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고백 - 사도신경으로 나의 믿음을 세우다
황명환 지음 / 두란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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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신경에 관한 독특한 기억이 있다. 신앙을 가지기 전이었고, 신앙을 가지고 있는 언니네와 함께 살 때였다. 방에서 혼자 잠들었는데 심하게 가위에 눌렸다. 꿈은 너무 생생한데 몸이 움직이지 않아 온 몸에 소름이 돋을 때 기억나는 건 성경책밖에 없었다. 기도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을 때 사도신경을 읽어보라는 형부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겨우 침대에서 내려와 엉금엉금 기어가 형부의 가방을 열어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사도신경을 소리 내어 읽었다. 그야말로 불을 켤 용기도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평안함이 왔고, 그 뒤로 지금까지 가위에 눌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도들의 가르침을 요약하고 정리한 것이 사도신경이고, 이 진리가 틀림없는 것이기에 사도신경은 오늘날 모든 교회가 함께 고백하는 유일한 신앙 지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15~16쪽

 

지금은 예배를 드릴 때 습관적으로 툭, 하고 나오는 게 사도신경이다. 사도신경을 읊으면서도 분명 엄청난 고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알려고 했던 적은 없었다. 그저 나의 나약함을 외면하며 정말 사도신경을 완벽하게 믿는지 의심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도신경은 기독교의 내용을 가장 잘 압축 해놓은 진리의 기준이자 지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이론이라도 사도신경과 맞지 않으면 거부하면’된다고 말이다. 이렇게 잘 압축해 놓은 진리의 기준을 놔두고 나는 어디서 믿음을 찾으려 했는지 모르겠다. 그 사실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부끄럽다.

 

그런데 많은 성도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수를 우리의 구주로 고백하면서도 믿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 여기서 착각해선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이유는 믿음이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미 엄청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성령 하나님이 그 믿음을 주셨습니다. 문제는 실행하지 않는 우리의 나약함입니다. 54쪽

 

결국 나의 나약함이었다. 그 나약함을 인정하면서도, 하나님께 구하지 않고 ‘언젠가 더 큰 믿음, 더 큰 능력이 생기면 순종하며 살 수 있겠지’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매일 기도해야 한다. “성령 하나님은 ‘인격적’인 분이시기 때문”에 이렇게 늘 기도하지 않으면 나의 나약함이 믿음까지 져버릴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지음 받았으니 그 사실을 인정하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더 기도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 안에 ‘이미 엄청난 믿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처음 아는 사실처럼 감격으로 다가온다. 그것도 나에게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선물로 말이다.

 

스스로 무능하다고 탓해선 안 됩니다. 우리 자체만 본다면 무능하지만, 모든 것을 감당케 하시는 성령 하나님이 우리 옆에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성령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61쪽

 

“성령은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님과 동등한 ‘인격적’ 하나님입니다.” 라는 사실을 믿는다. 저자는 창세기 1장 1절을 믿으면서 성경의 다른 것은 믿지 않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다면 성령이 ‘어떤 능력이나 힘, 에너지 같은 객체가 아니라’ 거룩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또한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신 사실, 우리를 선택하시고 이 세상에 보내신 이유를 알게 되면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초대교회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가톨릭과 기독교, 개신교의 의미를 알고 나면 교회가 하는 역할도 제대로 알게 된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교회에서 불거진 문제는 교회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혼동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문제에 ‘교회의 주인’을 넣어보면 해결이 어렵지 않다는 사실도 말이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을 하다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알고 있는지 여부가 인생의 성패를 가릅니다. 안타깝게도 이 단순한 진리를 모르는 미아가 세상에 가득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로 와서 주님의 은혜 가운데 사명을 감당하며 살다가 다시 하나님께로 가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인생을 제대로 사는 길입니다. 122쪽

 

