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보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8
비키 그랜트 지음, 이도영 그림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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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이름은 평범해서 놀림감이 되진 않았지만 외모로 붙여진 별명은 꽤 있었다. 지금은 절대 이마를 까고 다니지 않지만 중학교 때는 왜 그랬는지 앞머리를 내릴 생각을 못했다. 내 이마는 꽤 넓은 편이었는데 그래서 친구들이 붙여준 이름이 황비홍이었다. 한참 황비홍이 유행하던 시기이기도 했고, 나도 그 시리즈를 모두 봤지만 사춘기 여자아이에게 붙여준 별명치고는 고약했다. 처음에는 놀리는 아이를 응징하고 다니다, 나중에는 포기하고 될 대로 되란 식이었다.

이 책 속의 주인공 댄 호그는 나보다 좀, 아니 많이 심하게 놀림을 받았다. 돼지(hog)를 뜻하는 이름이 들어갔으니 얼마나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을까? 거기다 몸도 비쩍 말랐고, 머리모양도 튀고, 두꺼운 안경까지 썼으니, 안타깝게도 ‘왕따’를 당할 요소가 너무 많았다. 특히 등치가 큰 셰인은 지독하게 댄을 놀려댔는데, 툭하면 아이들 앞에서 망신을 줘서 학교에서 돼지가 있는 농장으로 견학을 간다고 했을 때도 오히려 댄 호그가 더 주인공이 될 정도였다.

담임선생님이 아파서 일일 선생님이 아이들을 인솔하고 농장으로 견학을 가는 날. 버스 안에서부터 댄은 셰인에게 또 괴롭힘을 당하고 코피까지 흘린다. 크리저 선생님은 일일 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능력을 보이면서 댄 호그를 보호해주지만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선생님의 보호를 받기란 불가능했다. 그렇게 농장체험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셰인을 피해 괴롭힘을 덜 당할지 고민하는 사이 아이들을 안내하기로 한 농부아저씨를 만나긴 하는데 점점 이상한 분위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농장을 소개해주는 아저씨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알아챘을 것이다. 문신이 가득하고, 상스런 말을 내 뱉고, 눈빛도 험악한 아저씨를 크리저 선생님이 이상하게 여겨 밖에서 이야기하자고 나갔지만 선생님이 아프다는 말만 들려오고 아이들은 꼼짝없이 그 아저씨의 인솔 아래 움직이게 된다. 만약 댄 호그가 알러지 때문에 재채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휴지를 가지러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더라면 모두 끔찍한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휴지를 가지러 간다고 허락을 받았지만 알러지 약을 먹어야 멈춘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버스로 몰래 간다. 그리고 거기서 손이 묶인 채로 피습을 당한 버스기사 아저씨와 크리저 선생님을 발견하다. 그리고 댄 호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다시 견학장소로 돌아간다.

급기야 아이들이 모두 갇히게 되고 혼자 몰래 빠져나온 댄 호그는 그 남자가 끔찍한 일을 저지를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댄 호그는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것과 이런 상황에 멘붕이 온다. 늘 왕따를 당하고,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던 댄 호그가 그런 위기를 해쳐 나가는 건 영특해서라기보다는 본능적으로,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하나씩 해쳐 나간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절대 침착하지 못했지만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자신이 할 수 일을 해나갔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절대 도움을 청하고 싶지 않았던 셰인에게 말을 걸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결국 나중에는 둘(댄 호그, 셰인) 다 ‘댄 호그’를 싫어하지 않게 된다.


