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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종종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곤 한다. 지금 블로그와 내 삶을 말하는 책 원고를 적으면서 꽤 오래전의 글을 다시 읽어볼 때가 있는데, 그 글들을 읽고 있으면 내가 가진 미숙한 점이나 조금은 감추고 싶은 내용이 적힌 글이 있어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다.


 만약 내가 지금까지 일기를 매일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적어왔다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어릴 때부터 과제에 불과한 일기를 꾸준히 적는 일은 한국 사람에게 아주 드문 일이지만, 어떤 사람은 매일 작은 다이어리에 일기를 적는다고 한다. 특히 작가 중에서는 그 일기로 책을 연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일기를 적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과거의 기억을 다시 꺼내서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어떤 사건은 나에게 유리하도록 왜곡되어 있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어릴 시절의 기억을 하나둘 살펴보며 뜻밖에 잊어버리고 있던 중요한 사실이나 감정을 다시금 깨달을 수도 있다.


 이번에 알라딘 신간 평가단 활동을 통해서 <내면 보고서>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 폴 오스터가 자신의 소년 시절과 청년 시절의 기억을 되돌아보며 특이한 형식으로 적은 회고록이다. 아무래도 작가라는 사람은 이렇게 자신이 보낸 시절을 되돌아보며 글을 적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문단 띄어쓰기도 잘 안 되어 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글이라 답답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좀 더 재치있게 글을 적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저자는 2인칭(당신)의 방식으로 주인공의 이야기를 마치 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기분에 빠지게 했다.


 마냥 '나는 ~ 했다. 나는 ~에서 ~를 만났고, ~를 했다.' 형식으로 글을 적는 것보다 확실히 이런 전개는 조금 신선했다. 독자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설명하는 투의 말투는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어릴 시절에 어떻게 보냈지? 지금 만약 이런 식으로 글을 적어본다면, 어떤 기분이 될까?'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저자의 스타일을 빌려서 글을 적어본다면, 대충 이런 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은 떠나 버리고 싶어서 좀이 쑤셨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에 더는 답답하게 살아가야 하는 한국이 싫었다. 시험을 치기 전에 옆의 나라 일본으로 떠나 여행을 해보고 싶었고, 유럽으로 떠나 책에서 본 그 역사적인 장소를 돌아보고 싶었다. 방 한구석에서 책을 읽다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방황하다 당신은 스스로 자책하며 한숨을 내쉴 것이다.


 내가 보낸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조금 있으면 마주할 미래를 상상하며 적은 글이지만, 딱히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참 복잡한 기분이다. 지금도 한 번쯤 시도하고 싶은 일은 많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더 큰 무대에 내 글을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늘 욕심 없이 살려고 하지만, 나는 때때로 탐욕스러울 때가 있으니까.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내면 보고서>를 읽는 동안 소년 시절에 보낸 나는 어떤 내면을 갖고 있었을까. 나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했고, 사람을 피하면서 혐오의 감정을 품었고, 내일의 하늘을 바라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굳이 글을 적기 위한 목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그냥 책을 읽으면서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면서 한번 생각해보자. 그러면 내가 놓치고 있었던 점, 내가 지금 하는 일의 이유, 내가 한 번은 두근거림을 느낀 사람, 내 주변에서 살아가는 가면서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문득 떠올릴지도 모른다.


 매일 일기를 적는 사람은 나를 안다고 하고, 때때로 나를 돌아보는 사람은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오늘을 보내고 있을까. 우리는 나를 알고 있을까? 우리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고 있을까? 내면을 돌아보는 일은 그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게 해준다.