그러므로 ‘미래적 관계에 기반을’ 둔 교제를 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과거, 현재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믿는 사람들만 구별되는 미래적 관계가 아니라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교제가 이뤄져야 한다. 늘 소극적이고 현재의 관계만 중시했던 나에게 미래적 관계의 의미는 남다르다. 누군가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갈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하면 허투루 스칠 사람이 없다. 이렇게 하나님 앞에 ‘나의 신앙고백’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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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올게 : 바닷마을 다이어리 9 - 완결 바닷마을 다이어리 9
요시다 아키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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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아꼈다. 완결을 알았기에 읽을 만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나름대로 경건한 마음을 취한 셈인데 그도 그럴 것이 약 8년 전 처음으로 입소문을 듣고 이 만화책을 읽었다. 그 때만 해도 1~2년에 한 권씩 나올 거라 생각도 못했고, 생각보다 그 시간이 빨랐다는 기분이 들 줄도 예상 못했다. 일 년에 한 권이라도 좋으니 계속 이 이야기가 이어갈 수 있길 바랐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난 배다른 동생 스즈에게 함께 살자고 건넨 한 마디 때문에 카마쿠라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따뜻한 이야기가 좋았다. 그리고 줄거리마저 희미해지게 띄엄띄엄 출간되는 책을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그런 책이었으니 마지막 권이 나에게 ‘읽어달라’고 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출간부터 완결까지 꼭 10년이 걸린 책이자 내가 유일하게 모은 만화책. 보내기 싫은 심정도 충분했다. 그래서 느긋하게 기다리다 지난 주 금요일 집안일을 멀끔히 해놓고 배를 깔고 누워 정독했다. 오히려 만화책을 읽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나는(만화책이 익숙하지 않아서)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또 언젠가 때를 기다려 1권부터 9권까지 정주행을 하리라 다짐했다. 그런 날 말이다. 마음이 한없이 울적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데, 아무것도 위로가 되질 않을 때 무심코 이 만화를 꺼내기로 말이다.

가마쿠라의 일상은 겉으로 보기엔 별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크고 작은 변화들이 감지되었다. 치카와 하마다 산조의 아이가 태어나려고 했고, 하마다는 에베레스트로 향했다. 스즈는 축구 특기생으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사치와 요시노 언니의 연애도 진전이 있었고, 후타를 비롯한 친구들도 나름대로 고등학교 준비를 한다. 후타와 스즈와의 관계는 변함이 없을 거라 믿었지만 미묘한 감정의 변화들이 때론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얼마든지 이야기들이 이어져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카마쿠라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 시간들이 멈췄으면 하는 생각.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책을 읽으면서 이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치카의 분가도 괜히 아쉬웠고, 앞으로 누군가는 떠나고 돌아오고를 반복하더라도 이 시간들이 잊히는 게 싫었다. 마치 내 아이들이 훌쩍 커버린 뒤에 어렸던 현재를 아쉬워하는 것처럼 변화를 인정해야 하는 사실을 할 수만 있다면 막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당연한건 데도 나는 내 욕심껏 그들을 멈추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데 얽혀있지만 각자의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가운데 “스즈와 카즈키의 ‘그후’ 번외편”을 보고 모든 게 과거의 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제까지나 막내일 것 같던 스즈가 언니들을 처음 만났던 고향으로 돌아가 이복동생을 만나고, 그곳에서 결혼 소식을 전한 일. 그리고 그 사람이 화려한 양산을 오래전부터 이상하다고 말했다는 것에서 남편 될 사람이 누군지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꼭 ‘그’라고 믿고 싶다). 혼자서 ‘헉!’ 하고 놀라면서도 어쩌면 스즈도 현재 나와 비슷한 나이대에 아이를 키우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자 공감각이 더뎌졌다. 여전히 내 기억과 추억은 카마쿠라의 언니들 틈바구니에서 씩씩하게 지내던 스즈의 잔상이 진하게 남아있는데, 스즈도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니 기분이 묘해졌다.

