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 불확실한 지식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짜를 판별하는 과학의 여정
옌스 포엘 지음, 이덕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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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정보와 가짜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짜 정보를 판별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독일의 신경심리학자인 저자는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과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의견 사이에서 꼭 기억해야 할 16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관찰, 가설 검증, 해석, 전달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간다.


각자가 100% 정확한 사실을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거기에 사실을 가장하여 교묘하게 거짓이 섞여 있다면 불확실한 정보를 진실이라 믿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오류는 극단적인 사회적 정치적 대립으로 확대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곳곳에서 그 흔적을 목격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한 16가지 문제는 제목만 읽어도 공감이 간다. 실제 나 역시도 많은 것을 놓치고 모든 것을 확실히 알지 못한다. 때로는 어떤 가정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도 하고 가짜 연구에 속기도 한다. 간혹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그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 상반되는 2가지 답변에 고민할 때가 있다. 커피를 마시거나 혈당 조절을 위한 재료를 고민할 때 혼란을 야기하는 답변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음모론이 넘쳐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진짜처럼 퍼지는 시대에 이 책에 담긴 메시지는 보다 나은 판단을 위한 지침이 되어 준다. 솔직히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논문에 실렸다고 하면 신뢰도가 상승하는 건 맞지만 그 논문의 내용이 정답은 아니다. 심지어 챗GPT 조차 거짓을 답할 때가 있다고 하니 정보의 신뢰성 문제는 갈수록 중요해진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사실들에 대해 높은 기준을 세우라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 설명된 과정은 우리가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저자가 제시한 방법을 바탕으로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 각자의 지식과 신념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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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미술사 - ‘정설’을 깨뜨리고 다시 읽는 그림 이야기
박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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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라는 제목만 봤을 때 딱딱한 미술사 흐름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다소 지루할지라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기로 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예상을 깬 주제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술문화의 대중 확산에 활발하게 기여하고 있는 저자는 예술가와 작품에 대해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의 맥락을 소개하며 재미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다. 


"고흐는 평생 그림을 하나도 못 팔았다?"


다소 황당한 질문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앞으로 이어질 질문들이 기대됐다. 저자는 총 7장에 걸쳐 알지 못했던 미술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장의 신화가 만들어진 과정을 시작으로 예술가와 브랜드를 연관시키고 기억되거나 사라지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또한 문제가 된 작품의 이름과 명작을 만드는 미술관까지 미술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깃 거리를 보여준다. 


책에 소개된 35가지 질문 모두 흥미롭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들이라 그 흐름을 따라가는 재미가 굉장하다. 예술가 자신이 브랜드로 구축된 예로 설명된 '루벤스'의 일화는 각자의 브랜드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멋진 팁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거장 미켈란젤로가 유일하게 서명한 작품과 렘브란트 서명에 대한 일화도 기억에 남는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숨겨진 이야기는 그동한 미술작품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그림이 완성된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십자가 형태가 그림에 표현되어 있다는 사실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적어도 3년이 지난 후에야 등장하는 십자가를 과연 누가 언제 왜 그렸을까. 이에 대한 확실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과 작품의 의미를 조합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재미있다.


저자는 이 책이 기존의 미술사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라 말한다. 고정된 편견과 이미지에서 벗어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예술가들의 삶을 돌아보면서 작품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뜨게 해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세월이 지나고 세 번째 네 번째 미술사 책이 나올 수 있다. 그때는 또 어떤 관점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될까. 예술의 세계에 한계는 없는 것 같다. 


#두번째미술사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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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 - 김익한 교수의 읽고 쓰는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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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기록학자인 저자는 어른이 되어 자유롭고 싶다면 철학을 하라 말한다. 각자가 읽는 만큼 생각하게 되고 쓰는 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며 진정한 어른으로 가는 길을 일러준다. 책을 읽거나 사색을 하며 손으로 무언가를 기록해 본 적이 참 오랜만이다. 익숙지 않은 손 글씨와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한참 동안이나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이 책에서는 3장으로 나누어 자유에 이르는 길을 설명한다. 자신이 왜 자유롭지 못한지 탐색하는 과정을 시작으로 나를 속박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이타적 개인주의자의 길로 마무리된다. 그중에서도 변화를 얘기한 2부의 주제들이 오래도록 시선을 끌어당겼다.