 <내면 보고서>를 읽으면서 작가의 어떤 말이나 행동에 감동하는 것보다 종종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 적도 있었지만, 굳이 좋은 책이라고 억지로 붙이고 싶지는 않다. 폴 오스터라는 작가를 알고,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그냥 이 책을 읽어보면 몇 가지 정도는 얻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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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모두 저마다 이야기꾼의 재능이 있다. 친한 친구와 만나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시켜놓고 1시간이 넘도록 수다를 떨 수 있고, 매일 마주치는 일상 속에서 이야깃거리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모두 훌륭한 이야기꾼의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면 참 잘도 말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야기꾼이라고 말하기보다 그냥 청자이다.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책을 읽으면서 주변에서 나누는 몇 살이나 어린 대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지하철에서 피곤한 눈을 감고 이으면서 사람들이 지인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끔은 이렇게 듣는 이야기 중에서 글로 옮기고 싶을 때가 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을 두고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연애에 대해서 나보다 어린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애니메이션 축제에 가는 더 어린 학생들은 요즘 어떻게 살아가는지… 공감되는 이야기는 때때로 반갑기까지 하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그 이야기를 토대로 글로 옮기더라도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내 글은 쉽사리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는다. 어느 작가는 격하게 솔직한 글을 적어서 한 편의 에세이로 책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를 적어도 한 권의 책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번에 읽은 에세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도 그런 책이었다. 작가 사노 요코는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이라는 책을 발표하였고, 독특한 발상을 토대로 색깔 있는 글과 유머 가득한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 작품들을 하나도 알지 못했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남의 이야기라고 느끼면서도 딱히 듣기 싫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작가의 특색이 살아있는 글과 일러스트가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 이야기는 책으로 될 수 없지만, 사노 요코 작가의 이야기가 책이 될 수 있는 차이는 여기에 있는 것일까?


 앞으로 사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언젠가 책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이제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연습까지 해야 할 것 같았다. 만약 소박한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글을 담백하게 적어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천생 작가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사람은 그런 글과 그림의 조화를 좋아한다.


 스마트폰으로 읽는 다양한 글도 글만 있는 것보다 한두 장의 사진이 있어야 눈이 가고, 자극적인 사진이거나 우리가 쉽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진이어야 쉽게 클릭해서 읽는다. 요즘처럼 사람들이 일부분만 보고 판단하는 시기에 글을 쓰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왜 작가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이라는 제목을 선정했을지 생각해보았다. 편집부의 생각인지, 아니면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름이 바뀐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책을 읽어보면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느낌보다 일상에서 느긋한 시간을 열심히 보낸 느낌이었다.


 만약에 내가 이런 글을 적는다면 어떤 이야기가 담기게 될까?


 지금 다니는 대학에서 불쑥 눈에 들어온 예쁜 여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적어보기도 할 것이고, 교수님과 나누는 요즘 대학생들의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기도 할 것이고, 뉴스를 통해서 만나는 이런저런 짜증이 나는 사회·정치 이야기를 적어보기도 할 것이다. 내 이야기는 고작 그런 이야기다.


 연락처에 저장된 친구는 있지만, 자주 연락하지 않는 나는 일상의 이야깃거리가 부족하다.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내가 관심이 있는 피아노, 책, 애니메이션, 사회·정치 분야가 전부이고,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기록하는 일기장 같은 이야기는 굳이 따로 말할 필요가 없는 반복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사노 요코의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의 글 또한 솔직히 후자의 느낌인데, 지난 토요일에 발행한 피자를 먹은 이야기가 조금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모두 천성 이야기꾼으로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여 이렇게 그림을 그려 글로 옮기는 사람은 소수다.


 작가의 재능이라고 말하기보다 실천에서 오는 차이다. 주고받은 이야기, 내가 보낸 시간을 그냥 글로 옮겨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작가가 될 수 있고, 계속 글을 적어보면서 글쓰기 실력을 단련할 수 있다. 사노 요코의 에세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책이다.