최악의 농장 체험이 될 뻔 했던 상황에서 영웅이 되어버린 댄 호그를 보면서 때론 자신의 약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러기까지 많은 인내와 용기, 긍정적인 사고가 뒤따라야 하지만 그렇게 버티고 버텨 준 댄 호그가 대견해 보였다. 자신이 쓸모없다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사춘기 때 나도 그런 생각에 꽤 오랫동안 묻혀 있기도 했는데, 그때는 정말 몰랐다. 내 존재가 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지금의 나도 하루하루 존재하며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댄 호그처럼 위기가 기회가 되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꼭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대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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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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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킥킥대며 읽을 줄 몰랐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주인공의 삐딱함이 눈에 거슬려 조금 읽다 덮어버렸다. 책 제목을 보며 나름대로 고상한『도련님』을 상상했다가 내면에 온통 불만과 삐딱함으로 채워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굳이 들어야하나 싶었다. 그렇게 책이 묻히나 싶었는데『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를 읽고 완전히 시선이 바뀌어 버렸다. 그 시선이 유지되나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꺼내 들었는데 정말 단숨에, 그것도 너무 재미있게 읽어버려 스스로에게 놀랄 정도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형과 둘이 남겨진 주인공은 형이 재산을 처분하고 남겨준 약간의 돈으로 딱히 할 게 없어 공부를 한다. 그리고 중학교 선생님이 되어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첫 부임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내용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키우다시피 한 기요라는 하녀만이 유일한 자기편이었지만 멀리 부임한 까닭에 그런 기요와도 떨어져 지내게 된다. 단지 그거 하나만 아쉬울 뿐, 도쿄를 떠나는 것도 먼 타지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것도 주인공에겐 그냥 될 대로 되란 식이었다. 앞 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늘 손해만 보고 살아왔다 생각하고 있기에 그곳에서의 생활이 평탄하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그야말로 다사다난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용으로만 보자면 유머가 숨어 있을 곳이 없었다. 그럼에도 킥킥댈 수밖에 없었던 부분들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만 품고 있는 불평불만과 삐딱함과 생뚱맞은 진지함이었다. 보이고 느끼는 대로 사람에게 무조건 별명을 지어주고 곧 모든 걸 때려치울 정도로 내면에서는 무덤덤함이 묻어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소심하게 여겨질 정도로 빈약할 때도 있었다. 무모하게 저지르고 보는 성향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외소한 자신의 체격과 이러저러한 상황들을 보며 덤비는 걸로 보아 전혀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단지 내면에 들끓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젊은 혈기로 보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나이와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23살에 자신보다 덩치 큰 중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던 주인공의 내면의 갈등과 지난함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교육에 대한 진중한 고민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과 그곳에서 만난 선생님들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했다. 멋대로 별명을 붙여서 부르는 선생님들은 모두 그의 시선에선 비정상이었고, 그들의 이중성을 알게 되면서 경악하기도 하고 측은하게 생각하기도 하면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철저하게 혼자만의 생활을 하려해도 이런저런 모함에 휩쓸리기도 하고 자신과 다른 선생을 괴롭히며 얍삽하게 구는 교감의 뒤를 캐기도 한다. 나름대로 복수를 했다 생각하고 미련 없이 사직서를 던지고 도쿄로 향하는 그를 보면서 마치 타인의 꿈속을 헤맨 것 같았다.

처음부터 정착해야겠단 생각으로 간 것도 아니고 늘 여의치 않으면 도쿄로, 기요에게 가기로 마음속에 정해놓아서인지 그곳의 이야기가 더욱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과 타인의 시선이 대조적이라(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양면성으로 주인공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인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부정할 수 없듯이 그의 시선에 보인 타인도, 타인의 시선에서 보인 그의 모습도 다 그를 그답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곳을 떠났을 땐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시작이라 생각했기에 나 역시 주인공처럼 아쉬움이 남진 않았다. 오히려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갇힌 느낌이 들 정도로 주인공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여행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은 좀 특이한 여행은 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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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당신을 위한 갈라디아서
팀 켈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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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믿음의 수준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다. 27쪽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고 믿고 있으면서 늘 당당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내 믿음의 수준이 형편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에 복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많은 혼란이 있었다. 바로 복음에 대한 나의 무지였고, 율법에 관한 오해였다. 지금껏 나의 믿음은 어찌된 일인지 율법의 행위에 지나지 않았고, 복음이 온전히 들어오지 않아 그 기쁨과 은혜를 만끽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다 율법과 복음에 관해 제대로 알려준 책들을 읽으면서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율법에 익숙한 신앙생활로 돌아왔고, 영적 자존심도 들쑥날쑥 한 그야말로 기쁨을 하나도 누리지 못하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죄성이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뿌리 깊은지를 모른다면 구원의 메시지는 감격과 해방으로 오지 다가오지 않는다. 자신의 빚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면 그리스도께서 치르신 대가가 얼마나 큰지도 알 길이 없다. 자신이 별로 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은혜라는 개념도 우리를 변화시킬 수 없다. 128쪽

