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몬스테라 지음 / 샘터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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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이란 빈곤 등의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형사 피고인을 위하여 법원이 선임하여


붙이는 변호인이며, 국선전담변호사는 오로지 국선 사건만 담당하는 변호사로, 


소속된 법원과 재판부가 정해져 있고 매달 일정한 개수의 사건을 배당받는다. 


이 책의 저자인 몬스테라는 국선전담변호사로 수천 건의 형사사건을 국선으로 변호했다. 


이 책은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왜 이리도 약자들이 많은 걸까. 사회는 왜 힘 있는 자들의 손을 들어줄까.


하나의 사건 속에서 사람을 마주하려는 저자의 삶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기울어진 법의 저울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기 위한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미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저자는 자신이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히어로' 같은 변호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인 저자는 법과 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국민참여재판 아픈 피고인의 수발을 들며 배심원들을 설득하고,


돈이 없어서 옷을 살 수 없는 피고인에게는 생업을 이어갈 수 있게 작아진 옷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또한 돈이 없는 구속 피고인이 구치소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까 봐, 


태어나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피고인에게 생일 선물을 


교도소에 넣어주기도 한다.


법으로 달래주지 못하는 인간 사이의 온기를 전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동정심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마음에서 이루어진 선의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 국선변호인이 사건 너머 마주한 삶은 현실의 고단함과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를 외면하지 않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살아간다면


따스한 온기가 곳곳에 스며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나는 늘 내가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법적 지식과 시간, 마음, 때로는 애정까지 나만이 피고인들에게 항상 무엇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때때로 나도 그들에게 이런저런 마음과 위한, 용기와 힘 등 무형의 선물을 받는다. 종종 예상치 못하게 받는 이런 선물은 또다시 내 속을 주는 마음으로 가득 채운다.


p. 236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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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선, 면 다음은 마음 - 사물에 깃든 당신에 관하여
이현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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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다정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다. 익숙해서 무심해지고 흔해서 소중함을 잃은 사물들에 깃든 마음을 살핀다. 사물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과 추억을 떠올리고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저자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온기에는 바탕에는 그리움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차곡차곡 쌓인다.

p. 93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되듯이, 사람과 사람을 이으면 인연이 된다. 선과 선이 모이면 면이 되듯이, 인연과 인연이 모이면 세상이 된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은 존재의 의미를 단단하게 만들며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준다. 점과 선, 그리고 면이 모여 입체적인 우리의 마음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마음은 사물을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내면과 외면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빈틈없이 채워진 사물들에 버거워하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만 같다. 이것들이 내게 어떻게 왔는지 떠올리고 쓰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필요에 의해 내게 온 것들임에도 익숙해졌다는 핑계로 고마움을 잊고 있었다. 사물들에 대한 감정이 이럴진대 나를 둘러싼 관계에 대해서도 안일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지 차분히 생각해 본다.

p. 29
햇빛으로 도마를 말리고, 소독한다. 도마에 햇빛을 쏘이면, 신기하게도 김칫국 얼룩이 말끔히 사라진다. 미안함에 얼룩진 마음도 햇볕에 내어 말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는 없으니, 대신 나는 그 얼굴을 거듭거듭 머릿속에 되새긴다.

얼마 전에 근처 빨래방을 갔다. 빨래방 벽에는 이용 시 주의사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빨래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문득 이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하얀 거품이 지저분한 얼룩을 데리고 사라지는 순간 사물에 대한 저자의 다정한 시선이 느껴졌다.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고 각양각색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p. 19
욕심은 이염되기 쉽습니다. 즉시 세탁, 단독 세탁하십시오. 
귀찮음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리십시오. 
분노는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손세탁하십시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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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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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환상의 예술에 대하여 SF 판타지 문학의 세계적인 거장 어슐러 K. 르 귄의 글을 모아둔 책이다. 1988년부터 2003년까지 발표한 에세이, 문학 작품집의 해설과 서문 등 글쓰기와 읽기라는 예술을 탐구한 결과이며 2005년 베스트 논픽션 부문 로커스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개인적인 문제들, 독서, 토론과 의견, 글쓰기에 대하여라는 범주에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상상력의 힘을 이야기한다. 책은 <나를 소개하기>라는 에세이부터 시작한다. "나는 남자다."라는 첫 문장부터 도발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성별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를 다루며 그녀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또한 자신의 인생을 생생하고 즐겁게 만든 도서관의 기억을 떠올리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름다움과 젊에 대한 생각을 전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나면 세련되고 우아한 문학 비평에 글을 읽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p. 107
소설가는 언어로 현실을 만드는 사람이다. 글쓰기라는 예술은 모두 말로 장난하고, 말속을 뒹굴고, 말에 빠져 흥청망청 즐기고, 말에 집착하고, 그 안에서 현실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사실 판타지 장르에는 익숙하지 않다. 판타지 특유의 분위기와 세계관이 여전히 낯설다. 이런 배경에서 '판타지가 가장 오래된 서술 문학이며 가장 보편적'이라는 문장이 시선을 끌었다. 픽션이 현실보다 더 유용하고 이를 보편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으로서 판타지가 적합하다는 설명은 문학을 대하는 시선을 더 넓혀주었다. 


