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 명언 200선 - 풍요로운 삶의 긍정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정의석 옮김 / 북씽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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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마음은 워낙 복잡해서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글 재주가 없는 사람이 글로 내 마음을 표현하려고 한다면, 엉뚱한 글이 될 뿐이라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다 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종종 의사소통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오해가 생기는 일이 발생한다.


 사실, 그 정도의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런 일은 대화를 통해서 해결이 가능하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도대체 사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오는 상황은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이건 중요한 문제인데,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뒤로 미뤄두고 있다.


 내 삶에 대한 고민을 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이 가는 대학에 가야 하고, 다른 사람이 치는 토익 시험을 쳐야 하고, 다른 사람이 좋다고 추천하는 기업의 취업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 삶을 고민하기보다 먼저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내 꿈은 뭐지?' '나는 도대체 왜 사는 걸까?' 같은 살아가면서 주춧돌이 되어야 하는 질문의 답을 구하지 못한다. 아니, 애초에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자체를 좋게 보지 않는다. 그 시간에 일하거나 영어 단어 한 개를 더 외우라고 한다.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살다간 인생을 도둑맞고 만다. 인생을 살아가다 문득 멈춰서서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지?'이라는 질문을 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고, 술을 마시면서 정신을 잃어버리는 행동이 습관이 되면서 몸와 마음에 병이 들기 시작한다.


 우리는 때때로 한 번은 마음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한때 많은 방법이 유행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필사하는 것을 추천해주고 싶다. 어떤 책을 읽을 때 '마음이 잠시 멈춘' 문장을 옮겨 적어보는 것이다. 문장을 옮겨 적어보는 행동만으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 책 <아들러 명언 200선>은 필사 노트를 겸용한 책으로, 아들러의 짧은 문장을 읽어보면서 아래에 글을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글을 베껴쓰는 일이 제법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하루에 한두 페이지의 글을 따라 적어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TV 앞에 앉아서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게 아니라 책을 펼쳐서 잠시 글을 적어보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 많은 아들러의 명언이기에 분명히 마음에 와 닿는 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드는 문장은 지갑이나 스마트폰 화면에 입력해두어도 괜찮다.


 그리고 <아들러 명언 200선>은 어디까지 '문장'을 모아놓은 책일 뿐이다. 이 책은 짧은 문장을 읽고, 필사를 하며 마음을 정리하기 좋은 책이지만, 좀 더 근본적인 방법을 얻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단지, 문장을 필사할 때 아들러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덧붙여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오직 행동의 힘을 믿으세요. 삶은 말보다는 행동의 힘으로 변화됩니다.'이라는 문장을 옮겨 적었다면, 그 밑에 '나는 언제나 말만 한 것 같다. 행동으로 실천한 일은 너무 적다. 지금 이렇게 필사를 하는 것은 작은 행동이지만, 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멋져질 것이다.'는 글을 적는 거다.


 이런 과정으로 책을 읽으면서, 글을 적다보면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앞에서 말했지만, 우리는 자신의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살지 못한다. 종종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마음을 모를 때가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더욱 중요하다.


 글을 쓰다 보면 문득 '어?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나? 내 마음이 이랬어?'이라며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일이 복잡하고, 왜 살아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다면, 지금 잠시 하는 일을 멈추고 어떤 책이라도 펼쳐서 글을 옮겨 적어보자. 다른 사람의 일보다 자신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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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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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새해를 맞아 많이 사람이 올해 꼭 실천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바로 여행이 아닐까. 여행은 우리의 버킷리스트에 항상 들어있는 단어로, 좀처럼 일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가 항상 상상하는 일 중 하나로 가슴 속에 남아있다. 아마 이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당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올해 대학교에 돌아가기 전에 반드시 여행을 한번 떠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년에 100만 원을 정기 예탁을 해놓았다. 이번 4월에 그 100만 원을 찾게 되면, 벚꽃이 피는 일본으로 꼭 여행을 가보고 싶다. 교토와 오사카, 그리고 아키하바라. 오타쿠인 내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그 장소에 말이다.


 그러나 말은 이렇게 '갈 것이다.'라고 말하더라도 막상 그때가 되면, 또 어떤 선택지를 고를지 모른다. 우리는 항상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하고 떠날 것이라 말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처럼 훌쩍 떠나지 못한다. 내 마음은 이미 가벼운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저곳을 떠돌지만, 내 몸은 TV 앞에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곳의 관광지만 둘러보는 패키지 투어도 매력적이지만, 본디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혼자서 낯선 곳을 걷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것이다. 말은 쉽게 나오지만, 그런 여행을 떠나는 일은 용기가 없으면 좀처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늘 나는 여행을 떠나는 용기를 다시금 곱씹어줄, 여행이라는 게 왜 매력적인지 말해주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손미나 전 아나운서(현재는 작가 겸 허핑턴포스트 담당자)가 집필한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이라는 책이다.


