는 기억이 남고, 그 개가 나를 학교까지 따라왔을 때의 든든함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 일상에서 사라져 버렸을 때의 허탈감도 말이다.

그래서 저자가 16년이나 함께 했던 자스민 이야기를 할 때 그 마음이 감히 짐작되지 않았다. 함께 했을 때의 기쁨과 즐거움, 자스민에게 배우는 사랑, 그리고 마음 아픈 이별까지. 솔직히 애완동물에 대한 격한 사랑을 쏟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나였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 말을 못하는 동물일 뿐이지 사람보다 더 많을 것을 주고받고 배울 수 있다는 것에 숙연해졌다. 아들만 둘 키우고 있는 가정은 언뜻 생각하면 삭막하고 심심할 것 같은데, 그 안에 자스민이 파고들면서 사랑이 넘쳐나는 가정이 되었다. 특히 둘째가 자스민을 너무 좋아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들을 때면, 사랑하는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물이라고 해서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라고 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참혹한 일이다. 그것은 먼저 온갖 종류의 외로움을 견뎌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도 어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늦은 밤 우연히 강아지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들을 때면 장차 어떻게 헤어지려고……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건 그때 문제라고 밀쳐두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이미 자스민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군대에 갈 나이가 되어서도 함께 한 자스민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장 가슴 아팠고 눈물이 났던 장면도 역시 헤어짐의 순간이었다. 군대에 간 둘째의 방문을 바라보며 죽어가던 자스민. 끝까지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예뻐했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당사자가 봤다면 얼마나 슬펐을까. 어쩌면 인간인 우리보다 사랑을 더 깊고 오랫동안 간직할 줄 아는 자스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도 자스민처럼 맘껏 사랑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그렇다. 정말 아름다울 때, 당사자는 모른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좋았구나, 예뻤구나, 행복했구나를 깨닫는다. 과거를 미화시키더라도 그 순간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도 ‘네가 지금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하고 물으면 알 수 없는 웃음만 돌아올 뿐이다. 그래서 현재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믿고 싶다.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할 때 사랑도 느낄 수 있고 사랑도 베풀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모든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한껏 사랑을 베풀고 간 자스민을 통해 나 역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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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3학년이던 1996년 11월부터 독서기록을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국어를 가르치셨는데, 읽은 책이 있으면 지은이와 출판사까지 기록해서 독서록을 남겨보라고 했다. 중 3때 그 선생님이 전근 가셨고, 고등학교 입학이 결정된 직후에야 선생님이 말씀이 떠올라 독서기록장을 쓰기 시작했다. 손으로 썼던 독서기록장은 1,000권을 넘긴 후에는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겼다. 독서록을 보고 있으면 손으로 쓰고, 고치고, 일일이 타이핑을 하며 옮겼던 순간들이 새삼 추억처럼 올라온다.



무엇보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독서기록을 남길 줄은 몰랐다. 어느새 1800권이 되었고, 그로부터 22년이 흘러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남긴 기록에 나의 많은 부분이 들어가 있음을. 그리고 그 기록이 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순간이 있었음을 말이다. 그래서 울컥하는 마음도 있지만 무언가를 바라고 기록을 남기지 않았듯이, 앞으로도 계속 남겨볼 생각이다. 아마 시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읽고 남기지 않을까 싶다. 새삼 내 인생에 책이 들어와 준 것이 참 감사하고 고맙다.



 





1996년 1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읽은 책 모두를 훑어보는 건 무리다. 정말 감명 깊게 읽은 책을 꼽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1권, 100권, 200권 이런 식으로 특정 숫자에 붙은 책을 다시 떠올려보고 그에 따른 리뷰는 링크를 걸어볼까 한다. 처음에 독후감, 리뷰라는 개념이 없던 때라 메모로 간단하게 남겼고, 중간에 기록에 회의감이 들 때는 아예 쓰지 않은 부분도 있다. 또한 형식과 맞춤법이 엉망인 부분도 많다. 후에 점점 발전해 가는(?) 묘미를 보면 될 것 같다. 이걸 정리하는 이 순간, 나도 잠시 떨린다.^^





1권 - 벌거벗은 얼굴 _시드니 샐던

(1996년 11월 읽음)



 


 

지은이:시드니 셀던          출판사:기록되어 있지 않음

줄거리:어느 정신과 병원의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정신과 의사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소설

메모:사건 시작이나 구성은 괜찮았는데 내가 볼때 범인이 너무 단순했다

1996년 11월




원문 http://hiphopdrum.blog.me/40016434296





100권 - 천상의 약속 _백금남

(1998년 9월 읽음)