어쩌면 이게 누구나 꿈꾸는 평범한 삶인지도 모른다. 흐름에 삶을 맡기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얽혀 들어가면서 온갖 일들을 겪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일. 그게 행복이고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평범한 삶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이 만화를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만화에 문외한인 내가 이 만화를 우연히 만나고, 오랜 시간 기다림과 함께 한 시간까지 행복했다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아쉽지 않다. 각자의 자리에서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가고,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하고 있다 여기면 현실에서 나의 행복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여겨본다. 마지막 책의 부제처럼 ‘다녀올게’ 하고 말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일상. 그 일상이 오늘따라 굉장히 감사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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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삼국지 1 -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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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묵은 체증이 내려간 기분이다. 내가 삼국지를 읽다니! 그리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다니! 지인들에게 너무 재미있다고 계속 소문을 내고 있을 만큼 이틀 만에 읽어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웬만한 책이 다 있다고 여기는 내 서재에는 이미 13년 전에『이문열의 삼국지』를 구입해 뒀다. 1권은커녕 초반 50쪽도 펼치지 못하고 묵힌 지 오래되었고 최근에는 다른 번역본 세트를 들였다. 그런데도 시작하지도 못했고, 솔직히 언제 읽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들이 닥친『설민석의 삼국지』를 읽고 뒤늦은 감탄을 일삼고 있다.


모든 독자분들이 삼국지에 관심을 가지고 삼국지를 사랑하게 만드는 입문서 역할을 하고자 집필되었습니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하여 서술되었지만, 원전의 방대한 내용, 복잡한 전개 과정, 많은 인물들과 생소한 지명까지 쉽게 풀어내려 노력했습니다. 422쪽

내가 이 책을 재밌게 읽고 원전 삼국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등장인물이 천 명이나 되어 시작도 하기 힘든데 입문서 역할로 삼국지에 관심을 갖게 해 준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웠다. 너무나 유명한 인물들과 사자성어, 전투를 제대로 만난 적이 없으니 한데 얽혀 ‘난 삼국지에 대해 잘 몰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고, 삼국지가 쓰인 역사적 배경은 물론 지리를 인지하면서 흐름을 잡을 수 있었다. 사자성어 삼고초려에 대한 배경도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라고 말한 관우와 조조의 사건도 알게 되어서 속이 후련했다. 워낙 방대해서 세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왜 저들이 원수지간인지, 전략과 전술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드러내는지 짧은 소견으로 느끼는 것들이 엄청났다.

저자가 소설 삼국지라고 밝혔지만 아마 소설로 쭉 이어졌더라면 삼국지에 무지한 나는 아마 많은 부분을 놓치고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과 저자의 해설 그리고 독자가 가질만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줌으로써 삼국지를 풍부하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이런 구성이 흐름을 끊을 수도 있고 헷갈리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설명이 다음에 이어질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앞서 내용을 다시 언급해 주어서 흐름을 잡아가는데 훨씬 더 용이했다.

천하의 대세는 나누어져 오래지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지 오래면 반드시 나누어진다. 세상에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_삼국지 첫 문장

달랑 이 책을 읽고 삼국지의 매력을 운운하는 것이 쑥스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다움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마음을 지키며, 행동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이었다. 황건적의 난을 시작으로 한나라의 어지러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과정에서 오로지 애국심으로 뭉친 사람들과 애국심과 사리사욕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 혹은 그저 욕심만 가득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어떤 인물과 닮아있는지를 계속 고민했다. 마음은 유비와 관우, 조자룡 같은 인물이 당연하다 여기지만 막상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모면하고, 멀리 내다보지 못한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 상황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주변 사람들까지 끌어당기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큰 힘을 가지면 더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려는 우직함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마음만으로, 내 뜻대로만 되는 게 세상이 아님을 알지만 그럼에도 인간답게 살고 인간답게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열망은 어느 시대에나 마찬가지라 여긴다. 삶의 고비마다 찾아오는 어려움과 절망 혹은 즐거움 앞에서 삼국지의 인물들을 보며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배웠다. 물론 실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삼국지에 왜 열광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삼국지에서 지혜를 얻으려고 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결국에는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답게 살다 인간답게 죽고, 내 뜻을 펼치지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만큼은 이런 고난을 겪지 않았으며 하는 마음. 이 마음이 ‘내’가 속한 곳곳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라도, 불평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만날 2권과 반드시 완독하기로 다짐한 원전『삼국지』에서 그 의미를 계속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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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새롭게 알면 통일이 보인다 - 탈북민, 한국 교회에 심어준 하나님의 밀알
김상수 지음 / 두란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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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구원을 당연하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하나님을 잊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나님은 자기를 찾는 자들을 위해 구원을 베풀고 계신다. 223쪽