또한 작품에 대해 아이와 어른의 시간 간극이 주는 차이와 소설가에게 있어 언어란 무엇인지, 문학에서 리듬과 강세의 역할, 그리고 상상력을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제시한다. 


P. 329
말에는 힘이 있다. 이름에도 힘이 있다. 말은 사건이므로, 이런저런 행동을 하고 변화를 일으킨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모두 변화시킨다.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증폭시킨다. 이해 또는 감정을 주고받으며 증폭시킨다.


그렇다면 상상력의 힘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 따르면 판타지와 사이언스픽션은 독자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의 대안을 제시하는 장르다. 여러 대안과 가능성, 변화를 통해 현실의 고단함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든다.  


작가는 '이야기를 믿어야만 이야기의 방향을 알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우리의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야기를 믿듯이 자신을 믿어야만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에 그 이유를 찾은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독서의 이유와 상상력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알고 싶다면 인생의 깊이가 담긴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 278-279
내 몸이 지난 세월 놀랍고 짜릿하고 걱정스럽고 실망스러운 갖가지 변화를 겪는 와중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단순히 외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나라는 사람. 그 사람을 찾아내서 어던 존재인지 알아내기 위해 나는 깊게 꿰뚫어 보아야 한다. 공간뿐만이 아니라 시간까지도. 내게 기억이 있는 한 나는 길을 잃지 않는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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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 - 기후와 자연 IQ를 키우는 지구살이 안내서
루시 시글 지음, 이상원 옮김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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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관련한 흥미롭지만 생소했던 사실들을 100가지 퀴즈를 통해 알아보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100점 만점에 26점. 책에 따르면 '어느 정도 지구 보호 기법을 갖춘 수준'이다.

이 점수마저도 온전히 아는 것이 아니라 찍기였으니 지구와 친해지려면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저자는 숲이나 바다와 같은 생물권에서 시작하여 지구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고민하고

소비주의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등 개인이 지구와 공존하기 위해 어떠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베테랑 기후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기후변화라는 재난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알리기 위해 100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구 환경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호기롭기 시작한 나의 첫 지구생활자 도전기는 기대와 달리 처참했다.

지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기후 위기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더 실망하기 전에 지구 공동생활자로서 레벨 업하기 위해 오답 풀이를 꼼꼼하게 읽었다.

덕분에 기후 위기나 탄소제로 같은 말들의 의미를 조금 더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등 미래 지구를 위해 현재의 노력을 알 수 있었다.

환경운동에 대한 딱딱한 이론이나 사례보다는 퀴즈 형식으로 전개되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꽤 어려운 질문들 때문에 고민의 시간이 길었지만 답을 맞혀보는 과정에서 답변 하나하나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길 수 있었다. 또한 나의 소비 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무분별한 소비 행태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저자는 환경 감수성에서 지구 감수성으로 확장하여 친환경에서 친 지구적으로 시각을

넓히라고 제안한다. 이 제안에 따라 지구와 공존할 수 있는 더 나은 삶에 대해 고민하며

앞으로 살아갈 지구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지구와 진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자연의 모든 존재를 옹호한다는 뜻이에요. 가장 작은 생명체를 크게 인식하고 그것이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p.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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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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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면은 바다를 품고 두 면은 도시를 품은 산 아래 꼭대기에 있는 마을, 메리골드.

이 마을에 창백한 얼굴의 미스터리한 여자가 등장했다. 그녀는 자신을 마음 세탁소 주인이라

말하며 그곳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매일 차를 끓인다.

미스터리한 주인장 '지은' 씨는 사람들의 마음속 얼룩을 원하는 만큼 지워주며 상처를 보듬어 준다.

사랑에 상처받고 지우고 싶거나, 가난으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거나, 부와 인기에 휘둘려

자신의 삶을 잃어버렸거나, 학교 폭력으로 방황했던 이들의 얼룩을 지워준다.

각자의 상처를 스스로 꺼내어 들여다보고 인정함으로써 진정한 치유의 시간을 가진 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감동 가득한 이야기를 읽으며 내 마음도 따스해짐을 느낀다.

등장인물들처럼 나도 지우고 싶은 얼룩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분명 그 당시에는 힘들어 죽을 것만 같고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나니 괴롭고 힘든 시간들이 하나씩 쌓여 지금의 단단한 내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 찾아간다면 얼룩을 지우기보다는 주름을 살짝 펴 달라고

말하고 싶다. 분명 괴로움과 슬픔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었으니깐.

그리운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나긴 여정을 하고 있는 지은 씨에게

가족 같은 친구와 이웃이 점차 늘어나는 걸 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창밖으로는 꽃잎이 흩날리고 옥상에는 빨래들이 널려있는 멋진 표지의 마음 세탁소가 현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아픈 기억은 지워져야만 살 수 있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는 힘으로 살기도 하지.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해.

p.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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