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의 가정식 - 나를 건강히 지키는 집밥 생활 이야기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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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으면서 제대로 차려진 밥상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은 주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반찬 한 두가지를 놓고 먹는 간소한 식사를 한다.《혼자의 가정식》저자 신미경 씨가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가 그녀는 혼자라도 제대로 차려진 밥상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일은 많지만 자신을 위해 그러기는 쉽지않다. 쾌락주의 식사/ 내 몸과 대화하기/ 직관적인 식사 등이 '혼자의 가정식'을 보면 배운 단어들이다. 직관적인 식사는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는 몸이 말하는 신호에 따라 적당히 기분 좋은 만큼만 먹는 식사법이다. (p.18)

지금까지 나의 식사를 돌아보면 입이 원하는대로 쾌락주의 식사를 해왔음을 깨달게 된다. "먹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일입니다." 밥 한끼 제대로 차려 먹는 것이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일이라, 지금까지는 나는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도 않았을 뿐더러 밥상 차리는 것을 귀찮은 일이라 여겨왔다. 나 자신에게 많이 미안해 지는 순간이다.  가정식 즉 집밥은 엄마의 손맛이 깃들어진 따스함을 연상케 한다. 증조 할머니가 봤을 때 몰라보는 식품은 먹지 마라. 미국 작가 마이크 폴란의 말이다. 증조 할머니라면 최소 100년 사람을 말함인데 그 시절에 감칠맛 나는 조미료가 있었을리 만무,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맛을 즐겨야 건강해 진다는 말이겠지.

지역에서 생산된 채소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로컬푸드 직판장이 있다. 집에 작은 텃밭이 있어 필요한 채소들은 가꿔 먹는 편이고 필요한 다른 식품은 로컬푸드 직판장에서 구매하고는 한다. 책 속에서 한끼 식사로 고정시키고픈 메뉴를 발견했다. <요거트볼>, 우묵한 그릇에 요거트를 담고 온갖 과일을 넣어 섞어 먹는 간편한 식단이다. 아침이나 저녁 중 한끼로 자리 잡으면 좋을 것 같아.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토핑을 준비 매일 다른 재료를 넣어주는 것이 좋다. 저자는 크림 치즈 같은 진한 맛의 그릭요거트를 애정한다. 싱싱한 과일도 좋고 잘 말린 견과류를 준비해 두었다 활용하면 되겠지 싶다.

팥에는 철분이 많이 들어있어 빈혈과 생리 때 좋다. (p.247) 어느때부터인가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식구들이 잘 먹지 않는다는 피예로 팥죽 끓이는 일이 줄어들었다. 책을 읽다 팥이 어디에 어떻게 좋다는 글을 읽고 다시 통 속에 보관된 팥에게 눈길이 돌아갔다. 단팥죽도 좋지만 새알 동동 띄운 동지팥죽이 별미야. 오늘 저녁 메뉴로 팥죽을 끓여볼까나. 아니면 팥칼국수도 괜찮겠네. 식구들이 팥죽을 안좋아하는 이유가 생각났다. 생목이 오른다는 것, 그걸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가능하면 조미료를 멀리하고 싶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다. 자연이 주는 양념만으로 맛을 내려면 얼마나 솜씨가 좋아야 하지?

'집밥이 건강한 줄 누가 모르나, 일하고 들어오면 지치고 귀찮으니까 챙겨 먹기 어려운 거지.' (p.284) 집밥이라고 무조건 건강의 상징은 아니란 것, 집에서 준비하지만 데우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식품이 자리를 차지한지도 오래된 일이다. 더구나 가족들이 그런 음식이 더 맛있다고 말하면 더 음식 하기 싫어진다.《혼자의 가정식》, 혼자만의 밥상이지만 제대로 차린 밥상을 앞에둔 저자가 부러웠다.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아는 몸이 원하는 대로 기분 좋을 만큼 적당히 먹는 '직관적인 식사', 지금부터 나와 가족들이 실천해야 할 식사 방법이다. 건강은 건강할때 지키자.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반을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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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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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이야기, 아니 믿고 싶지 않은 강간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세상 누가 강간을 핑계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어할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에는 강간을 당했다 신고한 마리라는 18살 소녀의 이야기가 먼저 등장한다. 연쇄살인범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연쇄강간범이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건만 왜 생각치 못했을까? 강간은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폭력 범죄 유형 중 하나 (p.29) 강간이 젊은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읽으면서 느껴지는 충격은 대단했다. 

