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걷기여행] 을 읽고 쓴 리뷰가 

알라딘 09년 12월 4주 이주의 리뷰에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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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7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8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 - 꼬마 니콜라 탄생 50주년 기념 꼬마 니콜라 7
르네 고시니 지음, 이세진 옮김, 장 자크 상뻬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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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억을 닮은 아이, 꼬마 니콜라
- 르네 고시니 글, 장 자크 상페 그림『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을 읽고

 언제 만나도 설레는 친구가 있다.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괜스레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친구. 그 대상은 현실의 존재가 아니어도 좋다. 어린 시절, 자잘한 추억들을 함께 공유했던 나의 수많은 이야기책 속 친구들. 그 중 한 명이 바로 꼬마 니콜라다.

 꼬마 니콜라의 탄생 50주년 기념으로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10편의 에피소드를 모은 책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이 출간되었다. 이미 30년 전에 작고한 르네 고시니의 글에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이 더해진 선물 같은 책. 꼬마 니콜라를 떠올리면 글과 그림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건 오랫동안 아버지의 작품을 봐온 딸 안 고시니의 생각과도 일치한 듯하다.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아버지의 작품을 들고 상페를 찾아간 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니꼴라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설렜겠지. 세상의 수많은 아이와 어른들에게 친구로 자리매김한 주인공이 아버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자부심도 있었겠지. 어른에게는 추억으로, 어린이에게는 친구로 다가서고 있는 꼬마 니콜라가 30년이라는 세월의 묵은 때를 벗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은 르네 고시니의 딸 안 고시니의 제안을 받아들인 장 자크 상페가 예전처럼 직접 일러스트를 그려 넣은 꼬마 니콜라 50주년 기념 작품집이다. 어린 시절, 니콜라의 어떤 매력에 빠져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나의 친구였다. 옛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을 안고 펼쳐든 책 속의 니꼴라는 여전히 꼬마 아이다. 적당히 말썽을 부리고, 적당히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적당히 반항을 하느라 종종 저녁 후식을 못 먹는 어릴 적 내 친구의 모습 그대로다.

 대신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를 바라보는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른의 눈에 비친 아이의 세상은 이해 못할 것 투성이고, 답답한 것 투성이다. 한마디로 수시로 참견을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이들의 일상이라는 말씀. 그런데 르네 고시니는 꼬마 니콜라에게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다. 작가는 없고 오로지 니콜라만 존재한다. 니콜라가 말하는 니콜라의 이야기. 마치 꼬마 아이가 직접 쓴 일기처럼 솔직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꼬마 니콜라를 그렇게 좋아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니콜라’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이들끼리 통하는 아이들만의 이야기. 『꼬마 니콜라의 빨간 풍선』에는 아이의 생각, 아이의 말투, 아이의 시선,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순진무구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꼬마 니콜라에 마냥 열광하는 이유는 이 꼬마 녀석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누구처럼 대단한 모험가도 어떤 동화 속 주인공처럼 환상을 쫒는 아이도 아니지만, 올망졸망 그 또래 아이들만이 지닌 엉뚱한 상상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기에 한없이 정이 간다. 30년 전 혹은 더 오래전에 쓰여 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꼬마 니콜라는 늘 내 곁에서 살아 쉼 쉬던 아이 같다. 곧 있으면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한다. 아, 어떤 녀석들이 웃음보를 자극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엄마가 그렇게 빨간 풍선을 좋아할 줄 알았더라면...이라니, 이 엉뚱 발랄한 꼬마 니콜라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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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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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알고 싶다, 내 가족의 깊은 속내를!
- 정이현,『너는 모른다』를 읽고

 ‘사건’이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사건 앞에 ‘불의의’라는 단어가 붙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찬찬히 따지고 들어가 보면 어느 한 부분에서 자신과의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조금만 00했더라면...’ 하고 마음에 후회를 남기는 개운하지 못한 이런 종류의 깨달음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책망하게 만든다.

 아이가 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아이의 부재 앞에 망연자실하는 가족들. 당연히 신고부터 해야겠지만, 이 가족 이상하다. 아버지 김상호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사설탐정을 고용하고 어머니 진옥영은 남편의 뜻에 따라 무작정 기다린다. 사라진 유지의 이복남매인 은성과 혜성은 각자의 방법으로 유지를 찾아 나선다. 정이현 작가의 신작 『너는 모른다』는 아이의 실종을 매개로 한 가족의 실체를 파헤쳐나가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가족이라고 가족 구성원 모두의 속사정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가정 내에서는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제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스스로를 단속하기 바쁘다. 유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천재소녀가 되어 있었고, 혜성은 스스로 알아서 의대에 합격한 대견한 아들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 김상호가 하는 일은 가족 구성원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로 인해 풍족하게 살기에 누구도 자세히 알려들지 않는다. 어머니 진옥영은 품위 있는 강남 어머니상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은성은.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아버지 집으로 거처를 옮긴 혜성과는 달리 집을 나와 산다는 것뿐이지 특별히 나무랄 데는 없다. 복잡다단한 연예사로 가끔 사고를 친다는 것 외에는.