지은이: 백금남 출판사: 창해

천상의 약속 1

천상의 약속 2

1998년 9월



원문 http://hiphopdrum.blog.me/40016684347




200권 - 명성황후 _강신재

(2002년 2월 읽음)





지은이: 강신재 출판사: 소담출판사

명성황후 1

명성황후 2

명성황후 3

2002년 2월




원문 http://hiphopdrum.blog.me/40016919396





300권 - 손님 _황석영
(2005년 2월 읽음)



지은이: 황석영    출판사:창작과비평사



제목을 보고 상쾌하고 기분 좋을거라 생각했다.
손님은 반가움이 더 짙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받았을때의 느낌은 섬뜩하고 우울해 보였다.
읽고 보니 나의 첫인상이 맞는 샘이 되고 말았다.
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또 한번 느끼게 되었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40017235404





400권 - 자전거 여행 1 _김훈
(2006년 1월 읽음)




지은이: 김훈 출판사: 생각의 나무


처음을 시작할때 무던히도 힘들었던 책이다.
김훈의 문체에 매료되어 김훈 문학 선집(6권)을 통째로 사서 열심히 읽었는데 자전거 여행을 읽을 차례가 되었을때 김훈의 문체에 싫증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책은 펼쳐 들었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내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공백의 상태가 되어갔다.
책꽃이에서 넣었다 빼었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해를 넘겨버렸다.
해를 넘기기 전에 읽어 버리고 싶은 책이였는데 인력으로 안되는 것도 독서다. 오히려 그 마음을 포기해 버리니 순식간에 내게로 스며든다.
그 순식간의 스며듬이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예전에 내가 한창 매료되었던 김훈의 문체에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적나라하고 거침없음이 식상함을 던져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바닥은 아니었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000753689





500권 - 남쪽으로 튀어! 2 _오쿠다 히데오

(2006년 9월 읽음)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출판사: 은행나무



겉표지를 보라!

남쪽으로 튀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것 같은 저 남자의 표정을.

그냥 군말없이 남쪽으로 튀고 싶다. 그러나 튈때 튀더라도 이유는 알고 튀어야 겠지? 역시 이유를 알고 나니 튀는데 의의를 달기가 싫다. 그냥 튀자! 남쪽으로!

 

전작 공중그네와 인더풀에서 엽기적인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인상이 너무 강해 이책도 그런 분위기 일거라 생각하고 기대반 의심반이였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인 지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가족사와 세상은 잠시 당황하게 만들었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008363150





600권 - 맥스와 커피 한 잔을 _맥스 루케이도

(2007년 3월 읽음)




지은이: 맥스 루케이도                  출판사 : 가치창조



교회를 본격적으로 다닐 때 생각이 난다.

심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나간 교회라서 목사님 말씀이나 교회의 분위기가 큰 위로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언니의 권유로 몇번 가본 교회는 늘 따분하고 싫었는데 내가 힘들어서 나가니 커다란 위안이 되어던 첫 마음.

교회를 다니기 전과 다닌 후의 내 마음의 변화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분명 자만하거나 교만할 수도 있기에. 그리고 주님과 나를 따로 놓고 보며 살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015576538



700권 - 파피용 _베르나르 베르베르

(2007년 11월 읽음)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출판사: 열린책들



  한바탕 힘겨운 꿈을 꾼 듯한 기분이다. 분명 현재의 나는 존재 했었는데 어느새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다 인류의 시작을 다시 지켜본 듯한 기분. 내가 인류의 시작을 지켜 본 것은 아니니 다시 지켜 봤다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인류의 끄트머리에서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 든다. 전적으로 파피용호의 기준으로 봤을 때 성립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묘한 기분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지구에서 더이상 무언가를 기대할 수 없던 무리들이 우주선을 타고 떠날 때만 해도 소설이라는 개념이 내 안에 박혀 있어 관찰자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들이 우주여행을 하고, 그들의 변화를 좇다 보니 어느새 파피용호의 인식되지 않는 탑승자가 된 기분이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둥둥 떠 있는 느낌. 그러다 새로운 땅에 도착 했지만 이것이 시작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비현실감. 파피용호는 내 눈에서 사라졌지만 나는 아직도 정착하지 못하고 헤메고만 있었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024715544





800권 - 영화처럼 _가네시로 가즈키
(2008년 10월 읽음)




지은이: 가네시로 가즈키                                  출판사: 북폴리오




   책이 남겨준 여운을 어쩌지 못할 때는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게 된다. 책 내용을 더듬어 보기도 하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현실 세계의 나와 책 속의 나를 하나로 만들어 보려 애쓴다. 책을 통해 받은 감정들 하나하나가 내 몸안에 박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내 안을 떠도는 느낌. 오랜만에 신작을 발표한 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을 읽을 때가 그랬다. 책을 읽고 나니 새벽 3시였지만, 피곤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로지 이 책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벅차고 뿌듯해 나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036483489