 마지막으로 또 어떻게 이 책을 소개하며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옮긴이는 "우리가 읽고 '아, 참 좋다.'라고 하는 수필은 기본적으로 작위가 아닌, 살면서 그 사람 안에 한 켜 한 켜 쌓여 오던 것이 마침내 그 사람 됨됨이의 그릇에서 자연스럽게 넘쳐 나오는 그런 것일 터이다."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데에 딱 이 말 이외에 덧붙일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느 출판사로부터 'OK'를 받지 못했지만, 일단 적고 있는 내 글 또한 이런 책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우연히 만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책과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짓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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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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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폭력과 유전의 관계를 말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책을 읽기 전부터 조금 무서웠고, 책을 읽으면서도 무서운 감정을 느꼈다. 왜냐하면, 나 또한 그런 유전을 받아서 조금 어긋난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이런 성향이 다음에 내 아이에게도 전해질 것 같아 두려웠다.


 유전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지만, 유전과 함께 물러지는 환경이라는 것은 그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특히 폭력적 성향이 강하거나 우울증을 앓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똑같이 폭력적 성향을 띄거나 낮은 자존감 탓에 사람들 무리에서 적응하기 힘들 때가 많다.


 오늘 읽은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막냇동생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서 집안에서 이루어진 폭력과 학대를 서슴없이 묘사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부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숨 죽이면서 읽었다.


 왜냐하면, 나 또한 비슷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주변 친척 중 일부는 '이렇게 멀쩡히 산 게 기적이다.'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집 환경은 좋지 않았다. 지금 내가 가진 우리 집의 아주 옛날 기억은 아버지라는 작자가 어머니께 칼을 들고 목을 누르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장면이다.


 어릴 적에 다녔던 유치원에서의 기억도 나는 대걸레 막대기로 때리는 남자 선생님께 울며불며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던 한 장면이 남아있다. 나의 과거에는 그렇게 폭력과 학대 이외에도 분명히 다른 일이 있었겠지만, 굵은 몇 개의 사건이 다른 기억은 모조리 지워버렸다. 그 이후 몇 년간 이어진 학교 폭력은 정말 최악이었다.


 나의 어릴 적 시절은 '절망'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조금 나아졌고, 대학교에 다니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어서 한동안 편하게 지냈었다. 하지만 그 이후 겪은 몇 가지 사건은 다시금 사람에 대한 불신과 경멸을 품게 했다.


 그래서 <내 심장을 향해 쏴라>에서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굉장히 무거웠다. 지금의 나는 그동안 우울증 약을 복용한 적도 있었고, 분노 조절 장애 고위험 판단을 받기도 했지만, 책 읽기와 함께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스스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술과 담배를 하면서 밤에 돌아다니는 동생과 나는 거의 정반대의 모습이다. 작가와 작가의 형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비뚤어진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은 집밖에서 보낸 환경의 차이가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 역시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과 함께 노출된 환경이 아닐까?


 <내 심장을 향해 쏴라>는 대단히 두꺼운 분량을 가지고 있었지만. 읽을 수 있었던 이야기는 '절대 남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사람으로 만들어진다. 사람을 만드는 것은 환경과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는 지에 달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과연 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왠지 모르게 지금 앓는 이 마음의 병들이 사람을 더욱 꺼리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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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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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인문학 여행 파리>, <아트 인문학 여행 이탈리아> 책을 읽은 이후 종종 유럽 지역을 걸어다니며 그곳에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걷는 이야기에 큰 관심이 있었다. 어렵기만 했던 '인문학'이 아니라 '에세이' 형식으로 쓰여진 책들은 읽는 즐거움과 배우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번에 알라딘 신간 평가단을 통해서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책도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유럽의 변경을 걸어본 작가의 시점을 통해서 그곳의 풍경, 그곳에 있는 어느 예술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예술과 그 속에 있는 가치 그 이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실망했다.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는 독자를 생각해서 썼다고 말하기 보다 작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썼다는 느낌이 강했다. 책을 읽으면서 어느 장소로 이동하는 이야기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읽을 거리가 있기는 했지만, 와 닿지 않았다.