갈라디아 지방 교인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바울의 서신서로만 알고 있었던 <갈라디아서>가 이렇게 날카롭고 명확한 내용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갈라디아서>를 읽었지만 이렇게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했고, 구절마다 스며든 참 뜻을 알지도 못했다. 나의 믿음 부족보다 무지했다는 말이 더 맞을 정도로 가장 기본적인 복음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당연했다. 나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20대 초반에 교회에 나가 분명 하나님의 은혜를 받았고, 한동안 감격해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어느새 나는 그 은혜를 잊어버렸고, 은혜의 기쁨을 내 행위와 자만으로 채워나갔던 것 같다. 그렇기에 바울이 갈라디아 지방 교인들에게 적이라 느낄 정도로 하나님의 말씀을 적확히 전달하는 것을 보며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아 이 책의 제목이 왜 <당신을 위한 갈라디아서>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복음은 우리를 율법에서 해방시켜 결국 율법을 지키게 한다. 복음은 사랑 없이 이기적 동기로 율법을 지키던 우리의 구습을 없애 버린다. 대신 사랑으로 율법에 순종하고 싶은 마음을 불어넣어 준다. 213쪽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복음은 평생 우리가 안고, 깨닫고,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신칭의는 그것보다 더 깊은 이해를 요구하며, 한 순간 체험하고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배우고 삶에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거기다 율법의 해방을 알게 되면 순간적으로, 자유롭게 내 맘대로 살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미 하나님께서 나의 죄를 대신해주셨고, 건져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하나님의 복음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율법을 지키는 것이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바탕임을, 우리가 더욱 바라봐야 할 대상이 하나님임을 더 깨닫게 한다. 마치 그런 이치 같았다. 처음 교회를 다녀야 했을 때 일요일에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고, 쉴 수 없다는 불안이 가득했다. 하지만 예배를 드리고 나면 평안해지는 마음과 교회를 나가지 않았을 때의 자유로움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만큼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더 커져 더 열심히 예배드리고 싶고, 얼른 주일이 와서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초신자의 율법적인 행위일지라도, 율법에서 해방되어 율법에 순종한다는 말이 이와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요컨대 바울의 말은 이제 우리가 하나님의 율법이라는 가치관과 무관하다는 게 아니라 더는 구원의 길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제 율법은 두려움을 이용해 억지로 순종을 강요하지 않는다. 126쪽 ~127쪽

거짓 교사들이 갈라디아 지방 교인들에게 율법을 강조하며 마치 그것이 구원에 이르는 길인 것처럼 유혹하고 있을 때 바울은 그들의 잘못을 낱낱이 짚어나간다. 그리고 구원에 하나님 은혜 외에 고쳐지고 추가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복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바울은 갈라디아 지방으로 왔다. 그리고 비단 갈라디아 지방 교인들에게만 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오류와 잘못된 신앙이 얼마나 많은지 부끄러워질 정도다. 복음은 간단하고 명쾌하다. 하나님의 은혜 외에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다. 복음을 제대로 이해하면 바울의 날카로운 말들에 마음이 찔리는 것이 아니라 더 정신이 차려지고, 불안하고 두려웠던 마음이 기쁨과 안심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 마음을 지키는 것은 늘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복음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쉽게 간과하고 잊어버리고 자만에 빠지고 만다. 복음의 기쁨을 제대로 맛보면 다시는 그런 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기쁨이 더 많았다고 생각되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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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에서 매년 이렇게 통계 내주는 거 너무 좋다.

그리고 볼 때마다 놀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지금까지의 구매 금액!

9백만원이 넘는다니! 지금 당장 내 수중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12년 간 저 책들을 살 때의 행복감을 알고 있기에 그저 기록은 기록으로만 두려고 한다.


상위 몇 프로 이런 건 나랑은 항상 거리가 멀었는데 구매 금액으로 여수시에서 0.29 프로!!

내년에는 정말 0.1 프로로 올려볼까?


책으로 상위 올리는 건 좋다! 어차피 소득으로 못 올린다면! ㅋㅋㅋㅋㅋ



12년 간의 기록을 보내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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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이 책을 정독하게 될 줄은 몰랐다. 치킨에 관한 책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었다.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 보니, 한 달에 한 번은 꼭 시켜먹는 게 치킨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치킨집이 있지만 늘 어떤 치킨이 맛있는지 몰라 먹어본 치킨만 먹고 있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정보습득 요량으로 정독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치킨에 관한 추억들이 중구난방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100이 넘는 치믈리에를 배출하는 나라, 한국이 아니라면 치킨에 대한 책을 내기란 불가능했을지 모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깊고 화려한 치킨 문화를 가진 나라, 세계 모든 맥도날드 매장 수를 합친 것보다 치킨집이 많은 나라, 공원이든 강변이든 언제 어디서나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있는 나라



프롤로그의 이 글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에 이 책을 정독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치킨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궁금증! 그 궁금증을 이 책이 풀어주길 바랐다.





목차는 온라인서점에서 상세히 보길 권한다. -> 목차보기



프롤로그를 지나 목차를 살펴보면 정말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치킨을 고르는 것부터 치킨의 역사, 즐기는 방법과 음료 소개까지 정말 치킨의 모든 것에 대해 나와 있다. '치킨무 페이스 조절법' 목차를 보고 혼자 빵 터져서 가장 먼저 봤는데, 나는 늘 치킨무가 부족했는데 앞으로는 '재력가 타입'으로 치킨무를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치믈리에가 뽑은 베스트 치킨 3'다.

내가 시켜먹는 치킨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1위는 BBQ 황금올리브치킨



나는 시켜먹은 적이 없는 치킨이었다. 그래서 다음에 치킨을 시켜먹으면 1순위로 시켜보자 싶었다.