 나는 '페루'라는 나라를 솔직히 잘 몰랐다. 페루는 남반구에 있는 우리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인 곳이라고 한다. 브라질과 함께 남아메리카에 있으며, 그곳에는 우리가 익히 한 번은 들어보았을 '마추픽추' 유적과 함께 '나스카 문양'이 있는 나라였다. (역시 사람의 지식은 아는 것만 알 수밖에 없다.)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는 페루를 여행하는 손미나의 여행기다. 그녀는 파트너 레이나와 함께 그곳을 방문했는데, 책을 통해서 그녀와 레이나가 겪은 고산병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페루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주 담백한 여행기라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여행기를 저술한 책이지만, 이 책은 한편의 에세이집이다. 나는 책을 통해서 그녀가 페루에서 만난 한 명의 친구와 그곳에서 우연히 인연이 된 한 명의 택시기사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리고 현지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통해서 '이래서 여행은 멋진 것 같다.'라며 감탄했다.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우리의 만찬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갈 시간. 아주머니는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서둘러 훔쳐내고 다정하게 포옹하며 볼에 키스를 해주었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진정한 기쁨으로 가득했지만, 분명 삶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도 함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새어 나왔다.

"아주머니, 행복하세요?"

그녀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내 내 손을 꼭 쥔 채로 이렇게 말했다.

"젋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그 순간 아주머니가 용맹한 아마존의 여전사처럼 멋져 보였다.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다...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택시 안에서도, 낯선 호텔 방에 누워 잠을 청하면서도 그녀의 한마디가 계속 귓전에 울렸다. 갑자기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인해 마주하게 되는 일들이 얼마나 값진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비행기가 결항된 것이 고맙기까지 했다. (본문 92)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한 목적이 전부가 아니다. 비싼 돈을 내고,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는 내가 가진 것을 잠시 내려놓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미나의 페루 여행기에서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우연한 만남이 무척 소중한 인연이 되고, 친구가 되어 집에 초대를 받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는 계기가 되었던 고인이 된 아버지의 넋을 위로받기도 했다. 사람이 여행을 떠나 사람과 만나고, 같은 하늘을 다른 곳에서 바라보는 일은 이래서 멋지다.


 우리가 여행을 동경하는 이유도 분명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매일 같은 곳에서 하늘을 바라보지만, 우리가 쳐다보는 하늘은 그 장소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내가 방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자유를 꿈꾸는 하늘이고, 내가 자전거를 타며 바라보는 하늘은 강하게 페달을 밟으며 손을 뻗게 하는 하늘이다.


 낯선 저 페루의 하늘은 어떤 하늘일까? 내가 서보지 못한 저 땅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어떤 하늘일까? 무척 궁금했다. 책을 통해서 컬러로 선명하게 인쇄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책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눈으로 보아야 우리는 그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감명을 받을 수 있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나는 겁쟁이다. 매해 목표로 여행을 한 번은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종이에 까만 샤프로 쓴 글로 옮겨 적어 다짐했다. 그러나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매번 나는 똑같은 변명을 했다. '돈이 없다'는 상투적인 변명을 하며 그곳에 떠나지 못하는 나를 감쌌고, 나는 언제나 제자리다.


 오늘도 여행을 다니는 블로거의 글을 읽어보았다. 부럽다고 생각했다.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으로 '나는 저렇게 떠날 수 있을까?'는 질문을 던지면서 현실적인 고민을 했다. 당장 책을 사느라 통장에 6천 원밖에 남지 않은 잔액을 보며 한숨을 쉬었고, 내 가슴에 몇 번이고 되물었다.


"나는 정말 일본에 가고 싶은가? 일본에 간다면, 부족한 일본어로 길을 묻거나 찾을 수 있는가? 일본에서 정말 살아갈 수 있는가?"


 어정쩡하게 인생을 살았던 나는, 스스로 질문을 하면 항상 어정쩡하게 대답한다. 나는 잘난 체 하면서 글을 쓰지만, 스스로 잘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여느 20대와 마찬가지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오늘을 고민하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나의 고독을 글로 옮기며 몰래 눈물을 훔친다.


 비록 낯선 곳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소중한 인연을 찾는 여행을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지금 떠날 수 있는 인생이라는 여행에서는 겁쟁이가 되어선 안 된다. 책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으며 다시금 여행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글 일부를 남긴다.