최근까지도 내 삶의 목표는 성공이었다. 내가 원하는 성공은 경제적 이득을 주 목표로 하고 있다. 원하는 연봉, 성과를 달성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여겼고 내 몸을 갈아 넣으며 성공에 집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짊어진 무게에 마음이 지쳐갔고 몸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성공이라는 두 글자를 포기하지 못해 억지로 일으키길 반복했다. 


2부의 끝 무렵에 가족이라는 이름의 무게와 돈과 생계로부터의 자유를 전하는 부분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사랑과 희생이라는 이상적인 가치로 포장된 삶은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지워버렸다. 이번 생애는 이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스스로 체념해온 시간들이 떠오른다. 가족인데 당연히 해야 한다는 그 말의 무게를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 자유를 찾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기록이 필요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내 감정을 기록하다 보면 지친 마음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온전히 나를 돌아볼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없던 나날이었다. 이 책을 읽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천천히 읽으며 워크북을 실제로 작성하며 내 안의 생각들을 돌아보았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속도와 방향은 오직 나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오늘의 작은 순간을 기록하는 행동은 변화의 시작점이 된다. 이제부터는 매일의 실천 계획을 세우고 돌아보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

 

#철학자유에이르는길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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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주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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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주(破四柱) : 사주를 깨트린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사주를 깨트린다는 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개척해 간다는 것일까. 두 소년이 그려진 표지와 제목은 소설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일깨운다.


소설 『카지노 베이비』로 제2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두 아이의 성장 소설을 새롭게 선보였다. 한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던 보육원에서 나온 두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기대보다 힘들고 거칠었다. 


주인공인 유림과 해수는 '하나의말씀'이라는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벽돌집에서 자란다. 일명 벽돌집이라 불리는 이곳은 보통의 보육원과는 달리 신앙을 강제하고 권위적이며 강압적인 공간이다. 두 아이는 17세가 되자 벽돌집을 탈출하게 된다.


순응적이며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는 유림과 반항적이며 의심이 많은 해수는 자신들의 고통스러운 운명을 깨뜨리고 숲과 산,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이어간다. 그 모습은 마치 순례길을 떠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순한 여정이 아니라 내면의 성장과 자기 인식이 동반되는 성스러운 과정처럼 여겨진다.


소설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진실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던 건 아닌지, 두 소년의 대화에서 어긋났던 부분은 없었는지 찾아보았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애매모호한 경계에서 믿음과 구원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우울하다. 작가는 종교 단체의 권력과 통제라는 배경하에 아동 복지 제도의 씁쓸한 이면을 드러낸다. 제대로 돌봄 받지 못한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걱정되는 건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의문이다. 유림이 해수의 두 날개를 꼭 붙들어 매는 순간을 구원받았다 여길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소설이다.


#파사주 #도서리뷰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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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타고나는가 -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케빈 J.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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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본 TV 프로그램에서 영재 아동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IQ 200이 넘는 귀여운 아이가 어떻게 성장했을까 궁금했었는데 얼마 전 가사에서 영국에 있는 유명한 대학이 지원한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처음 그 아이를 봤을 때 든 의문은 천재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건지, 아니면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건지 궁금했었다. 유전자와 환경, 이 두 가지가 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어떠할까.


발달 신경유전학 부교수로 유전 프로그램과 인간 능력 변화의 관련성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우리가 무엇을 타고났는지를 주제로 유전과 환경, 그리고 경험이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한다. 인간 본성과 기본적인 유전 방법론으로 시작하여 뇌의 구조와 신경과학적 분야를 다룬다. 이를 통해 성격 특성, 지능, 성별, 신경 발달 질환 측면에서 본성과 양육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무엇인지 탐구한다.


유전자의 세계는 늘 흥미롭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개체를 형성하고 내 존재가 그러한 사실의 증명이 된다니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 저자는 유전자는 현재의 모습을 만들 뿐 미래까지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연한 사실임에도 이를 부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전자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잘못된 믿음은 한계에 부딪혔을 때 실패를 정당화하는 하나의 핑곗거리가 될 뿐이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학적 영역에서 본성과 양육을 설명한 이야기는 뇌과학과 돌연변이 등으로 범위를 넓힌다. 또한 기술의 발달로 유전자를 조작이 쉬워지면서 유전자 쇼핑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경계한다. 유전 정보를 사용하는 일에 윤리적인 고려가 필연적으로 따라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는 바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태어나고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이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다양하게 된다. 인간 본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 세상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신체적 특성은 유전자가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심리적 특성과의 연관성은 간접적이며 복잡한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결국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도서리뷰 #서평단 #우리는무엇을타고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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