 

왜 그럴까? 사건이 일어나면 신속히 신고하는 다른 범죄들과 달리 강간 사건은 신고하는 이가 적다 한다. 너 강간당한 거 맞니? (p.175) 강간당했다는 마리의 증언에 의심을 품은 주변 사람들이 말이다. 관심받고 싶어 허구를 만들어 낸 것 아니냐고. 마리는 정말 관심받고 싶어 거짓말을 한 것일까?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의지가 적용될까 싶어. 성폭력 응급 키트/ 강간 피해자 지원 단체/ 성폭력 전담 간호사 등 피해를 당한 이들을 위해 이런 것들이 존재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것들이 준비되어져 있을까?

살인 사건이 흑과 백이라면 강간 사건은 온통 회색지대일 뿐이다. (p.38) 강간은 다른 어떤 범죄보다 더 끔찍한 범죄다. 성 폭력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에 의해 피해를 당하면서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다시 상처를 입어야 한다. 그것은 평생 피해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겨진다. 스테이시 갤브레이스 형사(성범죄 전담 부서)와 에드나 헨더샷 형사(대인 범죄 수사과)는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철저하게 연쇄강간범을 뒤쫓아 마리가 강간당한 사실을 증명해 낸 여성들이다. 그들외에 수많은 사람들의 공조로 연쇄살인범을 붙잡혔고 덕분에 피해당한 여성들의 '허위 신고죄'가 풀렸지. 관심받고 싶어 강간당했다는 신고를 한다는 것이 말이 돼?

성폭력범죄가 모르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보다 가족이나 지인 등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책속에서 주인공에 해당하는 여형사는 동성에 의해 저질러진 성폭력 사건을 해결했음에도 오히려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린 소년의 장래를 망쳤다며' 비난을 들어야 했다. 만약 소년이 처벌받지 않았다면 성범죄는 저질러도 되는 것으로 알고 성장하지 않았을까? "내가 한 것이라곤 살아남은 것 뿐인데 나는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p.294) 강간을 당하고 몸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목숨을 버려야 했던 중세 시대 여성들에게 살아남은 것은 오히려 죄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현대에서도 그것이 죄가 되는거야?

마치 '너는' 당할만 해서 당했다고 말하는 듯, '피해자가 빌미를 제공했다', '옷차림이 야해서', '성적 흥분을 부추기는 행동을 해서' 등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백인/ 짧은 금발/ 녹갈색 눈/ 190㎝/ 몸무게 82 등이 연쇄강간 용의자의 용모다. 한편 책은 용의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렸을 적(5살)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보다 자신의 성향을 알게 되었다는 용의자, 그에게 성범죄를 당한 여성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또 '피해자다움'이란 어떤 것일까? 성폭력 피해자는 이러해야 한다는 틀을 만들어두고 거기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무고를 했다고 하는 것일까?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할 말이 많지만 다 쓰지 못하는 글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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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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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작가 전건우 외 7명의 유명작가들이 모여 만들어 낸 소설《어위크》,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세 명의 청년(현우/ 중식/태영)들이 일상을 벗어난 선택을 하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중식이 배달도중 술취한 사람과 마주치고 그 자리에서 권총을 주운 것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총을 획득한 청년들이 다음 선택이 큰 문제가 된 것이다. 일명 '현금수송차량 탈취작전', 보통 시골 작은 은행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현금은 얼마나 될까? 10억? 20억? 안전을 위해 수송차량을 이용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완벽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도 될까 한데 즉흥적인 감정에 의해 실천에 옮기는 것이 성공할 확률은?


