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선물 사계절 그림책
조 엘렌 보가르트 지음, 바바라 레이드 그림 / 사계절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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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점토작가 바바라 레이드는 정말 굉장하지 않은가? 이렇게 멋진 세계를 만들어 우리처럼 먼먼 이국의 불특정 다수에게도 환상적인 선물을 할 수 있다니!! 여성 작가의 글과 점토작품이어서 그런지 정말 따스하고 평화로운,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느낌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그림책이다.

바바라의 점토그림들은, 자세히, 더더 자세히 볼수록 그 진가가 드러난다. 기법도 놀랍거니와, 부드럽고 우아한 색감, 그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작가의 순간 포착이다. 이런 식이다.

할머니가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서 물으셨단다. '뭘 선물해줄까?' '디져리두(호주 원주민의 민속 목관 악기)와 계곡의 속삭임, 그리고 부메랑이 갖고 싶어요.'

이런 글이 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한 그림위에 펼쳐진다. 거대한 암반을 등지고 디져리두를 불고있는 원주민, 할머니는 늪에 발이 푹푹 빠지며 녹음기와 마이크를 든 채 디져리두와 계곡의 속삭임을 녹음하느라 여념이 없다. 원주민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 위로 할머니는 부메랑을 던지고 아이는 환호하며 그것을 받는다. 그런 풍경들을 바바라는 점토의 마술로 풀어놓는다. 정말로 마술처럼 새롭고, 신비롭고, 꿈같은 장면들이다.

어린 시절 이 작품을 보았다면 나는 어쩌면 점토 작가의 길로 들어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만치 점토의 마술은 신비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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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할머니의 행복한 백년
블레어 저스티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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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남은 생을 위한 즐거운 조언들. 바이올렛 할머니의 낙관적 인생관, 하는데까지 했으니 그담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진인사 대천명'이다.)라는 홀가분한 마음. 게다가 몰입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여러가지, 이런저런 스트레스와 동고동락하는 내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는 책이었다. 뭐, 들어보면 못할 것도 없는 이야기이고, 앞으로 언제까지 건강하게 살지 모르지만, 바이올렛 할머니는 나에게 즐거운 생이란 자기가 만들기 나름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야기해 준다.

지은이가 문제와 상처 투성이의 딸을 '적당히' 거부하면서 받아야 했던 훗날 마음의 고통이 내게도 너무나 아프게 왔다. 자신이 겪었던 그런 고통을 다른 이들이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를 바라는 지은이의 마음이 바이올렛 할머니의 삶을 통해 전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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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안녕? 사계절 그림책
제니 오버렌드 지음, 김장성 옮김, 줄리 비바스 그림 / 사계절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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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았을 때 온 몸으로 밀려오던 흥분이 기억납니다. 아, 아기는 이렇게 맞이해야 하는구나, 그렇게 우리의 식구가 되는구나....이렇게 행복하게, 이렇게 아름다운 시작으로 할 수 있는거구나.. 갑자기 두 아기를 엄청난 두려움과 고통 속에 하얀 병원 침대 위에서 맞이해야 했던 것이 억울해지고.. 또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온 식구가 아기를 기다립니다. <건강한> 태반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경험이 많은 조산사가 도와줍니다. 엄마는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며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립니다. 막내 동생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엄마와 아기를 위해 온 정성을 다하고 그 신비의 순간을 지켜봅니다.

이 작품이 쓰여진 배경에 대해서 듣고보니 정말 공감이 갑니다. 아, 그림조차, 어떻게 이런 그림이 가능하지? 어떻게 모든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게다가 바람이 몰아치는 숲은? 갓 태어난 <건강한> 아기의 태반은? 엄마와 아기가 오롯이 탯줄로 연결되어 있는 한 장의 그림은? 너무나 맘에 들어서 '그림책은 이럴 수도 있다구...'라는 이야기를 할 때 반드시 먼저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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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클레어 지퍼트.조디 리 그림,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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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여중, 여고 뭐 그런 때였을 것이다. TV에서 앤을 처음 보았는데 '어! 이 만화는 좀 다르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정말 달랐다. 그때부터 앤은 그 목소리 그 얼굴의 앤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빨강머리 앤을 아니?' 라고 물었다면 아마 '물론!' 이라고 대답했겠지. 그런데 완역본이 나왔다고 하니 갑자기 진짜 앤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꼬마 앤, 숙녀 앤을 만나기로 하고 책을 두 권 구입했다. 예쁜 책, 훌륭한 그림들, 번역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빨강머리 앤의 원작이 <초록 지붕집의 앤> 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작가가 제목을 빨강머리 앤으로 붙여 놓은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빨강머리 앤이라, 정말 앤 답지 않은가!