 이들이 사는 70평 남짓한 복층 구조의 고급 빌라는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지 그지없다. 유지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얘기다. 진옥영은 친정에 다녀온다는 핑계를 대고 며칠 일정으로 타이베이에 있는 내연남 밍에게로 간다. 김상호는 일 때문에 사람을 만나러 외출을 하고, 혜성은 아버지가 외출하기 전까지 돌아오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집에는 열한 살 유지 혼자뿐. 곧 바이올린 강사가 올 시간이다.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김상호는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유지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유지가 사라진 후로 서서히 베일을 벗기 시작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 불법 장기 밀매업을 하는 직업의 특성상 섣불리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김상호, 이십년간 유지해온 밍과의 내연관계가 탄로 날까 두려워 남편의 뜻에 따르기로 한 진옥영. 재혼한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고 철없던 시절 배다른 동생 유지를 납치할 계획을 세웠던 은성. 일찍 집에 돌아오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는 혜성까지. 유지의 갑작스런 실종을 두고 가족들은 모두 자신과 관계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설탐정 문영광도 가족 모두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았고, 독자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소설을 읽게 된다.

 누구일까. 과연 누가 유지를 납치한 것일까. 아니면 유지는 왜 홀연히 사라져버리기로 결심한 것일까.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고, 동시에 어떤 가능성도 유지의 생사를 확인해주지 않는다. 이 소설은 단순히 행방불명된 아이를 찾아나서는 미스터리 극이 아니다. 실종된 유지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족 구성원들의 내밀한 속내. 혼자 간직해올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우리는 왜 살을 맞대고 사는 가족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왜 터놓고 말하는 대신 침묵으로 일관하는 비밀을 더 많이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상처가 났다. 곪아버렸다. 무감각해져버렸다. 결국 소통하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

 은밀한 비밀을 간직하며 사는 것이 비단 이 한 가족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가족'의 문제(p.271)’ 를 한 번쯤 직시해 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소통과 화해의 물꼬를 트는 것은 늦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뒤늦은 후회와 끝없는 책망에서 자유로워질 방법은 이것뿐이다. 끝까지 지켜내야 하고, 끝까지 나를 지켜줄 사람은 바로 가족이다. 친구와 나누는 친밀한 교감, 지인과 이어가는 정갈한 관계가 가족 안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가족이기에 더 친밀해야하고, 가족이기에 더 배려를 해야 한다. 어떤 일을 겪고 비로소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이미 늦은 때인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말할 줄 모르는 아이, 가족들 모두에게 골고루 무심한 유지의 이야기가 드러나면서부터 소설은 새로운 가능성과 극도의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쉴 틈 없이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정이현 작가를 세상에 알린『달콤한 나의 도시』에 길들여졌던 독자라면 그녀의 필치에 적잖이 놀라게 될 것이다. 그녀의 잘 알려진 전작을 읽을 때 나는 온 마음을 빼앗겼었다. 놀랍도록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이야기에서 한동안 헤어나질 못했었다. 그러나 이 소설 『너는 모른다』를 읽는 동안 다른 작가의 글과 마주한 것처럼 생경했다. 묵직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 무서우리만치 예리한 현실 직시,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극적인 사건 전개까지. 책장을 덮는 순간 알았다. 작가의 변신은 독자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사실을.

 따지고 보면 그녀의 이런 내공은 다른 전작들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결과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유독 세간의 주목을 받았을 뿐이지, 작가는 예나 지금이나 변화하는 시대상에서 시선을 거둔 적이 없다.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달콤한 나의 도시』가 2,30대 도시 여성들의 성장통을 보여준 소설이라면 『너는 모른다』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한 가족의 성장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가는 오늘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는 현실을 반영해 화교와 재혼가정을 소재로 선택했다. 여기에 아이의 실종을 매개로 가족 구성원들의 숨겨진 내면을 파헤쳐가며 서로(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결국 작가의 시선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머무느냐에 달린 문제. 소설의 소재와 주제, 화법과 문체가 여기에서 결정된다. 더불어 작품 전체의 분위기까지도. 분명 그녀는 이 소설을 통해 눈부신 비상을 이루어 낸 듯 보인다.