여기서 '현금수송차량 탈취작전'의 성공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a WEEK』"편의점? 어위크? 우리 동네에 저런 편의점이 있었어?" (p.21) 편의점 어위크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다. 책의 제목이자 세븐위크 유통그룹(회장 백광우)의 편의점 체인이기도 한 '어위크'는 대화재의 비밀(정명섭)/ 옆집에 킬러가 산다(김성희)/ 당신의 여덟 번째 삶(노희준)/ 박과장 죽이기(신원섭)/ 러닝패밀리(강지영)/ 아비(소현수)/ 씨우새클럽(정해연) 등에도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했다. ㅎㅎㅎ 사실 어위크가 스토리에 있어 어떤 역활을 하는지 궁금해서 책을 읽으며 찾아봤거든.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숨은그림 찾기마냥 '어위크'의 등장을 찾았다.

훈련받은 조직원도 하기 힘든 일을 평범한 청년들이 성공해 낼리 만무, 탈취에는 실패했지만 돈가방을 움켜쥐고 탈주하기는 했으니 반성공이라 말해야 할까? 군대갔다 왔다고 다 총을 잘 다루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실력은? 도망 중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편의점 '어위크', 그곳에서 그들은 알바생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협상에 들어갔다. 아~ 조선 고종 황제의 경운궁을 배경으로 일어난 대화재의 비밀에는 편의점 어위크가 등장하지 않았구나. 아니 등장할수가 없구나. 그렇게 생각할 찰나 "a WEEK Store라고 적혀있어요. 주일상점이라는 뜻이에요." (p.83)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여기에도 '어위크'는 등장했었던거야.


통장의 연봉은 240만 원, 회의 수당은 1회 2만원, 명절상여금은 설·추석을 모두 합쳐 40만 원. (p.126)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적어본 내용입니다. 내년 2020년부터 통장 수당이 10만 원 오른 30만 원이 될수도 있다네요. 수당이 20만 원인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회의 수당이 있는지는 몰랐어요.《어위크》는 편의점 어위크의 알바생(혹은 주인장?) 한주가 세명의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이겠죠. 다른 단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마지막 '씨우새클럽'(정해연)은 어위크 편의점 점주들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위기에 처한 어위크 편의점을 위해 등장한 다섯 점주들, 그들의 노력은 어떤 식으로 빛을 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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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식물 수채화
해리엇 드 윈튼 지음, 정수영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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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자 스태이셔너리 디자이너인 저자 해리엇 드 윈턴이 쓴 책「꽃 식물 수채화」. 수채화는 학창시절 미술시간 이후로는 처음 접해본 것이다. 익숙하다면 익숙하고 생소하다면 생소한 것이 수채화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거나 접해봤을 수채화지만 막상 제대로 하려면 수채화만큼 까다로운 것이 없다. 물이나 물감의 농도 조절에 실패해 원하던 바와 전혀 다른 색이 나오기도 하고, 종이 위에 물감을 여러번 덧칠하다 보면 어느새 종이가 울고 있기도 한다. 하지만 각종 실패 끝에 드디어 원하던 (혹은 원하던 것에 가까운) 작품을 완성시켰을 때의 보람이야말로 수채화를 하는 이유겠지.


이 책에서 소개한 것은 보태니컬 수채화. 수채화면 수채화지 보태니컬 수채화는 또 무엇일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보태니컬은 '식물의'라는 뜻을 가진 보태니컬(botanical)과 미술, 예술(art)의 합성어로 식물의 특징을 살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고 나와있다. 이 책에는 튤립, 장미, 데이지, 달리아, 작약, 수국, 벚꽃 등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은 물론 왁스플라워, 에린지움, 무스카리, 금어초, 아스트란시아, 골든볼 같은 이름도 생소한 꽃들까지 총 21가지 종류의 꽃과 7가지 종류의 잎파리가 나와있다. 그밖에 다양한 꽃이나 잎을 조합해 리스, 장식, 보더 장식, 화초, 패턴도 나와 있다.


본격적인 수채화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 특히 나 같은 수채화 왕초보에게는 더욱 필수적이다. 책에는 기본적인 도구 및 재료을 비롯 채색 기법이나 명도 단계, 기본 붓놀림 등과 같은 수채화 기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열심히 기본기를 다졌으니 이제 본격적인 수채화 그리기에 도전해볼까? 내가 제일 먼저 그리기로 선택한 것은 튤립. 무엇을 하든 기본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가장 간단한 튤립을 골랐다. 각 작품마다 사용해야하는 붓과 물감, 그리는 세부 단계 등 설명이 상세하게 나와있어 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것 저것 그리고 싶은 것은 많지만 실력이 딸려 그리지 못한 것이 많아 조금 아쉬웠다. 