념보다는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는 터라 정말, 정말, 정말 먹어보고 싶었다.







2위 교촌치킨 교촌허니오리지널


3위 BHC 뿌링클



드디어 내가 먹어 본 치킨이, 그것도 주구장창 시켜먹는 치킨이 나왔다. 바로 '교촌허니오리지널'이다. 뿌링클은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해서 딱 한 번 먹어봤는데 특별한 기억은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시켜서 음미해보마 다짐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교촌치킨을 정말 좋아한다. 조금 짤 때도 있지만(동네마다 조금 다른 것 같다.) 치킨에 대한 추억이 하나 있다. 치킨을 시켜 혼자서 먹어본 경험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지 않게 살아서인지(어릴 적 기억이 성장해서도 치킨을 시켜 혼자 먹는 건 과분하다 여겼다. 충분히 시켜먹을 수 있는데 왜 치킨에서만큼은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 치킨은 늘 누군가와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그러다 첫 아이를 임신해서 입덧이 너무 심해 아무것도 먹지 못할 때, 문득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교촌치킨 골드윙을, 그것도 점심 때 시켜서 혼자 야무지게 다 해치웠다. 입덧 중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었고, 남편 몰래 먹었다는 미안함에 흔적을 다 없앴다. 그때부터 교촌치킨은 나에게 좀 특별하게 남아 있는데, 최근에 배달료가 추가되는 바람에 뭔가 서운해서 자제하고 있었다. 아마 조만간 시켜 먹지 않을까 싶지만.^^



그러다 『치슐랭 가이드』에서 치믈리에가 뽑은 1위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 참지 못하고 시키고 말았다.





내가 간과했다. 아이들 앞에 치킨을 놔두고 사진을 찍는다는 게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둘째가 닭다리를 바로 낚아챈다.




남은 닭다리 하나를 제발 들어달라고 사정해서 남편이 들고 있을 때 책과 함께 찍는데 성공했지만, 뭔가 이미 끝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ㅋ



예쁜 사진이고 뭐고, 아이들이 마구 치킨을 집어 먹는 탓에 이론으로 접한 치킨을 음미할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 먹어본 '황금올리브치킨'은 정말 튀김옷이 바삭했고, 남편과 나는 연신 오랜만에 후라이드 다운 치킨을 먹는다며 감탄하며 먹었다. 그만큼 맛있는 치킨을 먹고 싶은데, 정보가 없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둘째가 치킨 맛을 알고부터 항상 한 마리 시키면 애매하게 남았던 치킨이 부족할 지경이 이르렀지만, 가끔 남은 치킨으로 응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식은 치킨도 맛있다고 하지만 튀김옷이 눅눅해진 치킨을 첫날처럼 즐겨본 적이 거의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나 다를까 남은 치킨으로 응용할 수 있는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도전해 보고 싶은 요리법이 몇몇 있었다. 둘째가 배가 불러 치킨이 남는다면 꼭 한 번은 만들어봐야지~^^






문득 지인들과 밥을 먹으며 메뉴를 정할 때 뭘 좋아하냐는 물음에 우스갯소리로 '닭띠라서 그런지 닭요리는 다 좋아해요.'라고 종종 말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는 치킨, 닭볶음탕, 찜닭 등 닭이 재료가 되는 요리는 다 좋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위는 닭가슴살이다. 그래서 나와 치킨을 먹을 땐 웬만해선 부위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떠오른 추억 하나 더!



지금처럼 치킨집이 많지 않았던 20대에 치킨이 먹고 싶으면 꼭 가던 곳이 있었다. 전남 지역에는 매장이 한 개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파파이스였다. 그때는 집 앞에 바로 있어서 혼자 가서 먹고 오던 날이 있었다. 그리고 매장이 사라지자 아쉬운 대로 롯데리아에 가서 항상 치킨텐더를 먹었다. 친구들과 함께 가서 치킨텐더를 주문하면 항상 시간이 좀 걸린다는 대답이 들려와도 항상 기다려서 머스터드 소스에 꼭 찍어서 먹었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치믈리에의 인터뷰를 보면서 정말 치킨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놀랐다. 하지만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책을 대입해보니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한다는 것.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종종 세상은 살아갈 힘이 된다는 진리를 치킨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깨달을 줄은 몰랐다.






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분명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치킨집이 많이 있는 게 아닐까?


치킨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던 이 책을 읽으면 나처럼 잊혔던 추억들이 분명 떠오르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목적은 확실합니다.


여러분의 더 나은 치킨 생활을 돕고, 최고의 치킨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_ 프롤로그 중



이 책과 함께 치킨을 드셔보시길!


너무 유쾌한 경험이라 많은 분들에게 이런 책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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