 어떠한 미동도 없이 고요한 호수 아래, 치열한 생존 경쟁을 본 적이 있는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은 지극히 평온한 아름다움. 정작 수면 아래에는 잔인할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다, 이것이 가족 구성원들 각자가 겪고 있는 내적 고통이다. 말 못할 고민이란 없다. 다만 말 못한 상황이 존재할 뿐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자연스런 분위기는 연출이 아닌 습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족이 함께 나누는 교감의 크기가 삶의 힘이자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노력하자. 어떠한 일이 닥쳐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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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아 2010-01-13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립니다^^

soulnote 2010-01-15 13:39   좋아요 0 | URL
감사드려요^^ 오우아님! 행복한 주말 보내셔요ㅎㅎ
 
친정 엄마 - 증보2판 나남산문선 38
고혜정 지음 / 나남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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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하고 자주 불러 드리세요!
- 고혜정, 『친정엄마』를 읽고


 언제부턴가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져오는 이름 ‘엄마’. 결혼을 하고 집안 살림을 하면서부터 알게 되었다. 구석구석 엄마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식사준비며 빨래 청소 등 매일 반복되는 하찮은 일들이 실은 가족을 위한 가장 근원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엄마는 생명의 근원인 대지와 닮았다. 어떤 씨앗이 날아와 뿌리를 내리든 모두 받아들인다. 보듬고 또 보듬어 잘 커나갈 수 있도록 언제나 너른 품을 내어주신다. 남편에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해도 자식이 가슴에 대못을 박아도 엄마의 가슴을 채운 흙은 세월이 갈수록 비옥해진다. 비와 바람 찬 서리를 맨 몸으로 맞았기에 더 굳건하고 오히려 풍성해진다. 그렇게 오랜 세월 자식과 남편을 묵묵히 지켜낸다. 엄마는!

 작년과 올해 우리 문단에 불어 닥친 소위 ‘엄마’ 열풍은 엄마를 주제로 한 책에 부쩍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해 어느 날 만나게 된『친정엄마』. 제목대로 『친정엄마』는 방송작가 고혜정님이 자신의 엄마에 대해 쓴 에세이집이다. 완벽한 서사구조로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던 다 알만한 베스트셀러와는 분명 차이가 나지만, 소박하고 솔직하며 정감이 넘치기로는 이 책이 단연 돋보인다. 간간이 등장하는 삽화처럼 아무런 덧칠도 하지 않은 맑은 느낌이랄까. 책을 펼치면 ‘고향’하면 떠오르는 푸근한 우리네 엄마가 버선발로 달려와 반갑게 맞아주신다.

 때로는 궁상맞고 답답해 보이는 엄마. 엄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는 ‘바리바리’라는 명사다. 시골보다 도시에서 더 저렴하고 좋은 것을 구할 수 있는데도 엄마의 봇짐 속에는 딸이 좋아하는 것들이 바리바리 들어앉아 있다. 자신의 몸을 바로 세우는 것도 힘든 노인네가 자라목을 해서 이고 들고 오는 짐 보따리는 매번 무겁기만 하다. 부피도 줄지 않는다. 힘드실까봐 늘어놓는 딸의 잔소리는 뒷전이고, 그 미운 입에 맛난 음식을 넣어주기 바쁘시다. 그것이 엄마의 낙이다. 힘들었던 몸도 그제서야 노곤하게 풀린다.

 사업 실패로 잔뜩 빗을 진 상황에서 돈을 벌기보다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사위. 딸이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달가울 리 없겠지만 한 푼 두 푼 모은 쌈지돈을 용돈 하라며 사위에게 찔러주는 것이 친정엄마다. 육십년 넘게 살아 오시면서도 먹어본 음식보다 못 먹어본 음식이 더 많으신 엄마. 일찍이 먹어본 적 없기에 먹는 방법조차 알지 못한다. 딸이 시켜 준 양장피를 어찌 먹을까 고민하다 나름의 방법으로 다시 요리하시는 모습은 애잔함을 더한다. 자식에게는 할 수 있는 한 세상 가장 맛있는 음식을 해 먹이면서도 정작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려고 하면 본인은 먹어본 것이 별로 없기에 맛있는 음식을 고르실 줄 모르신다.

 책이 시종일관 눈물샘만을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주루룩 눈물을 흘리다가도 한바탕 시원하게 웃게 된다. 영화배우 제의가 들어올 정도로 끼가 많다는 고혜정님의 친정엄마는 가끔 엉뚱한 재치를 선보이신다. 밤을 지새우며 글을 쓰는 딸이 못내 안쓰럽다는 엄마는 새벽에 깨시면 늘 기도를 올린다고 하신다. 딸의 건강을 위해서? 천만에 딸네집 전기가 팍 나가서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해달라는 다소 생뚱맞은 기도. 노진예라는 자신의 이름이 촌스러워 딸이 놀림을 당할까봐 고심 끝에 가운데 ‘ㄴ’받침을 빼고 노지예라는 예명을 쓰기도 하신다.