수채화 그림이 어렵다면 '간략하게 그리기'에서,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다양하게 변형하기'에서 참고할 수 있다. 그것도 아니면 정석대로 그리거나, 혹은 본인이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변형해 그려볼 수도 있다. 어떻게 그릴지는 본인의 자유니까~ 처음에는 막연히 어렵던 수채화지만 하다보니 뜻밖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거 의외로 나한테 잘 맞는 것 아냐? 열심히 따라그리다보면 언젠간 벚꽃이나 리스 같은 어려운 작품도 그릴 수 있하는 소박한 바램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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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윈도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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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을 집요하게 살펴보는 것도 관음증이라 할수 있을까? 그렇다면 애나 폭스(소아정신과의사, 39세) 또한 관음증 환자라 할만하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남편(에드)과 별거 상태로 딸 올리비아(8살)는 아빠와 살고 있단다. 집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갇혀 살며 남몰래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이 그녀의 취미다. 소아 정신과 의사로 잘 나가던 그녀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광장공포증을 앓게 되면서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 사건이 뭐지? 누가 나를 엿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테고 그녀는 같은 이유로 이웃들에게 비호감 상태다. '엿보기 취미'로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면 당신의 선택은?

 

광장공포증, 우울증,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애나. 거기에 더해 한시라도 술이 없으면 살수없는 알콜 중독과 술과 함께 약여러가지 약들을 섞어 먹는 약물중독에도 걸려있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이웃 엿보기', 책속에는 10월 24일부터 11월 15일까지의 일상이 실려 있다. 10월 25일 207번지로 러셀 가족이 이사오며 단순했던 애나의 삶이 스펙타클해졌다. 알리스타 러셀과 제인 러셀 그리고 아들 이선 러셀(16살)로 이루어진 가족, 그들의 등장이 애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궁금해. 집밖으로 나갈수 없다면 생활은 어떻게 하지? 다른 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것이라면 더 그런 우려가 생겨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아무렇지 않게 건드리는 것은 괜찮을까? 특히 수사를 위해 찾아온 경찰의 반응이 이와 같다면? 당신 남편하고 딸은 죽었다면서요. (p.452)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상대의 반응은 미심쩍었다.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닌 그녀의 정신 이상으로 몰아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 것은 나뿐일까? 살인사건을 목격하지만 사라진 사람이 없다. 단순히 애나가 환각을 본 것이라 말해도 될까? 강박신경증의 한 증상인 광장공포증, 광장이나 공공장소 등 열려진 공간으로 나갈 수 없는 증상을 말한다. 반면 폐쇄공포증은 엘리베이터와 같은 갇힌 공간에 있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을 말하지.

<애나 폭스의 영화들>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앨프리드 히치콕 감독/ 1956년. 미국)부터 욕망(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 1966년. 영국,이탈리아)까지 총 49편의 영화가 소개되어져 있다. 저자 A.J.핀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팬인가보다. 애나 폭스의 영화들 속에 그의 영화가 12편이나 들어 있었다. 한달 여 가까운 시간 동안 49편의 영화를 봤다는 것은 애나가 영화광이라는 말도 된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거나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그녀의 일상, 만약 이 집 밖으로 나갈 수만 있다면. (p.537) 병으로 인해 집밖으로 나갈지 못하는 삶을 살아온지 10개월, 나갈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을까 싶어.

이제 애나 폭스는 상처를 극복하고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한다. 우선 남편과 딸이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겠지. 애나가 광장공포증으로 집에 갇혀 사는 삶이 되버린 것처럼 우리도 이름 모를 병을 앓고 있을런지도 몰라. 나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고 있을런지도. 추석명절을 통해 오랫동안 못만났던 친척들을 만나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책속으로 돌아가서 207번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단순히 애나의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실제 일어난 사건일까? 실제라면 피해자는 누구? 애나가 병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나 세상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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