 아마 이것은 내가 저자가 소개한 예술가들의 이름을 거짓 모르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유럽 지역의 이름이라서 연결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작가는 독자를 이야기에 끌어들이는 형식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서술한 탓에 더욱 책을 읽는 재미가 없었다.


 마치 함께 여행하면서 어떤 배경은 빼놓은 채로 '그 작가가 어땠을까' 말하며 혼자 감동하고, 혼자 해석하며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가이드 같았다. 설명서라고 말하기에 주관적인 의견이 많지만, 설명서라고 말하지 않기에 이 글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건조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나마 조금 흥미를 가지고 읽은 부분은 러시아의 작가 톨스토이의 이야기가 있던 부분, 현재 피아노를 배우면서 조금씩 연주하고 있는 쇼팽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었다.


 역시 사람은 어렵게 느껴지는 이야기는 개인적인 접점이 없는 이상은 흥미를 가지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번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를 읽으면서 나는 그것을 느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저곳 쇼팽 박물관을 방문해보고 싶다. 이번 책 읽기는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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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7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kuru 2016-04-27 06:53   좋아요 0 | URL
강의는 7교시부터인데, 제가 그날 1교시부터 6교시까지 내내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ㅠㅠ
혹시 일찍 마치거나 한다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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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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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종교적 믿음? 내가 지지하는 정치? 자유와 경쟁을 지향하는 자본주의?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일이다. 사람이 무슨 동물이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면서 '그곳에서 좀 더 먹고 살만해질 수 있기를' 바래왔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사는 현대다.


 매번 시대는 급속히 바뀌고, 사상은 혁명이 일어나서 바뀌고, 새로운 원칙과 제도가 세워지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점은 언제나 똑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언제나 바깥으로 일어나는 일에 가치를 두었다.


 <세컨드 핸드 타임>은 우리에게 적나라한 사실을 보여준다.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진심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도입을 반겼는가에 대한 생각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하게 해준다. 그 구 체제를 칭찬하는 게 아니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구 소련의 사상·정책과 비교하면 상당히 다르겠지만, 한국 또한 과거 군부 독재 시절을 겪으면서 개인의 사상이 제한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군부 독재 시절에 커다란 세력으로 큰 사람과 지지자가 나라를 흔드는 정치인이 되어 있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것은 누가 보아도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태이지만,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만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여기서 모순점을 찾아야 한다. 사람에게 사상이나 정책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자신이 먹고살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매번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거짓말 공약이 난무하고, 언론을 장악하여 공포를 부추기거나 왜곡된 사실을 만들어낸다. 여전히 과거의 군부 독재 시설의 영광을 생각하며 지지를 보내는 사람도 있고, 이제는 제발 좀 바뀌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무관심한 사람도 있다.


 그게 우리가 사는 현실이라는 사회다. 우리는 어떤 제도와 변화를 통해 이상적인 결과가 나올 것을 생각하는 이상주의자로 있지만, 사실 그렇게 바뀐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부적인 심리적 요인은 바뀔지 몰라도 내부적인 요인은 항상 멈춰 있기 때문이다.


 <세컨드 핸드 타임>은 한때 실패로 지적받은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로 바뀐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어느 인물의 삶이다. 이야기를 통해서 요즘 다시 고개를 바짝 들고 있는 군국주의와 국수주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그저 제도와 사상을 이유로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하는 사람의.


 나는 이 책이 지금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눈여겨 볼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군복을 입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과거의 사람들과 되살아나는 독재를 비판하는 사람들, 혐이슬람주의와 혐한 시위를 벌이는 일본. 어느 곳이라도 문제는 똑같으니까.


 사람은 결국은 실리주의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의롭게 보이는 어떤 선택지보다 '일단 나를 위한 선택지'를 고르는 일이 먼저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그렇게 존재하고, 그렇게 사라져 간다. <세컨드 핸드 타임>은 그런 이야기다. 혁명은 시작했지만, 혁명은 또 다른 불만을 일으킨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런 존재이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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