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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또는 유년의 기억 펭귄클래식 110
조르주 페렉 지음, 이재룡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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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억. 과학적으로는 뉴런(신경세포)간 연결구조인 시냅스에 변화가 생긴다는 학설이 근래에는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뭔 소린가 하면 우리의 기억이란 것이 시냅스에 저장된다는 것이다. 외부 자극에 의해 뉴런에 전기신호가 발생하면 시냅스에서 시냅스로 그 전기가 전달되고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시냅스가 강화되어 오랫동안 기억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억이란 자극을 머리에 아로새겨 두었다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상기할 수 있는 정신기능이다. 뭔 뻘소린고 하니 반복적인 자극 혹은 강한 자극을 주지 않는 이상 기억은 오래 지속될 수 없고,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거다. 오래된 기억은 불완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르주 페렉은 [W 또는 유년의 기억] 이라는 자전적 소설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 희미한 기억, 그리고 상상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유년 기억을 더듬는다. 책은 W 섬에 관한 소설과 자신의 기억을 덤덤히 묘사하는 자서전적 글이 교차한다. 자신의 기억과 상상의 기억은 그 연관성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단절된 것처럼 보인다. 그는 이러한 단절로 전쟁으로 파괴된 자신의 유년 시절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냅스가 약해졌든 사라졌든, 혹은 상상으로 만들어진 시냅스이든지 간에 모든 기록이 쌓이고 조화를 이루어 내가 있다. 페렉에게 자신의 유년은 어두운 과거이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내가 되고, 다시 미래의 나로 연결된다. 기억을 부정하는 건 현재의 나를 부정하는 것이다. 페렉은 괴롭지만 자신의 존재 자체를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통해 멋지게 서술해냈다.

요즘 나의 기억은 인스턴트같다. 멋진 하늘을 두 눈에 오롯이 담기보다 네모난 픽셀덩어리로 남기고, 지식은 스크랩하며, 추억은 어딘지 모를 인터넷의 세계에 저장된다. 이런 현실이 좋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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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펭귄클래식 109
조르주 페렉 지음, 김명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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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의는 저마다 다를 테지만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조르주 페렉의 1965년 작 사물들의 주인공들도 행복을 찾아 헤매었다. 이제 막 사회의 초년생으로 첫걸음을 뗀 이들은 좀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이것을 소유하기 위해 힘들이지 않는 삶을 행복이라 여겼나 보다. 물질적 소유가 행복이 되고, 그 과정이 힘들어진 젊은이들에게 행복은 순간의 쾌락일 뿐 지속적으로 누릴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행복해지기 위해선 고통이 수반되었다.

사물들은 29살의 페렉이 바라본 그 당시 젊은이들의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사회가 조장하고 부추긴 쓸쓸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위로하기 위해 기록한 것일까? 젊은이들의 고뇌를 철저히 숨겨놓은 글 사이에서 그 모습을 발견했다면 나의 치기일까? 어느덧 기성세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환기하게 시켰다. 책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관대했던 만큼 지금 이들에게는 그만큼 관대하지 못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지금이야 어설프지만, 고통과 좌절, 실패를 겪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페렉은 어설픈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을지 비약적인 상상을 해본다.

아마 먼 훗날 행복해지는 것을 멈추고 행복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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