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화학이 있다 -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 일상 속에 숨겨진 화학
케이트 비버도프 지음, 김지원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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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화학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각종 세제다.

계면활성제를 주재료로 하여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함으로써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그 외에는 특별히 화학과 관련이 있다고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숨을 쉬는 모든 순간에 화학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놀라운 사실을 알기 쉽고 유쾌하게 설명한다.

딱딱한 학문적 이론에서 벗어나 실생활 위주의 화학반응을 배울 수 있다.

책의 도입부에서는 원자, 화학 반응 등 기초적인 화학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기본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 실생활에서 만나는 화학을 보여준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화학이 있고 프라이팬에서 익어가는 달걀에도 화학이 있다.

매일 샴푸 후 하는 사용하는 딥 컨디셔너가 일반적인 컨디셔너보다 왜 좋은지

이 책을 펼치면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

하루를 마무리하는 수면 중에도 화학이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집안 모든 것들이 범상치 않게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화학 반응이 궁금해진다.

여전히 화학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지만 학부 시절 화학과는 결코 친해질 수 없는 관계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발 좀 친해지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런 바람을 100% 만족시켜 준 책이다.

화학은 전공자들만의 학문이고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단숨에 깨뜨려 줄 것이다.


원자들이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결합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커피숍에서 낯선 사람이 너무 가까이 앉으면 물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모르는 사람이 내 개인 공간에 침입하면 우리는 대체로 다시 편안해지기 위해서 거리를 더 많이 벌린다. 가끔은 그냥 일어나서 나가버리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원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p.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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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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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건 공기에서 느껴지는 향기 때문이다.

하늘이 깨끗한 날 창문을 열고 숨을 들이쉬면 특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나는 이를 통해 계절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받아들인다.

이 책은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내 안의 감각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그리고 공감각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알려주고

문화와 역사에 따른 유사성과 차이점을 보여준다.

작가는 각각의 감각이 시대와 문화에 걸쳐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하고

인간과 자연이 이를 이용하는 방식을 보여주며 세상 속에서 살아온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조화를 이해하고 인간의 정신과 행동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수많은 감각이 변하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감각을 통해 내가 얻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후각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고 미각을 통해 삶의 행복을 느끼며 촉각을 통해 관계를 이어간다.

또한 청각을 통해 삶을 풍부하게 만들고 시각을 통해 세상을 기억한다.

이러한 감각은 각자가 다르게 느낀다. 그렇기에 지구상에는 수많은 문화가 생겨나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맛이 존재하며 현재까지 명곡과 명작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끔은 이러한 감각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내 몸의 노화를 느끼게 되자 만약이라는 가정 하에

감각의 상실을 떠올려 보았다.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이 크게 다가온다.

이렇게 감각은 살아가는 힘이자 방식이다.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기에

오래도록 감각의 유지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몸을 단련시켜야 할 것이다.

감각이라는 레이더망을 통하지 않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없다.

p. 8


색깔은 세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

p.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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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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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일까. 늘 궁금했던 질문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모습도 운명인 것인지 내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인지 궁금하다.

전자라면 고생했던 시절이 추억이 되고 후자라면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간의 삶은 우연의 연속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는 뇌과학, 철학, 생물학, 물리학, 심지어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우연'이란 무엇인지 파헤친다.

그리고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우연이란 그저 어느 한순간의 현상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연은 기회이고

가능성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다양한 연구와 실험, 역사적 사건, 일상의 예시를 통해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던 주장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이 우연의 연속이라면 내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 세계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세계와 통제할 수 없는 세계로 나뉘며

모든 것을 통제하려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 충고한다.

그리고 불안과 강박을 내려놓고 행운을 잡으며 살아가야 한다고 덧붙인다.

어느 순간 급습할지 모르는 우연을 두려워한 나머지 모든 불행을 제거하려 애쓰기보다는

불운이 생겼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감하는 바이다.

이를 위해 책에 소개된 불확실한 세상에서 좋은 선택을 하는 법을 익히고 기꺼이 실수를 하며

조급함을 버리고 작은 걸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에 익숙해지려 한다.