900권 -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_데이비드 콜버트

(2009년 5월 읽음)





지은이: 데이비드 콜버트                        출판사: 부키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2008년 8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경합 끝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었다. 그리고 2009년 1월, 미국에 제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기 전부터 돌풍을 일으켰던 버락 오바마의 인기는 국내까지 번졌다. 한두 권 발행되던 그에 관한 책은 부지기수로 출간되었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책들 가운데는 미셸 오바마에 관한 책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큼이나 세간의 이슈가 되고 있는 미셸 오바마의 삶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였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047297965



1000권 -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_헤르만 헤세

(2009년 12월 읽음)





지은이: 헤르만 헤세                     출판사: 민음사



  책장에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임에도,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것은 순전히 겉표지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자화상이 실려 있었고, 고흐의 눈빛이 한 없이 고독해 보였다. 그 눈빛을 차마 거부할 수 없어 충동적으로 책을 구입하고 말았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라는 데서 오는 관심도 어느 정도 작용했겠지만, 그것보다 겉표지에 고흐의 자화상이 실려 있는 이유가 더 궁금했다. 헤르만 헤세의 몇몇 작품을 읽는 동안 작품에 우울한 기운이 깃든 것 같아 즐겨 읽는 작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겉표지를 보고 책을 구입했다는 사실이 계면쩍을 정도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078200057



1100권 - 백치 (하) _도스또예프스끼
(2010년 5월 읽음)




지은이: 도스또예프스끼                출판사: 열린책들



  오랜만에 읽게 된 도스또예프스끼 작품 가운데서도 장편을 읽어서인지 무척 긴 과정이었다는 느낌이 든다. 상, 하를 읽어낸 공백이 커서 묵직한 부담감은 덜했으나, 소설이 주는 무게감은 여전히 나를 비틀거리게 만든다. 그가 펼쳐놓은 세계에서 흩어진 의미들을 일일이 챙기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도 알고, 그것을 따져가며 책을 읽은 것도 아니었다. 그의 책을 읽는 것은 ‘문제를 끊임없이 그 삶을 추구하는 데 있지, 그 삶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607쪽)’라고 말한 이뽈리트처럼 끊임없이 그의 세계를 탐독해 가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의 책을 놓을 수 없고 2독, 3독을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철저히 의미를 찾고 메시지를 분석하는 작가가 아닌, 읽는 과정을 즐기는 작가라고 말하고 싶은 그의 작품을 계속 접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남겨 놓은 소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088055325





1200권 - 퇴마록 국내편 1 _이우혁
(2011년 9월 읽음)




지은이: 이우혁                             출판사: 엘릭시르

 

 

 

  서태지, 음악, 책. 나의 유년시절을 지배했던 것들이다. 서태지와 음악에 관한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종종 열정을 끌어올리려 애를 써보지만 무리임을 느낀다. 오히려 그때는 열광하지 않았던 책이 현재의 나를 지배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기억에 남는 책은 또렷하다. 그 가운데 『퇴마록』을 빼 놓을 수 있을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온통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퇴마록』을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무척 감격하고 말았다. 나의 유년시절이 다시 살아난 듯, 그 당시의 나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인다 해도 모든 것을 감내하고 싶은 재회였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120960982





1300권 - 친구 사이 _아모스 오즈
(2013년 11월 읽음)




지은이: 아모스 오즈                       출판사: 문학동네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일행에게 혹시나, 시간이 허락해서 서점에 들를 수 있다면 아모스 오즈 책을 구입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메모지에 저자의 이름을 스펠링으로 써주고 당부하면서 한권이라도 나에게 오길 바랐다. 그러나 단체로 떠난 일정이라 시간을 따로 낼 수 없었고 서점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해 책을 구입하지 못했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내심 아쉬웠지만 언젠가 원서를 살 수 있는 날이 있겠지 싶어 열심히 번역서를 기다리게 되었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182307825





1400권 - 마지막 숨결 _로맹 가리
(2014년 5월 읽음)




지은이 : 로맹 가리                        출판사: 문학동네

 

 

 

  조금 가벼운 소설을 읽다 보면 무겁더라도 생각할 거리가 있는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책장을 한참 바라보다 이 책을 충동적으로 꺼내 들었다. 로맹 가리란 작가의 작품과 그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다는 데서 오는 의아함 때문이었다.『자기 앞의 생』은 정말 흡인력이 있었음에도 읽다가 덮어 버렸다. 소설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암울해서였다. 그런 뒤에『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책장에 들여놨음에도 그 두 권의 작품이 아닌 이 책을 꺼내든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두 작품보다 그나마 덜 들어본 작품이었고 미발표 유작이 있어서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지도 않았으면서 미발표 유작에 끌린다는 사실이 조금 부조화스럽긴 말이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50193994883