원래의 앤을 만나니 확실히 더 반가왔다. 앤, 다이애나, 길버트, 마릴라.. 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이야기는 정말 따스하고 활기차고... 사랑스럽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의 느낌은 비슷한가보다. 앤을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앤의 이야기야 너무나 유명한 것이니 더 알 필요가 없을까? 답은 '결코 아니다!' 이다. 원래의 앤을 만나는 것이니.. 앤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더 만날 필요가 있겠다.

게다가 이제 겨우 가슴이 볼록해지기 시작한 딸이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더 큰 새로움이 있었다. 이 책에서 앤을 보다가 보니 이럴 수가! 앤이 어찌나 내 딸과 닮았는지 깜짝 놀랐다. 얼마나 자주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얼마나 자주 새처럼 재잘재잘 쉼없이 이야기하고, 얼마나 자주 잘 해보려고 하다가 엉뚱한 실수를 저지르는지! 게다가 세상이 조금만 더 꿈과 비슷하고 조금만 더 그걸 아는 사람이 많으면 하고 바라는지. 특히나 무디고 이해심이 없는 엄마가 조금만 더 낭만적인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언제나 바라는 나의 딸. 앤 만한 딸이 있어서인가, 내가 마치 마릴라처럼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우리 집의 앤에게 더이상 마릴라처럼 대해서는 안돼!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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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에서
진 크레이그 헤드 조지 지음, 김원구 옮김 / 비룡소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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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작가의 책인 <줄리와 늑대>를 아주 흥미롭게 읽어서 다시 이 책을 찾아 읽었다. 그냥 동화, 라고 생각했다가 아주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서 혼자 사는 것을 꿈꾼다는 것. 누구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테마일 것이다. 하지만 꿈만 꾸는 것일 뿐이다. 덜컥 시작했다가도 주저앉아버리는 것이 일상인 걸.

작가인 진. C. 조지도 어릴 때 그런 꿈을 꾸었고 어느날 출발했다가 40분 뒤에 돌아왔다고. 그이의 딸도 어느날 숲으로 도망가겠다고 나섰다가 곧 집으로 돌아왔다고. 그리고 이 책 속의 샘 그리블리는 정말로 출발하고, 일년 정도를 혼자 숲에서 살아간다. 그의 숲에서의 생활이 어찌나 이 책에 생생히 살아있는지 이것이 실화인지 허구인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것은 실화다, 라고 생각하고는 그곳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한다.)

도망가는 꿈을 꾸는 것과 실제로 도망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도망을 실제로 안 가봤으니 샘의 숲에서의 생활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 작가가 만들어 낸 허구에 불과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긴 어렵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째서 불가능하단 말인가?

게다가 왜 우리들은 일생에 한 일년이라도 이렇게 살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지 않았단 말인가? (일생에서 일년이라면 겨우 1/60 일 뿐인데.) 어째서 학교생활, 교회, 결혼, 직장.. 이런 것들은 척척 제도화 되어있다시피 하면서 우리의 인생에서 한 일년 정도는 이런 홀로인 시간, 자연과의 절절한 교감의 시간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해놓지 않았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마치 학교 과정을 거치듯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이 지구상에 널려 있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중의 여러 가지가 지금은 더이상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샘은 어쨌든 내 꿈의 일부를 성취시켜주었다. 나는 숲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줄곧 솔송나무 집 속을 들락날락 거리는 꿈에 젖어 있었으니까...언젠가 숲으로 들어가게 될 때, 분명히 숲은 내게 마치, 샘 그리블리를 그 안에 품고 있는 듯 여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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