우리가 삶을 임의로 계획할 수 없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대가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미래를 내다보도록 만들어지지 않고, 프랑스 작가 폴 발레리의 말처럼 “미래를 만들어 나가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p. 75


우연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면 우리는 늘 파괴자인 우연의 존재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약한 불안할 때가 가장 안전하다.

p.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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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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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시골 마을 저수지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미확인 홀.

어느 날 희영과 필희는 저수지에서 새까만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다음날 필희가 사라졌다.

30여 년이 지나고 희영에게 '블랙홀'이라고 쓰인 작은 쪽지가 전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지만 이들은 희영을 중심으로 얽혀 있다.

이 절묘한 짜임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희영은 어린 시절 사라진 필희를 마음속에 품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소설은 이처럼 상실을 안은 채 살아가는 이들을 하나둘씩 보여준다.

필희를 잃은 희영, 언니를 잃은 필성, 엄마의 임종을 마친 미정, 삶을 놓치려 했던 정식,

딸을 버리고 도망친 순옥, 일상의 안온이 무너진 찬영, 해고를 당한 혜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살아가면서 잃게 되는 것들을 떠올리게 하고 내가 버린 것들과 버려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을 읽을수록 각 인물이 가진 아픔은 내 안의 상처와 맞물리면서 슬픔보다는 안도감을 안겨준다.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찾게 된다. 나 역시 필희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주어진 현실에 불만이 가득한 시절이었고 자존감은 나날이 바닥을 향해 추락하던 시기였다.

어느 순간 스스로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모든 것을 그만두었다.

미래에 대한 계획도 대책도 없었지만 나를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곧 떨어질 단추처럼 위태로웠던 삶이었지만 멈출 수 있던 용기 덕분에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부족한 건 부족한 대로 인정하면서

미래에 대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금이 좋다.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의 이야기지만 각 인물의 아픔을 들여다보며 내 삶을 돌아보고

투영해 볼 수 있었다. 인물들 각자가 가진 서사와 정교한 구조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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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안녕 샘터어린이문고 71
박주혜 지음, 김승혜 그림 / 샘터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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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연구원 '모두'씨와 실험동물인 토끼 '안녕'이의 여정을 그린 동화책이다.

모두씨가 다니는 화장품 해사는 사람에게 이로운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속눈썹에 바르는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실험을 했고

실험실에서는 아흔아홉 마리의 토끼가 희생되었다. 모두씨는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해롭지 않은

천연 성분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이를 무시했다.

자신이 소모품처럼 느껴진 모두씨는 실험실에 남은 마지막 토끼를 데리고 회사 밖으로 도망쳤다.

그들이 만난 세상에서는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고 있었다. 모두씨는 토끼가 살 수 있는 집을 찾아

버스를 타고 도심을 벗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농부의 밭을 지나고 허브 농장을 달려 채소 농장을 뛰어다녔다.

이제 모두씨는 토끼의 울타리가 되어주기로 결심하고 <모두의 안녕>이라는 베이커리를 개업한다.

짧은 동화를 읽으며 옛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곳이 연구소였다.

사람에게 이로운 항체를 만드는 회사였기에 동물 실험이 필수였던 곳이다.

내가 다뤘던 동물은 작은 쥐였지만 연구실에는 커다란 토끼도 실험 대상이었다.

수많은 실험이 이루어졌고 수많은 동물이 희생되었다. 처음 하는 동물 실험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여전히 동물 실험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경험 때문이었는지 동화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토끼가 고마웠다.

더 이상의 희생 없이 모두의 안녕을 위한 모두씨의 노력은 여러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가 만든 빵은 유난히 되는 일이 없는 날에 격려를 해주고 질투로 가득한 마음을 다독여 준다.

책을 덮으며 실제로 그런 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울할 때, 힘들 때, 다 버리고 싶을 때 등 현실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고 멀리 날려버릴 수 있는

맛있는 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씨와 안녕이는 행복을 찾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그 행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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