1500권 - 아내의 빈방 _존 버거, 이브 버거
(2015년 6월 읽음)




지은이: 존 버거, 이브 버거                 출판사: 열화당 영혼도서관




  가끔 나의 노년을 생각해 본다. 나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남편과 아이들과 오래오래 함께 살 수 있을까? 상처를 가득 안은 채 혼자 남겨지거나 혼자 먼저 떠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들.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떠남과 헤어짐에 대한 쓸데없는 생각들이 종종 나를 지배할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존 버거가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쓴 글을 읽고 있자니 먼저 떠나가는 것도, 홀로 남겨진 것도 그렇게 슬프고 절망적인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220396052812



1600권 - 문장의 품격 _안대회
(2016년 6월 읽음)




지은이: 안대회            출판사: 휴머니스트




아직도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려 집 안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면 이덕무가 생각난다. 집 안에서 책 읽기밖에 할 수 없었던 시절, 빛을 따라 자리를 바꿔가며 책을 봤을 그가 이런 날이면 의기소침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었던 18세기의 문인 이덕무와 백탑파를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도 문학이 폭발하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뭔가 가슴이 북받쳐 올랐다. 한동안 18세기 문학을 찾아 읽다 어느 순간 잊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그때의 열망을 잠시나마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220736914572



1700권 -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_무라카미 하루키
(2017년 6월 읽음)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출판사: 문학사상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은 게 책 제목처럼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이었다. 외출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들고 나온 책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현장 독서(?)가 되고 있었다. 다만 제목과 같은 완벽한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한 것까지 채울 수 없었지만 말이다. 같은 여자다 보니 남자로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결혼을 했으니 완벽한 남자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현실에선 그런 일이 일어날 일이 없다. 함께 살고 있는 남자만으로도 벅찬 아줌마가 되었으니까.



원문 http://hiphopdrum.blog.me/221030666458



1800권 - W31 : 성경대로 세상 살기 _하형록
(2018년 6월 읽음)




지은이: 하형록                     출판사: 두란노




조금 힘든 하루였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했고,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아팠다. 순간 힘이 들어서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혼란이 왔고, 내게 물질적으로 별다른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과 짜증이 밀려왔다. 앞으로도 계속 이래야 한다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녹초가 되었다. 이런 부정적인 마음으로 잠이 들 찰나, 피곤했음에도 겨우 몸을 일으켜 서재방으로 와서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짜증과 절망이 나의 자만심이었음을 깨닫자 마음이 평안해졌다. 나는 아직 서툰 것뿐이라고, 배워나가는 중이라고 여기자 그제야 위로가 되었다. 이 모든 게 나에게 예비되어 있었다.



원문 http://hiphopdrum.blog.me/221300457961





간단하게 1800권의 책 중에서 특정 번호가 붙은 책만 훑어보았다. 사진과 글을 옮기면서 잠시 추억에 빠졌다. 익숙한 책도 있고, 생소한 책들도 있다. 읽은 책 모두를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소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이런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책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1800권이 되었다. 얼핏 1800권 하면 권수가 많아 보이지만 22년 평균을 나눠보면 그렇게 많지도 않다. 독서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그저 책이 좋아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권수에 치중하기 위해,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더 많이 읽고 싶어서 한 독서도 많다. 그 부끄러운 기록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리뷰라고 하기에도 뭣한 글에 남아 있다. 그래서 이 기록은 그냥 나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을 왜 읽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답은 계속 변했는데 요즘은 그냥 단순하게 대답한다.



책이 좋으니까.



거기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덧붙이면,



책이 재밌으니까. 책을 읽는 순간이 좋으니까.



이렇게 말한다.



이 마음이 앞으로도 큰 변동없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 해준 많은 책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책,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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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6-1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하셔요 저는 유년시절의 독서를 글로 남길 생각을 못하고 다 흘려보냈어요 알라딘 서재를 시작하면서 글을 쓰게 됐고 겨우 한 7-8년 정도가 쌓여 있네요 어린 시절의 저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네요

안녕반짝 2018-06-19 22:56   좋아요 1 | URL
어쩌다 보니 저도 이렇게 오래 기록을 하게 되었네요.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참 감회가 많습니다.
전 고등학교때 일기장이 있는데 그 이전에는 무슨 생각하면서 살았는지 참 기억이 안나요.
그래서 저도 종종 궁금할 때가 있더라고요.^^

2018-06-21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