 

오늘도 나는 하나님을 잊어버린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예배를 드리는데도 마음이 열리지 않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구원을 당연히 받고 탐욕에 눈을 돌린 이유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탐욕의 실체라는 것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한번 빠져버리면 원상복구가 쉽지 않다. 이렇게 나약하고 나약한 나에게 북한 선교에 관한 책을 읽게 하신 이유는 왜일까? 한 권의 신앙도서를 만나는 것도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왜 오늘, 이 책이 나에게 다가왔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복음은 결코 이념이 될 수 없다. 복음은 이념을 뛰어넘는 가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땅의 문제를 결코 부정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복음은 그것을 초월하는 개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67쪽

 

나의 믿음이 얼마나 좁고 협착한지를 알려주는 문장이었다. 복음을 스스로 이념화 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인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지했다. 그리고 ‘인간 세상의 가치를 더 우선시하며 구할 때가 많’았다. 현재 내가 불편한 것들, 만족스럽지 못한 것들, 고민들, 내 입맛에 맞는 상황과 장소만 찾아 나선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나에게 통일은 먼 일이라고, 북한 사역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가끔 중보기도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동참하는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탈북민들이 남한에 온 이유가 ‘사실은 하나님이 부르셔서 온 것이고, 통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하나님이 오게 하신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결코 받을 자격이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부름 받았는데, 또 다른 부름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을 냉대한다면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 분단의 아픔과 통일에 얼마나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21쪽

 

과연 나의 일이 아닐까? 북한을 아프리카보다 더 모르고, 탈북민들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그저 부담되는 존재, 먼 훗날에 생각하고 싶은 문제로 여겼던 게 사실이다. 저자는 그들을 돌보아야 할 이유가 ‘우리도 조선에 온 외국인 선교사들이 하나님의 용납하는 사랑을 베풀어 주지 않았더라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탈북민들은 ‘먼저 온 통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했으며, 바울의 표현처럼 우리는 모두 ‘복음에 빚진 자’일 뿐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해 좀 더 알고, 탈북민의 상황을 공감하고 그들을 위해 인내를 가진 뒤에 통일을 꿈꾸는 순서대로 저자는 ‘먼저 온 통일’의 탈북민들의 통해 하나님의 의의를 말하고 있다. 그 과정을 모두 읽다 보면 내가 얼마나 나만의 작은 나라에 살고 있었는지,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쓰라고 주신 은혜와 자잘한 능력들을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살고 있음을 철저히 깨달아갔다. 그렇게 탈북민들의 복음화와 정착을 위해 애쓰는 공동체를 보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함께 기도하고 헌신해야 ‘우리’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음을 깨닫자 왜 그동안 통일, 북한사역, 탈북민이 멀게만 느껴졌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 보면 참된 공동체 영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죄와 허물을 마음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211쪽

 

믿음을 결코 혼자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면 공동체의 도움을 받거나, 할 수만 있다면 부탁이라고 해야 한다. 즉 내가 회복되어야 누군가에게 함께 해보자고 권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이 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모일만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개척교회를 위해 헌신한다는 우월감을 품은 채 지금껏 개인 신앙을 지키기에 바빴다. 그러다보니 나의 믿음이 협소해지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개인 경건도 부족하고, 하나님과의 만남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이 책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의 뜻은 ‘참된 공동체’의 회복과 필요성을 염두에 두신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한반도에 태어난 대한민국 국민으로 통일을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영적 패배주의 때문일 것이다’라는 말씀처럼 ‘한반도를 향한 하나님 나라의 계획과 비전을 바로 보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면 적어도 개인 복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공동체를 거부할 때, 온갖 방해하는 것들에 상처만 입고 있을 때, 하나님 나라의 계획과 비전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문제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분단이라는 어려움과 통일에 대한 걱정은 하나님의 시선에서 접근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음을 느낀다. 그때까지 인내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가만히 그런 일들이 나에게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내가 처해 있는 신앙 환경이 복잡다단하게 다가오지만 결국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과 동일함을 부정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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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여름 스페셜 에디션)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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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저자에 대한 입소문은 익히 듣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한권으로 저자에게 완전 반하고 말았다. 어쩜 이렇게 상상할 수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행복해질만한 책이다. 이런 세상이 있다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라면 함께 살아가고픈 세상을 저자는 맘껏 그려놓았다.