"그때가 참 좋았지. 근데 지금도 좋아. 미나야, 네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인생은 모든 순간이 그 고유의 가치가 있는 거란다. 겉으로 보이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들과 상관없이 의지를 가지고 추구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법이며 그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단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쁘다. 늘 행복해라." (본문 283)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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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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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스물여섯에 숫자 하나가 더해지는 새해가 되었지만, 아직 나는 눈앞에 쌓여있는 책을 하나둘 읽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은 소설은 금방 읽어버리지만, 시집이나 인문학은 오랫동안 책을 붙잡고 있어야 해서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책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 건 행운이다.


 그러나 책의 세계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머릿속에 '???' 기호를 띄우게 되는 책을 만나기도 한다. 현재 알라딘 신간평가단 활동으로 받은 책 <우물에서 하늘 보기>가 바로 그렇다. 나이가 스물일곱이 되었어도 나는 아직 시를 잘 읽지 못한다. 여전히 시는 잘 상상할 수 없는 문학으로 남아있다.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 걸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시를 읽기 위해서는 시를 분석하는 일이 아니라 상상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시는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된 문학으로, 우리가 시를 알기 위해서는 작가가 무엇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상상해야 작가와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평범히 시를 나열한 책이 아니다. 시 한 편의 한 구절과 함께 시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다. 시를 지은 시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 현실을 비탄하며 시를 말하는 책이기도 했다. 그동안 읽은 시집과 달랐기에 책을 도중에 덥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를 잘 모른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어느 부분에서 시를 적절히 활용할 수 없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에서 저자가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한 편의 시를 인용해 독자를 설득하는 부분은 강한 힘이 있었다. 책을 읽으며 역시 글은 '상상력'이 추가되면,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자주 머리를 45도 왼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답답할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상상한다.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좀 더 쉽게 사람들이 글을 편안히 읽을 수 있고, 어떤 단어와 문장을 사용해야 하고 싶은 말을 쉽게 표현할 수 있을지.


 작가는 아니다.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일이라는 건 이토록 어렵다는 걸 안다. 아무래도 나는 조금 더 감성적인 존재가 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시를 쓴 시인들은 사랑을 해보았고, 이별의 슬픔을 알았고,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하는 좌절을 알았다. 과연 나는 얼마나 그 시인들처럼 경험을 해보았을까.


 턱없이 부족하다. 스물여섯을 이제 갓 넘어선 나에게 인생의 경험은 보잘 것 없다. 결코, 쉽게 살아왔다고 말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지금도 저 소녀상 앞에서 대치하는 두 세력의 어떤 인물보다 나는 부족하다. 경험하지 못했고, 생각하지 못했고, 상상하지 못했다. 저절로 손에서 힘이 빠진다.


 나는 자주 티스토리 블로그(링크)를 통해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마주하는 머리 아픈 문제를 언급했다. 쓸데없이 참견하는 게 아니라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20대 청년으로 당연히 관심을 지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고, 배운 것이 짧아도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을 넘어 입속에 가득 찼기 때문이다.


 단순히 십 원이 들어간 욕을 하면서 침을 '퉤' 뱉을 수도 있지만, 졸필을 쓰는 멋 모르는 놈이 글로 남기고 싶었다. 어제 발행한 <헬조선에서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 포기가 조건?>(링크) 글도 이렇게 글로 남기고, 누군가 읽어줘야 한층 더 우리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작가가 들려주는 시에 담긴 이야기, 시를 통해 보는 이야기, 우리의 오늘을 잠시 시로 옮겨보는 이야기다. 앞에서도 말했다. 그런데 과연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단순히 시를 소개한 책이라고 말하기에 책에서 읽은 글은 지나치게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나는 인상적이었다. 나는 글을 적으면서 부족한 지식을 매꾸기 위해서 뉴스를 다시 읽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창 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나'를 중심으로 다시 생각한다. 작가는 그 생각에 시를 끌어들였고, 시를 해석하며 담은 주장은 오랫동안 남았다.


 책을 읽는 동안 흔적을 남기고자 포스트잇을 듬성듬성 붙였지만, 시간이 흐르면 나는 이 책을 잊어버릴 것이다. 현실에 돌아가게 되면, 여기서 반박했던 그 현실을 자연히 받아들일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되더라도 다시 블로그를 통해 이 글을 읽으며 오늘을 떠올리기 위해서 여기에 글을 남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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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다라의구슬 2016-01-1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으면서 하셨던 생각과 고민들이 진심으로 다가오네요. ^^ 좋은 글 계속 써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Mikuru 2016-01-15 21: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꾸준히 쓰겠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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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내가 읽은 책을 이야기함에 있어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장강명'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소설이기도 하고, 지금 내가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한국에 대한 애환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기도 한 <한국이 싫어서>는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에 답답함이 느껴진다.


