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결혼
제네바 로즈 지음, 박지선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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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 최고의 형사 변호사인 세라는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남편이 내연녀 살해 용의자로 체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별장의 침대에서 내연녀의 시체가 발견되고 모든 증거는 남편에게 너무 불리했다.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그녀는 남편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주장하는데..

아내로서 저는 애덤이 자기 죗값을 치르는 걸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애덤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가 아니라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p. 380


굉장히 흡입력 있는 소설이다. 아내 세라와 남편 애덤의 시점이 교차로 등장하면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소설의 범인 맞추기는 실패했고 결말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덕분에 소설을 다 읽었을 때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처음 시작은 과연 세라가 남편을 끝까지 변호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었다. 세라의 시선에서 사건을 따라가다 보니 나 또한 애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그리고 제발 아무 짓도 하지 말고 그저 세라가 하라는 대로 얌전히 있어주길 바랐다.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의 활약 또한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분노를 일으키는 애덤의 엄마나 의심스러운 경찰쪽 사람들까지 이 사건의 진짜 범인은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단숨에 달려간 결말은 충격이었다.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가는 결말에 짜릿함까지 느꼈다. 


애덤은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된 걸까. 이 사건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까. 예측할 수 없는 충격적인 결말과 파격적인 전개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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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 지음, 강동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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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자 앤드루 마틴을 살해하고 그를 대신하게 된 외계인. 그가 지구에 오게 된 이유는 '리만 가설' 증명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임무만 마치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외계인은 앤드루의 아내 이소벨을 사랑하게 되고 아들 걸리버의 방황을 알게 되면서 외계인은 인간의 감정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지구에 남는 선택을 하는 데...


지구인, 즉 인간에 대한 외계인의 비공식 보고서는 시작부터 흥미진진하다.

앤드루 마틴 교수의 납치와 죽음으로부터 시작한 이 임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동을 선사한다.

거리조차 가늠할 수 없는 머나먼 행성에서 온 외계인의 임무는 단순했다.

100년 넘게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만 가설' 증명을 삭제하고 

이를 아는 이들을 죽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는 모두 우주의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외계인은 앤드루를 대신하며 그의 삶을 살아가면서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을 하나씩 조사한다.

인간의 습성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인간들의 삶에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인간 앤드루는 최악의 인간이었다. 가르치던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가족의 일에는 관심도 없었으며 아들과는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그를 대신하게 된 외계인은 이전과는 다른 앤드루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를 인용하고 음악을 들으며 개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내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들을 구해낸다.

외계인이 인간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이 애틋하면서도 뭉클하다.

이 가족의 행복이 오래도록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나 악당은 있는 법. 외계인에게 임무를 내리던 존재는 또 다른 앤드루를 지구로 보낸다.

자신의 능력을 포기하고 지구에서 삶을 보내려던 외계인의 바람은 이대로 무너지는 걸까.

외계인 보고서를 읽으며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생각났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는 모든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더 주고 싶어졌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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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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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생물학자 알리스는 혼종 인류 연구를 진행하던 중 반대 세력의 위협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연구를 이어가기로 한다. 그녀가 우주에서 3종족의 키메라를 탄생시켰을 때 지구에서는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다. 수많은 나라들이 핵폭탄을 쏘아대자 지구는 궤멸하게 된다. 더 이상 우주에서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알리스는 3종족의 키메라 배아를 들고 지구로 귀환한다. 그녀가 도착한 파리에는 핵 전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이 지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멸종 사태의 구인류와 새롭게 생겨난 신인류의 동거는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인간과 박쥐의 혼종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으로 땅을 파고 지하에서 생활할 수 있는 '디거',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으로 물속에서 유영하며 살아갈 수 있는 '노틱'. 전공자의 시선에서는 결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물이 탄생했다. 유전학과 진화론에 관심이 있지만 이종 간의 교배는 내키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소설에서 키메라 연구가 성공했을 때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상상력의 결말이 어떻게 전개될지 마음이 급해졌고 결말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알리스가 태아들의 움직임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한 장면에서는 과학자의 자부심과 성취감을 엿볼 수 있었고 그 순간의 감정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도 잠시였다. 과연 이 키메라를 인류의 후계자라 말할 수 있을까.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건 종의 고유성을 유지하는 진화와 성장의 단계다. 이에 반해 혼종의 탄생은 창조의 영역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낯선 외모와 능력에 대한 거부감과 이질감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구인류와 신인류는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소설은 과학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상이지만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어느 연구실에서 키메라 탄생 뉴스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류의 미래와 진화에 대한 고민을 제시했다. 작가가 보여주는 세상은 막바지 무더위가 극성인 여름날에 가슴 깊이 서늘함을 안긴다. 