 

특수 잉크로 쓴 ‘달빛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책’ 이라던가, 특수한 캡슐 안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으며 세계 일주를 하는 ‘세계 일주 독서 여행’과 ‘무덤 속 책장’, ‘수중 도서관’이 특히나 인상 깊었다. 특수 잉크로 쓴 책은 달이 떠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햇볕이나 전등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고, 초승달이 뜬 밤에는 읽을 수 있는 페이지가 한정적이다. 보름달이 떴을 때 온전히 읽을 수 있다. 특수한 캡슐에 들어가 온갖 풍경을 구경하며 높은 나무 아래, 바다 속, 계속, 산꼭대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제대로 현장 독서를 할 수 있는 여행이다. 여행이 끝난 후 여행이 어떠셨냐고 묻는 직원의 질문에 ‘아! 책 읽느라 바깥 구경은 전혀 못했네요!’라는 답변에 풋, 하고 웃고 말았다. 세계 일주 보다 ‘독서’에 더 집중한 애독자의 모습에 공감이 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덤 속 책장’에서는 1년에 한 번 그 사람의 무덤에 찾아가야만 무덤의 문이 열린다. 책장으로 된 내부는 ‘그 사람이 자주 읽은 책, 영향을 받은 책, 그 사람에게 소중한 사람이 언젠간 꼭 읽기를 바랐던 책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무덤을 방문한 사람은 한 권의 책을 꺼내가고 대신 ‘천국에서 그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그 해의 추천도서’를 한 권 꽂아 놓는다. 그야말로 책으로 하는 애도인데, 마음이 찡하면서도 그 사람의 흔적을 다른 방식으로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새로웠다. ‘수중 도서관’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어느 부자가 ‘움푹 팬 땅에 어마어마하게 높은 도서관’을 만들어 온갖 책을 채우고 사다리를 치워버린다. 하지만 그가 죽은 뒤에 그곳에 물이 차올라 수위가 높아지자 배를 타야만 그 도서관을 갈 수 있다. 물에 잠긴 책들은 이제 일을 수 없고, 눈높이에 맞는 책은 읽을 수 있고, 더 높이 있는 책들은 아직 읽을 수 없다. 그래서 그 도서관의 가장 큰 궁금증은 ‘맨 위 책장에 무슨 책을 두었을까?’다. 아틀란티스처럼 어딘가 존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도서관이었다.

 

내가 결혼을 해서인지 ‘서점 결혼식’이 가장 부러웠다. 정말 이런 결혼식을 했어야 했는데 하며 안타까워 내 무릎을 칠 정도였다.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서점에서 올리는 결혼식’은 그 자체로 특별했다. 신랑 신부는 서점 카트를 타고 등장하고, 축의금은 도서상품권, 두 사람의 독서 이력을 소개하고 하객들은 좋아하는 책을 즐긴다. 서점의 점장이 선언을 해주고 케이크 절단 대신 책갈피를 끼운다. 부케 대신 책을 던지고 퇴장할 때는 책으로 묶여 마무리를 한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을 만났다면 정말 이런 결혼식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4천 권이 넘는 내 책장에서 <십자군 이야기> 달랑 한 권 읽는 남편을 보며 그저 아쉬울 뿐이다.

 

몇 가지만 소개를 했는데도 소개하는 내내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이런 상상력도 놀랍지만 정말 이런 서점, 이런 세상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삶이 달라질 것 같다. 책으로 충분히 간접경험을 해서 괜찮다고 여겼지만 실제로 이런 세상이 펼쳐진다면 너무 즐거울 것 같다. 지금껏 조금은 외롭게 책을 좋아했던 시간들이 이 한 권의 책으로 보상받은 기분이다.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기쁘기 그지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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