 『친정엄마』에는 우리 모두의 엄마가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주고도 더 줄 것이 없어서 미안해하시는 엄마, 늘 남편과 자식의 그림자로 살아가시는 엄마, 희생과 눈물로 얼룩진 삶이지만 자식에게만은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시는 강인한 엄마. 엄마꺼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걸 보면 답답했는데 자식을 품어보니 알 것 같다. 나보다는 네(자식)가 우선이고 너에게는 그저 다 내어주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을. 이 책을 만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면 당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엄마의 고단함과 적적함을 위로해 줄 한 줄기 단비 같은 자식의 목소리. 들려드릴 수 있을 때 더 자주 들려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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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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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랑와랑한 햇살을 따라 걷는 올레 길
- 서명숙, 『제주걷기여행』을 읽고

 코끝을 시리게 하는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갛게 높아만 가는 하늘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서는 길. 밖으로 나왔지만 당장 어디로 걸음을 옮겨야 할지 주춤거리게 된다.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하늘, 오늘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바람을 가까이 두고도 막상 한 발 떼어놓기가 쉽지 않다. 그래 이왕 나온 거 동네 한 바퀴라도 돌고 가자 마음먹는다. 그러다 곧 언제 뒤따라올지 모르는 차 소리에 신경이 곤두선다. 매캐한 매연에 입을 틀어막는다. 어느 순간 두발은 종종걸음을 친다. 집에 돌아와서야 긴장이 풀린다. 기분 전환 차 나섰던 길에서 애먼 긴장만 그러안고 돌아왔다. 마음 놓고 산책 한 번 하기 힘든 도시의 삶. 제주도, 그 곳으로 떠나고 싶은 날이다.

 『제주걷기여행』의 저자 서명숙은 기자로 재직하는 25년 동안 언론계에서 쌓아올린 화려한 이력을 뒤로 하고, 어느 날 훌쩍 산티아고 순례 길에 오른다. ‘이대로 살다가는 죽겠다’라는 절절함이 그녀 나이 쉰 즈음에 일탈 아닌 일탈을 감행하게 만든 것. 80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순례 길을 걷는 동안 군더더기 살이 빠져나간다. 검게 그을려가는 얼굴과는 달리 정신은 한없이 투명해져 간다.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가 마주한 것은 맑은 영혼이 깃든 자신의 얼굴과 깨달음 하나. 고향 제주에 산티아고 순례 길과 같은 길을 내어 그녀가 느낀 행복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것!

 자기 집 마당에서 마을의 거리 길로 들고나는 진입로를 뜻하는 ‘올레’. 너와 나를 이어주는 근원이 되는 것이 올레, 즉 ‘길’인 것이다. 어딘가는 끊어져버렸고, 어느 쯤에서는 사라져 버린 길들을 잇고 찾아가는 동안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이 하나 둘 베일을 벗는다. 차를 타고 휙 지나쳐서는 절대로 마주할 수 없는 풍경이 한 발 한 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배시시 수줍은 얼굴을 드러낸다. 제주의 속살과 만나는 순간이다. 책에는 제주 올레는 물론 제주 올레의 씨앗이 된 산티아고 순례 길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이 녹아들어 있다. 더불어 양념처럼 가미된 그러나 결코 빠질 수 없는 그녀의 솔직한 가족사도 만나볼 수 있다. 제주의 맛과 말(제주도 방언), 토박이들의 삶은 제주를 더욱 살가운 섬으로 보듬어 주게 만든다.

 쉼 없이 걷는 동안 그녀가 만난 사람들, 마주한 풍경들은 그녀안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주어진 하루를 정신없이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누리며 사는 방법도 깨닫게 해주었다. 그녀의 마음 가득 차오른 충만한 행복이 이제 올레 길을 따라 많은 이들의 마음에 가닿고 있다. 길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걸음을 옮기는 동안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어쩌면 기억조차 할 수 없는 태고적 순수한 영혼을 만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험이 삶에 미세한 파장을 일으켜 결국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책을 읽노라면 걷지 않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이 아직 걸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얼른 첫 걸음을 떼어놓으라고 재촉한다. 단, 잊지 말아야 할 것. 길 위에서는 간세다리(게으름뱅이)가 되어야 한다. 느릿느릿 걷다보면 바람의 속삭임을, 작은 풀잎의 싱그러움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살아있음을 깨닫고 살아가야 할 길을 가늠하게 한다. 2007년 9월 8일 제주올레 1코스 개장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새로운 길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올레폐인이 생겨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그 길을 걷고 있다. 여러 지자체에서 답사를 다녀갔다고 하니 머지않아 제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길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물론 제주 올레처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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