#도서제공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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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내가 원한 것
서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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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처럼 이 계절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작년 여름만 해도 에어컨을 켜고 지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에어컨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 여름에 나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원했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가까워 오면서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을 빨리 느끼고 싶어졌다.

「여름에 내가 원한 것」은 여름의 매혹을 담고 있다.

지나간 여름날의 사랑, 여름을 노래한 음악과 영화, 여름을 즐겼던 청춘의 한때,

그리고 권태로운 현재까지 여름을 추억하고 떠올린다.

그 추억을 떠올리며 읽어서일까. 여름에 마주한 감각들과 여름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가 공감된다.

작가는 여름에 대해 '무더위와 소음 속에서 몸을 풀어놓고 지켜보고 싶은 공간으로서의 계절'이라고 표현한다. 그녀가 지켜보는 건 무엇일까.

무더위 속에서도 무언가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는 건 부러운 일이다.

그저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나로서는 그녀의 시선이 궁금하다.

현실의 여름에서 조금 벗어나 여름의 상태로 산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도서제공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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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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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한 무리의 용감한 원정대가 '데메테르호'를 타고 숨어 있는 균열과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 헤맨다. 마침내 균열을 찾아낸 순간 그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20세기, 비행선 데메테르호는 균열을 통과하여 지구 공동으로 들어간다. 미지의 구조물을 발견하고 다가간 순간 또다시 죽음을 맞이한다. 탐험과 죽음이 반복되자만 이들은 구원을 향해 나아간다.


데메테르호는 다른 모습으로 탐험을 나서지만 죽음에 이르는 결말은 똑같다.

이들이 무엇을 찾아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또다시 SF 장르의 벽에 부딪히는 걸까라는 좌절의 순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데메테르호의 원정대 중 한 명이 자 의사인 사일러스 코드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데메테르호가 목표에 다다르는 순간 원정대는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재미있는 건 반복되는 죽음의 순간에 사일러스가 그동안의 경험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이쯤에서는 궁금증이 생겨난다. 이들이 찾고자 하는 균열과 미지의 구조물은 무엇일까.

소설의 원제인 대전환(Eversion)은 구의 뒤집기(sphere eversion)라는 의미로 가장 많이 언급된다.

구 표면을 찢거나 각지게 하지 않고 매끄럽게 겹칠 수 있다는 개념이라고 한다.

낯선 개념에서 사직된 불안은 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 조금씩 차츰 희미해지게 된다.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반복되는 탐험과 죽음 속에서 전환을 이룬다. 즉, 진실이라 여겼던 것들을

다시 재배열함으로써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전제의 답을 찾아간다.

소설은 미스터리의 분위기를 풍기며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몽환적인 기분을 느끼게 한다.

SF 소설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그려낸 세계를 직접 영상으로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 소설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상한 장면이 작가의 의도와 맞는지 알고 싶어졌다.

소설 속에서 보이는 반복되는 상황에 답답함을 지울 수 없었지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속 시원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을 아우르는 전제가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끝까지 읽는다면 분명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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