 나는 책의 주인공 계나가 처음 말했던 한국의 전형적인 삶을 살아가는 청년이다. 글쎄, 전형적인 삶을 살아간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옳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면서 글을 쓰고, 전업 블로거를 꿈꾸며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나는 계나가 말한 전형적인 한국의 삶과 똑같다. 지금도 단지 '외국어 대학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왠지 조금 뭔가 있는 것 같은 지방 대학 복귀를 앞두고 있고, 엄마에게 '행정고시 시험 준비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듣고 있으니까.


 한국에서 평범히 살아가는 많은 청년의 모습을 나는 눈으로 보았다. 솔직히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지겹도록 매일 술을 마시고, "시발 X 같다."라며 욕하고, 대학 시험 공부하고, 연애하고, 헤어지고, 취업 준비하고… 그런 삶에 과연 즐거움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모두 애써 웃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중에 잘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변명하지만, 나는 그런 길을 걷게 되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이 싫어서> 소설에는 그런 나와 같은 세대의 모습과 시대에 저항하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호주로 떠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내가 한국을 떠나서 호주로 갈 이유는 없다. 한국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편견에 시달리긴 하겠지만, 그래도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면서 활동 분야를 넓히는 것이 넘사벽을 가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해외로 간다면, 나는 일본으로 갈 생각이다.


 지진, 방사능. 그런 위험이 초래하는 나라 일본은 위험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자면 한국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언제 북한과 갈등이 빚어져 전시 상태가 될지도 모르고, 청년에 대한 지원을 끊기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이곳에서는 사람 대우를 받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은 잘 산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지옥, 말 그대로 헬조선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에 건너가더라도 힘들겠지만, 적어도 한국만큼 최저임금이 보상이 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연고주의가 없고, 글을 쓰는 일은 더 자유로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만약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면, 일본으로 가고 싶다. 한국처럼 무리하게 강요하는 회식 문화, 엿이나 먹으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 싶은 선후배 문화 등 고질적인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훌훌 털어버리고 살고 싶다.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이런 답답함을 좀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장강명의 다른 소설 <표백>도 찾아서 읽어보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댓글부대>를 읽었다. 그의 이야기는 강하다. 그리고 마음이 움직인다. 올해 내가 읽은 책, 그리고 책의 저자를 이야기함에 있어 장강명과 <한국이 싫어서>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글을 어설프게 적으면서 다시 고민해본다. 나는 정말 한국이 싫어서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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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재발견 - 잘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짜 잘되는 이유
조셉 T. 핼리넌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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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적으로 살아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긍정적으로 봐라.


 우리는 살면서 도대체 얼마나 '긍정적으로'이라는 말을 들을까. 아마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들었을 것이다.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바보'라는 호칭이 붙는데도, 우리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을 강요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집값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취업은 될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사귀던 여자친구는 점점 애정이 식어가니 "긍정적으로 살고 있는데, 그래선 아무것도 안 되잖아!"이라며 고함을 치고 싶은 게 오늘 우리가 사는 심정이 아닐까?


 긍정적인 생각이 분명히 사고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실질적으로 우리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의견에는 다소 의견이 분분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바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당돌한 바보는 되지 못하고 있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한다지만, 잇몸에서는 풍치라는 병이 생기며 몸을 괴롭히고, 학원비를 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을 때 학원비가 부족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절대로 이런 마이너스를 끌어들이지 않았는데, 도대체 왜 불행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걸까.


 그래서 우리는 점차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일에 가치를 두지 못하고 있다. 어릴 때에는 착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배웠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나쁜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뭐, 여기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이 충돌할 수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생각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걸까? 한번 고민을 해보자.


 ...


 우리는 또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 뭔가를 해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지금의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를 만났으니까.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에 우리는 긍정적 생각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보자. 긍정적인 생각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삶을 마주하면서 살아가게 하는 걸까?


 오랫동안 이 연구를 지속하며 많은 심리학자가 책을 통해 자신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책 <긍정의 재발견> 또한 그런 수 많은 책 중 하나다. <긍정의 재발견>은 말 그대로 우리가 서서히 잊어가던 긍정이라는 단어와, 에너지에 대해 다시금 떠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었다.


<긍정의 재발견>의 주제는 긍정이 분명히 우리에게 이점이 된다는 것이다. 때때로 긍정을 통해서 지나친 자기 왜곡이 발생하면, 우리는 바보 같은 일을 벌이게 되지만, 그것을 경계하는 자세 속에서도 도움이 되는 부분을 말해준다. 긍정 예찬론이 아니다. 긍정론을 설명하는 책이다.


 그동안 잠시 긍정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던 사람에게 긍정을 다시 꺼내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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